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K] “1인당 GDP, OECD 5번 째로 줄어” 뒤집어보니…

입력 2020.06.10 (07: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나라별 경제력, 국민들의 경제적 생활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 주로 사용되는 지표가 있습니다. 국내 총생산, GDP를 인구수로 나눈 '1인당 GDP'입니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DP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많이 줄었다는 보도가 최근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은 경제가 망했다는 증거라며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습니다.

해당 기사는 한국은행이 공시한 국가별 1인당 명목 GDP를 인용한 것인데요. 이 내용이 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의 근거일까요? 우리나라의 지난해 1인당 GDP 감소율이 다섯 번째로 컸다는 내용의 이면을 들여다봤습니다.

한국은행의 설명을 보면, "명목 GDP는 경제규모 등의 파악에 이용되는 지표로서 국내에서 생산된 최종생산물의 물량에 해당 기간의 가격을 곱하여 산출합니다"

시장환율 vs PPP

우리의 1인당 명목 GDP에 시장 환율을 적용한다면 감소율은 35개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컸습니다. 증가율 순위로는 31번째입니다. 그런데 명목 GDP에 시장 환율을 적용하면 일률적인 비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라마다 물가가 반영되지 않습니다. 또 환율이 실제 구매력보다 자본거래에 영향을 많이 받고 국가 간 교역이 이뤄지지 않은 재화와 서비스 문제는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돼왔습니다.


따라서 OECD와 같은 국제기구들은 국가별 비교를 할 때에는 주로 구매력평가, PPP(Purchasing Power Parity)를 적용한 1인당 GDP를 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사이트를 보면, "PPP는 시장환율의 적용에 따른 문제점을 완화하고 각국의 경제력과 국민의 생활 수준을 실질구매력에 의해 더 정확하게 비교하기 위해 개발"한 새로운 환가수단입니다. 나라별 통화의 구매력에 따라 환율이 결정된다는 것인데요.
1인당 GDP가 같은 두 국가를 예로 들어볼까요. 1달러로 껌 한 통을 살 수 있는 A국가와, 두 통을 살 수 있는 B국가를 비교하면 B국가의 PPP기준 1인당 GDP가 더 높게 나오게 됩니다.

OECD가 지난달 공개한 회원국들의 구매력평가, PPP 기준 1인당 GDP를 따져봤습니다.

'구매력 기준' 한국 1인당 GDP, 증가율 15위…3년 연속 日 눌렀다


그랬더니 전혀 다른 해석도 가능해졌습니다. OECD 35개 회원국의 지난해 PPP 기준 1인당 GDP 증감률을 분석한 결과 미국은 2274달러, 3.6% 증가했습니다. 증가율은 9위입니다.

한국은 1290달러, 3.1% 증가해 15번째로 증가율이 높았습니다. 반면 일본은 1122달러, 2.7% 증가한 데 그쳤습니다. 일본은 2017년부터 3년째 한국보다 뒤처진 상탭니다.

다음은 1인당 명목 GDP 증가율 순위입니다.


한국은 시장 환율을 적용하면 GDP 증가율 31위를 기록했지만, PPP를 적용하면 증가율이 15위로 올라갔습니다.

"국제기구는 PPP 사용 추세…경제 이론에 더 부합"

우리나라도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등은 시장 환율을 적용한 1인당 GDP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개별 국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행 국민소득총괄팀 관계자는 "OECD는 모든 회원국의 GDP를 구성하는 품목 3천 개를 받아서 해당 품목의 물가 수준을 감안해 구매력 평가 환율을 만들어 낸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구매력 평가 PPP는 다른 나라들로부터 세부 자료를 받아야 합니다. 이 업무가 개별 국가끼리는 여의치 않기 때문에 국제기구에서 작성하고 있습니다.

두 가치 가운데 어느 것이 우선인가는 여전히 학계에서 논쟁거리입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일반 시장 환율이 단순 무역 거래뿐만 아니라 정치학적 요인, 시장 참가자의 기대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통화의 구매력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시장 환율보다도 구매력 평가 환율을 적용하는 이유가 경제 이론에 더 부합하기 때문에 국제기구에서도 시장환율을 발표하지만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1인당 GDP나 GNI를 작성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반해 국가별 비교를 할 때 시장 환율을 적용한 1인당 GDP가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시장 환율이 국가의 기초 경제력을 반영하고 있으며, 환율이 올라 1인당 GDP가 떨어지더라도 국가의 기초 경제력을 반영하는 지표라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체크K] “1인당 GDP, OECD 5번 째로 줄어” 뒤집어보니…
    • 입력 2020-06-10 07:00:10
    팩트체크K
나라별 경제력, 국민들의 경제적 생활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 주로 사용되는 지표가 있습니다. 국내 총생산, GDP를 인구수로 나눈 '1인당 GDP'입니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DP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많이 줄었다는 보도가 최근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은 경제가 망했다는 증거라며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습니다.

