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잠 줄여 일 더 했더니 ‘자격 미달’…“무조건 굶으라고요?”

입력 2020.06.17 (21:45) 수정 2020.06.17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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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로 누구보다 힘든 사람들, 벌이가 줄어도 일자리를 잃어도 고용보험 혜택조차 못받는 노동자들인데요.

정부가 이런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며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2주 만에 61만 명 넘는 신청자가 몰렸습니다.

그런데, 각종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이마저도 못 받는 또 다른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납득하기 어려운 행정처리도 원인이었는데요.

KBS는 사각지대 속 또다른 사각지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습니다.

김지숙 기자가 이들의 억울한 사연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지금은 밤 10시 반 서울 여의도인데요.

정차중인 택시에 타보겠습니다.

[황대일/개인택시 기사 : "(코로나 때문에 손님 많이 줄은 거 아니에요?) 엄청나게 줄었죠. 처음에는 진짜 길에 손님도 없었어요."]

65살 황대일 씨는 20년 경력의 개인택시 기삽니다.

지금처럼 벌이가 안 좋았던 적은 없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잠을 더 줄였다고 합니다.

[황대일/개인택시 기사 : "할 수 없이 우리 택시는 손님이 없으면 없는대로 시간을 늘리면 되니까..."]

그저 더 일했을 뿐인데 결과는, 허탈했습니다.

석 달치 150만 원을 준다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신청 자격이 안된다는 겁니다.

지난해보다 25% 이상 감소가 기준인데, 황 씨는 15%만 줄었기 때문입니다.

[황대일/개인택시 기사 : "한 3일만 (일을) 안했으면 150만 원을 받았을텐데... 집에서 일 안하신 분들은 다 받아가고 자기 가정을 위해서 열심히 일했던 사람은 좀 허탈합니다."]

'소득 감소 25%', 어떻게 정해진걸까, 고용노동부에 물어봤습니다.

근로자의 통상 한 달 근무일수는 22일, 이 중 5일 이상 일을 못하면 생계에 어려움이 생길 걸로 보는데 그 비율이 대략 25%다,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이 기준 때문에 오랫동안 무급 휴직을 하고도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는데요.

한 항공 지상조업사 경우를 살펴봤습니다.

항공기에 기름 넣고 화물 나르는 일을 하는 한 업체.

무급 휴직을 했었던 직원 10여 명이 지원금을 신청했습니다.

돌아온 답은 역시 '기준 미달'.

3월부터 석 달 동안 총 30일 이상, 또는 매달 5일 이상 무급휴직했어야 받을 수 있는데 이들의 무급휴직 기간은 3월에 5일, 4월에 21일, 모두 26일, 30일이 안 된다는 겁니다.

[항공 지상조업사 노조 관계자 : "달에 5일씩 3회 15일만 쉬는 사람들은 해당이 되고 15일 이상을 (무급휴직)했는데 30일이 충족이 안 된다고 해서 되게 억울해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아예 일을 하지 못한 경우는 어떨까요?

이번엔 휴대전화 앱으로 연락을 받고 일을 하는 대리기사의 이야깁니다.

2년간 대리기사로 일해 온 30대 양 모 씨, 코로나19 여파로 2월부터 일을 못했습니다.

[양00/대리기사 : "차에 타면 술 취하신 분들은 마스크 안 쓰시거든요. 전화통화하고 기침하시는데 저는 무섭잖아요."]

지난해 12월 한 달 수입은 160만 원이었지만, 올 들어 2월부터 5월까지 넉 달 동안은 0원.

지원금을 신청하니, 월급통장이나 일을 못 했다는 확인서를 받아오라고 했다는 것,

[양00/대리기사 : "대리기사가 계약하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콜 따서 수수료 20% 주고 나머지는 가져가는 건데.... 대리기사가 무슨 월급을 받아요. 운행해주고 돈 받고 이게 끝인데."]

서울시 특고직 지원금은 콜 받는 앱 화면을 캡처해서 내도 된다고 해도, 담당 공무원은 안된다고 했답니다.

[양00/대리기사 : "자기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주어진 조건에 맞게 서류가 필요하고 없으면 반려시킬 수밖에 없다고 계속 똑같은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도 취재진이 고용부에 물어봤더니, "일선 센터에서 잘 몰랐던 것 같다. 앱 캡처 화면으로도 신청이 가능하다, 제보자에게 대신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인터넷 카페 등에는 비슷한 피해를 봤다는 글들이 여럿 올라와 있습니다.

