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강요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족 간에도 거리 두기 필요”

입력 2020.06.1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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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감염된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급격하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신규 확진자의 대다수는 20~30대 젊은 층이었는데요. 이달 들어 그 상황이 역전됐습니다.

65세 이상 비중 '26.6%'… 2~30대를 넘어서다

5월 3일에서 9일 사이, 65세 이상 신규 확진자는 3명이었습니다. 이 주 신규 확진자 수가 60명이었으니 5%였던 셈이죠. 반면, 19~39세 확진자는 39명으로 65%를 차지했습니다. 황금연휴가 끝나고 이태원 유흥시설을 중심으로 수도권 내 집단 감염이 일어나던 때였습니다.

흐름은 한동안 지속했습니다. 다음 주인 5월 10일에서 16일, 전체 신규 확진자 197명 가운데 19~39세는 131명으로 전체의 66.5%였습니다. 방역 당국은 아무리 건강한 젊은 층일지라도 감염병 대유행은 피해갈 수는 없다며 '바깥 활동'을 자제해달라고 거듭 호소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들 젊은 층이 감염돼 집으로 돌아갔을 때,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2차 전파'를 일으키는 상황을 방역 당국은 가장 우려했습니다.


그런데 우려가 현실이 됐습니다. 5월 31일부터 6월 6일까지 신규 확진자 278명을 살펴보면 65세 이상 노인 확진자 수는 74명, 26.6%로 2030 세대를 넘어선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은경 "방역당국이 가장 우려했던 상황"

방역 당국도 "이 같은 상황을 가장 우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사회 활동이 비교적 많고 증상도 경증인 경우가 많은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유행이 시작하면, 언젠가는 가족 내 밀접접촉을 통해 고령층에 2차 전파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정은경 본부장은 어제(9일) 브리핑에서 "2차 공격률 자체가 가장 많은 집단이 사실 가족 간 접촉"이라며 "가족 접촉의 경우 2차 전파율이 16.1%나 되는데, 만약 100명의 가족이 있다고 하면 확률적으로 16명 이상이 2차 전파가 될 정도로 매우 높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치명률입니다.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기저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도 많은 어르신이 비교적 건강한 청년층보다 사망에 이를 확률이 더 높습니다. 실제로 오늘(10일) 0시를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을 보면, 전체 확진자의 평균 치명률은 2.32%에 그쳤지만, 70대 확진자는 10.36%, 80세 이상 확진자는 49.28%나 돼 큰 차이를 보입니다.

"똘똘한 치료제 아직 없어…밀폐시설 피해야"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똘똘한, 아주 효과적인 치료제가 아직 없으니 몸 안에 면역시스템이 이겨내 회복을 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젊은 사람은 대부분 면역이 튼튼해 바이러스를 이기고 회복하지만, 60세 이상이나 만성 질환자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된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고령으로 인한 면역 노화로 기능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만성 질환 자체가 면역을 떨어뜨려 2중·3중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을 잘할 수 없게 된다"고 진단했습니다.

전문가들이 꼽은 65세 이상 환자들이 가장 피해야 할 곳은 '밀폐된 시설'입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다수가 1~2m 안에서 밀집해 노래를 부르거나, 얘기하고, 식사하는 환경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최악'이라는 겁니다.

방역 당국도 창문이 없거나 환기가 안 되는 밀폐된 장소에서 열리는 모임은 피하고, 불가피하게 참석해야 한다면 식사나 노래 부르기는 자제하고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사용해달라고 거듭 요청했습니다. 또, 전화 진료를 통해 정기적 진료를 받고, 병원을 갈 때는 마스크를 꼭 착용해 만성질환 치료를 잘 챙겨달라고도 부탁했습니다.

아울러 건강관리를 위해 가정에서 매일 체조 등의 운동을 하고, 한산한 시간대와 장소에서 주기적으로 걷기 같은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뉴노멀'을 강요해"

그런데 어르신들만 조심한다고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우리는 가족과 '밀접접촉'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가족 간 전파에 대한 경각심은 낮은 게 사실이죠. 젊은 층이 외부에서 감염됐을 때 증상이 없을 수 있지만, 이 무증상 시기에도 어르신들에게 전파는 일어날 수 있습니다.

김우주 교수는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만 주의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가정 내에서 젊은 사람이 밖에서 감염돼 고령자나 어르신들에게 퍼뜨리는 상황이 종종 있다"며 "그 얘기는 가족 간 밀접접촉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지금의 국내 수도권 상황에서는 가족 중 고령자나 만성질환자가 있다면 될 수 있으면 대면 접촉을 피하고, 휴대전화나 유선으로 안부를 묻는 게 좋다"며 "일가족이 함께 사는 경우 가급적 2m 거리를 두고 이야기를 하는 게 좋다"고도 했습니다.

사실 가족 간 거리를 둔다는 것이 조금은 낯설고 어색합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는 적어도 감염병 대유행 상황 속에서만큼은 내 가족, 특히 우리 어르신들을 지키기 위해 가족 간 일정 거리를 두는 '뉴 노멀'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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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노멀’ 강요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족 간에도 거리 두기 필요”
    • 입력 2020-06-10 20:19:48
    취재K
'코로나19'에 감염된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급격하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신규 확진자의 대다수는 20~30대 젊은 층이었는데요. 이달 들어 그 상황이 역전됐습니다.

