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원이 ‘공천신청’…‘해촉 검토 건의’ 의결하고도 갈팡질팡

입력 2020.06.10 (14:22) 수정 2020.06.1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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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

전광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

'공천 신청' 방송통신심의위원…'공정성' 놓고 자격 논란

지난 2월 전광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미래통합당 대구 동구갑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했습니다. 위원직을 유지한 채였습니다. 신청은 비공개였지만 언론에 보도되면서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방심위 위원의 출마 표시를 두고 자격 시비가 불거졌습니다.

방심위 내부에서도 국장급 간부가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다 방심위 위원들은 격론 끝에 전 위원 본인과 이상로 위원 등 2명을 뺀 7명의 위원들이 자진사퇴 권고안을 채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전 위원은 사퇴를 거부했습니다.


법제처 "정치활동 관여가 맞지만 해촉 여부는 별론"

방송통신심의위원의 신분 등을 규정한 방송통신위원회법 20조는 "상임인 위원의 겸직금지 등에 관하여는 제9조를 준용한다"라고 돼 있습니다. 9조를 보면, "위원은 정치활동에 관여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문제는 '정치 활동'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행위가 어디까지인지 구체적 규정이 없다는 점입니다. 방심위가 법제처에 법령 해석을 의뢰한 이유입니다.

법제처는 전광삼 위원의 '공천 신청'은 "방통위법에 따라 금지되는 '정치활동 관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합니다. 그 근거로 방통위법상 심의위원의 직무상 독립성과 신분보장을 규정하고 있고 상임위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법제처는 또, "정치활동은 권력의 획득과 유지를 둘러싼 투쟁 및 권력을 행사하는 활동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선거에 출마할 정당의 후보자를 선출하는 것은 그 성격상 정치활동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대법원 판례도 주요 근거로 들었습니다.

공천 신청이 정치활동은 맞다는 것, 그렇다면 상임위원 자격에 어긋나기 때문에 상임위원 위촉을 취소하는 행위, 즉 '해촉'할 수 있는 지에 대한 판단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런데 법제처는 "상임위원에 대해 그 의사에 반하여 해촉할 것인지 여부는 별론"이라고 설명하면서 실제 해촉을 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방심위 "위원 해촉 검토 건의 추진"…전광삼 위원 "위원회가 월권"

방통위법에 심의위원 결격사유가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은 데다 법제처로부터 해촉 사유라는 명확한 답을 못 얻은 방심위는 '해촉 건의'라는 방법을 선택하게 됩니다. 미래통합당 추천을 받았지만 대통령이 위촉하는 자리인 만큼 대통령에게 해촉을 건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습니다.

6월 8일 전체회의, 건강상 이유를 내세운 전 위원 본인이 빠진 8명의 위원들이 정식 안건으로 올려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전 위원의 사퇴 권고를 반대했던 역시 미래통합당 추천 이상로 위원과 나머지 위원 7명 간에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방심위가 위원의 해촉 건의를 심의할 권한이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이상로 위원은 방심위 전체회의의 심의 권한은 방송과 통신의 내용에 국한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나머지 위원 7명은 특별위원회 위촉 등 인사관련 심의도 한 만큼 해촉 건의도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7명 위원의 찬성으로 해당 안건은 의결이 됐습니다. 그런데 실제 의결된 안건 제목에서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안건의 공식 명칭은 '법제처 법령해석 관련 후속처리에 관한 건', 주요 내용은 대통령에게 '해촉을 건의'하는 것이 아닌 '해촉을 검토할 것을 건의'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해촉을 검토해줄 것을 건의할 것'을 의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광삼 위원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전 위원은 KBS 기자와의 통화에서 "방통위 법이 심의 의결 사항 8가지를 규정하고 있지만 해촉 관련 규정은 없다"며 "방심위가 월권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의 공천 신청과 관련해서는 중앙선관위에 의뢰해 문제없다는 해석을 받은 바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실제로 전 위원은 중앙선관위에 선거일 전 사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53조가 방심위 위원에게도 해당되는 지 물었고, 서울 선관위는 가능하다는 답을 내놨습니다. 방심위가 민간 기구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전 위원은 이에 대해 방통위 법과 공직선거법이 충돌하는 지점이라고 했습니다.


"의결은 했지만 재심의할 것"…결론을 냈는데 또 심의한다는 방심위

위에서 적은 대로 방심위는 전체회의를 통해 전광삼 위원 '해촉 검토 건의안'을 의결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이 건의안을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청와대에 전달하면 됩니다. 그런데 방심위는 당장 절차를 밟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오히려 다시 심의하겠다고 합니다. 안건에 대해 의결이 끝났는데 다시 안건으로 올린다는 겁니다.