해당 기사는 한국은행이 공시한 국가별 1인당 명목 GDP를 인용한 것인데요. 이 내용이 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의 근거일까요? 우리나라의 지난해 1인당 GDP 감소율이 다섯 번째로 컸다는 내용의 이면을 들여다봤습니다.

한국은행의 설명을 보면, "명목 GDP는 경제규모 등의 파악에 이용되는 지표로서 국내에서 생산된 최종생산물의 물량에 해당 기간의 가격을 곱하여 산출합니다"

시장환율 vs PPP

우리의 1인당 명목 GDP에 시장 환율을 적용한다면 감소율은 35개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컸습니다. 증가율 순위로는 31번째입니다. 그런데 명목 GDP에 시장 환율을 적용하면 일률적인 비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라마다 물가가 반영되지 않습니다. 또 환율이 실제 구매력보다 자본거래에 영향을 많이 받고 국가 간 교역이 이뤄지지 않은 재화와 서비스 문제는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돼왔습니다.


따라서 OECD와 같은 국제기구들은 국가별 비교를 할 때에는 주로 구매력평가, PPP(Purchasing Power Parity)를 적용한 1인당 GDP를 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사이트를 보면, "PPP는 시장환율의 적용에 따른 문제점을 완화하고 각국의 경제력과 국민의 생활 수준을 실질구매력에 의해 더 정확하게 비교하기 위해 개발"한 새로운 환가수단입니다. 나라별 통화의 구매력에 따라 환율이 결정된다는 것인데요.
1인당 GDP가 같은 두 국가를 예로 들어볼까요. 1달러로 껌 한 통을 살 수 있는 A국가와, 두 통을 살 수 있는 B국가를 비교하면 B국가의 PPP기준 1인당 GDP가 더 높게 나오게 됩니다.

OECD가 지난달 공개한 회원국들의 구매력평가, PPP 기준 1인당 GDP를 따져봤습니다.

'구매력 기준' 한국 1인당 GDP, 증가율 15위…3년 연속 日 눌렀다


그랬더니 전혀 다른 해석도 가능해졌습니다. OECD 35개 회원국의 지난해 PPP 기준 1인당 GDP 증감률을 분석한 결과 미국은 2274달러, 3.6% 증가했습니다. 증가율은 9위입니다.

한국은 1290달러, 3.1% 증가해 15번째로 증가율이 높았습니다. 반면 일본은 1122달러, 2.7% 증가한 데 그쳤습니다. 일본은 2017년부터 3년째 한국보다 뒤처진 상탭니다.

다음은 1인당 명목 GDP 증가율 순위입니다.


한국은 시장 환율을 적용하면 GDP 증가율 31위를 기록했지만, PPP를 적용하면 증가율이 15위로 올라갔습니다.

"국제기구는 PPP 사용 추세…경제 이론에 더 부합"

우리나라도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등은 시장 환율을 적용한 1인당 GDP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개별 국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행 국민소득총괄팀 관계자는 "OECD는 모든 회원국의 GDP를 구성하는 품목 3천 개를 받아서 해당 품목의 물가 수준을 감안해 구매력 평가 환율을 만들어 낸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구매력 평가 PPP는 다른 나라들로부터 세부 자료를 받아야 합니다. 이 업무가 개별 국가끼리는 여의치 않기 때문에 국제기구에서 작성하고 있습니다.

두 가치 가운데 어느 것이 우선인가는 여전히 학계에서 논쟁거리입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일반 시장 환율이 단순 무역 거래뿐만 아니라 정치학적 요인, 시장 참가자의 기대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통화의 구매력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시장 환율보다도 구매력 평가 환율을 적용하는 이유가 경제 이론에 더 부합하기 때문에 국제기구에서도 시장환율을 발표하지만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1인당 GDP나 GNI를 작성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반해 국가별 비교를 할 때 시장 환율을 적용한 1인당 GDP가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시장 환율이 국가의 기초 경제력을 반영하고 있으며, 환율이 올라 1인당 GDP가 떨어지더라도 국가의 기초 경제력을 반영하는 지표라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