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28살 청년의 미래 “바늘구멍 3개에 300명 서 있는 느낌”

입력 2020.06.10 (11:09) 수정 2020.06.1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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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청년층 확장실업률 2015년 이후 최대
해외취업 꿈꾸다 급히 귀국
아르바이트도 ‘하늘의 별 따기’
“평생 취업 안 될 것 같아”

"세계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불황이다."
세계은행은 최근 세계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지금의 경제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거의 100년 만에 찾아온 큰 위기라는 얘기다.

2차 대전을 역사책에서만 봤을 청년 세대는 그때에 버금가는 경제위기는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취업문'은 좁아졌고, '알바문'은 닫혀간다.

오늘(10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서도 이 같은 현실은 그대로 드러난다.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2.2%로 지난해 5월 대비 1.4%포인트 줄었다.

실업자에 추가로 더 일하고 싶어하는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 등을 합친 확장실업률은 26.3%로 전년 동기대비 2.1%포인트 올랐는데, 관련 통계를 만들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통계를 삶으로 느껴야 하는 청년들의 생활은 어떨까. 직접 만나본 청년들은 코로나19 때문에 인생이 바뀌고 깊은 불안감과 막막함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로 날아간 해외취업의 꿈
28살 남성 이신일 씨는 지난해 여름 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직후 향한 곳은 우즈베키스탄. 그곳에서 인턴을 하고 해외에서 정식 취업까지 할 계획이었다.

어느 나라에 취업할지 알아보던 중 코로나19가 닥쳤다. 해외취업은커녕 입국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국내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귀국 후 자가격리도 했다. 코로나19가 이 씨 인생을 크게 바꿔놓은 셈이다.

이 씨는 국내로 돌아와 취업시장에 뛰어들었다. 공기업 위주로 원서를 넣고 있는데, 서류전형에 합격한 한 공기업은 필기시험이 연기되기도 했다.

이 씨는 "(해외에서) 돌아오기 전에는 사람이 다 그렇듯이 '뭐든지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며 "그런데 최근 들어서 다시 공고가 나고 있긴 해서 거기에 희망을 가지고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긍정적 마음에도 현실은 팍팍하다. 하다못해 공부할 곳 찾기도 어렵다. 졸업한 학교나 집 근처 도서관은 다 문을 닫아서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일자리 카페'에서 공부한다.

취업할 때까지 생계수단인 아르바이트도 어렵게 구했다. 코로나19 전과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 일할 사람을 잘 뽑지 않았다. 해외로 나가기 전에 일했던 편의점에 연락해서 간신히 주말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이 씨는 "원래는 전에 했던 아르바이트를 다시 하지는 않는다"며 "그런데 제가 일자리가 있느냐고 연락을 할 정도로 뽑는 자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상반기에는 대기업과 공기업 위주로 원서를 내고 있는 이 씨는 취업이 되지 않으면 중소기업도 고려 중이다. 이 씨는 "다들 대기업에 가고 싶어하는데 인원도 줄고 공고도 줄다 보니까 안 그래도 좁은 문인데 더 좁아졌다"며 "마냥 어린 나이는 아니고 경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방향을 바꾸는 게 더 낫다고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바늘구멍 3개에 300명 선 느낌"
24살 여성 대학생 A 씨는 지난해 휴학을 했고, 현재 4학년 1학기에 재학 중이다. 방송사에서 PD나 마케팅을 하는 게 꿈인 A 씨는 올해 들어 취업시장에 뛰어들었는데, 한마디로 모든 계획이 꼬였다. 코로나19 때문이다.

방송이라는 특정분야를 정해놓은 데다 아직 한 학기가 더 남은 상황이라 상반기에는 지원을 많이 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계획이 틀어졌다. A 씨는 "상반기에는 8곳 정도는 지원해보려고 했는데, 2~3곳밖에 지원서를 못 냈다"며 "(채용이) 많이 열리지도 않고 열려도 내가 원하는 분야는 너무 안 열린다"고 말했다.

주변을 봐도 상황은 답답하다. 서류 전형을 통과해 면접에 간 친구들은 3~4월에 예정됐던 면접이 계속 미뤄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반기에도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어서 더 그렇다.

A 씨는 "하반기 공채도 그렇게 많이 열릴 것 같지 않다"며 "공채가 활성화되지 않아서 이것 때문에 휴학을 고려하거나 (학기 중에) 중도 휴학한 친구들도 많다"고 주변 분위기를 전했다.

