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을 새서라도 정의연 집회 막겠다”…수요시위 자리뺏기 나선 보수단체

입력 2020.06.1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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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밤 샐거예요. 폭염이 오든 전쟁이 오든 집회 신고가 중요하니까"

지난 일요일(7일) 밤, 서울 종로경찰서 민원실 옆 집회신고 대기장소를 찾았습니다. 경찰서 민원실조차 불이 꺼진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었습니다. 비좁은 집회신고 대기장소엔 3명의 중년 여성과 2명의 중년 남성, 모두 5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모인 지 꽤 오래 됐는지, 이들 곁엔 견과류나 과자 등 간식도 마련돼 있고 손 선풍기와 벌레 퇴치 도구들도 즐비했습니다.

철야대기까지 감내하면서 기다린 건 집회 신고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들이 집회를 열고자 한 곳, 바로 옛 일본대사관 인근 '평화의 소녀상' 앞입니다. 자정이 넘어 8일이 됐습니다. 이들은 집회 신고를 담당하는 경찰관에게 다음달 8일자 집회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집회 신고는 30일 전부터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열고자하는 단체들을 제치고, 3주 째 1순위 신고자가 된 겁니다. 같은 날 2순위 집회 신고자는 정의기억연대, 3순위는 반아베·반일청년학생 공동행동이었습니다.

■밤새 철야대기…"수요시위 점령하겠다"

집회신고 대기장소에서 만난 이들은 자신들을 "자유연대를 위해 봉사하러 온 사람들"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자유연대는 오는 24일부터 3주 연속 평화의 소녀상 앞 수요집회를 선신고한 단체입니다. 이 장소는 30여 년간 위안부 운동을 이끌어 온 정의연과 여성 단체들이 매주 수요일 시위를 여는 곳입니다. 자유연대는 정의기억연대가 해체되고, 위안부 운동이 멈출 때까지 철야대기하며 평화의 소녀상 앞 집회를 선신고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7일 밤 11시쯤 서울 종로경찰서 집회신고 대기장소에서 유튜브 생중계를 하며 철야대기하는 보수단체 회원들.7일 밤 11시쯤 서울 종로경찰서 집회신고 대기장소에서 유튜브 생중계를 하며 철야대기하는 보수단체 회원들.

집회 대기 장소에 있던 한 여성은 "일본 대사관 인근에서 수요시위가 몇십년 째 이어진다는 걸 모르고 있다가 정의연 논란으로 알게 됐다"면서 "그자리가 옳지 않은 자리니까 우리가 내쫓기 위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자정까지 유튜브로 집회 대기 모습을 생중계하던 남성도 "정의연의 수요시위를 합법적으로 점유하는 방법이 좋을 것 같아서 집회 선순위 대기를 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위안부 운동 훼손 시도…수요시위 사수할 것”

최근 정의연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자, 위안부 운동 자체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위안부 운동인 '수요시위'는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시작으로 위안부 피해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모여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해 온 집회입니다.

10일 오전 옛 일본대사관 인근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는 대학생 겨레하나 회원.10일 오전 옛 일본대사관 인근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는 대학생 겨레하나 회원.

수요시위의 상징과도 같은 평화의 소녀상 인근 장소를 지키기 위해 나선 대학생 단체도 있습니다. '대학생 겨레하나'는 매주 수요일 '자유연대'를 비롯해 위안부 운동을 막으려는 단체들에 맞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펼치기로 했습니다. 대학생 겨레하나는 "수요시위를 시작한 이유는 위안부 문제의 정의롭고, 정당한 해결을 위해서였다"며 "일본 정부로부터 사죄 받고, 법적배상 받을 때까지 수요시위를 사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의연은 오늘(10일)도 어김없이 수요시위를 열었습니다. 지난 7일 숨진 마포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손 모 소장을 추모하며, 다소 침통한 분위기 속에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참석자들은 현장에서 공동성명을 통해 "수요시위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소리도 일고 있지만 우리는 결코 그렇게 할 수 없음을 이 자리에서 밝힌다"며 수요시위를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평화의 소녀상 앞 집회를 관할하는 종로경찰서는 각 단체들의 조율을 통해 갈등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6월 24일 자 집회신고부터 자유연대가 먼저 했지만, 정의연과 집회 장소가 중첩될 경우 집시법에 따라 장소 분할 등을 통해 마찰을 방지하겠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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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을 새서라도 정의연 집회 막겠다”…수요시위 자리뺏기 나선 보수단체
    • 입력 2020-06-10 17:04:24
    취재K
"계속 밤 샐거예요. 폭염이 오든 전쟁이 오든 집회 신고가 중요하니까"

