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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고살지마] 슈가 빌린 돈, 도박 때문이라면 진짜 갚을 필요가 없나
입력 2020.06.09 (17:04) 수정 2020.06.12 (13:42) 속고살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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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 출신 가수 슈(38, 본명 유수영)의 도박은 이미 형사적으로는 결론이 난 상태입니다. 그녀는 2016년 8월부터 2018년 5월 사이 마카오 등 해외에서 26차례에 걸쳐 총 7억9000만 원 규모의 상습 도박을 한 혐의가 인정돼 법원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의 형이 확정됐습니다.

그런데 슈의 지인인 박 모(여) 씨가 지난해 5월 슈를 상대로 대여금 반환 소송을 냈죠. 빌려 간 돈 3억5000만 원을 갚으라는 소송이었습니다. 판사는 양측을 조정하기 위해 조정기일을 잡았지만, 조정은 성립하지 않았습니다. 슈는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합니다. 왜죠?


슈 측 변호인은 "차입한 돈은 도박을 용도로 빌린 것이기 때문에 갚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말이 법적으로 틀린 말은 아닙니다. 우리 민법 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돈을 빌린 안토니오가 돈을 못 갚으면 신체 일부를 떼주겠다는 신체 포기각서를 써주는 장면이 나오죠. 우리 민법 103조를 적용하면 이는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로 원천 무효입니다. 신체 포기각서는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를 강제할 수 없습니다. 이런 법 이론에 따르면 도박을 위해 돈을 빌려주는 계약 자체도 사회 질서에 위반한 내용으로 평가돼 무효로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민법은 746조에 이와 관련한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불법원인급여입니다.


이 불법원인급여의 전형적인 예가 바로 불법 도박자금을 빌려준 경우죠.

예를 들어 불법 도박장에서 도박 자금을 빌려주고 고리의 이자를 빌려주는 일을 하는 고리대금업자가 도박장에서 도박하는 사람에게 도박 자금으로 사용되는 것을 알면서 돈을 빌려준 경우 이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합니다. 돈을 갚지 않더라도 고리대금업자는 대여금 반환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이는 스스로 불법행위를 한 자에 대해 법이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법리에 따른 것이죠.

슈도 이런 논리로 돈을 갚을 필요 없다고 재판에서 주장을 했습니다. 두 사람은 2017년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카지노에서 처음 만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슈의 주장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요, 지난달 27일 판결이 나왔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문제의 돈이 슈가 파라다이스 카지노 인천공항점과 파라다이스카지노 워커힐에서 도박을 할 때 사용됐다는 것입니다. 외국인만 출입할 수 있는 이 카지노는 내국인이 했다면 불법이지만, 일본에서 출생한 슈는 일본 특별영주권자여서 합법적인 출입이 가능한 곳입니다. 따라서 슈가 빌린 돈을 카지노에 썼더라도 이는 불법원인 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법원은 봤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강원랜드 카지노에 빠진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는 건 법률의 보호를 받을까요, 못받을까요.

오늘 <속고살지마>에서는 슈의 문제로 불거진 도박 자금 대여 문제를 다뤄봤습니다. 합법과 불법 사이를 오가는 도박의 법률적 문제도 심도 있게 짚어 봅니다.

결론부터 알려달라고요? 판결은 엇갈립니다.

첫번째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2012년 창원지방법원 항소심인데 반환 청구를 인정했습니다. 강원랜드가 합법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런데 2014년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강원랜드 도박을 위해 빌려준 돈을 불법원인급여로 봐서 갚지 않아도 된다고 봤습니다.


이 사례에서 판사는 강원랜드에서의 도박이 불법은 아니라 해도 도박 자금을 빌려줘 도박중독에 빠지게 하고, 비정상적인 고율 이자를 받는 행위까지 보호해줄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판결하면서 반환 의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소송의 원고가 고액의 이자를 받고 도박 돈을 빌려주는 이른바 '꽁지'였던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슈의 변호인도 민사 소송에서 이와 비슷한 논리를 내세웠다고 합니다.

"원고(돈을 빌려준 박모씨)는 피고(돈을 꾼 가수 슈)에게 수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도박자금을 상습적으로 빌려줬다. 도박을 적극적으로 권했고, 도박 자금을 빌리는 방법을 알려주어 도박을 방조했다. 원고는 피고가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궁박한 상태에 빠져 있었음을 알았다."

그런데 이런 주장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설령 원고 박씨가 피고의 도박 행위를 조장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점만으로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피고 슈가 궁박 상태에 빠졌다고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도박 조장 행위의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고 본 것입니다.


