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억 택배사기 첫 공판…“계약서 보세요” 혐의 부인한 피고인

입력 2020.06.16 (14:04) 수정 2020.06.16 (14:0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택배 일자리를 보장한다며 트럭 1,900대를 판매해 약 520억 원을 속여 뺏은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OO물류 대표 이 모 씨가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어제(15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이 씨의 변호인은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사기죄와 횡령죄 모두 다 성립할 수 없다"라며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이 씨의 OO물류와 트럭 구매자가 체결한 '차량출고 및 물류배송직 투입 위 수탁계약서' 내용을 잘 따져보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연관기사] ‘택배취업 알선’ 빌미로 트럭값 부풀려…피해자 1,900명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32537

이 씨는 택배기사를 하려는 피해자들에게 택배기사를 시켜줄 것처럼 속여 택배트럭을 판매하고, 차량을 냉동탑차 등으로 개조토록 해 실제 개조비용을 제외한 600여만 원을 챙기는 방법 등으로 약 1,900대의 트럭값 520억 원 상당을 속여 뺏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또 챙긴 돈 중 9억 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써 업무상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이 씨와 함께 일했던 서 모 씨, 김 모 씨 등 3명도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에 출석했는데, 이들 중 2명은 혐의를 인정했고 1명은 이 씨처럼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계약서에 다 확인 서명 했어요"...공소혐의 조목조목 반박한 변호인

이 씨의 변호인인 김앤장법률사무소의 권태형 변호사는 "트럭구매자와 피고인이 체결한 계약은 단순히 트럭을 판매하는 계약이 아니고 개인사업자등록대행, 구매계약대행, 차량개조의뢰 등 택배업체와 연계해 물류 활동에 투입할 수 있는 모든 내용이 포함된 계약"이라며 계약서 내용을 따져봐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피고인 측이 일자리를 소개해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사기라는 검찰 측 주장에 권 변호사는 피고인 측이 '택배 물류센터 소장들과 일자리 소개를 위해 주고받은 문자'를 제시하며 물류센터와 체결한 계약서가 없었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소개해줄 능력이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택배기사와 피고인 측이 체결한 계약 자체는 일자리 소개만 해주면 구체적인 업무는 택배기사가 물류센터 등과 다시 계약을 체결하게 돼 있으므로 일자리 소개 관련 사기 혐의는 성립될 수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실제로는 필요하지도 않은 냉동탑차를 사도록 유도한 혐의에 대해서는 초기비용 부담 때문에 대출한도가 높은 냉동탑차를 구매토록 한 것인데 구매자들이 이 같은 내용을 알고 있다는 확인서명을 계약서에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개조비용 중 600여만 원을 리베이트 형태로 트럭구매자 몰래 챙겼다는 혐의에 대해선 취·등록세, 보험료 등 피고인 측이 실제로 부담한 비용 150만 원가량이 포함돼 있어 사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피해자 변호인 "계약서 이면에 있는 계약의 주된 목적 잘 드러나야 할 것"

이에 대해 한 피해자를 대리해 이 씨를 고소했던 법무법인 신효의 오세정 변호사는 "택배차량을 구매하는 사람 대부분은 차를 사는 게 목적이 아니라 차 구매를 조건으로 제공받는 일자리가 목적"이라며 "그 과정에서 분양업자가 요구하는 계약서를 요식적으로 작성하는 것에 불과한데 막상 이러한 일자리 제공의무는 계약서에 제대로 명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오 변호사는 "이 사건의 경우 증인신문 등 추가 증거조사를 통해 계약서 이면에 있는, 트럭 구매자들이 의도한 계약의 주된 목적이 잘 드러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택배 취업을 빌미로 비싸게 트럭을 파는 업체들에 트럭을 샀다가 제대로 된 일자리는 받지 못하고 트럭 할부금만 내는 처지가 돼 고통을 호소하는 구직자들의 이야기는 이미 수차례 보도된 바 있습니다.

이달 초에는 한 30대 여성이 일자리 알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업체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사기를 당했다는 메모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습니다.

