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고단한 노동’ 넘어 인간적인 삶, 기본소득이 이뤄줄까?

입력 2020.06.13 (10:01) 수정 2020.06.1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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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한 뒤 집에 가서 쉴 때 뭘 하시나요? 몸도 마음도 지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냥 멍하니 TV를 볼 때가 많다면, '평균적인 한국인' 맞습니다. 여러 조사를 봐도, 한국인 여가 1위는 단언컨대 TV 시청입니다. 그런데 만약 누가 우리에게 20만 원을 그냥 주고, 20만 원어치만큼은 일을 덜 하고 자신의 삶을 위해 쓰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그 시간만큼 봉사활동도 하고, 여행도 좀 더 가고, 운동도 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인간적인 삶을 위해, 조금 덜 일 하더라도 더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기 위해 기본소득을 준다고 합니다. 사회적 약자의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기 위해서도 이런 기본 소득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우리는 일자리가 줄어들고, 고용 없는 성장을 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무조건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을 넘어서서 사회의 부가가치를 좀 더 공평하게 나누는 방법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 기본소득입니다.


■ 기본소득은 정치권 '핫이슈'…“못할 것 없다”

정치권에서 기본소득 논쟁이 불이 붙었습니다. 재난 지원금을 통해 이른바 기본소득 실험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한번 해보자'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이 등장하는 계층들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대표적이겠지요) 현재의 사회복지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성장 한계 속 부가가치가 일부 기업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공정한 분배는 어떻게 이뤄갈 것인지 정치인들의 고민이 깊은 듯합니다.


■ 소병훈 "기본소득위원회부터 설치…실행 드라이브 걸겠다.”

가장 먼저 법안을 발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입니다. 소 의원은 다음 주에 '기본 소득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할 예정입니다. 법안에는 우선 기본소득의 첫 삽을 뜨기 위한 기본소득위원회를 만들자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위원회는 국무총리실에 두되, 국무총리와 민간위원 한 명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 30명을 두는 겁니다. 기본소득위원회에서 5년에 한 번씩 기본소득 계획을 수립한 뒤, 해마다 다시 결의하게 합니다. 1년을 기준으로 4월쯤 기본소득 세부개요가 만들어지면 이듬해 1월부터 국민 한 사람에게 얼마 간이라도 주는 기본소득 지급을 실행에 옮기는 방안입니다.

지급 대상은 전 국민에게 소액이라도 다 주자는 원칙을 되도록 지킨다는 방침입니다. 재원 마련 방안에는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습니다. 기존의 사회복지 제도를 재편해 예산을 마련하는 방안, 데이터세, 토지보유세 등 새로이 창출되는 부가가치에서 큰 이익을 취하고 있는 산업에 대해 선별적으로 증세하는 방안, 국채를 발행하는 방안, 소득세 비과세 감면 등 기존의 조세제도를 재편하는 방안까지. 이 가운데서 소병훈 의원은 토지보유세, 데이터세 등 선택적 증세를 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조정훈“작은 단위의 실험부터…재원은 조세재편으로”

법안을 발의하려는 움직임은 여야를 막론하고 활발합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미래통합당에서는 조해진, 이양수 의원이 대표적입니다. 기본소득의 취지는 같아 보이지만, 실행을 위한 구상은 저마다 온도 차가 큽니다.

특히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기본소득에 대한 고민을 오래전부터 해온 대표적인 의원으로 꼽힙니다. 조 의원은 청년 기본소득, 혹은 지자체별 기본소득 이렇게 작은 단위부터 실험해서 전 국민에게 정착시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재원 마련 방안에 있어서도 기존 사회복지 제도를 재편하거나, 선별적 증세를 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기존 사회복지 제도를 정비하려면 아동 수당, 장애인 수당, 노령 수당 등 우리나라 공적 부조 영역에 해당하는 재원을 가져와야 하는데, 이런 논의 과정에서는 해당 계층들 간의 논쟁과 갈등을 피할 수 없다는 겁니다. 데이터세, 토지보유세 등 선별적 증세를 하는 방안도 증세를 위한 틀을 갖추고 제도를 실행하는 데만 해도 큰 에너지와 시간이 드는 만큼 현실적이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조 의원은 소득세 비과세를 감면하는 등 조세 제도를 개편해 고소득자로부터 소득세를 좀 더 거둬서 재원을 마련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렇게만 해도 전 국민에게 30만 원씩 주는 기본소득제도는 수월하게 정착시킬 수 있다는 데, 이미 재원에 대한 시뮬레이션 등은 마쳤다고 했습니다. 조 의원은 해당 내용을 구체화해, 기본소득의 실행방안과 청사진 등을 담아 다음 주에 언론에 밝힐 예정입니다.