A 씨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막막하고 불안하고, 바늘구멍이 딱 3개 있는데 출발선에는 300명이 서 있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취업전선의 무기가 되는 '스펙'마저도 코로나19 타격을 받았다. 토익시험이 계속 미뤄지면서 집중력 있게 준비하지 못했는데 시험이 갑자기 재개됐다. 결국 이번에는 A 씨 스스로 시험을 미뤘다. 다른 자격증 시험도 언제 시험이 있을지 알 수 없어서, A 씨가 머릿속에 그렸던 스펙을 만들 수 있을지 걱정이다.


■"상반기에는 아르바이트 거의 못 해"
아르바이트 역시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휴학 중에 구했던 케이블 방송사 아르바이트는 올해 복학하면서 그만두려고 했다. 매일 나가는 일은 아니지만 한 번 나가면 온종일 해야 해서 학업과 같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두지 못했다. 다른 일자리가 구해지지 않아서다.

A 씨는 아르바이트 애플리케이션을 보여줬다. 지도 위에 아르바이트 자리가 표시됐다. A 씨는 "코로나19 전에는 지도 위에 아르바이트 자리가 빽빽했는데 지금은 듬성듬성 있다"고 말했다. 최악일 때는 평소의 절반까지 줄었고, 최근에도 여전히 30% 정도 감소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 몸담고 있는 방송사 아르바이트는 코로나19 때문에 들쑥날쑥해졌다. 이 역시 코로나19 탓이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방송을 했다 안 했다 하면서 평소 한 달에 서너 번은 나갔던 일이 없어진 것이다.

A 씨는 "올해 1분기에는 일이 거의 없었다"며 "상반기에는 거의 안 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번이 소중하다보니 최근에는 아르바이트를 가서 온라인 중간고사를 보기도 했다.

취업도 어렵고 아르바이트도 뜻대로 되지 않으니 남는 건 불안 뿐이다. A 씨는 "(코로나19가 퍼진) 초반에는 치료제가 빨리 나올줄 알아서 '조금만 참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며 "점점 고착화되는 느낌이 들면서 계속 불안하고 계속 우울하고 평생 취업이 안 될 것 같은 그런 막막함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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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가 바꾼 28살 청년의 미래 “바늘구멍 3개에 300명 서 있는 느낌”
    • 입력 2020-06-10 11:09:07
    • 수정2020-06-10 11:33:15
    취재K
청년층 확장실업률 2015년 이후 최대<br />해외취업 꿈꾸다 급히 귀국<br />아르바이트도 ‘하늘의 별 따기’<br />“평생 취업 안 될 것 같아”
"세계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불황이다."
세계은행은 최근 세계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지금의 경제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거의 100년 만에 찾아온 큰 위기라는 얘기다.

2차 대전을 역사책에서만 봤을 청년 세대는 그때에 버금가는 경제위기는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취업문'은 좁아졌고, '알바문'은 닫혀간다.

오늘(10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서도 이 같은 현실은 그대로 드러난다.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2.2%로 지난해 5월 대비 1.4%포인트 줄었다.

실업자에 추가로 더 일하고 싶어하는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 등을 합친 확장실업률은 26.3%로 전년 동기대비 2.1%포인트 올랐는데, 관련 통계를 만들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통계를 삶으로 느껴야 하는 청년들의 생활은 어떨까. 직접 만나본 청년들은 코로나19 때문에 인생이 바뀌고 깊은 불안감과 막막함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로 날아간 해외취업의 꿈
28살 남성 이신일 씨는 지난해 여름 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직후 향한 곳은 우즈베키스탄. 그곳에서 인턴을 하고 해외에서 정식 취업까지 할 계획이었다.

어느 나라에 취업할지 알아보던 중 코로나19가 닥쳤다. 해외취업은커녕 입국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국내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귀국 후 자가격리도 했다. 코로나19가 이 씨 인생을 크게 바꿔놓은 셈이다.

이 씨는 국내로 돌아와 취업시장에 뛰어들었다. 공기업 위주로 원서를 넣고 있는데, 서류전형에 합격한 한 공기업은 필기시험이 연기되기도 했다.

이 씨는 "(해외에서) 돌아오기 전에는 사람이 다 그렇듯이 '뭐든지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며 "그런데 최근 들어서 다시 공고가 나고 있긴 해서 거기에 희망을 가지고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긍정적 마음에도 현실은 팍팍하다. 하다못해 공부할 곳 찾기도 어렵다. 졸업한 학교나 집 근처 도서관은 다 문을 닫아서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일자리 카페'에서 공부한다.

