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K] ‘전세 무기한 연장법’ 논란…‘세입자 천국’은 있나?

입력 2020.06.1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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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가 막이 올랐습니다. 국회의원들의 발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1일까지 약 400개의 법안이 계류 중입니다. 이 가운데 일부 법안은 발의 순간부터 논란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팩트체크K팀은 이 중 논란과 이슈의 중심이 된 법안들을 골라, 관련 법안 주요 내용과 관련 정보 등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대표 발의한 주택 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그중 하나입니다. "세입자의 계속 거주권을 보장하고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를 도입하는 취지"로 발의된 이 법안은 이른바 '전세 무한연장법'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박주민 법안 '무한연장법'이라 불리는 이유?

개정안은 임대차 계약의 갱신에 대해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 (신설 6조 1항)

이와 달리, 비슷한 취지로 같은 당 백혜련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계약기간을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해 최소 4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역시 민주당 윤후덕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도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1회에 한하고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4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3가지 법안 모두 공통으로 또 계약 갱신할 때, 금액은 5%를 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대해 "세입자들의 갑질", "재산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박주민 의원은 "집 주인도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여러 사유를 규정해놨기 때문에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세입자가 임대료를 3기 이상 연체하거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재건축이나 집주인이 실거주하는 등을 하는 경우에는 계약을 갱신하지 않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는 말입니다.

'세입자 갑질' 막을 수 있나?...선진국 등 이미 받아들인 개념

박주민 의원은 이와 더불어, 보도자료를 통해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 가운데, 민간 임대 시장이 발달한 국가들에서는 임대차계약기간을 따로 정해두지 않거나 명확한 해지의 원인이 있을 때에만 임대인의 계약 해지가 가능한 만큼 세입자의 계속 거주권은 해외에서는 이미 널리 받아들여진 개념"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선진국들의 사정은 어떨까요? 2018년 법무부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사례는 다양합니다. "독일이나 1960-70년대의 영국과 같이 임대차를 기간을 정하지 않은 계약으로 보고 고용계약의 '해고'처럼 정당한 사유를 가지고 사전 서면통지와 같은 정당한 절차를 거친 경우에만 임대차의 종료를 인정하는 유형의 제도가 있는가 하면, 뉴욕이나 일본 등과 같이 임대차계약 자체는 1년 또는 2년의 단기간으로 정하되, 임대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갱신을 거절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장기임대차를 보장하기로 합니다. 즉,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임대인의 권리는 제한하는 방향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제도가 세입자에게 유리하기만 할까요? '세입자 천국'으로도 불리는 독일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세입자 천국' 독일…. 집값·임대료는 급등 부작용도


독일은 주택 임대차계약 존속 기한에 제한을 두지 않고 계약을 맺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기한 제한을 두려면 독일 민법 575조 1항이 인정하는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요. 임대인이 주택을 사용해야 하거나, 건물을 철거 또는 개량할 때 등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유가 생기면 세입자는 해당 기간 만큼 추후 임대차 기간의 연장을 요구할 수 있고, 사유가 소멸하면 다시 기한을 두지 않는 임대차 계약을 맺을 수 있습니다. 또 법률로 3년 이내에 20% 이상 임대료 인상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연구원의 세계도시동향 자료를 보면, 독일 베를린시 평균 임대료는 2008년 1㎡당 5.6유로(7,300원)에서 2018년 1㎡당 11.4유로(15,000원)로 10년새 두 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베를린 도심에서는 임대료 인상을 반대하는 4만 명 규모의 집회가 열렸습니다.

