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은 겁먹은 개’라던 北 권정근 “미국, 어처구니 없다”

입력 2020.06.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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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먹은 개가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8월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이 청와대를 비판하며 발표한 담화 가운데 일부입니다. 당시 실시된 한미연합훈련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청와대를 '겁먹은 개'에 비유했습니다. 담화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웃기는 것'이라고 지칭하며 비아냥댔고,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를 놓고 남한 당국이 '새벽잠까지 설쳐 대며 허우적댄다'고 조롱했습니다. 통일부는 "북한 외무성이 우리 정부 등을 비난하는 것은 남북관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례적으로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권정근이 돌아왔다

해당 담화의 주인공, 앞서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을 '저질적인 인간'이라고 부르며 교체를 요구했던 인물, 바로 권정근입니다. 막말로 이름을 떨쳐 대미 라인 '공격수'라고 불렸던 권정근은 지난해 10월쯤 외무성 순회대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미국 담당국장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해 11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에 차석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이 권정근이 오늘(12일) 다시 대미 담당 국장 직함을 달고 돌아왔습니다.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이라는 형식을 통해서입니다. 담화 발표보다는 다소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번에는 미국을 비난했습니다. 어제 미국 국무부가 남북 간 연락을 끊고 나선 북한에 대해 "실망했다. 북한이 외교와 협력으로 돌아오기 촉구한다"라는 논평을 낸 것에 대한 반응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이 11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권정근 국장 발언을 ‘중요 소식’으로 분류해 공개했다.조선중앙통신이 11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권정근 국장 발언을 ‘중요 소식’으로 분류해 공개했다.

"미국, 어처구니 없다...시비질 말라"

권정근 국장은 미국에 대해 "주제넘게 참견하려 든다. 부질없는 망언을 늘어놓고 있는데 어처구니가 없다"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면서 한반도 내부 문제에 간섭하지 말라는 기존 주장을 강도 높게 되풀이했습니다. "남북관계는 철두철미 민족 내부 문제로서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시비질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권 국장은 흑인 사망에 대한 항의 시위와 코로나 19 확산 등으로 어지러운 미국 내부의 상황도 겨냥했습니다. "제 집안일을 돌볼 생각은 하지 않고 남의 집 일에 쓸데없이 끼어들며 함부로 말을 내뱉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좋지 못한 일에 부닥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와 미국 사이에 따로 계산할 것도 적지 않은데 괜히 남조선의 하내비(할아버지) 노릇까지 하다가 남이 당할 화까지 스스로 뒤집어쓸 필요가 있겠는가.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잘하라"는 조언(?)도 내놨습니다.

권 국장이 말한 미국에 '좋지 못한 일', '끔찍한 일'이 무엇인지는 명확지 않습니다. 최악의 경우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미사일, 즉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아니면 핵실험 같은 강도 높은 도발을 할 수 있다는 위협인 것으로 보입니다.

권정근 북한 미국 담당 국장이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동에 참석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권정근 북한 미국 담당 국장이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동에 참석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2년...의도는?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서도 좀처럼 진전이 없는 비핵화 협상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실망'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남북관계가 진전하는 기미를 보이면 그것을 막지 못해 몸살을 앓고, 악화하는 것 같으면 걱정이나 하는 듯이 노죽(마음에 들기 위해 하는 행동)을 부리는 미국의 이중적 행태에 염증이 난다. 미국의 그 '실망'을 지난 2년간 우리가 느끼는 환멸과 분노에 대비나 할 수 있는가"

권 국장은 2년을 강조했습니다. 바로 내일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2년이 되는 날임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시점에서 권 국장이 돌아와 미국을 향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미국은 상관하지 말라는 것인지, 자신들에게 관심을 더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는 것인지 당장 알기 힘듭니다. 막말로 유명했던 권정근 국장, 앞으로 그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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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은 겁먹은 개’라던 北 권정근 “미국, 어처구니 없다”
    • 입력 2020-06-11 15:30:18
    취재K
"겁먹은 개가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8월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이 청와대를 비판하며 발표한 담화 가운데 일부입니다. 당시 실시된 한미연합훈련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청와대를 '겁먹은 개'에 비유했습니다. 담화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웃기는 것'이라고 지칭하며 비아냥댔고,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를 놓고 남한 당국이 '새벽잠까지 설쳐 대며 허우적댄다'고 조롱했습니다. 통일부는 "북한 외무성이 우리 정부 등을 비난하는 것은 남북관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례적으로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권정근이 돌아왔다

해당 담화의 주인공, 앞서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을 '저질적인 인간'이라고 부르며 교체를 요구했던 인물, 바로 권정근입니다. 막말로 이름을 떨쳐 대미 라인 '공격수'라고 불렸던 권정근은 지난해 10월쯤 외무성 순회대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미국 담당국장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해 11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에 차석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이 권정근이 오늘(12일) 다시 대미 담당 국장 직함을 달고 돌아왔습니다.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이라는 형식을 통해서입니다. 담화 발표보다는 다소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번에는 미국을 비난했습니다. 어제 미국 국무부가 남북 간 연락을 끊고 나선 북한에 대해 "실망했다. 북한이 외교와 협력으로 돌아오기 촉구한다"라는 논평을 낸 것에 대한 반응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이 11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권정근 국장 발언을 ‘중요 소식’으로 분류해 공개했다.
"미국, 어처구니 없다...시비질 말라"

권정근 국장은 미국에 대해 "주제넘게 참견하려 든다. 부질없는 망언을 늘어놓고 있는데 어처구니가 없다"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면서 한반도 내부 문제에 간섭하지 말라는 기존 주장을 강도 높게 되풀이했습니다. "남북관계는 철두철미 민족 내부 문제로서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시비질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권 국장은 흑인 사망에 대한 항의 시위와 코로나 19 확산 등으로 어지러운 미국 내부의 상황도 겨냥했습니다. "제 집안일을 돌볼 생각은 하지 않고 남의 집 일에 쓸데없이 끼어들며 함부로 말을 내뱉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좋지 못한 일에 부닥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와 미국 사이에 따로 계산할 것도 적지 않은데 괜히 남조선의 하내비(할아버지) 노릇까지 하다가 남이 당할 화까지 스스로 뒤집어쓸 필요가 있겠는가.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잘하라"는 조언(?)도 내놨습니다.

권 국장이 말한 미국에 '좋지 못한 일', '끔찍한 일'이 무엇인지는 명확지 않습니다. 최악의 경우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미사일, 즉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아니면 핵실험 같은 강도 높은 도발을 할 수 있다는 위협인 것으로 보입니다.

권정근 북한 미국 담당 국장이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동에 참석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2년...의도는?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서도 좀처럼 진전이 없는 비핵화 협상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실망'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남북관계가 진전하는 기미를 보이면 그것을 막지 못해 몸살을 앓고, 악화하는 것 같으면 걱정이나 하는 듯이 노죽(마음에 들기 위해 하는 행동)을 부리는 미국의 이중적 행태에 염증이 난다. 미국의 그 '실망'을 지난 2년간 우리가 느끼는 환멸과 분노에 대비나 할 수 있는가"

권 국장은 2년을 강조했습니다. 바로 내일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2년이 되는 날임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시점에서 권 국장이 돌아와 미국을 향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미국은 상관하지 말라는 것인지, 자신들에게 관심을 더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는 것인지 당장 알기 힘듭니다. 막말로 유명했던 권정근 국장, 앞으로 그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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