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소왕국…“예배·영업 강요” 힘들었어요

입력 2020.06.15 (21:38) 수정 2020.06.15 (21:5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제주지역의 한 케이블 방송사가 직원들에게 종교 예배 참여와 영업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문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주의 은혜 나누며."]

여성 직원들이 찬송가를 부르며 무대에 오릅니다.

["주님께 영광을 주님께 감사를."]

같은 옷을 맞춰입은 또다른 부서 직원들도 찬송가를 부릅니다.

여기는 교회가 아닙니다.

KCTV제주방송의 회사 강당입니다.

이 회사는 부서 별로 한 달에 한 번 예배 모임을 갖고 찬송가를 불렀습니다.

제주방송 공성용 회장과 그의 가족도 참석했습니다.

[KCTV제주방송 퇴사 직원 A/음성 변조 : "2~3주 연습해서 심하게 말하면 재롱잔치처럼. 이건 직원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잖아요."]

퇴직한 직원은 예배 참석을 사실상 강요당했다고 말합니다.

[KCTV제주방송 퇴사 직원 B/음성 변조 : "솔직히 나이 30~40 먹고 그런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 부르고 하는 게 창피하죠."]

디지털TV와 알뜰폰을 파는 일에 비영업부서 직원들까지 동원됐고 사고 싶은 않은 자사제품을 억지로 사야 했다고 증언합니다.

[KCTV제주방송 직원 A/음성 대역 : "직원들 주소를 확인해서 방송, 인터넷, 알뜰폰 등 회사 상품 안 쓰는 직원들을 다 찾아냈어요. 위약금을 낸 직원도 있어요."]

[KCTV제주방송 퇴사 직원 C/음성 변조 : "(영업직원에게 실적을)돈 주고 사는 경우도 있어요. 건당 3만 원 정도로."]

공성용 회장이 전하는 이른바 CEO 메시지를 들어보겠습니다.

[공성용/KCTV제주방송 회장/지난 4월 20일 CEO 메시지 중 : "사우님 칼에는 칼, 주먹에는 주먹, 돈에는 돈으로 갚아야 합니까? 저도 그렇게 할까요? 당신의 진급, 급여인상, 성과급, 인사, 지금 당신의 이익 10배 이상 줄게 할 수 있습니다."]

영업을 빌미로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경우, 또 비영업부서 직원에게 영업 목표를 정해 판매를 독려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종교행사 참여 강요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반론과 해명을 듣기 위해 공 회장에게 수차례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습니다.

KCTV제주방송 측은 대신 서면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자사품 구매와 영업을 강요당했다는 제보에 대해 회사제품에 대한 이해 증진이 목적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종교행사도 '강요'로 보기 어렵고 올해부터 예배와 특별찬송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해왔습니다.

일부 직원들은 회사 측에서 문제가 된 갑질과 불법행위 논란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본 다음 관할 기관에 민원을 낼지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문준영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회장님의 소왕국…“예배·영업 강요” 힘들었어요
    • 입력 2020-06-15 21:39:05
    • 수정2020-06-15 21:52:03
    뉴스 9
[앵커]

제주지역의 한 케이블 방송사가 직원들에게 종교 예배 참여와 영업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문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주의 은혜 나누며."]

여성 직원들이 찬송가를 부르며 무대에 오릅니다.

["주님께 영광을 주님께 감사를."]

같은 옷을 맞춰입은 또다른 부서 직원들도 찬송가를 부릅니다.

여기는 교회가 아닙니다.

KCTV제주방송의 회사 강당입니다.

이 회사는 부서 별로 한 달에 한 번 예배 모임을 갖고 찬송가를 불렀습니다.

제주방송 공성용 회장과 그의 가족도 참석했습니다.

[KCTV제주방송 퇴사 직원 A/음성 변조 : "2~3주 연습해서 심하게 말하면 재롱잔치처럼. 이건 직원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잖아요."]

퇴직한 직원은 예배 참석을 사실상 강요당했다고 말합니다.

[KCTV제주방송 퇴사 직원 B/음성 변조 : "솔직히 나이 30~40 먹고 그런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 부르고 하는 게 창피하죠."]

디지털TV와 알뜰폰을 파는 일에 비영업부서 직원들까지 동원됐고 사고 싶은 않은 자사제품을 억지로 사야 했다고 증언합니다.

[KCTV제주방송 직원 A/음성 대역 : "직원들 주소를 확인해서 방송, 인터넷, 알뜰폰 등 회사 상품 안 쓰는 직원들을 다 찾아냈어요. 위약금을 낸 직원도 있어요."]

[KCTV제주방송 퇴사 직원 C/음성 변조 : "(영업직원에게 실적을)돈 주고 사는 경우도 있어요. 건당 3만 원 정도로."]

공성용 회장이 전하는 이른바 CEO 메시지를 들어보겠습니다.

[공성용/KCTV제주방송 회장/지난 4월 20일 CEO 메시지 중 : "사우님 칼에는 칼, 주먹에는 주먹, 돈에는 돈으로 갚아야 합니까? 저도 그렇게 할까요? 당신의 진급, 급여인상, 성과급, 인사, 지금 당신의 이익 10배 이상 줄게 할 수 있습니다."]

영업을 빌미로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경우, 또 비영업부서 직원에게 영업 목표를 정해 판매를 독려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종교행사 참여 강요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반론과 해명을 듣기 위해 공 회장에게 수차례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습니다.

KCTV제주방송 측은 대신 서면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자사품 구매와 영업을 강요당했다는 제보에 대해 회사제품에 대한 이해 증진이 목적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종교행사도 '강요'로 보기 어렵고 올해부터 예배와 특별찬송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해왔습니다.

일부 직원들은 회사 측에서 문제가 된 갑질과 불법행위 논란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본 다음 관할 기관에 민원을 낼지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문준영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