지난해 4월 6일 베를린 임대료 폭등 반대 집회 (사진:연합뉴스)지난해 4월 6일 베를린 임대료 폭등 반대 집회 (사진:연합뉴스)

국토연구원의 최근 5년(2014~2018년) 세계 주요 도시 집값 상승률을 보면 베를린 63.1%, 런던 39.6%, 서울 18.9%로 나타났습니다.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의 자료를 보면, 독일 주택가격은 2010년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게 독일 정부의 분석입니다. 통일 직후의 건설붐 이후 1995~2009년간 주택가격 증가율은 0.5%에 그쳤지만, 2010~2017년 말까지 주택가격은 지역별로 평균 30~45%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른 영향으로 주택임차료가 오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결국, 베를린시 의회는 지난 1월 베를린 지역 주택의 임대료를 5년간 동결한다는 내용의 '베를린시 주택임대료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2014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 150만 채가 대상입니다. 법안 초안이 발표된 지난해 6월 18일 당시 임대료를 기준으로 5년 동안 올릴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에 대해 독일의 보수 야당인 기독민주당은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예고해 놓은 상태입니다.

20대에 흐지부지…. 21대 국회에서 결실 맺을까?

현재 발의된 법안에는 전·월세 신고제와 상한제, 그리고 계약갱신청구권의 내용이 담겨 있어 '임대차보호 3법'이라고 불립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함께 도입해야 할 것을 강조하면서도 첫 계약 시 임대료가 급격히 인상될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지난해 펴낸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의 영향에 관한 연구' 보고서 내용인데요.

계약갱신 청구권이 도입되면 집주인은 계약 갱신 시점에 시세만큼 임대료를 인상하지 못 할까 봐 첫 계약부터 임대료를 높여서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를 보면,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가 함께 도입되면 집주인이 첫 계약 때 임대료를 시세에 따라 1.67%에서 많게는 21.57%까지 올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택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20대에서도 발의됐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습니다.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전세 중심의 우리 부동산 시장 등 그만큼 고려할 점도 많습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임차인과 임대인의 권리 사이에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게 될지 주목됩니다.

*참고자료
1. 박은철, 김수경 (2018). 주거권 강화 위한 주택임대차 제도 개선방안. 서울연구원 정책과제연구보고서
2. 임재만 (2019).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의 영향에 관한 연구
3. 김제완 등 (2018).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제도에 관한 입법사례 분석 및 제도 도입 필요성에 관한 연구(법무부 연구용역 보고서)
4.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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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체크K] ‘전세 무기한 연장법’ 논란…‘세입자 천국’은 있나?
    • 입력 2020-06-13 08:01:32
    팩트체크K
21대 국회가 막이 올랐습니다. 국회의원들의 발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1일까지 약 400개의 법안이 계류 중입니다. 이 가운데 일부 법안은 발의 순간부터 논란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팩트체크K팀은 이 중 논란과 이슈의 중심이 된 법안들을 골라, 관련 법안 주요 내용과 관련 정보 등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대표 발의한 주택 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그중 하나입니다. "세입자의 계속 거주권을 보장하고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를 도입하는 취지"로 발의된 이 법안은 이른바 '전세 무한연장법'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박주민 법안 '무한연장법'이라 불리는 이유?

개정안은 임대차 계약의 갱신에 대해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 (신설 6조 1항)

이와 달리, 비슷한 취지로 같은 당 백혜련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계약기간을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해 최소 4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역시 민주당 윤후덕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도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1회에 한하고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4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3가지 법안 모두 공통으로 또 계약 갱신할 때, 금액은 5%를 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대해 "세입자들의 갑질", "재산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박주민 의원은 "집 주인도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여러 사유를 규정해놨기 때문에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세입자가 임대료를 3기 이상 연체하거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재건축이나 집주인이 실거주하는 등을 하는 경우에는 계약을 갱신하지 않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는 말입니다.