지난 일요일(7일) 밤, 서울 종로경찰서 민원실 옆 집회신고 대기장소를 찾았습니다. 경찰서 민원실조차 불이 꺼진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었습니다. 비좁은 집회신고 대기장소엔 3명의 중년 여성과 2명의 중년 남성, 모두 5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모인 지 꽤 오래 됐는지, 이들 곁엔 견과류나 과자 등 간식도 마련돼 있고 손 선풍기와 벌레 퇴치 도구들도 즐비했습니다.

철야대기까지 감내하면서 기다린 건 집회 신고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들이 집회를 열고자 한 곳, 바로 옛 일본대사관 인근 '평화의 소녀상' 앞입니다. 자정이 넘어 8일이 됐습니다. 이들은 집회 신고를 담당하는 경찰관에게 다음달 8일자 집회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집회 신고는 30일 전부터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열고자하는 단체들을 제치고, 3주 째 1순위 신고자가 된 겁니다. 같은 날 2순위 집회 신고자는 정의기억연대, 3순위는 반아베·반일청년학생 공동행동이었습니다.

■밤새 철야대기…"수요시위 점령하겠다"

집회신고 대기장소에서 만난 이들은 자신들을 "자유연대를 위해 봉사하러 온 사람들"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자유연대는 오는 24일부터 3주 연속 평화의 소녀상 앞 수요집회를 선신고한 단체입니다. 이 장소는 30여 년간 위안부 운동을 이끌어 온 정의연과 여성 단체들이 매주 수요일 시위를 여는 곳입니다. 자유연대는 정의기억연대가 해체되고, 위안부 운동이 멈출 때까지 철야대기하며 평화의 소녀상 앞 집회를 선신고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7일 밤 11시쯤 서울 종로경찰서 집회신고 대기장소에서 유튜브 생중계를 하며 철야대기하는 보수단체 회원들.
집회 대기 장소에 있던 한 여성은 "일본 대사관 인근에서 수요시위가 몇십년 째 이어진다는 걸 모르고 있다가 정의연 논란으로 알게 됐다"면서 "그자리가 옳지 않은 자리니까 우리가 내쫓기 위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자정까지 유튜브로 집회 대기 모습을 생중계하던 남성도 "정의연의 수요시위를 합법적으로 점유하는 방법이 좋을 것 같아서 집회 선순위 대기를 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위안부 운동 훼손 시도…수요시위 사수할 것”

최근 정의연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자, 위안부 운동 자체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위안부 운동인 '수요시위'는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시작으로 위안부 피해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모여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해 온 집회입니다.

10일 오전 옛 일본대사관 인근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는 대학생 겨레하나 회원.
수요시위의 상징과도 같은 평화의 소녀상 인근 장소를 지키기 위해 나선 대학생 단체도 있습니다. '대학생 겨레하나'는 매주 수요일 '자유연대'를 비롯해 위안부 운동을 막으려는 단체들에 맞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펼치기로 했습니다. 대학생 겨레하나는 "수요시위를 시작한 이유는 위안부 문제의 정의롭고, 정당한 해결을 위해서였다"며 "일본 정부로부터 사죄 받고, 법적배상 받을 때까지 수요시위를 사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의연은 오늘(10일)도 어김없이 수요시위를 열었습니다. 지난 7일 숨진 마포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손 모 소장을 추모하며, 다소 침통한 분위기 속에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참석자들은 현장에서 공동성명을 통해 "수요시위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소리도 일고 있지만 우리는 결코 그렇게 할 수 없음을 이 자리에서 밝힌다"며 수요시위를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평화의 소녀상 앞 집회를 관할하는 종로경찰서는 각 단체들의 조율을 통해 갈등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6월 24일 자 집회신고부터 자유연대가 먼저 했지만, 정의연과 집회 장소가 중첩될 경우 집시법에 따라 장소 분할 등을 통해 마찰을 방지하겠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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