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 수영복 강요?’ 수영 연맹…회장 퇴출 앞두고 TF 급조까지

입력 2020.06.10 (16:31) 수정 2020.06.11 (16:0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7월 광주 세계 수영 선수권에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수영 연맹이 대표팀 선수단에 후원사인 A사의 용품만을 이용하라며 서약서를 강요한 것이다.

서약서엔 "타 브랜드 착용 및 노출 시 향후 연맹 징계와 민,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서약서를 강요받은 시점은 경영 선수단이 광주 선수촌에 입촌했을 때였다. 경기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야말로 황당한 요구였다.

대표팀 최고의 기대주였던 김서영(26)과 소속팀 경북체육회 측은 당연히 즉각 반발했다.

김서영은 그동안 B사의 용품으로 훈련과 대회를 치러왔는데 경기 직전 갑자기 A사의 용품을 쓰라는 것은 경기를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국가대표급 선수에게 수영복 등 경기용품은 승부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생명과도 같은 요소다.

애초 연맹엔 개인 선수의 경기용품까지 구속할 권리가 없었다. 이미 김서영 측이 국제수영연맹 측에 경기용품 사용에 대한 문의를 마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후 연맹이 보여준 태도는 더욱 황당했다. 계약 문제가 얽혀 있더라도 연맹은 선수의 컨디션 유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갈등 해결에 나섰어야 했다. 하지만 연맹은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태도만 보여주며 선수의 불안감만 키웠다.

결국, 행동에 나선 것은 연맹 지도부가 아닌 경북체육회 측이었다. 경북체육회에서 직접 일본에 있는 A사의 아시아 총판에 연락해 이번 대회에서 B사의 용품을 사용해도 되느냐고 문의했고 결국 허락을 받아냈다.

연맹의 전횡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경북체육회 측에 의하면 연맹 지도부는 이후에도 B사의 용품을 쓰는 대신 수영모의 브랜드를 테이프로 가리라고 요구했다. 수영모는 경기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용품이다.

선수를 도와줘야 할 연맹이 대회 직전 선수를 흔들고 마치 A사의 대변인 같은 행태를 보여줬다.

■ 수영 연맹 '수영복 강요한 적 없다'…사안은 진실공방으로

이에 대해 수영 연맹은 당시 미디어 공식행사 등에서 후원사인 A사의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고 한 적은 있지만, 경기 중에 사용되는 장비에는 간섭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수영 연맹 관계자는 "애초에 A사의 수영복 등을 지급하지 않았고, A사가 스폰서인 만큼 직접 노출되는 수영모 등에 로고를 가려줄 수 있겠냐고 요청한 적은 있다. 하지만 B사의 수영복, 수경, 수영모 등을 착용하지 말라고 강요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당시 선수의 소속팀 관계자들은 강요를 받았다고 증언했으나 연맹은 이를 극구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주 자격정지 6개월 징계로 사실상 퇴출당한 김지용 수영 연맹 회장지난주 자격정지 6개월 징계로 사실상 퇴출당한 김지용 수영 연맹 회장

■ 회장은 사실상 퇴출당했지만…뜬금없는 혁신 TF팀 출범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연맹은 대회를 앞두고 후원사를 갑자기 A사로 바꿨고, 그로 인해 용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일명 '누더기 유니폼'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가 특정감사를 벌였고 지난해 11월 결과를 발표했다. 김지용 연맹 회장을 비롯한 임원에 대해 징계를 지시했고, 김 회장과 A 부회장에 대한 경찰 수사까지 의뢰했다.

연맹의 자체 징계는 솜방망이였다. 연맹 공정위원회는 회장 등 3명에 대해서는 견책, 중징계 대상자인 A 부회장에 대해선 보류 처분을 내렸다.

문체부는 징계가 가볍다며 연맹에 재징계를 요구했다. 연맹은 지난 2월 재징계를 내렸지만, A 부회장만 1년 자격정지를 받았고 나머지 견책 징계는 그대로 유지됐다.

보다 못한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에 직권으로 재심사를 지시했다. 그 결과 지난 5일 체육회 스포츠 공정위원회는 김지용 회장에게 6개월, B 부회장과 C 이사에게 각각 3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김지용 회장의 임기가 올해 12월까지인 것은 고려하면 사실상 퇴출이다.

그런데 체육회의 징계가 내려지기 이틀 전인 지난 3일, 연맹은 갑자기 혁신 태스크포스를 출범한다. 이미 지도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조금 이상한 일이었다.

수영계 관계자는 "징계가 내려질 것을 미리 알고, 지도부 쪽 사람들로 채워진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것 같다. 내년 선거에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 지도자들도 태스크포스에 물음표를 띄우고 있다. 한 지방 수영팀 지도자는 "현장 경험도 부족한 사람들로 태스크포스 인사가 구성되고 있다. 전부 회장단이 데려온 인사다. 2년 동안 쇄신 못 한 연맹이 스스로 혁신 한다는 것도 웃긴 일이다."라고 말했다.

