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kg’ 100리터 쓰레기봉투 대신 75리터짜리 어때요?

입력 2020.06.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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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 악취 나는 쓰레기를 품에 안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골목 골목을 돌며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미화원들이죠.

쓰레기가 가득 담긴 종량제봉투를 들어서 수거 차량에 실으면 될 일인데, 왜 품에 안아야 하느냐고요? 허리를 '삐끗'하지 않으려면 옷에 냄새가 배든 어떻든 품에 꼭 안아야 한다는 게 환경미화원들 말입니다.

"몸이 재산인데"...무거운 쓰레기 들다 '삐끗'

땅바닥에 놓인 쓰레기를 수거하려면 하루에도 수십 번 허리를 숙였다 폈다를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5ℓ, 10ℓ짜리 종량제봉투는 가벼우니 그나마 무리가 덜합니다.

그러나 현재 전국 대부분 자치단체에서 제작, 판매하고 있는 100ℓ짜리 봉투라면 얘기는 달라지죠. 많은 쓰레기가 꾹꾹 담겨 있다 보니 무게도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근골격계 부담작업 범위'와 관련한 고용노동부 고시가 있습니다. 11개나 되는 작업 가운데 '하루에 10회 이상 25㎏ 이상의 물체를 드는 작업'이 포함됩니다.

환경미화원들은 날마다 근골격계 부담작업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실제 2015년부터 3년간 환경미화원 안전사고 재해자 1,822명 중 15%가 쓰레기를 차량으로 올리는 중 어깨, 허리 등을 다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를 근거로 종량제봉투 최대 용량인 100ℓ 봉투에 최대한 담을 수 있는 쓰레기 무게도 25㎏으로 정하고 있는 거죠. 하지만 저를 비롯해 25㎏ 제한을 아는 시민은 거의 없을 겁니다.


100ℓ 쓰레기 종량제봉투 퇴출 '확산세'

정의당 대구시당 등에서 환경미화원 작업 안전을 위해 100ℓ짜리 봉투 제작과 판매 중단을 요구하며 노동자 배려를 촉구한 건 이 때문입니다.

울산시에 따르면 2018년 경남 창녕군에서 경남지역 최초로 100ℓ 봉투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광주 광산구, 부산 해운대구 등 현재까지 16곳 기초자치단체에서 환경미화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100ℓ 봉투 제작, 판매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중단하지는 않더라도 100ℓ와 더불어 이보다 적은 용량의 75ℓ 봉투를 제작 판매하는 곳도 95곳으로 계속 확산하는 추셉니다. 울산시도 이런 흐름에 맞춰 75ℓ짜리 봉투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75ℓ 봉투 정착..."시민 협조와 이해가 필수"

효과는 있을까요? 울산 지역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울산 5개 구·군 가운데 북구가 2018년부터 75ℓ 봉투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물론 울산 북구 주민이 아니더라도 울산 시민 누구나 이 봉투를 사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판매량은 어떨까요? 지난해 울산에서 판매한 쓰레기 종량제봉투는 모두 2,662만여 장입니다. 울산시 인구, 114만여 명의 20배 이상 팔린 거죠. 그런데 75ℓ 봉투는 고작 1,030장이 전부입니다. 전체 판매량의 0.0038%에 그칩니다.


울산시는 100ℓ 봉투가 가격 측면에서 이점이 있고, 더 많은 쓰레기를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만큼 더 경제적으로 생각해 75ℓ 봉투를 외면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그러니까 75ℓ 봉투 도입이 효과를 보려면 100ℓ 봉투 제작과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용량 봉투를 써야 하는 음식점 등에서의 불편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만큼 울산시는 시민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동시에 환경미화원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는 조처라는 사실을 홍보한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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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kg’ 100리터 쓰레기봉투 대신 75리터짜리 어때요?
    • 입력 2020-06-18 07:00:54
    취재K
더운 여름, 악취 나는 쓰레기를 품에 안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골목 골목을 돌며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미화원들이죠.

쓰레기가 가득 담긴 종량제봉투를 들어서 수거 차량에 실으면 될 일인데, 왜 품에 안아야 하느냐고요? 허리를 '삐끗'하지 않으려면 옷에 냄새가 배든 어떻든 품에 꼭 안아야 한다는 게 환경미화원들 말입니다.

"몸이 재산인데"...무거운 쓰레기 들다 '삐끗'

땅바닥에 놓인 쓰레기를 수거하려면 하루에도 수십 번 허리를 숙였다 폈다를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5ℓ, 10ℓ짜리 종량제봉투는 가벼우니 그나마 무리가 덜합니다.

그러나 현재 전국 대부분 자치단체에서 제작, 판매하고 있는 100ℓ짜리 봉투라면 얘기는 달라지죠. 많은 쓰레기가 꾹꾹 담겨 있다 보니 무게도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근골격계 부담작업 범위'와 관련한 고용노동부 고시가 있습니다. 11개나 되는 작업 가운데 '하루에 10회 이상 25㎏ 이상의 물체를 드는 작업'이 포함됩니다.

환경미화원들은 날마다 근골격계 부담작업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실제 2015년부터 3년간 환경미화원 안전사고 재해자 1,822명 중 15%가 쓰레기를 차량으로 올리는 중 어깨, 허리 등을 다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를 근거로 종량제봉투 최대 용량인 100ℓ 봉투에 최대한 담을 수 있는 쓰레기 무게도 25㎏으로 정하고 있는 거죠. 하지만 저를 비롯해 25㎏ 제한을 아는 시민은 거의 없을 겁니다.


100ℓ 쓰레기 종량제봉투 퇴출 '확산세'

정의당 대구시당 등에서 환경미화원 작업 안전을 위해 100ℓ짜리 봉투 제작과 판매 중단을 요구하며 노동자 배려를 촉구한 건 이 때문입니다.

울산시에 따르면 2018년 경남 창녕군에서 경남지역 최초로 100ℓ 봉투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광주 광산구, 부산 해운대구 등 현재까지 16곳 기초자치단체에서 환경미화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100ℓ 봉투 제작, 판매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중단하지는 않더라도 100ℓ와 더불어 이보다 적은 용량의 75ℓ 봉투를 제작 판매하는 곳도 95곳으로 계속 확산하는 추셉니다. 울산시도 이런 흐름에 맞춰 75ℓ짜리 봉투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75ℓ 봉투 정착..."시민 협조와 이해가 필수"

효과는 있을까요? 울산 지역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울산 5개 구·군 가운데 북구가 2018년부터 75ℓ 봉투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물론 울산 북구 주민이 아니더라도 울산 시민 누구나 이 봉투를 사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판매량은 어떨까요? 지난해 울산에서 판매한 쓰레기 종량제봉투는 모두 2,662만여 장입니다. 울산시 인구, 114만여 명의 20배 이상 팔린 거죠. 그런데 75ℓ 봉투는 고작 1,030장이 전부입니다. 전체 판매량의 0.0038%에 그칩니다.


울산시는 100ℓ 봉투가 가격 측면에서 이점이 있고, 더 많은 쓰레기를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만큼 더 경제적으로 생각해 75ℓ 봉투를 외면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그러니까 75ℓ 봉투 도입이 효과를 보려면 100ℓ 봉투 제작과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용량 봉투를 써야 하는 음식점 등에서의 불편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만큼 울산시는 시민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동시에 환경미화원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는 조처라는 사실을 홍보한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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