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상에 날개 잃은 큰고니 부부…24년 만에 부모된 사연

입력 2020.06.1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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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총상 입고 구조된 큰고니, 24년 만에 새끼 번식
사람 나이로 치면 70대에 늦깎이 부모
아기 큰고니 '미오', "건강한 상태"

지난달 28일,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작은 경사가 생겼습니다. 이 동물원에서 지내고 있는 큰고니 부부가 아기 큰고니, '미오'를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큰고니 부부의 나이는 25살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70대의 나이에 드디어 새끼 부화에 성공한 것입니다. 흔히 백조로 불리는 천연기념물 큰고니는 매년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어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 위기종입니다.


1996년 총상 입은 채 구조…아빠 큰고니, 날개 잃어

이 큰고니 부부에게는 사연이 있습니다. 아빠 큰고니 '날개'와 어미 큰고니 '낙동'은 지난 1996년 남양주시 팔당리에서 구조됐습니다. 아빠 큰고니는 날개에 총상을, 어미 큰고니는 몸에 심한 상처를 입은 채였습니다.

다행히 큰고니 부부는 구조돼 치료를 받았지만, 아빠 큰고니, '날개'는 결국 오른쪽 날개 절반을 잃어 영영 날지 못하게 됐습니다. 이후 큰고니 부부는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으로 옮겨져 새 둥지를 틀었습니다. 에버랜드 동물원은 환경부가 정한 '서식지 외 종보전 기관'입니다.


부상 트라우마로 새끼 번식 실패

보통 날개에 상처를 입어 날지 못하게 되면 조류는 폐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아빠 큰노니 '날개'는 다행히 건강하게 지냈지만, 큰고니 부부 모두 부상 트라우마로 새끼 번식에 실패했습니다.

에버랜드 동물원 측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큰고니 부부의 마지막 새끼 번식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지난해 말 큰고니 부부를 위해 별도의 산란장을 마련한 것입니다. 같이 지내던 혹고니가 산란에 성공한 곳이었습니다. 산란을 위한 집 구조물도 마련하고 외부 접촉도 줄였습니다.



지난달 부화 성공...아름다운 오리, '미(美)오'로 이름 지어

에버랜드 동물원 측은 처음엔 큰고니 부부가 산란한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큰고니가 알을 품다 이동할 때면 알을 보호하기 위해 항상 나뭇가지나 풀로 가려놨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미 큰고니가 알을 품은 지 약 한 달이 넘은 지난달 28일 드디어 아기 큰고니가 알을 깨고 나왔습니다. 건강한 상태로 태어난 아기 큰고니는 '아름다운 오리'라는 뜻에서 '미(美)오'로 이름 붙여졌습니다.

생후 20일째의 아기 큰고니 ‘미오’생후 20일째의 아기 큰고니 ‘미오’


어미 날개 속에서 지내던 '미오'는 현재 어른 주먹만 한 크기로 자랐습니다. 지금은 회갈색의 털을 갖고 있지만 5~6달이 지나면 엄마와 아빠처럼 새하얀 흰색 털을 뽐낼 예정입니다. 큰고니 부부는 아기 '미오'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정성껏 보살피고 있습니다.

늦깎이 부모가 된 큰고니 부부, '날개'와 '낙동'과 아기 큰고니 '미오'는 모두 건강한 상태입니다. 큰고니 사육을 담당하고 있는 이지연 사육사는 "엄마는 아기를 따뜻하게 품어 주고 아빠는 불편한 몸에도 아기를 위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는 큰고니 가족을 보고 있으면 새삼 가족과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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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상에 날개 잃은 큰고니 부부…24년 만에 부모된 사연
    • 입력 2020-06-17 14:34:01
    취재K
총상 입고 구조된 큰고니, 24년 만에 새끼 번식 <br />사람 나이로 치면 70대에 늦깎이 부모 <br />아기 큰고니 '미오', "건강한 상태"
지난달 28일,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작은 경사가 생겼습니다. 이 동물원에서 지내고 있는 큰고니 부부가 아기 큰고니, '미오'를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큰고니 부부의 나이는 25살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70대의 나이에 드디어 새끼 부화에 성공한 것입니다. 흔히 백조로 불리는 천연기념물 큰고니는 매년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어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 위기종입니다.


1996년 총상 입은 채 구조…아빠 큰고니, 날개 잃어

이 큰고니 부부에게는 사연이 있습니다. 아빠 큰고니 '날개'와 어미 큰고니 '낙동'은 지난 1996년 남양주시 팔당리에서 구조됐습니다. 아빠 큰고니는 날개에 총상을, 어미 큰고니는 몸에 심한 상처를 입은 채였습니다.

다행히 큰고니 부부는 구조돼 치료를 받았지만, 아빠 큰고니, '날개'는 결국 오른쪽 날개 절반을 잃어 영영 날지 못하게 됐습니다. 이후 큰고니 부부는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으로 옮겨져 새 둥지를 틀었습니다. 에버랜드 동물원은 환경부가 정한 '서식지 외 종보전 기관'입니다.


부상 트라우마로 새끼 번식 실패

보통 날개에 상처를 입어 날지 못하게 되면 조류는 폐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아빠 큰노니 '날개'는 다행히 건강하게 지냈지만, 큰고니 부부 모두 부상 트라우마로 새끼 번식에 실패했습니다.

에버랜드 동물원 측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큰고니 부부의 마지막 새끼 번식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지난해 말 큰고니 부부를 위해 별도의 산란장을 마련한 것입니다. 같이 지내던 혹고니가 산란에 성공한 곳이었습니다. 산란을 위한 집 구조물도 마련하고 외부 접촉도 줄였습니다.



지난달 부화 성공...아름다운 오리, '미(美)오'로 이름 지어

에버랜드 동물원 측은 처음엔 큰고니 부부가 산란한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큰고니가 알을 품다 이동할 때면 알을 보호하기 위해 항상 나뭇가지나 풀로 가려놨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미 큰고니가 알을 품은 지 약 한 달이 넘은 지난달 28일 드디어 아기 큰고니가 알을 깨고 나왔습니다. 건강한 상태로 태어난 아기 큰고니는 '아름다운 오리'라는 뜻에서 '미(美)오'로 이름 붙여졌습니다.

생후 20일째의 아기 큰고니 ‘미오’

어미 날개 속에서 지내던 '미오'는 현재 어른 주먹만 한 크기로 자랐습니다. 지금은 회갈색의 털을 갖고 있지만 5~6달이 지나면 엄마와 아빠처럼 새하얀 흰색 털을 뽐낼 예정입니다. 큰고니 부부는 아기 '미오'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정성껏 보살피고 있습니다.

늦깎이 부모가 된 큰고니 부부, '날개'와 '낙동'과 아기 큰고니 '미오'는 모두 건강한 상태입니다. 큰고니 사육을 담당하고 있는 이지연 사육사는 "엄마는 아기를 따뜻하게 품어 주고 아빠는 불편한 몸에도 아기를 위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는 큰고니 가족을 보고 있으면 새삼 가족과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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