■ 조해진“보수는 마음 따뜻해야…'기본소득', 진보 전유물 아냐”

미래통합당 의원들 일부도 이번 회기 안에 곧 기본소득에 대한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본소득 논쟁은 진보의 이슈에 가깝지 않으냐는 질문에 미래통합당 조해진 의원은 "나는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수는 마음이 따뜻해야 하고 전 국민에 대해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그중에서 특히 어려운 계층에 대한 책임의식이 더 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본소득이 진보의 이슈에 가깝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놔둬도 잘 사는 사람을 위한 정책보다, 가만히 놔두면 인간적인 삶을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선택적 기본소득' 을 법제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 조 의원은 중산층 이상에게 지급되는 복지를 구조조정을 해서 보편적 복지제도를 선별적 복지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거기에서 절감되는 재정으로 취약계층을 선별해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양수“농어민이 진짜 약자…농어민 기본소득제부터 시작할 것”

미래통합당 이양수 의원은 기본소득제에 앞서 '농어민 기본소득제'부터 이번 국회에서 꼭 이루겠다고 밝혔습니다. "쌀 가격 아십니까? 쌀 80kg 한 가마니 사면 4인 가족이 몇 달을 먹는데 그 가격이 아직도 20만 원을 안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우리 사회 가장 취약한 계층 가운데 하나가 농어민이고, 이미 농촌에는 공익 직불금을 지급하고 있어 조금만 이 제도를 손질하면 기본소득 형태로 정착시키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인터뷰 중에 이 의원은 농어민 기본소득으로 120만 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기자를 놀라게 하기는 했지만, 어찌 됐든 신념은 확고해 보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정말 기본소득을 도입하게 된다면, 실질적으로 기본소득을 시행하는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됩니다. 스위스는 기본소득을 도입하려다 기본복지제도의 축소를 걱정하는 저소득층의 반대가 심해 국민투표 끝에 부결됐습니다. 핀란드는 일부 실업자들을 대상으로 기본소득 실험을 해봤다가 노동의욕 고취 효과가 뚜렷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나 제도 보완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까요? 이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정치권 곳곳에서 기본소득 법안들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여러 의원이 "진짜 첫걸음을 내딛겠다"며 벼르고 있는데, 어떤 형태로든 사회적 약자들의 인간적인 삶을 위해, 더 효과적인 부의 재분배를 위해 도움이 되는 법안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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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고단한 노동’ 넘어 인간적인 삶, 기본소득이 이뤄줄까?
    • 입력 2020-06-13 10:01:22
    • 수정2020-06-13 10:07:30
    취재후·사건후
퇴근한 뒤 집에 가서 쉴 때 뭘 하시나요? 몸도 마음도 지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냥 멍하니 TV를 볼 때가 많다면, '평균적인 한국인' 맞습니다. 여러 조사를 봐도, 한국인 여가 1위는 단언컨대 TV 시청입니다. 그런데 만약 누가 우리에게 20만 원을 그냥 주고, 20만 원어치만큼은 일을 덜 하고 자신의 삶을 위해 쓰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그 시간만큼 봉사활동도 하고, 여행도 좀 더 가고, 운동도 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인간적인 삶을 위해, 조금 덜 일 하더라도 더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기 위해 기본소득을 준다고 합니다. 사회적 약자의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기 위해서도 이런 기본 소득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우리는 일자리가 줄어들고, 고용 없는 성장을 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무조건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을 넘어서서 사회의 부가가치를 좀 더 공평하게 나누는 방법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 기본소득입니다.


■ 기본소득은 정치권 '핫이슈'…“못할 것 없다”

정치권에서 기본소득 논쟁이 불이 붙었습니다. 재난 지원금을 통해 이른바 기본소득 실험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한번 해보자'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이 등장하는 계층들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대표적이겠지요) 현재의 사회복지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성장 한계 속 부가가치가 일부 기업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공정한 분배는 어떻게 이뤄갈 것인지 정치인들의 고민이 깊은 듯합니다.


■ 소병훈 "기본소득위원회부터 설치…실행 드라이브 걸겠다.”

가장 먼저 법안을 발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입니다. 소 의원은 다음 주에 '기본 소득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할 예정입니다. 법안에는 우선 기본소득의 첫 삽을 뜨기 위한 기본소득위원회를 만들자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위원회는 국무총리실에 두되, 국무총리와 민간위원 한 명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 30명을 두는 겁니다. 기본소득위원회에서 5년에 한 번씩 기본소득 계획을 수립한 뒤, 해마다 다시 결의하게 합니다. 1년을 기준으로 4월쯤 기본소득 세부개요가 만들어지면 이듬해 1월부터 국민 한 사람에게 얼마 간이라도 주는 기본소득 지급을 실행에 옮기는 방안입니다.

