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사슬에 묶여 하루 한 끼로 연명…목숨 걸고 탈출

입력 2020.06.11 (21:21) 수정 2020.06.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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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향기로운 꽃으로 때려도 어린이 마음엔 상처가 남는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사랑의 회초리', 또 훈육이라는 의미의 체벌이 암묵적으로 허용돼왔죠.

체벌은 아동학대의 시작인 경우가 많고, 매 몇 대가 참담한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꽃보다 더 곱고 여린 아이들을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는데, 멍투성이인 채 발견된 창녕의 11살 어린이.

어떻게 학대당했고, 어떻게 도망쳐나왔는지 하나 둘 밝혀지고 있습니다.

박기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적이 드문 외진 시골 주택가, 여기 빌라 꼭대기 4층 집에서 11살 A양은 약 다섯 달 동안 쇠사슬로 묶여 감금당한 채 폭행과 학대에 시달렸습니다.

A양은 부모가 집안일을 시킬 때 잠시 사슬을 풀어준 틈을 타, 맨발로 가파른 지붕을 가로질러 이웃집으로 넘어갔습니다.

발을 헛디뎠다면 10여 m 아래로 떨어질 위험이 있었지만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집을 뛰쳐나왔습니다.

피해 아동은 부모의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이 가파른 지붕을 따라 옆집으로 탈출했습니다.

옆집 창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간 A양은 부엌에 남아 있던 컵라면과 음료를 급히 챙겨 먹고 바로 그 집을 나왔습니다.

[옆집 주민/음성변조 : "베란다 문을 열어놓는데, 아무도 없었는데 먹고 간 흔적이 있더라고요."]

옆집 현관문을 통해 빌라를 빠져나오는데 성공한 A양은 편도 1차로, 시골길을 따라 무작정 달아났습니다.

[김현석/목격 주민 : "엄마, 아빠한테 들킬까 봐 뒤쪽에 산이 있어요. 그쪽으로 탈출해서 나왔대요. 흙먼지 투성이었어요."]

한 주민이 다리를 절뚝거리며 길을 걷던 A양을 차량에 태워 먼저 가까운 편의점으로 데려갔습니다.

아이가 배가 고프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편의점에 와서도 A양은 누군가에 쫓기듯 불안감에 몸을 떨었습니다.

[김현석/목격 주민 : "얼굴은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였고, 덜덜 떨면서 여기저기 눈치 보는 상태였고, 걷는 것이 좀 불편했어요."]

먹고 싶은 것을 고르라는 말에 A양은 도시락과 물, 빵, 소시지를 골라 조심스럽게 먹었습니다.

A양은 경찰관이 데려다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가서야 그동안 얼마나 심한 학대를 당하고 고통 속에 살아왔는지 터놓았습니다.

부모들이 달궈진 프라이팬과 쇠젓가락으로 손발을 지졌고, 물이 가득한 욕조에 밀어 넣어 숨을 쉬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A양은 집으로 돌아가기 싫고, 학교는 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공혜정/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 "조기 발견 시스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동안 아무도 이 아이에 대해서 발견하지 못했는지 속상하고 안타깝습니다."]

A양 부모는 법원이 자녀들에 대한 임시보호명령을 내리자 자해 소동을 벌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기원입니다.

[알립니다] CCTV 관련 자막 위치가 잘못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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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쇠사슬에 묶여 하루 한 끼로 연명…목숨 걸고 탈출
    • 입력 2020-06-11 21:24:30
    • 수정2020-06-11 22:00:43
    뉴스 9
[앵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향기로운 꽃으로 때려도 어린이 마음엔 상처가 남는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사랑의 회초리', 또 훈육이라는 의미의 체벌이 암묵적으로 허용돼왔죠.

체벌은 아동학대의 시작인 경우가 많고, 매 몇 대가 참담한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꽃보다 더 곱고 여린 아이들을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는데, 멍투성이인 채 발견된 창녕의 11살 어린이.

어떻게 학대당했고, 어떻게 도망쳐나왔는지 하나 둘 밝혀지고 있습니다.

박기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적이 드문 외진 시골 주택가, 여기 빌라 꼭대기 4층 집에서 11살 A양은 약 다섯 달 동안 쇠사슬로 묶여 감금당한 채 폭행과 학대에 시달렸습니다.

A양은 부모가 집안일을 시킬 때 잠시 사슬을 풀어준 틈을 타, 맨발로 가파른 지붕을 가로질러 이웃집으로 넘어갔습니다.

발을 헛디뎠다면 10여 m 아래로 떨어질 위험이 있었지만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집을 뛰쳐나왔습니다.

피해 아동은 부모의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이 가파른 지붕을 따라 옆집으로 탈출했습니다.

옆집 창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간 A양은 부엌에 남아 있던 컵라면과 음료를 급히 챙겨 먹고 바로 그 집을 나왔습니다.

[옆집 주민/음성변조 : "베란다 문을 열어놓는데, 아무도 없었는데 먹고 간 흔적이 있더라고요."]

옆집 현관문을 통해 빌라를 빠져나오는데 성공한 A양은 편도 1차로, 시골길을 따라 무작정 달아났습니다.

[김현석/목격 주민 : "엄마, 아빠한테 들킬까 봐 뒤쪽에 산이 있어요. 그쪽으로 탈출해서 나왔대요. 흙먼지 투성이었어요."]

한 주민이 다리를 절뚝거리며 길을 걷던 A양을 차량에 태워 먼저 가까운 편의점으로 데려갔습니다.

아이가 배가 고프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편의점에 와서도 A양은 누군가에 쫓기듯 불안감에 몸을 떨었습니다.

[김현석/목격 주민 : "얼굴은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였고, 덜덜 떨면서 여기저기 눈치 보는 상태였고, 걷는 것이 좀 불편했어요."]

먹고 싶은 것을 고르라는 말에 A양은 도시락과 물, 빵, 소시지를 골라 조심스럽게 먹었습니다.

A양은 경찰관이 데려다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가서야 그동안 얼마나 심한 학대를 당하고 고통 속에 살아왔는지 터놓았습니다.

부모들이 달궈진 프라이팬과 쇠젓가락으로 손발을 지졌고, 물이 가득한 욕조에 밀어 넣어 숨을 쉬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A양은 집으로 돌아가기 싫고, 학교는 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공혜정/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 "조기 발견 시스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동안 아무도 이 아이에 대해서 발견하지 못했는지 속상하고 안타깝습니다."]

A양 부모는 법원이 자녀들에 대한 임시보호명령을 내리자 자해 소동을 벌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기원입니다.

[알립니다] CCTV 관련 자막 위치가 잘못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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