특고직, 프리랜서, 영세자영업자, 무급휴직자, 이들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위한다는 정책이 또 다른 사각지대를 낳고 있는 현실, 좀더 꼼꼼한 보완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 ‘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Issue.html?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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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17 21:48:51
    • 수정2020-06-17 21: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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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누구보다 힘든 사람들, 벌이가 줄어도 일자리를 잃어도 고용보험 혜택조차 못받는 노동자들인데요.

정부가 이런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며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2주 만에 61만 명 넘는 신청자가 몰렸습니다.

그런데, 각종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이마저도 못 받는 또 다른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납득하기 어려운 행정처리도 원인이었는데요.

KBS는 사각지대 속 또다른 사각지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습니다.

김지숙 기자가 이들의 억울한 사연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지금은 밤 10시 반 서울 여의도인데요.

정차중인 택시에 타보겠습니다.

[황대일/개인택시 기사 : "(코로나 때문에 손님 많이 줄은 거 아니에요?) 엄청나게 줄었죠. 처음에는 진짜 길에 손님도 없었어요."]

65살 황대일 씨는 20년 경력의 개인택시 기삽니다.

지금처럼 벌이가 안 좋았던 적은 없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잠을 더 줄였다고 합니다.

[황대일/개인택시 기사 : "할 수 없이 우리 택시는 손님이 없으면 없는대로 시간을 늘리면 되니까..."]

그저 더 일했을 뿐인데 결과는, 허탈했습니다.

석 달치 150만 원을 준다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신청 자격이 안된다는 겁니다.

지난해보다 25% 이상 감소가 기준인데, 황 씨는 15%만 줄었기 때문입니다.

[황대일/개인택시 기사 : "한 3일만 (일을) 안했으면 150만 원을 받았을텐데... 집에서 일 안하신 분들은 다 받아가고 자기 가정을 위해서 열심히 일했던 사람은 좀 허탈합니다."]

'소득 감소 25%', 어떻게 정해진걸까, 고용노동부에 물어봤습니다.

근로자의 통상 한 달 근무일수는 22일, 이 중 5일 이상 일을 못하면 생계에 어려움이 생길 걸로 보는데 그 비율이 대략 25%다,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이 기준 때문에 오랫동안 무급 휴직을 하고도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는데요.

한 항공 지상조업사 경우를 살펴봤습니다.

항공기에 기름 넣고 화물 나르는 일을 하는 한 업체.

무급 휴직을 했었던 직원 10여 명이 지원금을 신청했습니다.

돌아온 답은 역시 '기준 미달'.

3월부터 석 달 동안 총 30일 이상, 또는 매달 5일 이상 무급휴직했어야 받을 수 있는데 이들의 무급휴직 기간은 3월에 5일, 4월에 21일, 모두 26일, 30일이 안 된다는 겁니다.

[항공 지상조업사 노조 관계자 : "달에 5일씩 3회 15일만 쉬는 사람들은 해당이 되고 15일 이상을 (무급휴직)했는데 30일이 충족이 안 된다고 해서 되게 억울해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아예 일을 하지 못한 경우는 어떨까요?

이번엔 휴대전화 앱으로 연락을 받고 일을 하는 대리기사의 이야깁니다.

2년간 대리기사로 일해 온 30대 양 모 씨, 코로나19 여파로 2월부터 일을 못했습니다.

[양00/대리기사 : "차에 타면 술 취하신 분들은 마스크 안 쓰시거든요. 전화통화하고 기침하시는데 저는 무섭잖아요."]

지난해 12월 한 달 수입은 160만 원이었지만, 올 들어 2월부터 5월까지 넉 달 동안은 0원.

지원금을 신청하니, 월급통장이나 일을 못 했다는 확인서를 받아오라고 했다는 것,

[양00/대리기사 : "대리기사가 계약하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콜 따서 수수료 20% 주고 나머지는 가져가는 건데.... 대리기사가 무슨 월급을 받아요. 운행해주고 돈 받고 이게 끝인데."]

서울시 특고직 지원금은 콜 받는 앱 화면을 캡처해서 내도 된다고 해도, 담당 공무원은 안된다고 했답니다.

[양00/대리기사 : "자기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주어진 조건에 맞게 서류가 필요하고 없으면 반려시킬 수밖에 없다고 계속 똑같은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도 취재진이 고용부에 물어봤더니, "일선 센터에서 잘 몰랐던 것 같다. 앱 캡처 화면으로도 신청이 가능하다, 제보자에게 대신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인터넷 카페 등에는 비슷한 피해를 봤다는 글들이 여럿 올라와 있습니다.

특고직, 프리랜서, 영세자영업자, 무급휴직자, 이들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위한다는 정책이 또 다른 사각지대를 낳고 있는 현실, 좀더 꼼꼼한 보완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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