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히딩크 발언은 오해” 해명에도…격화되는 당 정체성 논란

입력 2020.06.11 (07: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보수 정당을 자처하는 미래통합당 내부에서 당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논란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취임 당시 "나는 보수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정책을 만드는데 진보와 보수를 나누지 말자"라고 언급한 데서 시작됐지만, 취임 10일 만에 당내 중진 인사들이 '보수 정체성' 논란에 가세한 상황입니다.


원희룡 "외부 히딩크 감독, 진보의 아류" vs 김종인 "공부 좀 하고 이야기해야"

이미 대선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그제(9일) 강연이 기폭제였습니다. 원 지사는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진보의 아류가 되어선 영원한 2등이고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 보수는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유전자"라며 김 비대위원장을 '외부의 히딩크 감독'에 비유하기까지 했습니다.

김 비대위원장을 겨냥한 원 지사의 말이 기사화되자, 원 지사는 김 위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부 히딩크' 발언 등이 자신의 진의와 다르게 기사화됐다며 "오해"라고 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김 비대위원장은 어제(10일) "비대위에서 하는 일을 진보의 아류라고 한 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제대로 공부를 하고서 얘기하는 게 좋을 거 같다"며 불쾌감을 표시했습니다.


당 정체성 사수 나선 중진 의원들 … "(김종인은) 이방인", "이게 우파의 정체성인가"

그러나 '미래혁신포럼'을 이끌었던 장제원 의원은 어제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희룡 지사를 '대선 후보감'이라고 추켜세우는 글을 올리면서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는 '이방인'이라고 지칭하며 비난을 이어갔습니다.

장 의원은 원 지사에 대해 "보수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명강연"이라고 말하면서, "보수가 싫다,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라는 어느 이방인의 조롱 섞인 짜증이 아니라, 원 지사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보수의 자존심을 상기시켰다"며 당적이 없는 김 비대위원장을 '어느 이방인'이라며 비판했습니다.

당내 중진인 서병수 의원 또한 어제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미래통합당의 정체성을 염려하는 의견도 많이 듣고 있다"며 "'보수'라는 용어, '자유 우파'라는 표현은 참말로 앞으로는 입에 담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과연 이게 제가 지켜온 우파 정당의 정체성이냐"라고 당 정체성 논란에 가세했습니다.


중진 의원들 "보수 가치 버리자는 거냐" vs 김종인 "그런 이념적인 이야기 아냐"

김 비대위원장이 당내 소통을 위해 처음으로 주재한 중진연석회의에서도 보수 정체성에 관한 설전이 오갔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권영세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일부 의원들이 김 위원장에게 보수와 진보를 나누지 말자는 거냐는 질문이 나왔다"면서 이에 김 비대위원장이 "보수 가치를 버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잘 해보자는 거다"라고 설명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명수 의원 또한 회의 참석 후 "보수, 진보 가리지 말라는 의원들 반발을 인식했던지 김 비대위원장이 그에 대해 언급을 했다"면서 "정책을 선도적으로 한다는 이야기지 이념적인 이야기가 아니라고 해명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종인 "보수 가치 부정하지 않는다" … 당내 논란 차단 나서

김 비대위원장은 중진연석회의를 시작으로, 의원들과 원외 인사를 차례로 만나 소통과 결속을 다지는 '식사 정치'를 이어가며 내부 잡음 차단에 나설 예정입니다.

김은혜 대변인은 김 비대위원장이 어제 통합당 초선의원들과 오찬을 갖고 "우리 당이 잘못되면 민주정치의 균형이 무너진다. 격의 없이 의견을 내어달라"고 다독이면서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한 것이지 보수를 버리라는 말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입장 교환이 있었고 앞으로도 현역의원과의 만남은 지속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원희룡 “히딩크 발언은 오해” 해명에도…격화되는 당 정체성 논란
    • 입력 2020-06-11 07:01:34
    취재K
전통적인 보수 정당을 자처하는 미래통합당 내부에서 당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논란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취임 당시 "나는 보수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정책을 만드는데 진보와 보수를 나누지 말자"라고 언급한 데서 시작됐지만, 취임 10일 만에 당내 중진 인사들이 '보수 정체성' 논란에 가세한 상황입니다.


원희룡 "외부 히딩크 감독, 진보의 아류" vs 김종인 "공부 좀 하고 이야기해야"

이미 대선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그제(9일) 강연이 기폭제였습니다. 원 지사는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진보의 아류가 되어선 영원한 2등이고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 보수는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유전자"라며 김 비대위원장을 '외부의 히딩크 감독'에 비유하기까지 했습니다.

김 비대위원장을 겨냥한 원 지사의 말이 기사화되자, 원 지사는 김 위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부 히딩크' 발언 등이 자신의 진의와 다르게 기사화됐다며 "오해"라고 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김 비대위원장은 어제(10일) "비대위에서 하는 일을 진보의 아류라고 한 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제대로 공부를 하고서 얘기하는 게 좋을 거 같다"며 불쾌감을 표시했습니다.


당 정체성 사수 나선 중진 의원들 … "(김종인은) 이방인", "이게 우파의 정체성인가"

그러나 '미래혁신포럼'을 이끌었던 장제원 의원은 어제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희룡 지사를 '대선 후보감'이라고 추켜세우는 글을 올리면서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는 '이방인'이라고 지칭하며 비난을 이어갔습니다.

장 의원은 원 지사에 대해 "보수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명강연"이라고 말하면서, "보수가 싫다,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라는 어느 이방인의 조롱 섞인 짜증이 아니라, 원 지사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보수의 자존심을 상기시켰다"며 당적이 없는 김 비대위원장을 '어느 이방인'이라며 비판했습니다.

당내 중진인 서병수 의원 또한 어제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미래통합당의 정체성을 염려하는 의견도 많이 듣고 있다"며 "'보수'라는 용어, '자유 우파'라는 표현은 참말로 앞으로는 입에 담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과연 이게 제가 지켜온 우파 정당의 정체성이냐"라고 당 정체성 논란에 가세했습니다.


중진 의원들 "보수 가치 버리자는 거냐" vs 김종인 "그런 이념적인 이야기 아냐"

김 비대위원장이 당내 소통을 위해 처음으로 주재한 중진연석회의에서도 보수 정체성에 관한 설전이 오갔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권영세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일부 의원들이 김 위원장에게 보수와 진보를 나누지 말자는 거냐는 질문이 나왔다"면서 이에 김 비대위원장이 "보수 가치를 버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잘 해보자는 거다"라고 설명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명수 의원 또한 회의 참석 후 "보수, 진보 가리지 말라는 의원들 반발을 인식했던지 김 비대위원장이 그에 대해 언급을 했다"면서 "정책을 선도적으로 한다는 이야기지 이념적인 이야기가 아니라고 해명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종인 "보수 가치 부정하지 않는다" … 당내 논란 차단 나서

김 비대위원장은 중진연석회의를 시작으로, 의원들과 원외 인사를 차례로 만나 소통과 결속을 다지는 '식사 정치'를 이어가며 내부 잡음 차단에 나설 예정입니다.

김은혜 대변인은 김 비대위원장이 어제 통합당 초선의원들과 오찬을 갖고 "우리 당이 잘못되면 민주정치의 균형이 무너진다. 격의 없이 의견을 내어달라"고 다독이면서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한 것이지 보수를 버리라는 말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입장 교환이 있었고 앞으로도 현역의원과의 만남은 지속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