오늘 <속고살지마>는 슈의 민사 소송과 도박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현재 국내 방송에서는 출연금지가 내려진 상태인 슈는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가 소유한 경기도 화성시 소재 다세대 주택 세입자들은 전세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국민요정'이라 불리며 화려했던 스타를 추락시킨 건 남의 돈 까지 끌어들여 했던 상습도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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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고살지마] 슈가 빌린 돈, 도박 때문이라면 진짜 갚을 필요가 없나
    • 입력 2020-06-09 17:04:05
    • 수정2020-06-12 13:42:13
    속고살지마
S.E.S 출신 가수 슈(38, 본명 유수영)의 도박은 이미 형사적으로는 결론이 난 상태입니다. 그녀는 2016년 8월부터 2018년 5월 사이 마카오 등 해외에서 26차례에 걸쳐 총 7억9000만 원 규모의 상습 도박을 한 혐의가 인정돼 법원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의 형이 확정됐습니다.

그런데 슈의 지인인 박 모(여) 씨가 지난해 5월 슈를 상대로 대여금 반환 소송을 냈죠. 빌려 간 돈 3억5000만 원을 갚으라는 소송이었습니다. 판사는 양측을 조정하기 위해 조정기일을 잡았지만, 조정은 성립하지 않았습니다. 슈는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합니다. 왜죠?


슈 측 변호인은 "차입한 돈은 도박을 용도로 빌린 것이기 때문에 갚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말이 법적으로 틀린 말은 아닙니다. 우리 민법 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돈을 빌린 안토니오가 돈을 못 갚으면 신체 일부를 떼주겠다는 신체 포기각서를 써주는 장면이 나오죠. 우리 민법 103조를 적용하면 이는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로 원천 무효입니다. 신체 포기각서는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를 강제할 수 없습니다. 이런 법 이론에 따르면 도박을 위해 돈을 빌려주는 계약 자체도 사회 질서에 위반한 내용으로 평가돼 무효로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민법은 746조에 이와 관련한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불법원인급여입니다.


이 불법원인급여의 전형적인 예가 바로 불법 도박자금을 빌려준 경우죠.

예를 들어 불법 도박장에서 도박 자금을 빌려주고 고리의 이자를 빌려주는 일을 하는 고리대금업자가 도박장에서 도박하는 사람에게 도박 자금으로 사용되는 것을 알면서 돈을 빌려준 경우 이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합니다. 돈을 갚지 않더라도 고리대금업자는 대여금 반환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이는 스스로 불법행위를 한 자에 대해 법이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법리에 따른 것이죠.

슈도 이런 논리로 돈을 갚을 필요 없다고 재판에서 주장을 했습니다. 두 사람은 2017년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카지노에서 처음 만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슈의 주장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요, 지난달 27일 판결이 나왔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문제의 돈이 슈가 파라다이스 카지노 인천공항점과 파라다이스카지노 워커힐에서 도박을 할 때 사용됐다는 것입니다. 외국인만 출입할 수 있는 이 카지노는 내국인이 했다면 불법이지만, 일본에서 출생한 슈는 일본 특별영주권자여서 합법적인 출입이 가능한 곳입니다. 따라서 슈가 빌린 돈을 카지노에 썼더라도 이는 불법원인 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법원은 봤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강원랜드 카지노에 빠진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는 건 법률의 보호를 받을까요, 못받을까요.

오늘 <속고살지마>에서는 슈의 문제로 불거진 도박 자금 대여 문제를 다뤄봤습니다. 합법과 불법 사이를 오가는 도박의 법률적 문제도 심도 있게 짚어 봅니다.

결론부터 알려달라고요? 판결은 엇갈립니다.

첫번째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2012년 창원지방법원 항소심인데 반환 청구를 인정했습니다. 강원랜드가 합법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런데 2014년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강원랜드 도박을 위해 빌려준 돈을 불법원인급여로 봐서 갚지 않아도 된다고 봤습니다.


이 사례에서 판사는 강원랜드에서의 도박이 불법은 아니라 해도 도박 자금을 빌려줘 도박중독에 빠지게 하고, 비정상적인 고율 이자를 받는 행위까지 보호해줄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판결하면서 반환 의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소송의 원고가 고액의 이자를 받고 도박 돈을 빌려주는 이른바 '꽁지'였던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슈의 변호인도 민사 소송에서 이와 비슷한 논리를 내세웠다고 합니다.

"원고(돈을 빌려준 박모씨)는 피고(돈을 꾼 가수 슈)에게 수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도박자금을 상습적으로 빌려줬다. 도박을 적극적으로 권했고, 도박 자금을 빌리는 방법을 알려주어 도박을 방조했다. 원고는 피고가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궁박한 상태에 빠져 있었음을 알았다."

그런데 이런 주장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설령 원고 박씨가 피고의 도박 행위를 조장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점만으로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피고 슈가 궁박 상태에 빠졌다고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도박 조장 행위의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고 본 것입니다.


오늘 <속고살지마>는 슈의 민사 소송과 도박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현재 국내 방송에서는 출연금지가 내려진 상태인 슈는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가 소유한 경기도 화성시 소재 다세대 주택 세입자들은 전세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국민요정'이라 불리며 화려했던 스타를 추락시킨 건 남의 돈 까지 끌어들여 했던 상습도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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