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문화]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빠와 함께한 사진 여행

입력 2020.06.13 (21:29) 수정 2020.06.13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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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말엔 문화 시간입니다.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한 장 한 장 사진에 담은 아들이 있습니다. ​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줬으면 하는 아들의 간절한 바람이 담겼는데요.

아버지와 아들의 사진 여행, 김석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의사소통도 안 되고 또 길 가다가 신호등도 보지를 못하시고…."]

["배가 지나가고 있었는데, 저기 유람선이 되게 멋있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유람선이 어디에 있노?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2018년 봄, 아버지는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발병된 후에 집안에만 누워서 계셨거든요."]

["그래서 제가 어느 날 사진 찍으러 나가자 라는 말을 했고…"]

["당신께서도 젊으셨을 때 사진을 많이 찍으셨고 또 캠코더를 항상 들고 다니셨거든요. 그래서 아마도 그런 기억이 나셨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시작한 아버지와의 여행.

사진을 찍고, 일기를 썼습니다.

["가끔은 아빠의 아빠가 된 것 같다. 내 마음이 아빠를 먼저 챙길 때 아빠의 아빠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시계 그리기. 작년보다 그림이 더 이상해졌다. 흘러버린 시간이 무서웠다."]

그렇게 한 장 두 장 쌓인 사진들이 책이 되어 나왔습니다.

["아버지랑 낮에 나가서 사진을 찍고 밤에 와서 보정 작업을 하면 낮에 보지 못했던 저희 아버지의 얼굴이 잘 보여요."]

[신정식/작가 : "그때 제가 아, 낮에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지? 그때 그런 행동을 했으면 안 됐는데, 이런 자기반성을 하게 되더라고요."]

점점 지워져 가는 아버지의 기억.

아들은 그런 아버지에게서 무엇을 지우고 싶을까.

["외로움... 저희 아버지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외로움이에요."]

["저희 아버지는 기억을 잃어가시지만 (이 책을 통해서) 누군가는 신현성이라는 사람을 기억하게 될 거예요."]

아버지와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 그리고 추억들.

그건 어쩌면 아버지가 아들에게 해주는 '마지막 수업'인지도 모릅니다.

[신정식/작가 : "저희 아버지가 외롭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사셨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 저희 아버지 사진도 더 이상 찍게 되지 못할 때까지 계속 찍을 생각입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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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문화]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빠와 함께한 사진 여행
    • 입력 2020-06-13 21:31:01
    • 수정2020-06-13 21:48:03
    뉴스 9
[앵커]

주말엔 문화 시간입니다.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한 장 한 장 사진에 담은 아들이 있습니다. ​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줬으면 하는 아들의 간절한 바람이 담겼는데요.

아버지와 아들의 사진 여행, 김석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의사소통도 안 되고 또 길 가다가 신호등도 보지를 못하시고…."]

["배가 지나가고 있었는데, 저기 유람선이 되게 멋있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유람선이 어디에 있노?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2018년 봄, 아버지는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발병된 후에 집안에만 누워서 계셨거든요."]

["그래서 제가 어느 날 사진 찍으러 나가자 라는 말을 했고…"]

["당신께서도 젊으셨을 때 사진을 많이 찍으셨고 또 캠코더를 항상 들고 다니셨거든요. 그래서 아마도 그런 기억이 나셨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시작한 아버지와의 여행.

사진을 찍고, 일기를 썼습니다.

["가끔은 아빠의 아빠가 된 것 같다. 내 마음이 아빠를 먼저 챙길 때 아빠의 아빠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시계 그리기. 작년보다 그림이 더 이상해졌다. 흘러버린 시간이 무서웠다."]

그렇게 한 장 두 장 쌓인 사진들이 책이 되어 나왔습니다.

["아버지랑 낮에 나가서 사진을 찍고 밤에 와서 보정 작업을 하면 낮에 보지 못했던 저희 아버지의 얼굴이 잘 보여요."]

[신정식/작가 : "그때 제가 아, 낮에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지? 그때 그런 행동을 했으면 안 됐는데, 이런 자기반성을 하게 되더라고요."]

점점 지워져 가는 아버지의 기억.

아들은 그런 아버지에게서 무엇을 지우고 싶을까.

["외로움... 저희 아버지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외로움이에요."]

["저희 아버지는 기억을 잃어가시지만 (이 책을 통해서) 누군가는 신현성이라는 사람을 기억하게 될 거예요."]

아버지와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 그리고 추억들.

그건 어쩌면 아버지가 아들에게 해주는 '마지막 수업'인지도 모릅니다.

[신정식/작가 : "저희 아버지가 외롭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사셨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 저희 아버지 사진도 더 이상 찍게 되지 못할 때까지 계속 찍을 생각입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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