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안내고 구치소 갈래요”…엄마는 왜 법정에 섰나

입력 2020.06.18 (07:00) 수정 2020.06.1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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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페어런츠(BAD PARENTS)'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입니다. 양육비를 받지 못한 피해자 모임인 양육비해결모임(양해모)는 이 사이트에 나쁜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오늘(18일) 오전 기준으로 나쁜 아빠와 나쁜 엄마 25명의 이름과 거주지, 다니는 회사, 얼굴 사진 등이 공개돼 있습니다. 신상공개 효과는 컸습니다. 지금까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던 나쁜 부모 95명이 양육비를 지급했습니다. 물론 나쁜 부모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신상이 공개된 나쁜 부모들은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배드페어런츠(BAD PARENTS) 홈페이지 캡처배드페어런츠(BAD PARENTS) 홈페이지 캡처

■"벌금 안내고 구치소 갈래요"…엄마는 왜 법정에 섰나

오늘(18일) 서울서부지법에선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강민서 양해모 대표의 첫 재판이 열립니다. 양해모는 '배드페어런츠'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A 씨의 신상을 공개했습니다.

충남 서산에 사는 A 씨의 아내는 지금까지 양육비를 받지 못했습니다. 자녀 2명을 키우기 위해 갖은 일을 하다 몸 상태가 악화됐는데, 병원치료비와 아이들 학자금대출로 신용불량자가 됐습니다.

배드페어런츠에 신상이 공개된 A 씨는 강 대표를 특수협박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강 대표를 벌금 100만 원으로 약식기소했습니다. 하지만 강 대표는 정식 재판을 청구하고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강 대표는 "그동안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국가가 해결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신상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를 배심원들에게 설명하고 싶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강 대표의 이런 바람에도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을 불허했습니다.

오늘 피고인으로 재판에 참석하는 강 대표도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입니다. 양육비를 달라고 전 남편을 상대로 소송을 27번이나 진행했습니다. 법원은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전 남편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돌이 채 지나지 않았던 아이는 22살이 됐습니다.

강 대표는 "상대방은 나오지도 않는 양육비 지급 소송에 원고로 혼자 서 있는 건 정말 비참한 일"이라면서 "국가가 해결해 주지 않기 때문에 개인이 (신상공개까지)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강 대표는 벌금형을 받더라도 납부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강 대표는 "국가에 도움을 받지 못했는데 국가에 돈을 낼 수 없다"면서 "차라리 구치소에 수감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월 1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양해모 강민서 대표가 삭발하고 있다.지난해 1월 1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양해모 강민서 대표가 삭발하고 있다.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21대 국회에선 해결될까?

강 대표는 지난해 새해 첫날엔 청와대 앞에서 삭발했습니다.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출국 금지와 운전면허 정지, 신상공개 등의 조치 요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국회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이 제출돼 있었습니다.

고의로 양육비를 이행하지 않는 자에 대해 운전면허를 정지하거나 출국금지, 명단 공개 등으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양육비이행법 개정안과 양육비 불이행을 아동학대상의 '방임'으로 보고 형사처벌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모두 폐기됐습니다.

양해모는 지난 15일 양육비를 미지급한 행위를 형사처벌을 해달라며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올렸습니다. 현재 아동복지법 17조는 '자신의 보호ㆍ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ㆍ양육ㆍ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여기에 '양육비 미지급'을 명시해 달라는 취지입니다.

강 대표는 "양육비 미지급은 사실상 아동학대"라면서 "21대 국회에서는 더 이상 개인이 신상공개까지 하며 싸우지 않더라도 국가가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양해모 회원들은 오늘 오전 9시 30분 서부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자회견을 열고 양육비 지급 문제와 재판 이후 활동 계획 등을 밝힐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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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18 07:00:54
    • 수정2020-06-18 14:11:06
    취재K
'배드페어런츠(BAD PARENTS)'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입니다. 양육비를 받지 못한 피해자 모임인 양육비해결모임(양해모)는 이 사이트에 나쁜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오늘(18일) 오전 기준으로 나쁜 아빠와 나쁜 엄마 25명의 이름과 거주지, 다니는 회사, 얼굴 사진 등이 공개돼 있습니다. 신상공개 효과는 컸습니다. 지금까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던 나쁜 부모 95명이 양육비를 지급했습니다. 물론 나쁜 부모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신상이 공개된 나쁜 부모들은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배드페어런츠(BAD PARENTS) 홈페이지 캡처 ■"벌금 안내고 구치소 갈래요"…엄마는 왜 법정에 섰나 오늘(18일) 서울서부지법에선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강민서 양해모 대표의 첫 재판이 열립니다. 양해모는 '배드페어런츠'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A 씨의 신상을 공개했습니다. 충남 서산에 사는 A 씨의 아내는 지금까지 양육비를 받지 못했습니다. 자녀 2명을 키우기 위해 갖은 일을 하다 몸 상태가 악화됐는데, 병원치료비와 아이들 학자금대출로 신용불량자가 됐습니다. 배드페어런츠에 신상이 공개된 A 씨는 강 대표를 특수협박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강 대표를 벌금 100만 원으로 약식기소했습니다. 하지만 강 대표는 정식 재판을 청구하고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강 대표는 "그동안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국가가 해결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신상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를 배심원들에게 설명하고 싶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강 대표의 이런 바람에도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을 불허했습니다. 오늘 피고인으로 재판에 참석하는 강 대표도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입니다. 양육비를 달라고 전 남편을 상대로 소송을 27번이나 진행했습니다. 법원은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전 남편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돌이 채 지나지 않았던 아이는 22살이 됐습니다. 강 대표는 "상대방은 나오지도 않는 양육비 지급 소송에 원고로 혼자 서 있는 건 정말 비참한 일"이라면서 "국가가 해결해 주지 않기 때문에 개인이 (신상공개까지)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강 대표는 벌금형을 받더라도 납부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강 대표는 "국가에 도움을 받지 못했는데 국가에 돈을 낼 수 없다"면서 "차라리 구치소에 수감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월 1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양해모 강민서 대표가 삭발하고 있다.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21대 국회에선 해결될까? 강 대표는 지난해 새해 첫날엔 청와대 앞에서 삭발했습니다.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출국 금지와 운전면허 정지, 신상공개 등의 조치 요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국회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이 제출돼 있었습니다. 고의로 양육비를 이행하지 않는 자에 대해 운전면허를 정지하거나 출국금지, 명단 공개 등으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양육비이행법 개정안과 양육비 불이행을 아동학대상의 '방임'으로 보고 형사처벌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모두 폐기됐습니다. 양해모는 지난 15일 양육비를 미지급한 행위를 형사처벌을 해달라며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올렸습니다. 현재 아동복지법 17조는 '자신의 보호ㆍ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ㆍ양육ㆍ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여기에 '양육비 미지급'을 명시해 달라는 취지입니다. 강 대표는 "양육비 미지급은 사실상 아동학대"라면서 "21대 국회에서는 더 이상 개인이 신상공개까지 하며 싸우지 않더라도 국가가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양해모 회원들은 오늘 오전 9시 30분 서부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자회견을 열고 양육비 지급 문제와 재판 이후 활동 계획 등을 밝힐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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