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그리스 갈 수 있다는데…주한 그리스대사관은 “금시초문”

입력 2020.06.16 (11:42) 수정 2020.06.1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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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이 해외여행을 가기 전 반드시 한 번은 들러봐야 하는 웹사이트, 바로 외교부가 운영하는 '해외안전여행'입니다. 홈페이지 전면에 세계 지도가 펼쳐져 있고, 방문할 때 조심해야 하는 나라가 어디인지, 가지 말아야 할 곳은 어디인지 알아보기 편하게 색깔로 표현해 뒀습니다.

지금은 코로나 19 탓에 전 세계 대부분이 붉은 바탕에 흰 빗금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특별 여행주의보'가 내려졌다는 뜻입니다. 특별 여행주의보는 단기적으로 긴급한 위험에 대해 발령 나는 것으로, 일반적인 여행 경보의 2단계 황색경보(여행 자제)와 3단계 적색경보(철수 권고) 사이의 위험도를 나타냅니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글. 6월 15일부터 그리스 입국이 허용된다고 적혀 있다.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글. 6월 15일부터 그리스 입국이 허용된다고 적혀 있다.

■ 외교부 "15일부터 그리스 입국 가능" 공지

이 사이트에는 국가, 지역별 각종 정보와 최근 안전 소식 등도 수시로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최근 공지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6월 13일 최신 안전공지 게시판에 올라온 그리스에 대한 안내 글입니다. 제목은 '그리스 입국제한 조치사항 변경(6.15부터)'. 내용은 그리스가 15일 즉 어제부터 국적을 불문하고 한국 등 29개 나라에서 출발하는 승객에 대해 입국을 허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부 경우에 한 해 코로나 19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고 첨언 돼 있었습니다.

이 공지가 사실이라면 유럽연합의 일원이자 유럽 관광의 중심지가 한국을 향해 문을 활짝 연 것입니다. 코로나 19로 전 세계적인 여행 또는 단기 방문이 사실상 금지된 상황에서 코로나 19 대확산 이후 처음으로 유럽으로 가는 길이 열린 것이기도 합니다. 최근 유럽 연합 내 국경 봉쇄 조치가 사라지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EU 내 상당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생긴 셈입니다.

주한 그리스대사관 "금시초문" vs 외교부 "입국 가능 확실"

이제 한국에서 그리스행 항공권만 사면 유럽을 갈 수 있는 것일까? 하지만 주한 그리스대사관은 견해가 달랐습니다. 6월 15일 입국제한 조치가 풀린다는 소식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자신들은 공식적으로 그런 사실을 밝힌 적이 없으니 좀 더 확인해 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웹사이트를 보고 주한 그리스 대사관으로 대단히 많은 문의가 오고 있다며 답답함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문의가 빗발치는 듯 전화 통화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외교부의 입장은 확고했습니다. 주그리스 대한민국 대사관을 통해서 직접 확인했다는 겁니다. KBS 취재진이 직접 접촉했던 주그리스 대한민국 대사관 역시 확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비자 없이 90일간 체류가 가능하다면서 입국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외교부 측은 주한 그리스 대사관이 잘 모르고 있는 것은 그리스 측에서 소통이 잘되지 않는 것 아니냐며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외교부와 주한 그리스 대사관이 엇갈린 이야기를 하는 사이, 몸소 그리스 입국을 시도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례들이 인터넷에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15일부터 그리스 입국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리스로 가려다 루마니아 공항에서 탑승을 거부당한 경우, 6월 말까지는 장기체류자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만 입국 가능하다는 연락을 항공사로부터 받았다는 경우 등입니다. 반면 우리 외교부 영사콜센터에 전화를 했던 한 시민은 그리스에 갈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외교부와 그리스 사이의 혼선이 그대로 우리 국민 사이에서 되풀이되면서 확대되고 있었던 겁니다.

주 그리스 대한민국 대사관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글. 7월 1일부터 그리스 입국이 가능하다고 적혀있다.주 그리스 대한민국 대사관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글. 7월 1일부터 그리스 입국이 가능하다고 적혀있다.

외교부, 다른 홈페이지에 슬쩍 "그리스 입국 7월부터..."

누가 옳을까요? 결론은 싱겁게 끝났습니다. 오늘(16일) 새벽 주그리스 대한민국 대사관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슬그머니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제목은 <그리스 입국제한 조치 사항 변경(7.1부터 입국 허용)>. 내용은 입국 금지 조치가 애초 15일 만료 예정이었지만 30일까지 재차 연장됐고 이 결정은 14일 내려졌다는 겁니다. 즉, 지금 그리스를 갈 수 없고 7월 1일이나 돼야 입국할 수 있다는 겁니다.