[연관기사] 극단적 선택 부른 ‘택배 트럭 사기’…재판 받으면서도 버젓이 영업?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59994

이 씨의 다음 재판은 8월 10일에 열립니다. 다음 재판에서는 피고인 측 업체 관계자 등의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520억 택배사기 첫 공판…“계약서 보세요” 혐의 부인한 피고인
    • 입력 2020-06-16 14:04:11
    • 수정2020-06-16 14:07:12
    취재K
택배 일자리를 보장한다며 트럭 1,900대를 판매해 약 520억 원을 속여 뺏은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OO물류 대표 이 모 씨가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어제(15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이 씨의 변호인은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사기죄와 횡령죄 모두 다 성립할 수 없다"라며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이 씨의 OO물류와 트럭 구매자가 체결한 '차량출고 및 물류배송직 투입 위 수탁계약서' 내용을 잘 따져보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연관기사] ‘택배취업 알선’ 빌미로 트럭값 부풀려…피해자 1,900명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32537

이 씨는 택배기사를 하려는 피해자들에게 택배기사를 시켜줄 것처럼 속여 택배트럭을 판매하고, 차량을 냉동탑차 등으로 개조토록 해 실제 개조비용을 제외한 600여만 원을 챙기는 방법 등으로 약 1,900대의 트럭값 520억 원 상당을 속여 뺏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또 챙긴 돈 중 9억 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써 업무상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이 씨와 함께 일했던 서 모 씨, 김 모 씨 등 3명도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에 출석했는데, 이들 중 2명은 혐의를 인정했고 1명은 이 씨처럼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계약서에 다 확인 서명 했어요"...공소혐의 조목조목 반박한 변호인

이 씨의 변호인인 김앤장법률사무소의 권태형 변호사는 "트럭구매자와 피고인이 체결한 계약은 단순히 트럭을 판매하는 계약이 아니고 개인사업자등록대행, 구매계약대행, 차량개조의뢰 등 택배업체와 연계해 물류 활동에 투입할 수 있는 모든 내용이 포함된 계약"이라며 계약서 내용을 따져봐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피고인 측이 일자리를 소개해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사기라는 검찰 측 주장에 권 변호사는 피고인 측이 '택배 물류센터 소장들과 일자리 소개를 위해 주고받은 문자'를 제시하며 물류센터와 체결한 계약서가 없었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소개해줄 능력이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택배기사와 피고인 측이 체결한 계약 자체는 일자리 소개만 해주면 구체적인 업무는 택배기사가 물류센터 등과 다시 계약을 체결하게 돼 있으므로 일자리 소개 관련 사기 혐의는 성립될 수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실제로는 필요하지도 않은 냉동탑차를 사도록 유도한 혐의에 대해서는 초기비용 부담 때문에 대출한도가 높은 냉동탑차를 구매토록 한 것인데 구매자들이 이 같은 내용을 알고 있다는 확인서명을 계약서에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개조비용 중 600여만 원을 리베이트 형태로 트럭구매자 몰래 챙겼다는 혐의에 대해선 취·등록세, 보험료 등 피고인 측이 실제로 부담한 비용 150만 원가량이 포함돼 있어 사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피해자 변호인 "계약서 이면에 있는 계약의 주된 목적 잘 드러나야 할 것"

이에 대해 한 피해자를 대리해 이 씨를 고소했던 법무법인 신효의 오세정 변호사는 "택배차량을 구매하는 사람 대부분은 차를 사는 게 목적이 아니라 차 구매를 조건으로 제공받는 일자리가 목적"이라며 "그 과정에서 분양업자가 요구하는 계약서를 요식적으로 작성하는 것에 불과한데 막상 이러한 일자리 제공의무는 계약서에 제대로 명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오 변호사는 "이 사건의 경우 증인신문 등 추가 증거조사를 통해 계약서 이면에 있는, 트럭 구매자들이 의도한 계약의 주된 목적이 잘 드러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택배 취업을 빌미로 비싸게 트럭을 파는 업체들에 트럭을 샀다가 제대로 된 일자리는 받지 못하고 트럭 할부금만 내는 처지가 돼 고통을 호소하는 구직자들의 이야기는 이미 수차례 보도된 바 있습니다.

이달 초에는 한 30대 여성이 일자리 알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업체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사기를 당했다는 메모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습니다.

[연관기사] 극단적 선택 부른 ‘택배 트럭 사기’…재판 받으면서도 버젓이 영업?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59994

이 씨의 다음 재판은 8월 10일에 열립니다. 다음 재판에서는 피고인 측 업체 관계자 등의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