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자선사업 하는 데냐”…변호사시험 합격률 높이려 F 남발?

입력 2020.06.14 (21:25) 수정 2020.06.1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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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법조인이 되려면 법학전문대학원, 로스쿨에서 3년을 공부한 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로스쿨 졸업을 해야 변호사 시험 응시 자격이 생기는데, 어떤 로스쿨은 3년의 교육과정을 마친 학생도 시험을 못보게 한다고 합니다.

​시험에 응시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아야 합격률도 높아질텐데, 어찌된 사연일까요.

박진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아주대 로스쿨 졸업반이었던 정종훈 씨.

변호사 시험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길 들었습니다.

학교에서 졸업을 시킬 수 없다는 겁니다.

졸업을 못 하면 응시 자격 자체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로스쿨 담당 교수/음성변조 : "졸업을 못 시키는 정도의 실력이란 건 우리가 변시(변호사 시험)에 합격할 그런 가능성 자체가 없는 그런 경우고…"]

시험에 합격할 가능성이 없으니 졸업도 안 시키겠다는 겁니다.

[로스쿨 담당 교수/음성변조 : "합격률이 50%란 말이야 응? 결국에는 대를 위한 거냐, 소를 위한 거냐... (학교가) 자선사업 하는 데가 아니잖아. 로스쿨은 전문, 법학전문대학원이잖아."]

로스쿨은 변시 합격률로 실질적인 평가를 받는데, 합격할 가능성이 낮은 학생의 응시를 제한해 합격률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학생들은 말합니다.

이를 위해 필수 과목에 F를 주는 방법이 동원된다는 겁니다.

[정종훈/로스쿨 제적생 : "종합평가과목이라고 불리는 과목들인데, 변호사시험 합격 가능성이 없는 학생들에겐 F 학점을 부여하게 됩니다."]

학교가 휴학을 종용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정종훈/로스쿨 제적생 : "'F를 받았으니 유급이 된다, 그럼 1년 학비를 낸다. 지금 휴학하고 3학년 2학기, 한 학기 학비만 낼래?' 그걸 선택하라(고 해요)…."]

실제로 지난해 아주대 로스쿨 55명의 학생 중 시험에 응시한 이는 36명뿐.

학교 측은 학생의 의사와 관계없는 휴학은 불가능하고, 성적은 학칙에 따라 공정하게 부여된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은 비단 아주대뿐만이 아닙니다.

[박은선/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공동대표 변호사 : "'이른바 학생들 사이에서 졸시(졸업시험)칼질', '졸시마사지'라고 부르는 것들을 하는 로스쿨은 상당히 많습니다. (교수님이) 빨간펜 선생님처럼 채점을 하고 강평을 하는 이런 식의 수업으로…."]

실제 지난해 9기 로스쿨 재학생 2천백여 명 가운데 5백여 명이 학위를 받지 못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정 씨가 학교 측을 상대로 학위를 수여해달라며 낸 소송에 공동 대리인으로 참여를 검토 중입니다.

KBS 뉴스 박진수입니다.

[알립니다] 민변에서 단체 차원의 공익변론 참여는 검토 중이라고 알려와 이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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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가 자선사업 하는 데냐”…변호사시험 합격률 높이려 F 남발?
    • 입력 2020-06-14 21:27:16
    • 수정2020-06-15 16:29:58
    뉴스 9
[앵커]

법조인이 되려면 법학전문대학원, 로스쿨에서 3년을 공부한 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로스쿨 졸업을 해야 변호사 시험 응시 자격이 생기는데, 어떤 로스쿨은 3년의 교육과정을 마친 학생도 시험을 못보게 한다고 합니다.

​시험에 응시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아야 합격률도 높아질텐데, 어찌된 사연일까요.

박진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아주대 로스쿨 졸업반이었던 정종훈 씨.

변호사 시험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길 들었습니다.

학교에서 졸업을 시킬 수 없다는 겁니다.

졸업을 못 하면 응시 자격 자체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로스쿨 담당 교수/음성변조 : "졸업을 못 시키는 정도의 실력이란 건 우리가 변시(변호사 시험)에 합격할 그런 가능성 자체가 없는 그런 경우고…"]

시험에 합격할 가능성이 없으니 졸업도 안 시키겠다는 겁니다.

[로스쿨 담당 교수/음성변조 : "합격률이 50%란 말이야 응? 결국에는 대를 위한 거냐, 소를 위한 거냐... (학교가) 자선사업 하는 데가 아니잖아. 로스쿨은 전문, 법학전문대학원이잖아."]

로스쿨은 변시 합격률로 실질적인 평가를 받는데, 합격할 가능성이 낮은 학생의 응시를 제한해 합격률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학생들은 말합니다.

이를 위해 필수 과목에 F를 주는 방법이 동원된다는 겁니다.

[정종훈/로스쿨 제적생 : "종합평가과목이라고 불리는 과목들인데, 변호사시험 합격 가능성이 없는 학생들에겐 F 학점을 부여하게 됩니다."]

학교가 휴학을 종용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정종훈/로스쿨 제적생 : "'F를 받았으니 유급이 된다, 그럼 1년 학비를 낸다. 지금 휴학하고 3학년 2학기, 한 학기 학비만 낼래?' 그걸 선택하라(고 해요)…."]

실제로 지난해 아주대 로스쿨 55명의 학생 중 시험에 응시한 이는 36명뿐.

학교 측은 학생의 의사와 관계없는 휴학은 불가능하고, 성적은 학칙에 따라 공정하게 부여된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은 비단 아주대뿐만이 아닙니다.

[박은선/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공동대표 변호사 : "'이른바 학생들 사이에서 졸시(졸업시험)칼질', '졸시마사지'라고 부르는 것들을 하는 로스쿨은 상당히 많습니다. (교수님이) 빨간펜 선생님처럼 채점을 하고 강평을 하는 이런 식의 수업으로…."]

실제 지난해 9기 로스쿨 재학생 2천백여 명 가운데 5백여 명이 학위를 받지 못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정 씨가 학교 측을 상대로 학위를 수여해달라며 낸 소송에 공동 대리인으로 참여를 검토 중입니다.

KBS 뉴스 박진수입니다.

[알립니다] 민변에서 단체 차원의 공익변론 참여는 검토 중이라고 알려와 이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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