지급 대상은 전 국민에게 소액이라도 다 주자는 원칙을 되도록 지킨다는 방침입니다. 재원 마련 방안에는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습니다. 기존의 사회복지 제도를 재편해 예산을 마련하는 방안, 데이터세, 토지보유세 등 새로이 창출되는 부가가치에서 큰 이익을 취하고 있는 산업에 대해 선별적으로 증세하는 방안, 국채를 발행하는 방안, 소득세 비과세 감면 등 기존의 조세제도를 재편하는 방안까지. 이 가운데서 소병훈 의원은 토지보유세, 데이터세 등 선택적 증세를 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조정훈“작은 단위의 실험부터…재원은 조세재편으로”

법안을 발의하려는 움직임은 여야를 막론하고 활발합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미래통합당에서는 조해진, 이양수 의원이 대표적입니다. 기본소득의 취지는 같아 보이지만, 실행을 위한 구상은 저마다 온도 차가 큽니다.

특히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기본소득에 대한 고민을 오래전부터 해온 대표적인 의원으로 꼽힙니다. 조 의원은 청년 기본소득, 혹은 지자체별 기본소득 이렇게 작은 단위부터 실험해서 전 국민에게 정착시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재원 마련 방안에 있어서도 기존 사회복지 제도를 재편하거나, 선별적 증세를 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기존 사회복지 제도를 정비하려면 아동 수당, 장애인 수당, 노령 수당 등 우리나라 공적 부조 영역에 해당하는 재원을 가져와야 하는데, 이런 논의 과정에서는 해당 계층들 간의 논쟁과 갈등을 피할 수 없다는 겁니다. 데이터세, 토지보유세 등 선별적 증세를 하는 방안도 증세를 위한 틀을 갖추고 제도를 실행하는 데만 해도 큰 에너지와 시간이 드는 만큼 현실적이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조 의원은 소득세 비과세를 감면하는 등 조세 제도를 개편해 고소득자로부터 소득세를 좀 더 거둬서 재원을 마련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렇게만 해도 전 국민에게 30만 원씩 주는 기본소득제도는 수월하게 정착시킬 수 있다는 데, 이미 재원에 대한 시뮬레이션 등은 마쳤다고 했습니다. 조 의원은 해당 내용을 구체화해, 기본소득의 실행방안과 청사진 등을 담아 다음 주에 언론에 밝힐 예정입니다.


■ 조해진“보수는 마음 따뜻해야…'기본소득', 진보 전유물 아냐”

미래통합당 의원들 일부도 이번 회기 안에 곧 기본소득에 대한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본소득 논쟁은 진보의 이슈에 가깝지 않으냐는 질문에 미래통합당 조해진 의원은 "나는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수는 마음이 따뜻해야 하고 전 국민에 대해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그중에서 특히 어려운 계층에 대한 책임의식이 더 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본소득이 진보의 이슈에 가깝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놔둬도 잘 사는 사람을 위한 정책보다, 가만히 놔두면 인간적인 삶을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선택적 기본소득' 을 법제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 조 의원은 중산층 이상에게 지급되는 복지를 구조조정을 해서 보편적 복지제도를 선별적 복지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거기에서 절감되는 재정으로 취약계층을 선별해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양수“농어민이 진짜 약자…농어민 기본소득제부터 시작할 것”

미래통합당 이양수 의원은 기본소득제에 앞서 '농어민 기본소득제'부터 이번 국회에서 꼭 이루겠다고 밝혔습니다. "쌀 가격 아십니까? 쌀 80kg 한 가마니 사면 4인 가족이 몇 달을 먹는데 그 가격이 아직도 20만 원을 안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우리 사회 가장 취약한 계층 가운데 하나가 농어민이고, 이미 농촌에는 공익 직불금을 지급하고 있어 조금만 이 제도를 손질하면 기본소득 형태로 정착시키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인터뷰 중에 이 의원은 농어민 기본소득으로 120만 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기자를 놀라게 하기는 했지만, 어찌 됐든 신념은 확고해 보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정말 기본소득을 도입하게 된다면, 실질적으로 기본소득을 시행하는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됩니다. 스위스는 기본소득을 도입하려다 기본복지제도의 축소를 걱정하는 저소득층의 반대가 심해 국민투표 끝에 부결됐습니다. 핀란드는 일부 실업자들을 대상으로 기본소득 실험을 해봤다가 노동의욕 고취 효과가 뚜렷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나 제도 보완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까요? 이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정치권 곳곳에서 기본소득 법안들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여러 의원이 "진짜 첫걸음을 내딛겠다"며 벼르고 있는데, 어떤 형태로든 사회적 약자들의 인간적인 삶을 위해, 더 효과적인 부의 재분배를 위해 도움이 되는 법안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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