연맹은 회장의 사임까지 걸고 태스크포스를 출범했지만 따가운 시선만 받고 있다. 쇄신보다 지도부의 보신에만 급급한 것 아니냔 지적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A사 수영복 강요?’ 수영 연맹…회장 퇴출 앞두고 TF 급조까지
    • 입력 2020-06-10 16:31:47
    • 수정2020-06-11 16:08:24
    스포츠K
지난해 7월 광주 세계 수영 선수권에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수영 연맹이 대표팀 선수단에 후원사인 A사의 용품만을 이용하라며 서약서를 강요한 것이다.

서약서엔 "타 브랜드 착용 및 노출 시 향후 연맹 징계와 민,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서약서를 강요받은 시점은 경영 선수단이 광주 선수촌에 입촌했을 때였다. 경기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야말로 황당한 요구였다.

대표팀 최고의 기대주였던 김서영(26)과 소속팀 경북체육회 측은 당연히 즉각 반발했다.

김서영은 그동안 B사의 용품으로 훈련과 대회를 치러왔는데 경기 직전 갑자기 A사의 용품을 쓰라는 것은 경기를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국가대표급 선수에게 수영복 등 경기용품은 승부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생명과도 같은 요소다.

애초 연맹엔 개인 선수의 경기용품까지 구속할 권리가 없었다. 이미 김서영 측이 국제수영연맹 측에 경기용품 사용에 대한 문의를 마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후 연맹이 보여준 태도는 더욱 황당했다. 계약 문제가 얽혀 있더라도 연맹은 선수의 컨디션 유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갈등 해결에 나섰어야 했다. 하지만 연맹은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태도만 보여주며 선수의 불안감만 키웠다.

결국, 행동에 나선 것은 연맹 지도부가 아닌 경북체육회 측이었다. 경북체육회에서 직접 일본에 있는 A사의 아시아 총판에 연락해 이번 대회에서 B사의 용품을 사용해도 되느냐고 문의했고 결국 허락을 받아냈다.

연맹의 전횡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경북체육회 측에 의하면 연맹 지도부는 이후에도 B사의 용품을 쓰는 대신 수영모의 브랜드를 테이프로 가리라고 요구했다. 수영모는 경기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용품이다.

선수를 도와줘야 할 연맹이 대회 직전 선수를 흔들고 마치 A사의 대변인 같은 행태를 보여줬다.

■ 수영 연맹 '수영복 강요한 적 없다'…사안은 진실공방으로

이에 대해 수영 연맹은 당시 미디어 공식행사 등에서 후원사인 A사의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고 한 적은 있지만, 경기 중에 사용되는 장비에는 간섭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수영 연맹 관계자는 "애초에 A사의 수영복 등을 지급하지 않았고, A사가 스폰서인 만큼 직접 노출되는 수영모 등에 로고를 가려줄 수 있겠냐고 요청한 적은 있다. 하지만 B사의 수영복, 수경, 수영모 등을 착용하지 말라고 강요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당시 선수의 소속팀 관계자들은 강요를 받았다고 증언했으나 연맹은 이를 극구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주 자격정지 6개월 징계로 사실상 퇴출당한 김지용 수영 연맹 회장
■ 회장은 사실상 퇴출당했지만…뜬금없는 혁신 TF팀 출범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연맹은 대회를 앞두고 후원사를 갑자기 A사로 바꿨고, 그로 인해 용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일명 '누더기 유니폼'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가 특정감사를 벌였고 지난해 11월 결과를 발표했다. 김지용 연맹 회장을 비롯한 임원에 대해 징계를 지시했고, 김 회장과 A 부회장에 대한 경찰 수사까지 의뢰했다.

연맹의 자체 징계는 솜방망이였다. 연맹 공정위원회는 회장 등 3명에 대해서는 견책, 중징계 대상자인 A 부회장에 대해선 보류 처분을 내렸다.

문체부는 징계가 가볍다며 연맹에 재징계를 요구했다. 연맹은 지난 2월 재징계를 내렸지만, A 부회장만 1년 자격정지를 받았고 나머지 견책 징계는 그대로 유지됐다.

보다 못한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에 직권으로 재심사를 지시했다. 그 결과 지난 5일 체육회 스포츠 공정위원회는 김지용 회장에게 6개월, B 부회장과 C 이사에게 각각 3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김지용 회장의 임기가 올해 12월까지인 것은 고려하면 사실상 퇴출이다.

그런데 체육회의 징계가 내려지기 이틀 전인 지난 3일, 연맹은 갑자기 혁신 태스크포스를 출범한다. 이미 지도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조금 이상한 일이었다.

수영계 관계자는 "징계가 내려질 것을 미리 알고, 지도부 쪽 사람들로 채워진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것 같다. 내년 선거에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 지도자들도 태스크포스에 물음표를 띄우고 있다. 한 지방 수영팀 지도자는 "현장 경험도 부족한 사람들로 태스크포스 인사가 구성되고 있다. 전부 회장단이 데려온 인사다. 2년 동안 쇄신 못 한 연맹이 스스로 혁신 한다는 것도 웃긴 일이다."라고 말했다.

연맹은 회장의 사임까지 걸고 태스크포스를 출범했지만 따가운 시선만 받고 있다. 쇄신보다 지도부의 보신에만 급급한 것 아니냔 지적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