65세 이상 비중 '26.6%'… 2~30대를 넘어서다

5월 3일에서 9일 사이, 65세 이상 신규 확진자는 3명이었습니다. 이 주 신규 확진자 수가 60명이었으니 5%였던 셈이죠. 반면, 19~39세 확진자는 39명으로 65%를 차지했습니다. 황금연휴가 끝나고 이태원 유흥시설을 중심으로 수도권 내 집단 감염이 일어나던 때였습니다.

흐름은 한동안 지속했습니다. 다음 주인 5월 10일에서 16일, 전체 신규 확진자 197명 가운데 19~39세는 131명으로 전체의 66.5%였습니다. 방역 당국은 아무리 건강한 젊은 층일지라도 감염병 대유행은 피해갈 수는 없다며 '바깥 활동'을 자제해달라고 거듭 호소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들 젊은 층이 감염돼 집으로 돌아갔을 때,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2차 전파'를 일으키는 상황을 방역 당국은 가장 우려했습니다.


그런데 우려가 현실이 됐습니다. 5월 31일부터 6월 6일까지 신규 확진자 278명을 살펴보면 65세 이상 노인 확진자 수는 74명, 26.6%로 2030 세대를 넘어선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은경 "방역당국이 가장 우려했던 상황"

방역 당국도 "이 같은 상황을 가장 우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사회 활동이 비교적 많고 증상도 경증인 경우가 많은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유행이 시작하면, 언젠가는 가족 내 밀접접촉을 통해 고령층에 2차 전파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정은경 본부장은 어제(9일) 브리핑에서 "2차 공격률 자체가 가장 많은 집단이 사실 가족 간 접촉"이라며 "가족 접촉의 경우 2차 전파율이 16.1%나 되는데, 만약 100명의 가족이 있다고 하면 확률적으로 16명 이상이 2차 전파가 될 정도로 매우 높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치명률입니다.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기저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도 많은 어르신이 비교적 건강한 청년층보다 사망에 이를 확률이 더 높습니다. 실제로 오늘(10일) 0시를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을 보면, 전체 확진자의 평균 치명률은 2.32%에 그쳤지만, 70대 확진자는 10.36%, 80세 이상 확진자는 49.28%나 돼 큰 차이를 보입니다.

"똘똘한 치료제 아직 없어…밀폐시설 피해야"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똘똘한, 아주 효과적인 치료제가 아직 없으니 몸 안에 면역시스템이 이겨내 회복을 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젊은 사람은 대부분 면역이 튼튼해 바이러스를 이기고 회복하지만, 60세 이상이나 만성 질환자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된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고령으로 인한 면역 노화로 기능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만성 질환 자체가 면역을 떨어뜨려 2중·3중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을 잘할 수 없게 된다"고 진단했습니다.

전문가들이 꼽은 65세 이상 환자들이 가장 피해야 할 곳은 '밀폐된 시설'입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다수가 1~2m 안에서 밀집해 노래를 부르거나, 얘기하고, 식사하는 환경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최악'이라는 겁니다.

방역 당국도 창문이 없거나 환기가 안 되는 밀폐된 장소에서 열리는 모임은 피하고, 불가피하게 참석해야 한다면 식사나 노래 부르기는 자제하고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사용해달라고 거듭 요청했습니다. 또, 전화 진료를 통해 정기적 진료를 받고, 병원을 갈 때는 마스크를 꼭 착용해 만성질환 치료를 잘 챙겨달라고도 부탁했습니다.

아울러 건강관리를 위해 가정에서 매일 체조 등의 운동을 하고, 한산한 시간대와 장소에서 주기적으로 걷기 같은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뉴노멀'을 강요해"

그런데 어르신들만 조심한다고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우리는 가족과 '밀접접촉'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가족 간 전파에 대한 경각심은 낮은 게 사실이죠. 젊은 층이 외부에서 감염됐을 때 증상이 없을 수 있지만, 이 무증상 시기에도 어르신들에게 전파는 일어날 수 있습니다.

김우주 교수는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만 주의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가정 내에서 젊은 사람이 밖에서 감염돼 고령자나 어르신들에게 퍼뜨리는 상황이 종종 있다"며 "그 얘기는 가족 간 밀접접촉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지금의 국내 수도권 상황에서는 가족 중 고령자나 만성질환자가 있다면 될 수 있으면 대면 접촉을 피하고, 휴대전화나 유선으로 안부를 묻는 게 좋다"며 "일가족이 함께 사는 경우 가급적 2m 거리를 두고 이야기를 하는 게 좋다"고도 했습니다.

사실 가족 간 거리를 둔다는 것이 조금은 낯설고 어색합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는 적어도 감염병 대유행 상황 속에서만큼은 내 가족, 특히 우리 어르신들을 지키기 위해 가족 간 일정 거리를 두는 '뉴 노멀'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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