'세입자 갑질' 막을 수 있나?...선진국 등 이미 받아들인 개념

박주민 의원은 이와 더불어, 보도자료를 통해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 가운데, 민간 임대 시장이 발달한 국가들에서는 임대차계약기간을 따로 정해두지 않거나 명확한 해지의 원인이 있을 때에만 임대인의 계약 해지가 가능한 만큼 세입자의 계속 거주권은 해외에서는 이미 널리 받아들여진 개념"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선진국들의 사정은 어떨까요? 2018년 법무부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사례는 다양합니다. "독일이나 1960-70년대의 영국과 같이 임대차를 기간을 정하지 않은 계약으로 보고 고용계약의 '해고'처럼 정당한 사유를 가지고 사전 서면통지와 같은 정당한 절차를 거친 경우에만 임대차의 종료를 인정하는 유형의 제도가 있는가 하면, 뉴욕이나 일본 등과 같이 임대차계약 자체는 1년 또는 2년의 단기간으로 정하되, 임대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갱신을 거절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장기임대차를 보장하기로 합니다. 즉,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임대인의 권리는 제한하는 방향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제도가 세입자에게 유리하기만 할까요? '세입자 천국'으로도 불리는 독일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세입자 천국' 독일…. 집값·임대료는 급등 부작용도


독일은 주택 임대차계약 존속 기한에 제한을 두지 않고 계약을 맺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기한 제한을 두려면 독일 민법 575조 1항이 인정하는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요. 임대인이 주택을 사용해야 하거나, 건물을 철거 또는 개량할 때 등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유가 생기면 세입자는 해당 기간 만큼 추후 임대차 기간의 연장을 요구할 수 있고, 사유가 소멸하면 다시 기한을 두지 않는 임대차 계약을 맺을 수 있습니다. 또 법률로 3년 이내에 20% 이상 임대료 인상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연구원의 세계도시동향 자료를 보면, 독일 베를린시 평균 임대료는 2008년 1㎡당 5.6유로(7,300원)에서 2018년 1㎡당 11.4유로(15,000원)로 10년새 두 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베를린 도심에서는 임대료 인상을 반대하는 4만 명 규모의 집회가 열렸습니다.

지난해 4월 6일 베를린 임대료 폭등 반대 집회 (사진:연합뉴스)
국토연구원의 최근 5년(2014~2018년) 세계 주요 도시 집값 상승률을 보면 베를린 63.1%, 런던 39.6%, 서울 18.9%로 나타났습니다.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의 자료를 보면, 독일 주택가격은 2010년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게 독일 정부의 분석입니다. 통일 직후의 건설붐 이후 1995~2009년간 주택가격 증가율은 0.5%에 그쳤지만, 2010~2017년 말까지 주택가격은 지역별로 평균 30~45%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른 영향으로 주택임차료가 오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결국, 베를린시 의회는 지난 1월 베를린 지역 주택의 임대료를 5년간 동결한다는 내용의 '베를린시 주택임대료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2014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 150만 채가 대상입니다. 법안 초안이 발표된 지난해 6월 18일 당시 임대료를 기준으로 5년 동안 올릴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에 대해 독일의 보수 야당인 기독민주당은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예고해 놓은 상태입니다.

20대에 흐지부지…. 21대 국회에서 결실 맺을까?

현재 발의된 법안에는 전·월세 신고제와 상한제, 그리고 계약갱신청구권의 내용이 담겨 있어 '임대차보호 3법'이라고 불립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함께 도입해야 할 것을 강조하면서도 첫 계약 시 임대료가 급격히 인상될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지난해 펴낸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의 영향에 관한 연구' 보고서 내용인데요.

계약갱신 청구권이 도입되면 집주인은 계약 갱신 시점에 시세만큼 임대료를 인상하지 못 할까 봐 첫 계약부터 임대료를 높여서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를 보면,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가 함께 도입되면 집주인이 첫 계약 때 임대료를 시세에 따라 1.67%에서 많게는 21.57%까지 올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택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20대에서도 발의됐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습니다.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전세 중심의 우리 부동산 시장 등 그만큼 고려할 점도 많습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임차인과 임대인의 권리 사이에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게 될지 주목됩니다.

*참고자료
1. 박은철, 김수경 (2018). 주거권 강화 위한 주택임대차 제도 개선방안. 서울연구원 정책과제연구보고서
2. 임재만 (2019).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의 영향에 관한 연구
3. 김제완 등 (2018).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제도에 관한 입법사례 분석 및 제도 도입 필요성에 관한 연구(법무부 연구용역 보고서)
4.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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