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206회 완주한 이영균씨 “박영석 추억하며 8,848km 달린다”

입력 2020.06.1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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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이 완주하면 제가 기다렸다가 골라인에서 업고 들어오겠다."

2006년 산악인 박영석 대장이 동국대 산악부 선배 이영균씨(73)에게 한 말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박대장은 그해 히말라야 에베레스트(8,848m) 횡단 등정을 앞두고 있었다. 마라톤 동호인이기도 한 이영균씨는 후배 박대장이 등정에 성공하면 자신은 앞으로 8,848km를 완주하겠다고 약속했다. 박대장이 '수직'에서 8,848m를 오를 때 자신은 '수평'에서 8,848km를 달리겠다는 의미였다. 풀코스 마라톤 210회를 달리면 8,848km를 돌파한다.

이영균씨는 2011년 10월 말 춘천마라톤에서 풀코스 마라톤(42.195km) 100회째를 달렸다. 이영균씨는 그때를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영석이가 100회 때도 축하해 준다고 했는데...그러지 못했다." 박대장은 그해 10월 18일 대원 2명과 안나푸르나 남벽 신루트를 개척하다가 실종됐다.

2011년에만 38회 완주, 지금까지 206회 완주

'철각(鐵脚)' 이영균씨는 2011년 한해만 무려 38회를 완주했다. 당연히 모두 풀코스였고, 64세 때였다. 이후 고관절 부상으로 잠시 쉬어야 한 적도 있었지만, 다시 일어나 지금까지 206회 완주를 기록했다. 지난 7일 서울 도림천 인근에서 열린 공원사랑마라톤대회에서 206번째를 완주했다. 2003년 마라톤 입문 당시 3시간 30분대 기록은 4시간 30분대로 늦춰졌지만, 노익장의 기세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영균씨는 "코로나19로 큰 대회들이 많이 취소돼 아쉽다. 동호인들만 출전하는 소규모 대회는 열리고 있다. 앞서 3월 8일 200회째를 완주했을 때 소속 동호인들에게나 산악회 동료들로부터 많은 축하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영균씨는 히말라야의 영혼이 된 박영석과의 약속을 조만간 지키게 된다. "남은 4번을 6월 안에 달려 210회 완주를 달성하고 싶다. 하지만 빨리 채우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몸 상태를 보며 달리겠다."라고 말했다.

이영균씨의 이같은 질주는 산악계 몇몇 지인들도 알고 있다. 박대장의 동국대 산악부 동기인 김진성씨는 "대단하신 분이다. 200회 이상을 풀코스로. 철인이다. 열정이 엄청나다. 영석이가 등정 갈 때마다 심적으로 많이 후원해 주신 분이다."라고 밝혔다.


재단법인 박영석탐험문화재단 이사장 역임

이영균씨는 동국산악회, 한국산악동지회, 한국대학산악연맹 회장 등을 지냈다. 2016년부터는 재단법인 박영석탐험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2005년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히말라야 8천m급 14좌-7대륙 최고봉-3극점 등정)을 달성한 박대장의 도전 정신을 기리는 교양 과목도 모교 동국대에서 9년째 강의하고 있다.

이영균씨는 박대장을 그리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마라톤에 처음 입문해 완주하고 동호회 가입했을 때 영석이가 깜짝 놀라워했다. 210회를 완주해 8,848km를 돌파하면 약속을 지켰다며 하늘에서도 축하해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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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라톤 206회 완주한 이영균씨 “박영석 추억하며 8,848km 달린다”
    • 입력 2020-06-11 09: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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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이 완주하면 제가 기다렸다가 골라인에서 업고 들어오겠다."

2006년 산악인 박영석 대장이 동국대 산악부 선배 이영균씨(73)에게 한 말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박대장은 그해 히말라야 에베레스트(8,848m) 횡단 등정을 앞두고 있었다. 마라톤 동호인이기도 한 이영균씨는 후배 박대장이 등정에 성공하면 자신은 앞으로 8,848km를 완주하겠다고 약속했다. 박대장이 '수직'에서 8,848m를 오를 때 자신은 '수평'에서 8,848km를 달리겠다는 의미였다. 풀코스 마라톤 210회를 달리면 8,848km를 돌파한다.

이영균씨는 2011년 10월 말 춘천마라톤에서 풀코스 마라톤(42.195km) 100회째를 달렸다. 이영균씨는 그때를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영석이가 100회 때도 축하해 준다고 했는데...그러지 못했다." 박대장은 그해 10월 18일 대원 2명과 안나푸르나 남벽 신루트를 개척하다가 실종됐다.

2011년에만 38회 완주, 지금까지 206회 완주

'철각(鐵脚)' 이영균씨는 2011년 한해만 무려 38회를 완주했다. 당연히 모두 풀코스였고, 64세 때였다. 이후 고관절 부상으로 잠시 쉬어야 한 적도 있었지만, 다시 일어나 지금까지 206회 완주를 기록했다. 지난 7일 서울 도림천 인근에서 열린 공원사랑마라톤대회에서 206번째를 완주했다. 2003년 마라톤 입문 당시 3시간 30분대 기록은 4시간 30분대로 늦춰졌지만, 노익장의 기세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영균씨는 "코로나19로 큰 대회들이 많이 취소돼 아쉽다. 동호인들만 출전하는 소규모 대회는 열리고 있다. 앞서 3월 8일 200회째를 완주했을 때 소속 동호인들에게나 산악회 동료들로부터 많은 축하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영균씨는 히말라야의 영혼이 된 박영석과의 약속을 조만간 지키게 된다. "남은 4번을 6월 안에 달려 210회 완주를 달성하고 싶다. 하지만 빨리 채우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몸 상태를 보며 달리겠다."라고 말했다.

이영균씨의 이같은 질주는 산악계 몇몇 지인들도 알고 있다. 박대장의 동국대 산악부 동기인 김진성씨는 "대단하신 분이다. 200회 이상을 풀코스로. 철인이다. 열정이 엄청나다. 영석이가 등정 갈 때마다 심적으로 많이 후원해 주신 분이다."라고 밝혔다.


재단법인 박영석탐험문화재단 이사장 역임

이영균씨는 동국산악회, 한국산악동지회, 한국대학산악연맹 회장 등을 지냈다. 2016년부터는 재단법인 박영석탐험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2005년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히말라야 8천m급 14좌-7대륙 최고봉-3극점 등정)을 달성한 박대장의 도전 정신을 기리는 교양 과목도 모교 동국대에서 9년째 강의하고 있다.

이영균씨는 박대장을 그리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마라톤에 처음 입문해 완주하고 동호회 가입했을 때 영석이가 깜짝 놀라워했다. 210회를 완주해 8,848km를 돌파하면 약속을 지켰다며 하늘에서도 축하해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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