취업할 때까지 생계수단인 아르바이트도 어렵게 구했다. 코로나19 전과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 일할 사람을 잘 뽑지 않았다. 해외로 나가기 전에 일했던 편의점에 연락해서 간신히 주말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이 씨는 "원래는 전에 했던 아르바이트를 다시 하지는 않는다"며 "그런데 제가 일자리가 있느냐고 연락을 할 정도로 뽑는 자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상반기에는 대기업과 공기업 위주로 원서를 내고 있는 이 씨는 취업이 되지 않으면 중소기업도 고려 중이다. 이 씨는 "다들 대기업에 가고 싶어하는데 인원도 줄고 공고도 줄다 보니까 안 그래도 좁은 문인데 더 좁아졌다"며 "마냥 어린 나이는 아니고 경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방향을 바꾸는 게 더 낫다고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바늘구멍 3개에 300명 선 느낌"
24살 여성 대학생 A 씨는 지난해 휴학을 했고, 현재 4학년 1학기에 재학 중이다. 방송사에서 PD나 마케팅을 하는 게 꿈인 A 씨는 올해 들어 취업시장에 뛰어들었는데, 한마디로 모든 계획이 꼬였다. 코로나19 때문이다.

방송이라는 특정분야를 정해놓은 데다 아직 한 학기가 더 남은 상황이라 상반기에는 지원을 많이 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계획이 틀어졌다. A 씨는 "상반기에는 8곳 정도는 지원해보려고 했는데, 2~3곳밖에 지원서를 못 냈다"며 "(채용이) 많이 열리지도 않고 열려도 내가 원하는 분야는 너무 안 열린다"고 말했다.

주변을 봐도 상황은 답답하다. 서류 전형을 통과해 면접에 간 친구들은 3~4월에 예정됐던 면접이 계속 미뤄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반기에도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어서 더 그렇다.

A 씨는 "하반기 공채도 그렇게 많이 열릴 것 같지 않다"며 "공채가 활성화되지 않아서 이것 때문에 휴학을 고려하거나 (학기 중에) 중도 휴학한 친구들도 많다"고 주변 분위기를 전했다.

A 씨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막막하고 불안하고, 바늘구멍이 딱 3개 있는데 출발선에는 300명이 서 있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취업전선의 무기가 되는 '스펙'마저도 코로나19 타격을 받았다. 토익시험이 계속 미뤄지면서 집중력 있게 준비하지 못했는데 시험이 갑자기 재개됐다. 결국 이번에는 A 씨 스스로 시험을 미뤘다. 다른 자격증 시험도 언제 시험이 있을지 알 수 없어서, A 씨가 머릿속에 그렸던 스펙을 만들 수 있을지 걱정이다.


■"상반기에는 아르바이트 거의 못 해"
아르바이트 역시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휴학 중에 구했던 케이블 방송사 아르바이트는 올해 복학하면서 그만두려고 했다. 매일 나가는 일은 아니지만 한 번 나가면 온종일 해야 해서 학업과 같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두지 못했다. 다른 일자리가 구해지지 않아서다.

A 씨는 아르바이트 애플리케이션을 보여줬다. 지도 위에 아르바이트 자리가 표시됐다. A 씨는 "코로나19 전에는 지도 위에 아르바이트 자리가 빽빽했는데 지금은 듬성듬성 있다"고 말했다. 최악일 때는 평소의 절반까지 줄었고, 최근에도 여전히 30% 정도 감소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 몸담고 있는 방송사 아르바이트는 코로나19 때문에 들쑥날쑥해졌다. 이 역시 코로나19 탓이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방송을 했다 안 했다 하면서 평소 한 달에 서너 번은 나갔던 일이 없어진 것이다.

A 씨는 "올해 1분기에는 일이 거의 없었다"며 "상반기에는 거의 안 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번이 소중하다보니 최근에는 아르바이트를 가서 온라인 중간고사를 보기도 했다.

취업도 어렵고 아르바이트도 뜻대로 되지 않으니 남는 건 불안 뿐이다. A 씨는 "(코로나19가 퍼진) 초반에는 치료제가 빨리 나올줄 알아서 '조금만 참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며 "점점 고착화되는 느낌이 들면서 계속 불안하고 계속 우울하고 평생 취업이 안 될 것 같은 그런 막막함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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