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총재가 일주일에 두 번 당부한 것

입력 2020.06.15 (13:57) 수정 2020.06.1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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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바쁩니다. 총재인 게오르기에바 역시 바쁠 수밖에 없죠. 매주 수차례 온라인 회의에 참석합니다. 공식 발언 가운데 의미 있는 것은 메일로 기자들에게 보내주기도 합니다. 공식 발언이래 봐야 어디 직접 가는 일은 없으니 다 온라인 발언이고 서면 대체 발언이긴 하지만요.

어제(14일) 메일로 온 '이탈리아 경제 재개 축하' 서면을 보다가 이게 지난주 수요일(10일) 온 서면과 매우 흡사하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수요일은 미국 상공회의소에 보내는 서면 발언이었는데요. 대상이 다른데도 내용이 반복되는 이유는 당연히 중요하기 때문이겠죠. 조금 살펴볼까요?

"우리는 역사의 한 지점에 있습니다. 바로 대잠금(Great Lockdown)의 시대입니다"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사태를 '역사적 반열'로 올린 게 사실입니다. 단순한 보건 위기가 아니고, 단순한 경제 위기도 아닌, 인류의 생활방식과 존재 양태를 바꾸는 역사적 사건이란 것이죠. IMF 게오르기에바 총재 역시 그러하고, 총재는 이 사태를 'Great Lockdown'이라고 부르기로 한 것 같습니다. '대공황 Great Depression)'에 대응하는 조어입니다.

이 Lockdown은 사전적으론 교도소 용어입니다. 죄수 이동 금지령 같은 건데, 사태를 다루기 위해 각국이 도입한 봉쇄조치를 상징하는 용어로 외신에선 끊임없이 쓰였습니다. 한국말 번역은 좀 애매합니다. (우리는 Lockdown 안 했기 때문에, 이걸 표현할 말을 찾기 힘든 것인지도 모릅니다) 대잠금, 대감금, 대봉쇄, 대멈춤... 여튼 실질은 "보건 위기를 다루기 위해 생산·소비를 동시에 중단한 사태"입니다.

"올해 170개국의 1인당 소득이 감소할 것... 인류사에 운명적 반전"

'대잠금'이 역사적 사태인 이유.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의 운명적 크기에 있습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올해 170개국에서 1인당 소득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젠 놀랍지 않은 전망이지만 올 1월 전망은 정반대였습니다. 160개국에서 1인당 소득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었습니다. 불과 다섯 달 만에 전망은 극적으로 바뀌었습니다. IMF 사상, 세계 경제사상 이런 변화는 처음입니다. 진정 세계적 위기인 이유입니다.

그래서 전 세계 정부가 돈을 쏟아부었습니다. 부양책(Stimulus)의 크기는 10조 달러에 달합니다. 인류 역사상 이 같은 돈을 이 짧은 시간 동안 쏟아부은 적은 없습니다. 미국, EU, 일본 등 주요통화를 쓰는 나라들의 정부들이 부양책을 쏟아냈습니다. 각국의 중앙은행들도 돈을 찍고, 금리를 내렸습니다. 총재는 이를 '거대한 대응'이라고 불렀습니다.

"좋은 정부가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3월에 신흥국에서 빠져나간 외화자금은 1,000억 달러에 달합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전체기간에 걸쳐 빠져나간 자금이 이 돈의 3분의 1에 불과합니다. 그야말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위기감은 극대화됐습니다. '거대한 대응'은 이 위기를 잦아들게 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실제로 3월 그렇게 위기가 고조됐는데 4, 5월에는 달라졌습니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국들도 건전한 기업의 경우 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 금융시장도 현재 안정적입니다. 총재는 위기의 흉터는 있긴 하겠지만 '거대한 대응'이 그 깊이와 지속성을 극적으로 줄였다고 평가합니다.

75%의 국가가 잠금 Lock down을 지나 재개 Reopen에 나서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사태는 진행 중입니다. 게오르기에바는 Lockdown에서 이제 Reopen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앞으로 Recovery로 전이할 거로 봅니다.

역사의 질문 : 우리 시대가 전염병으로 인해 '더 가난한 자가 많아지고. 더 분열되고, 무역이 퇴조한 시대'로 기억되게 할 것인가?

전염병은 각국 정부에 더 많은 적자를 안겼습니다. 빚을 안겼습니다. 더 많은 기업이 앞으로 파산할 것이고, 영구적이고 구조적인 실업이 장기간 지속할 것입니다. 빈곤은 따라서 심각해질 것이고, 불평등은 유례없게 될 것입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물론 백신과 치료제를 말하지만, 더 역사적인 질문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시대가 어떤 시대로 역사에 기록되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그리고 공정사회로 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각국 정부가 공정사회를 열어야겠죠. 정부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 역시 반복됩니다. 늘어날 불평등을 해소할 역할은 정부 이외에는 감당할 수 있는 주체가 없습니다.