외교부 홈페이지에 있는 공지를 슬쩍 번복하면서, 현재 그리스 입국이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스스로 인정한 겁니다. 언론이 취재를 시작할 때까지 국민이 혼란스러워할 때까지 말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공지는 주그리스 대한민국 대사관 홈페이지를 찾아가야만 볼 수 있습니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만 본다면 여전히 15일부터 그리스 입국이 가능합니다. 외교부 홈페이지를 찾는 국민에게 여전히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어제 KBS 취재진에게 했던 "현재 입국이 가능하다"는 말을 드러내놓고 번복하기가 어려웠던 걸까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 국민의 혼란을 최소화할 세심하고 적극적인, 그러면서도 정직한 행정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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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16 11:42:00
    • 수정2020-06-16 13:56:15
    취재K
[사진1]
우리 국민이 해외여행을 가기 전 반드시 한 번은 들러봐야 하는 웹사이트, 바로 외교부가 운영하는 '해외안전여행'입니다. 홈페이지 전면에 세계 지도가 펼쳐져 있고, 방문할 때 조심해야 하는 나라가 어디인지, 가지 말아야 할 곳은 어디인지 알아보기 편하게 색깔로 표현해 뒀습니다.

지금은 코로나 19 탓에 전 세계 대부분이 붉은 바탕에 흰 빗금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특별 여행주의보'가 내려졌다는 뜻입니다. 특별 여행주의보는 단기적으로 긴급한 위험에 대해 발령 나는 것으로, 일반적인 여행 경보의 2단계 황색경보(여행 자제)와 3단계 적색경보(철수 권고) 사이의 위험도를 나타냅니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글. 6월 15일부터 그리스 입국이 허용된다고 적혀 있다.
■ 외교부 "15일부터 그리스 입국 가능" 공지

이 사이트에는 국가, 지역별 각종 정보와 최근 안전 소식 등도 수시로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최근 공지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6월 13일 최신 안전공지 게시판에 올라온 그리스에 대한 안내 글입니다. 제목은 '그리스 입국제한 조치사항 변경(6.15부터)'. 내용은 그리스가 15일 즉 어제부터 국적을 불문하고 한국 등 29개 나라에서 출발하는 승객에 대해 입국을 허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부 경우에 한 해 코로나 19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고 첨언 돼 있었습니다.

이 공지가 사실이라면 유럽연합의 일원이자 유럽 관광의 중심지가 한국을 향해 문을 활짝 연 것입니다. 코로나 19로 전 세계적인 여행 또는 단기 방문이 사실상 금지된 상황에서 코로나 19 대확산 이후 처음으로 유럽으로 가는 길이 열린 것이기도 합니다. 최근 유럽 연합 내 국경 봉쇄 조치가 사라지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EU 내 상당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생긴 셈입니다.

주한 그리스대사관 "금시초문" vs 외교부 "입국 가능 확실"

이제 한국에서 그리스행 항공권만 사면 유럽을 갈 수 있는 것일까? 하지만 주한 그리스대사관은 견해가 달랐습니다. 6월 15일 입국제한 조치가 풀린다는 소식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자신들은 공식적으로 그런 사실을 밝힌 적이 없으니 좀 더 확인해 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웹사이트를 보고 주한 그리스 대사관으로 대단히 많은 문의가 오고 있다며 답답함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문의가 빗발치는 듯 전화 통화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외교부의 입장은 확고했습니다. 주그리스 대한민국 대사관을 통해서 직접 확인했다는 겁니다. KBS 취재진이 직접 접촉했던 주그리스 대한민국 대사관 역시 확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비자 없이 90일간 체류가 가능하다면서 입국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외교부 측은 주한 그리스 대사관이 잘 모르고 있는 것은 그리스 측에서 소통이 잘되지 않는 것 아니냐며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외교부와 주한 그리스 대사관이 엇갈린 이야기를 하는 사이, 몸소 그리스 입국을 시도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례들이 인터넷에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15일부터 그리스 입국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리스로 가려다 루마니아 공항에서 탑승을 거부당한 경우, 6월 말까지는 장기체류자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만 입국 가능하다는 연락을 항공사로부터 받았다는 경우 등입니다. 반면 우리 외교부 영사콜센터에 전화를 했던 한 시민은 그리스에 갈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외교부와 그리스 사이의 혼선이 그대로 우리 국민 사이에서 되풀이되면서 확대되고 있었던 겁니다.

주 그리스 대한민국 대사관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글. 7월 1일부터 그리스 입국이 가능하다고 적혀있다.
외교부, 다른 홈페이지에 슬쩍 "그리스 입국 7월부터..."

누가 옳을까요? 결론은 싱겁게 끝났습니다. 오늘(16일) 새벽 주그리스 대한민국 대사관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슬그머니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제목은 <그리스 입국제한 조치 사항 변경(7.1부터 입국 허용)>. 내용은 입국 금지 조치가 애초 15일 만료 예정이었지만 30일까지 재차 연장됐고 이 결정은 14일 내려졌다는 겁니다. 즉, 지금 그리스를 갈 수 없고 7월 1일이나 돼야 입국할 수 있다는 겁니다.

외교부 홈페이지에 있는 공지를 슬쩍 번복하면서, 현재 그리스 입국이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스스로 인정한 겁니다. 언론이 취재를 시작할 때까지 국민이 혼란스러워할 때까지 말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공지는 주그리스 대한민국 대사관 홈페이지를 찾아가야만 볼 수 있습니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만 본다면 여전히 15일부터 그리스 입국이 가능합니다. 외교부 홈페이지를 찾는 국민에게 여전히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어제 KBS 취재진에게 했던 "현재 입국이 가능하다"는 말을 드러내놓고 번복하기가 어려웠던 걸까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 국민의 혼란을 최소화할 세심하고 적극적인, 그러면서도 정직한 행정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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