이유는 있습니다. 당사자인 전광삼 위원이 출석하지 않았다는 점과 이상로 위원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해 회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방심위는 사상 초유의 일인 만큼 신중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광삼 위원 해촉 건의와 관련한 안건 재심의는 22일로 예정된 전체회의에서 강상현 위원장 발의로 다뤄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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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심위원이 ‘공천신청’…‘해촉 검토 건의’ 의결하고도 갈팡질팡
    • 입력 2020-06-10 14:22:30
    • 수정2020-06-10 16:13:52
    취재K

전광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

'공천 신청' 방송통신심의위원…'공정성' 놓고 자격 논란

지난 2월 전광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미래통합당 대구 동구갑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했습니다. 위원직을 유지한 채였습니다. 신청은 비공개였지만 언론에 보도되면서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방심위 위원의 출마 표시를 두고 자격 시비가 불거졌습니다.

방심위 내부에서도 국장급 간부가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다 방심위 위원들은 격론 끝에 전 위원 본인과 이상로 위원 등 2명을 뺀 7명의 위원들이 자진사퇴 권고안을 채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전 위원은 사퇴를 거부했습니다.


법제처 "정치활동 관여가 맞지만 해촉 여부는 별론"

방송통신심의위원의 신분 등을 규정한 방송통신위원회법 20조는 "상임인 위원의 겸직금지 등에 관하여는 제9조를 준용한다"라고 돼 있습니다. 9조를 보면, "위원은 정치활동에 관여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문제는 '정치 활동'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행위가 어디까지인지 구체적 규정이 없다는 점입니다. 방심위가 법제처에 법령 해석을 의뢰한 이유입니다.

법제처는 전광삼 위원의 '공천 신청'은 "방통위법에 따라 금지되는 '정치활동 관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합니다. 그 근거로 방통위법상 심의위원의 직무상 독립성과 신분보장을 규정하고 있고 상임위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법제처는 또, "정치활동은 권력의 획득과 유지를 둘러싼 투쟁 및 권력을 행사하는 활동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선거에 출마할 정당의 후보자를 선출하는 것은 그 성격상 정치활동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대법원 판례도 주요 근거로 들었습니다.

공천 신청이 정치활동은 맞다는 것, 그렇다면 상임위원 자격에 어긋나기 때문에 상임위원 위촉을 취소하는 행위, 즉 '해촉'할 수 있는 지에 대한 판단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런데 법제처는 "상임위원에 대해 그 의사에 반하여 해촉할 것인지 여부는 별론"이라고 설명하면서 실제 해촉을 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방심위 "위원 해촉 검토 건의 추진"…전광삼 위원 "위원회가 월권"

방통위법에 심의위원 결격사유가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은 데다 법제처로부터 해촉 사유라는 명확한 답을 못 얻은 방심위는 '해촉 건의'라는 방법을 선택하게 됩니다. 미래통합당 추천을 받았지만 대통령이 위촉하는 자리인 만큼 대통령에게 해촉을 건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습니다.

6월 8일 전체회의, 건강상 이유를 내세운 전 위원 본인이 빠진 8명의 위원들이 정식 안건으로 올려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전 위원의 사퇴 권고를 반대했던 역시 미래통합당 추천 이상로 위원과 나머지 위원 7명 간에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방심위가 위원의 해촉 건의를 심의할 권한이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이상로 위원은 방심위 전체회의의 심의 권한은 방송과 통신의 내용에 국한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나머지 위원 7명은 특별위원회 위촉 등 인사관련 심의도 한 만큼 해촉 건의도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7명 위원의 찬성으로 해당 안건은 의결이 됐습니다. 그런데 실제 의결된 안건 제목에서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안건의 공식 명칭은 '법제처 법령해석 관련 후속처리에 관한 건', 주요 내용은 대통령에게 '해촉을 건의'하는 것이 아닌 '해촉을 검토할 것을 건의'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해촉을 검토해줄 것을 건의할 것'을 의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광삼 위원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전 위원은 KBS 기자와의 통화에서 "방통위 법이 심의 의결 사항 8가지를 규정하고 있지만 해촉 관련 규정은 없다"며 "방심위가 월권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의 공천 신청과 관련해서는 중앙선관위에 의뢰해 문제없다는 해석을 받은 바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실제로 전 위원은 중앙선관위에 선거일 전 사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53조가 방심위 위원에게도 해당되는 지 물었고, 서울 선관위는 가능하다는 답을 내놨습니다. 방심위가 민간 기구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전 위원은 이에 대해 방통위 법과 공직선거법이 충돌하는 지점이라고 했습니다.


"의결은 했지만 재심의할 것"…결론을 냈는데 또 심의한다는 방심위

위에서 적은 대로 방심위는 전체회의를 통해 전광삼 위원 '해촉 검토 건의안'을 의결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이 건의안을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청와대에 전달하면 됩니다. 그런데 방심위는 당장 절차를 밟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오히려 다시 심의하겠다고 합니다. 안건에 대해 의결이 끝났는데 다시 안건으로 올린다는 겁니다.

이유는 있습니다. 당사자인 전광삼 위원이 출석하지 않았다는 점과 이상로 위원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해 회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방심위는 사상 초유의 일인 만큼 신중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광삼 위원 해촉 건의와 관련한 안건 재심의는 22일로 예정된 전체회의에서 강상현 위원장 발의로 다뤄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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