IMF 총재는 또 이를 위해 '국제무역'을 강조합니다. 국제무역은 빈곤한 나라가 빈곤을 벗어나 발전할 수 있게 해주었고,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지탱하는 역할도 합니다. 그런 무역이 세계적 분열로 인해 퇴조한다면 인류의 불평등 위기는 더 심각해질 것이란 이유에서입니다.

"디지털화, 저탄소 기후회복 성장"의 두 축... 미래로 나아가야

그리고 디지털입니다. 디지털은 이 위기의 가장 큰 승자가 될 것입니다. 기업 운영의 현대화나 e러닝, 전자결제, 전자정부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코로나19가 이 디지털 전환을 2~3년 앞당겼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전염병으로 인해 미래가 더 빨라진 겁니다. 이 변화의 물결에 빠르게 올라타야 합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정부의 역할이 지속하도록 디지털 세금 문제와 관련한 합의도 빨리 도출해야 합니다.

또 기후문제입니다. 전염병으로 인한 변화가 힘들고 고통스럽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하고 재앙에 가까울 것입니다. 이제 변화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저탄소 기후 회복 성장은 일자리도 만듭니다. 건물 단열과 산림의 개간, 그리고 도시 재생 사업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합니다.

"운명은 용감한 자를 좋아한다 Fortune favors the brave"

지금까지 IMF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지난주 두 번 강조한 내용 살펴봤습니다.

게오르기에바는 불가리아의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태어나 IMF의 총재가 됐습니다. 스스로 '비시장 체제의 왜곡을 잘 알고 있으며' 동시에 '나쁜 정책이 얼마나 큰 비용을 치르게 하는지'도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역사의 질문을 생각하며 거대한 행동을 해야 할 때라고 지적합니다. "운명은 용감한 자를 좋아한다"는 인용구를 내세운 뒤 그게 부족했다고 느꼈는지 스티브 잡스까지 동원합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미친 사람들이 때때로 세상을 바꾼다"

“The people who are crazy enough to think they can change the world are often the ones who 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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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F 총재가 일주일에 두 번 당부한 것
    • 입력 2020-06-15 13:57:31
    • 수정2020-06-15 13:58:14
    취재K
IMF 바쁩니다. 총재인 게오르기에바 역시 바쁠 수밖에 없죠. 매주 수차례 온라인 회의에 참석합니다. 공식 발언 가운데 의미 있는 것은 메일로 기자들에게 보내주기도 합니다. 공식 발언이래 봐야 어디 직접 가는 일은 없으니 다 온라인 발언이고 서면 대체 발언이긴 하지만요.

어제(14일) 메일로 온 '이탈리아 경제 재개 축하' 서면을 보다가 이게 지난주 수요일(10일) 온 서면과 매우 흡사하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수요일은 미국 상공회의소에 보내는 서면 발언이었는데요. 대상이 다른데도 내용이 반복되는 이유는 당연히 중요하기 때문이겠죠. 조금 살펴볼까요?

"우리는 역사의 한 지점에 있습니다. 바로 대잠금(Great Lockdown)의 시대입니다"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사태를 '역사적 반열'로 올린 게 사실입니다. 단순한 보건 위기가 아니고, 단순한 경제 위기도 아닌, 인류의 생활방식과 존재 양태를 바꾸는 역사적 사건이란 것이죠. IMF 게오르기에바 총재 역시 그러하고, 총재는 이 사태를 'Great Lockdown'이라고 부르기로 한 것 같습니다. '대공황 Great Depression)'에 대응하는 조어입니다.

이 Lockdown은 사전적으론 교도소 용어입니다. 죄수 이동 금지령 같은 건데, 사태를 다루기 위해 각국이 도입한 봉쇄조치를 상징하는 용어로 외신에선 끊임없이 쓰였습니다. 한국말 번역은 좀 애매합니다. (우리는 Lockdown 안 했기 때문에, 이걸 표현할 말을 찾기 힘든 것인지도 모릅니다) 대잠금, 대감금, 대봉쇄, 대멈춤... 여튼 실질은 "보건 위기를 다루기 위해 생산·소비를 동시에 중단한 사태"입니다.

