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2주년…‘비핵화’ 제자리 걸음 언제까지?

입력 2020.06.1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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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집중됐던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오늘로 2년이 됐습니다.

2018년 6월 12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는 순간, 전 세계는 70년 적대 관계를 이어오던 북미 관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2년이 흐름 지금,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어떻게 됐을까요?

북한 리선권 외무상북한 리선권 외무상

■ 북한 "싱가포르에서 악수한 손, 계속 잡고 있을 필요 있을까"

북한 리선권 외무상은 6·12 북미회담 2주년을 맞아 담화를 냈습니다.

"한껏 부풀어 올랐던 조미(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은 오늘날 절망으로 바뀌었고,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 번영에 대한 한 가닥 낙관마저 비관적 악몽 속에 사그라져 버렸다."

리선권 외무상은 미국을 탓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①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②미군 유해 송환 ③억류 미국인 귀환 ④ICBM 등 미사일 실험 중지 등의 조치를 했는데, 미국은 아무것도 안 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으름장을 놓습니다.

"최고 지도부와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가 유지된다고 하여 실제 조미(북미) 관계가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는데, 싱가포르에서 악수한 손을 계속 잡고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리선권 외무상은 "다시는 아무런 대가 없이 미국에 정치적 선전감이라는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북한은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것이 6·12 회담 2년을 맞아 북한이 미국에 보내는 답장이라는 겁니다.


■ 미국 "싱가포르 제안은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6·12 북미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입장을 내놨습니다.

"미국은 북한 사람들이 보다 더 밝은 미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북한과 의미 있는 협상에 관여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이런 제안은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다."

6·12 싱가포르 선언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뜻입니다. 싱가포르에서 합의했던 ①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②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③완전한 비핵화 ④유해 송환 등 4개 항에 대해 협상을 계속할 뜻이 있다고 손짓한 셈입니다.

미국은 그러면서 '유연한 접근'을 할 의향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우리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모든 약속에 대한 균형 잡힌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유연한 접근법을 취할 의향이 있다."

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을 할 의향이 있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이러한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선제적으로 '비핵화'라는 목표를 하향 조정할 거라고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외교 소식통은 "이 표현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면서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는 입장 차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 6·12 북미 정상회담으로 관계 개선 의지 밝혔지만…

6·12 북미 정상회담은 그 의미가 분명합니다. 비핵화와 북미 관계 개선 의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지난 2년 동안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자제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미국도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당시에 '총론'만 합의했을 뿐 방법론에 대해선 합의가 없었던 것은 문제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각론에 대한 접근이 더 어렵다는 것은 지난해 하노이 정상 회담에서 입증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하노이 회담과 그 이후의 논의 과정을 통해 북미 양측은 상대방이 무엇을 우선 원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는 상태입니다. 북한은 제재 완화와 체제 보장을 원하고 있고,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양측은 이제 추가 협상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각자의 입장은 충분히 교환됐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두 나라 모두 상대의 패를 알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타결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하지만 양쪽 모두 뿌리 깊은 불신으로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타결은 점차 요원해진 상황입니다.


■ "미국 대선 전까지 북미 관계 개선 어려울 것"

그렇다면 앞으로 북미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전문가들은 당분간 '정치적인 타결'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일단 미국 대선이 변수입니다. 현재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관심은 온통 재선에 집중돼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부실 대처와 경제적 타격 등으로 5개월도 남지 않은 대선 가도에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입니다.

양무진 교수는 "북미 간 기 싸움은 미국 대선까지 갈 것"이라며 "북한은 자신들을 건드리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과정이 힘들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향후 도발 행위에 대한 명분을 차곡차곡 축적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부터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 연락선 차단, 리선권 외무상 담화까지… 결국은 모두 미국에 대한 경고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은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전통적 우군인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정대진 아주대 아주통일연구소 교수는 "하반기 미국의 대선 결과를 관망하는 북한의 입장에서 선뜻 대화 재개를 하기도 어렵고, 트럼프 대통령 또한 비핵화 조건을 바꾸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임을출 교수는 "오는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든,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새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대북 적대시 정책들에 대해 재검토를 할 수 있는 국내 정치적 돌파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북미 관계는 '다람쥐 쳇바퀴'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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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미 정상회담 2주년…‘비핵화’ 제자리 걸음 언제까지?
    • 입력 2020-06-12 17:45:31
    취재K
전 세계의 집중됐던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오늘로 2년이 됐습니다.

