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윤보다 사람 목숨이 중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입력 2020.06.1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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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강은미, 류호정 의원이 오늘(11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습니다. 정의당에서 나온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고 노회찬 전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에서 기업에 대한 처벌과 책임 부분이 더욱 강화됐습니다.

강은미, 류호정 두 의원은 오늘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는 사람의 목숨이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핵심1) "입증 책임은 사업주, 법인, 발주 기관에 있다"

이번 '중대재해 기업처벌 법안'의 첫 번째 핵심은 분쟁 발생 시 입증책임을 법인 또는 기관의 경영책임자 등이 지도록 한 점입니다.

지금까지는 산재로 인한 사망 또는 중대재해 발생 시, 모든 면에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노동자와 그 유족이 기업과 경영주를 상대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입증해야 했습니다. 흔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불렸고, 법정 다툼 과정에서 희망을 잃고 포기하거나 더 큰 삶의 상처를 입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핵심2) "하청에 재하청 해도 원청 사업주 처벌"

이와 함께 주로 하급 관리자만 처벌하며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명목상 책임자가 아니더라도 사고 원인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습니다.

또 감독 및 인허가 의무 또는 권한이 있는 기관의 장 또는 상급자도 처벌하고, 하청에 또 하청이 이뤄지며 책임자가 특정되지 않아 처벌하지 못하던 것도 '원청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안을 내놨습니다.

■핵심3) 양형 선고기일 별도 지정

이와 함께 현실적이고 국민 법인식에 맞는 수준으로 처벌이 가능하도록, 양형 선고기일을 별도로 지정하는 규정이 법안에 들어있습니다.

유무죄는 재판장이 선고하되, 얼마나 어떻게 처벌할지는 별도의 양형위원회를 구성해 산업재해 전문가들이 심사해 결정하도록 하자는 겁니다.

■핵심4) 벌금ᆞ손해배상 하한형 설정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산재 사망사고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 법인은 10억 원 이하로만 설정돼있어 하한선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산재 사망사고 시 벌금 규정은 1억 원 이하지만, 실제 벌금은 평균 448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사람이 산업재해로 숨져도, 책임자는 500만 원도 안 되는 벌금만 내면 끝이었던 겁니다.

이와 함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 또는 중대재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손해액의 3배 이상, 10배 이하로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즉 최소 3배는 손해를 배상하라는 안입니다. 지금은 '최고 10배를 넘지 않도록 한다'고만 돼 있습니다.

■ 문제는 구체성ᆢ"준법 의지 있어도 몰라서 못 지킨다"

그런데 법을 지키려는 의지가 충만해도 몰라서 범법자가 되기 십상이라고 업계와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법률이 구체적이지 않아서 업주마다 해석이 제각각일 빌미가 되고, 결국 참담한 사고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이천물류사업장 화재 현장 유가족이천물류사업장 화재 현장 유가족

예를 들어 이천물류사업장 화재처럼 위험한 작업현장에는 작업 관리자를 두게 돼 있지만, 장작 작업관리자의 정의나 역할이 분명하지 않아 대표이사가 현장 작업 관리자로 지정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현장 안전과는 너무나 괴리된 단면이죠.

■ 전문가 "또다시 소리만 요란할까 우려"

이 때문에 서울과학술대학교 산업안전과 정진우 교수는 "법조문을 아무리 들여다봤자 어떻게 해야 법을 어기게 된다는 건지, 법을 지킬 수 있는지를 알 수 없는데 또 더 세게 처벌하겠다고 큰소리만 치는 꼴이 될까 걱정스럽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현재 산업안전법의 비구체성을 보완하지 않고 또 처벌 규정만 더 세게 한다면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지적입니다.

국회 상임위를 거치며 오늘 발의된 정의당의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안이 업계와 산재 전문가들도 수긍할 수 있는 현실성과 실효성을 갖추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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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 이윤보다 사람 목숨이 중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 입력 2020-06-11 13:35:17
    취재K
정의당 강은미, 류호정 의원이 오늘(11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습니다. 정의당에서 나온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고 노회찬 전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에서 기업에 대한 처벌과 책임 부분이 더욱 강화됐습니다.

강은미, 류호정 두 의원은 오늘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는 사람의 목숨이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핵심1) "입증 책임은 사업주, 법인, 발주 기관에 있다"

이번 '중대재해 기업처벌 법안'의 첫 번째 핵심은 분쟁 발생 시 입증책임을 법인 또는 기관의 경영책임자 등이 지도록 한 점입니다.

지금까지는 산재로 인한 사망 또는 중대재해 발생 시, 모든 면에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노동자와 그 유족이 기업과 경영주를 상대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입증해야 했습니다. 흔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불렸고, 법정 다툼 과정에서 희망을 잃고 포기하거나 더 큰 삶의 상처를 입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핵심2) "하청에 재하청 해도 원청 사업주 처벌"

이와 함께 주로 하급 관리자만 처벌하며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명목상 책임자가 아니더라도 사고 원인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습니다.

또 감독 및 인허가 의무 또는 권한이 있는 기관의 장 또는 상급자도 처벌하고, 하청에 또 하청이 이뤄지며 책임자가 특정되지 않아 처벌하지 못하던 것도 '원청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안을 내놨습니다.

■핵심3) 양형 선고기일 별도 지정

이와 함께 현실적이고 국민 법인식에 맞는 수준으로 처벌이 가능하도록, 양형 선고기일을 별도로 지정하는 규정이 법안에 들어있습니다.

유무죄는 재판장이 선고하되, 얼마나 어떻게 처벌할지는 별도의 양형위원회를 구성해 산업재해 전문가들이 심사해 결정하도록 하자는 겁니다.

■핵심4) 벌금ᆞ손해배상 하한형 설정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산재 사망사고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 법인은 10억 원 이하로만 설정돼있어 하한선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산재 사망사고 시 벌금 규정은 1억 원 이하지만, 실제 벌금은 평균 448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사람이 산업재해로 숨져도, 책임자는 500만 원도 안 되는 벌금만 내면 끝이었던 겁니다.

이와 함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 또는 중대재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손해액의 3배 이상, 10배 이하로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즉 최소 3배는 손해를 배상하라는 안입니다. 지금은 '최고 10배를 넘지 않도록 한다'고만 돼 있습니다.

■ 문제는 구체성ᆢ"준법 의지 있어도 몰라서 못 지킨다"

그런데 법을 지키려는 의지가 충만해도 몰라서 범법자가 되기 십상이라고 업계와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법률이 구체적이지 않아서 업주마다 해석이 제각각일 빌미가 되고, 결국 참담한 사고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이천물류사업장 화재 현장 유가족
예를 들어 이천물류사업장 화재처럼 위험한 작업현장에는 작업 관리자를 두게 돼 있지만, 장작 작업관리자의 정의나 역할이 분명하지 않아 대표이사가 현장 작업 관리자로 지정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현장 안전과는 너무나 괴리된 단면이죠.

■ 전문가 "또다시 소리만 요란할까 우려"

이 때문에 서울과학술대학교 산업안전과 정진우 교수는 "법조문을 아무리 들여다봤자 어떻게 해야 법을 어기게 된다는 건지, 법을 지킬 수 있는지를 알 수 없는데 또 더 세게 처벌하겠다고 큰소리만 치는 꼴이 될까 걱정스럽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현재 산업안전법의 비구체성을 보완하지 않고 또 처벌 규정만 더 세게 한다면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지적입니다.

국회 상임위를 거치며 오늘 발의된 정의당의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안이 업계와 산재 전문가들도 수긍할 수 있는 현실성과 실효성을 갖추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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