"올해 170개국의 1인당 소득이 감소할 것... 인류사에 운명적 반전"

'대잠금'이 역사적 사태인 이유.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의 운명적 크기에 있습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올해 170개국에서 1인당 소득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젠 놀랍지 않은 전망이지만 올 1월 전망은 정반대였습니다. 160개국에서 1인당 소득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었습니다. 불과 다섯 달 만에 전망은 극적으로 바뀌었습니다. IMF 사상, 세계 경제사상 이런 변화는 처음입니다. 진정 세계적 위기인 이유입니다.

그래서 전 세계 정부가 돈을 쏟아부었습니다. 부양책(Stimulus)의 크기는 10조 달러에 달합니다. 인류 역사상 이 같은 돈을 이 짧은 시간 동안 쏟아부은 적은 없습니다. 미국, EU, 일본 등 주요통화를 쓰는 나라들의 정부들이 부양책을 쏟아냈습니다. 각국의 중앙은행들도 돈을 찍고, 금리를 내렸습니다. 총재는 이를 '거대한 대응'이라고 불렀습니다.

"좋은 정부가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3월에 신흥국에서 빠져나간 외화자금은 1,000억 달러에 달합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전체기간에 걸쳐 빠져나간 자금이 이 돈의 3분의 1에 불과합니다. 그야말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위기감은 극대화됐습니다. '거대한 대응'은 이 위기를 잦아들게 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실제로 3월 그렇게 위기가 고조됐는데 4, 5월에는 달라졌습니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국들도 건전한 기업의 경우 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 금융시장도 현재 안정적입니다. 총재는 위기의 흉터는 있긴 하겠지만 '거대한 대응'이 그 깊이와 지속성을 극적으로 줄였다고 평가합니다.

75%의 국가가 잠금 Lock down을 지나 재개 Reopen에 나서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사태는 진행 중입니다. 게오르기에바는 Lockdown에서 이제 Reopen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앞으로 Recovery로 전이할 거로 봅니다.

역사의 질문 : 우리 시대가 전염병으로 인해 '더 가난한 자가 많아지고. 더 분열되고, 무역이 퇴조한 시대'로 기억되게 할 것인가?

전염병은 각국 정부에 더 많은 적자를 안겼습니다. 빚을 안겼습니다. 더 많은 기업이 앞으로 파산할 것이고, 영구적이고 구조적인 실업이 장기간 지속할 것입니다. 빈곤은 따라서 심각해질 것이고, 불평등은 유례없게 될 것입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물론 백신과 치료제를 말하지만, 더 역사적인 질문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시대가 어떤 시대로 역사에 기록되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그리고 공정사회로 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각국 정부가 공정사회를 열어야겠죠. 정부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 역시 반복됩니다. 늘어날 불평등을 해소할 역할은 정부 이외에는 감당할 수 있는 주체가 없습니다.

IMF 총재는 또 이를 위해 '국제무역'을 강조합니다. 국제무역은 빈곤한 나라가 빈곤을 벗어나 발전할 수 있게 해주었고,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지탱하는 역할도 합니다. 그런 무역이 세계적 분열로 인해 퇴조한다면 인류의 불평등 위기는 더 심각해질 것이란 이유에서입니다.

"디지털화, 저탄소 기후회복 성장"의 두 축... 미래로 나아가야

그리고 디지털입니다. 디지털은 이 위기의 가장 큰 승자가 될 것입니다. 기업 운영의 현대화나 e러닝, 전자결제, 전자정부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코로나19가 이 디지털 전환을 2~3년 앞당겼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전염병으로 인해 미래가 더 빨라진 겁니다. 이 변화의 물결에 빠르게 올라타야 합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정부의 역할이 지속하도록 디지털 세금 문제와 관련한 합의도 빨리 도출해야 합니다.

또 기후문제입니다. 전염병으로 인한 변화가 힘들고 고통스럽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하고 재앙에 가까울 것입니다. 이제 변화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저탄소 기후 회복 성장은 일자리도 만듭니다. 건물 단열과 산림의 개간, 그리고 도시 재생 사업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합니다.

"운명은 용감한 자를 좋아한다 Fortune favors the brave"

지금까지 IMF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지난주 두 번 강조한 내용 살펴봤습니다.

게오르기에바는 불가리아의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태어나 IMF의 총재가 됐습니다. 스스로 '비시장 체제의 왜곡을 잘 알고 있으며' 동시에 '나쁜 정책이 얼마나 큰 비용을 치르게 하는지'도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역사의 질문을 생각하며 거대한 행동을 해야 할 때라고 지적합니다. "운명은 용감한 자를 좋아한다"는 인용구를 내세운 뒤 그게 부족했다고 느꼈는지 스티브 잡스까지 동원합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미친 사람들이 때때로 세상을 바꾼다"

“The people who are crazy enough to think they can change the world are often the ones who 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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