2018년 6월 12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는 순간, 전 세계는 70년 적대 관계를 이어오던 북미 관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2년이 흐름 지금,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어떻게 됐을까요?

북한 리선권 외무상
■ 북한 "싱가포르에서 악수한 손, 계속 잡고 있을 필요 있을까"

북한 리선권 외무상은 6·12 북미회담 2주년을 맞아 담화를 냈습니다.

"한껏 부풀어 올랐던 조미(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은 오늘날 절망으로 바뀌었고,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 번영에 대한 한 가닥 낙관마저 비관적 악몽 속에 사그라져 버렸다."

리선권 외무상은 미국을 탓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①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②미군 유해 송환 ③억류 미국인 귀환 ④ICBM 등 미사일 실험 중지 등의 조치를 했는데, 미국은 아무것도 안 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으름장을 놓습니다.

"최고 지도부와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가 유지된다고 하여 실제 조미(북미) 관계가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는데, 싱가포르에서 악수한 손을 계속 잡고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리선권 외무상은 "다시는 아무런 대가 없이 미국에 정치적 선전감이라는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북한은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것이 6·12 회담 2년을 맞아 북한이 미국에 보내는 답장이라는 겁니다.


■ 미국 "싱가포르 제안은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6·12 북미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입장을 내놨습니다.

"미국은 북한 사람들이 보다 더 밝은 미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북한과 의미 있는 협상에 관여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이런 제안은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다."

6·12 싱가포르 선언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뜻입니다. 싱가포르에서 합의했던 ①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②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③완전한 비핵화 ④유해 송환 등 4개 항에 대해 협상을 계속할 뜻이 있다고 손짓한 셈입니다.

미국은 그러면서 '유연한 접근'을 할 의향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우리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모든 약속에 대한 균형 잡힌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유연한 접근법을 취할 의향이 있다."

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을 할 의향이 있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이러한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선제적으로 '비핵화'라는 목표를 하향 조정할 거라고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외교 소식통은 "이 표현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면서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는 입장 차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 6·12 북미 정상회담으로 관계 개선 의지 밝혔지만…

6·12 북미 정상회담은 그 의미가 분명합니다. 비핵화와 북미 관계 개선 의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지난 2년 동안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자제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미국도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당시에 '총론'만 합의했을 뿐 방법론에 대해선 합의가 없었던 것은 문제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각론에 대한 접근이 더 어렵다는 것은 지난해 하노이 정상 회담에서 입증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하노이 회담과 그 이후의 논의 과정을 통해 북미 양측은 상대방이 무엇을 우선 원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는 상태입니다. 북한은 제재 완화와 체제 보장을 원하고 있고,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양측은 이제 추가 협상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각자의 입장은 충분히 교환됐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두 나라 모두 상대의 패를 알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타결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하지만 양쪽 모두 뿌리 깊은 불신으로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타결은 점차 요원해진 상황입니다.


■ "미국 대선 전까지 북미 관계 개선 어려울 것"

그렇다면 앞으로 북미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전문가들은 당분간 '정치적인 타결'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일단 미국 대선이 변수입니다. 현재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관심은 온통 재선에 집중돼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부실 대처와 경제적 타격 등으로 5개월도 남지 않은 대선 가도에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입니다.

양무진 교수는 "북미 간 기 싸움은 미국 대선까지 갈 것"이라며 "북한은 자신들을 건드리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과정이 힘들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향후 도발 행위에 대한 명분을 차곡차곡 축적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부터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 연락선 차단, 리선권 외무상 담화까지… 결국은 모두 미국에 대한 경고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은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전통적 우군인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정대진 아주대 아주통일연구소 교수는 "하반기 미국의 대선 결과를 관망하는 북한의 입장에서 선뜻 대화 재개를 하기도 어렵고, 트럼프 대통령 또한 비핵화 조건을 바꾸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임을출 교수는 "오는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든,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새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대북 적대시 정책들에 대해 재검토를 할 수 있는 국내 정치적 돌파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북미 관계는 '다람쥐 쳇바퀴'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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