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은 그 동안 얼마나 뿌려졌을까?

입력 2020.06.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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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머리 위에 핵미사일"

한 탈북민 단체가 북한으로 날려 보낸 전단에 적힌 문구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사일을 들고 있는 모습도 그려져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북전단의 역사를 이렇게 설명한다.
"2000년대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탈북단체들이 간혹 뿌리다가 2010년도에 천안함 피격 사건 후 탈북단체들이 상당히 공개적으로 많이 뿌렸죠. 2014년도에 북한이 고사총을 전단에 발사해 접경지역에 있는 주민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위협이 됐습니다. 2016년 대법원 판례도 그런 취지에서 나온 것이죠. (2016년 대법원은 대북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 실현을 위한 방법이지만 국민의 생명에 급박하고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국가가 제지할 수 있다고 판결)

대북 전단은 얼마나 뿌려졌을까? 지난 10년 동안 최소 2천만 장 이상의 전단이 북한을 향해 날려진 것으로 파악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받은 '대북 전단 살포 현황' 통계에 따른 것이다.

통일부는 탈북민 단체 등이 언론에 살포 사실을 공개한 결과를 토대로 2008년 1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 116번에 걸쳐 모두 1천923만9천 장의 전단이 살포된 것으로 집계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38번은 얼마나 뿌렸는지 집계되지 않아, 실제는 이보다 더 많은 전단이 살포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단의 수량이 공개된 건 2010년 2월부터였는데 초기에 소규모였다가 점차 늘어났다. 2010년 2월 16일 자유북한운동연합이 파주에서 북한에 보낸 전단은 3만 장 가량이었다. 이후 한 번에 10만 장 규모로 늘어났고 2016년 2월 11일 인민의 소리가 파주에서 102만 장을 날려 보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한 번에 50만 장씩으로 고정됐다.

2012년부터는 전단과 함께 물품도 보내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2년 1월 1일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이 파주에서 전단 10만 장과 함께 컵라면 36개를 보냈고 그해 4월 15일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북한인민해방전선은 전단 20만 장과 DVD 300개, 1달러 지폐 1천 장, 소책자 100권을 날려 보냈다. 영상의 경우 과거에는 DVD로 보냈지만, 최근에는 이동식 저장장치 (USB)나 외부저장공간(SD카드로) 바뀌었다.

가장 전단살포를 많이 한 단체는 탈북민인 박상학 대표가 이끄는 자유북한운동연합으로 나타났다. 2008년부터 최근까지 81차례 대북 전단을 보낸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탈북민단체가 전단 살포를 진행했지만 2016년에는 미국 인권재단(HRF, Human Rights Foundation)이나 미국 인권 운동가인 수잔 솔티(Suzanne Scholte)가 함께 참여한 적도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정부가 전단 살포를 막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송영길 의원의 자료를 보면 경찰은 2008년 1차례, 2012년과 2013년 각각 2차례, 2014년 1차례, 2015년 4차례, 2016년 1차례, 2018년 1차례, 접경지역 주민 보호를 이유로 살포를 막은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해와 올해에도 전단 살포가 이뤄졌지만, 경찰의 조치는 없었다.

통일부는 오늘(11일) 대북전단 살포 활동을 벌여온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 2곳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에는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 인정되는 게 아니라 국가 안전 보장과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할 수 있으며(헌법 제37조) 기본권을 과잉 제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불법 행위를 규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 주민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게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에 기여하는 바는 있지만, 그 방식이 반드시 전단살포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해당 단체들은 이미 10년 넘게 전단이나 물품을 보내왔는데 북한이 비난한다고 이제 와서 이러는 건 정부의 지나친 저자세라고 항의하며 전단이나 쌀을 북한에 계속 보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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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북전단은 그 동안 얼마나 뿌려졌을까?
    • 입력 2020-06-12 09:00:16
    취재K
"민족의 머리 위에 핵미사일"

한 탈북민 단체가 북한으로 날려 보낸 전단에 적힌 문구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사일을 들고 있는 모습도 그려져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북전단의 역사를 이렇게 설명한다.
"2000년대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탈북단체들이 간혹 뿌리다가 2010년도에 천안함 피격 사건 후 탈북단체들이 상당히 공개적으로 많이 뿌렸죠. 2014년도에 북한이 고사총을 전단에 발사해 접경지역에 있는 주민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위협이 됐습니다. 2016년 대법원 판례도 그런 취지에서 나온 것이죠. (2016년 대법원은 대북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 실현을 위한 방법이지만 국민의 생명에 급박하고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국가가 제지할 수 있다고 판결)

대북 전단은 얼마나 뿌려졌을까? 지난 10년 동안 최소 2천만 장 이상의 전단이 북한을 향해 날려진 것으로 파악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받은 '대북 전단 살포 현황' 통계에 따른 것이다.

통일부는 탈북민 단체 등이 언론에 살포 사실을 공개한 결과를 토대로 2008년 1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 116번에 걸쳐 모두 1천923만9천 장의 전단이 살포된 것으로 집계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38번은 얼마나 뿌렸는지 집계되지 않아, 실제는 이보다 더 많은 전단이 살포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단의 수량이 공개된 건 2010년 2월부터였는데 초기에 소규모였다가 점차 늘어났다. 2010년 2월 16일 자유북한운동연합이 파주에서 북한에 보낸 전단은 3만 장 가량이었다. 이후 한 번에 10만 장 규모로 늘어났고 2016년 2월 11일 인민의 소리가 파주에서 102만 장을 날려 보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한 번에 50만 장씩으로 고정됐다.

2012년부터는 전단과 함께 물품도 보내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2년 1월 1일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이 파주에서 전단 10만 장과 함께 컵라면 36개를 보냈고 그해 4월 15일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북한인민해방전선은 전단 20만 장과 DVD 300개, 1달러 지폐 1천 장, 소책자 100권을 날려 보냈다. 영상의 경우 과거에는 DVD로 보냈지만, 최근에는 이동식 저장장치 (USB)나 외부저장공간(SD카드로) 바뀌었다.

가장 전단살포를 많이 한 단체는 탈북민인 박상학 대표가 이끄는 자유북한운동연합으로 나타났다. 2008년부터 최근까지 81차례 대북 전단을 보낸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탈북민단체가 전단 살포를 진행했지만 2016년에는 미국 인권재단(HRF, Human Rights Foundation)이나 미국 인권 운동가인 수잔 솔티(Suzanne Scholte)가 함께 참여한 적도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정부가 전단 살포를 막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송영길 의원의 자료를 보면 경찰은 2008년 1차례, 2012년과 2013년 각각 2차례, 2014년 1차례, 2015년 4차례, 2016년 1차례, 2018년 1차례, 접경지역 주민 보호를 이유로 살포를 막은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해와 올해에도 전단 살포가 이뤄졌지만, 경찰의 조치는 없었다.

통일부는 오늘(11일) 대북전단 살포 활동을 벌여온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 2곳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에는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 인정되는 게 아니라 국가 안전 보장과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할 수 있으며(헌법 제37조) 기본권을 과잉 제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불법 행위를 규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 주민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게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에 기여하는 바는 있지만, 그 방식이 반드시 전단살포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해당 단체들은 이미 10년 넘게 전단이나 물품을 보내왔는데 북한이 비난한다고 이제 와서 이러는 건 정부의 지나친 저자세라고 항의하며 전단이나 쌀을 북한에 계속 보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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