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초등생 성폭행했다던 학원 女강사…징역 10년의 반전

입력 2020.06.1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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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남학생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보습학원 여성 강사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지난 2016년 세간을 충격에 빠뜨렸던 사건. 하지만 기소 후 1심 유죄, 2심 무죄, 대법원 무죄 확정의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 초등생들의 신고, 구체적인 진술...징역 10년

이 사건은 지난 2016년 당시 10대였던 B와 C 군이 보습학원 강사 A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들은 2016∼2017년 A씨가 학원이나 차 안에서 강제로 입을 맞추고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수차례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학원에서 A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진술도 했습니다.

1심 의정부지방법원은 피해자들의 상황 진술이 구체적이고 논리적이라며 이들의 진술이 믿을 만하다고 봤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신체 접촉이 있을 때 당시 상황뿐만 아니라 서로 주고받은 대화나 문자 메시지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A 씨 측은 추행하거나 간음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A 씨는 B 군이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한 날은 지방흡입 시술을 받아 병원에 입원한 시기였다는 점도 부각했지만, 재판부는 입원 치료 중이라고 해도 범행 사실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A씨는 1심에서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 성폭행 상황은 구체적 진술...앞뒤 안 맞는 행적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항소심은 좀 달랐습니다. 특히 1심과 달리 피해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1심에서 B 군은 그동안 '피해 당일 이유 없이 학교에 가기 싫어 결석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가 자신을 학원으로 불러내 성폭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B 군의 진술과는 달리 B 군이 결석한 날 적힌 사유가 다리 골절 때문이었다는 게 학교 출결 기록과 병원 사실조회 회신에 적혀 있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습니다. 병원에 간 사실이 나온 겁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법정에서 B 군에게 학교·병원 기록을 보여주며 결석 사유를 왜 다르게 진술했는지 물었지만, B 군은 "기억나지 않는다"고만 답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 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거의 모든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대답으로 일관하였다는 점은 시간의 경과에 따른 자연스러운 기억의 소실에 의한 것이라고 간단히 치부하기는 어렵고,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하여 피해자가 과연 진실하게 신고한 것이 맞는지에 관하여 의심을 품게 만드는 사정"이라며 B 군이 성폭행 당시 상황을 매우 구체적으로 기억해 진술하면서도 결석 사유에 대해서만 기억을 하지 못하는 점을 의심했습니다.

■ 역시 흔들린 또 다른 피해자 진술

재판부는 차량에서 추행을 당했다는 또 다른 피해자 C 군의 진술 역시 믿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B 군이 피고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였는지 상당한 의심이 드는 이상, 피해자들이 서로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 놓고 고민을 나누다가 학교에 알리게 된 것이 사실인지도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고 봤습니다.

C 군은 A 씨가 학원 차량에 함께 탄 다른 아이들을 내리게 한 뒤 자신을 추행했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내리라는 말은 주로 C 군이 했다는 증인신문 진술도 피해자들의 진술 신빙성을 낮췄습니다.

결국 항소심에서 A 씨는 강간 및 강제추행 사실이 인정되지 않아 아동복지법위반 혐의 역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오늘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 강사 A 씨에 대한 상고심 선고공판을 열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 A 씨를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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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 초등생 성폭행했다던 학원 女강사…징역 10년의 반전
    • 입력 2020-06-11 15:35:46
    취재K
초등학교 남학생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보습학원 여성 강사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지난 2016년 세간을 충격에 빠뜨렸던 사건. 하지만 기소 후 1심 유죄, 2심 무죄, 대법원 무죄 확정의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 초등생들의 신고, 구체적인 진술...징역 10년

이 사건은 지난 2016년 당시 10대였던 B와 C 군이 보습학원 강사 A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들은 2016∼2017년 A씨가 학원이나 차 안에서 강제로 입을 맞추고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수차례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학원에서 A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진술도 했습니다.

1심 의정부지방법원은 피해자들의 상황 진술이 구체적이고 논리적이라며 이들의 진술이 믿을 만하다고 봤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신체 접촉이 있을 때 당시 상황뿐만 아니라 서로 주고받은 대화나 문자 메시지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A 씨 측은 추행하거나 간음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A 씨는 B 군이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한 날은 지방흡입 시술을 받아 병원에 입원한 시기였다는 점도 부각했지만, 재판부는 입원 치료 중이라고 해도 범행 사실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A씨는 1심에서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 성폭행 상황은 구체적 진술...앞뒤 안 맞는 행적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항소심은 좀 달랐습니다. 특히 1심과 달리 피해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1심에서 B 군은 그동안 '피해 당일 이유 없이 학교에 가기 싫어 결석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가 자신을 학원으로 불러내 성폭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B 군의 진술과는 달리 B 군이 결석한 날 적힌 사유가 다리 골절 때문이었다는 게 학교 출결 기록과 병원 사실조회 회신에 적혀 있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습니다. 병원에 간 사실이 나온 겁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법정에서 B 군에게 학교·병원 기록을 보여주며 결석 사유를 왜 다르게 진술했는지 물었지만, B 군은 "기억나지 않는다"고만 답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 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거의 모든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대답으로 일관하였다는 점은 시간의 경과에 따른 자연스러운 기억의 소실에 의한 것이라고 간단히 치부하기는 어렵고,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하여 피해자가 과연 진실하게 신고한 것이 맞는지에 관하여 의심을 품게 만드는 사정"이라며 B 군이 성폭행 당시 상황을 매우 구체적으로 기억해 진술하면서도 결석 사유에 대해서만 기억을 하지 못하는 점을 의심했습니다.

■ 역시 흔들린 또 다른 피해자 진술

재판부는 차량에서 추행을 당했다는 또 다른 피해자 C 군의 진술 역시 믿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B 군이 피고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였는지 상당한 의심이 드는 이상, 피해자들이 서로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 놓고 고민을 나누다가 학교에 알리게 된 것이 사실인지도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고 봤습니다.

C 군은 A 씨가 학원 차량에 함께 탄 다른 아이들을 내리게 한 뒤 자신을 추행했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내리라는 말은 주로 C 군이 했다는 증인신문 진술도 피해자들의 진술 신빙성을 낮췄습니다.

결국 항소심에서 A 씨는 강간 및 강제추행 사실이 인정되지 않아 아동복지법위반 혐의 역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오늘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 강사 A 씨에 대한 상고심 선고공판을 열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 A 씨를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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