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서도 성적 급상승 하더라”…숙명여고 쌍둥이는?

입력 2020.06.18 (09:09) 수정 2020.06.18 (09:1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서울 숙명여고 교무부장이던 아버지와 공모해 학교 정기고사 시험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쌍둥이 자매, 기억하실 겁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어제(17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현 씨 자매의 여섯 번째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어제 재판에는 숙명여고에서 2004년부터 사회문화 과목을 가르쳤던 교사 김모 씨가 피고인 측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김 씨는 쌍둥이들이 2학년이던 2018년에 문과반 담임을 맡았고, 2학년 인문계 사회문화 시험을 직접 출제했던 인물입니다.

김 씨는 지난해부터 성적 평가 업무를 맡아, 앞서 현 씨 자매의 아버지 재판에서 증언을 하고 숙명여고 학생들의 성적 분포와 석차 등을 정리한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는데요. 지난 1일 현 씨 자매 재판부에 제출된 숙명여고의 사실조회 회신에도 직접 관여했다고 밝혔습니다.

어제 재판에서도 일반적으로 고등학생들의 성적이 얼마나 변동되곤 하는지, 내신 성적과 모의고사 성적이 차이가 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변호인과 검찰의 질문이 이어졌는데요. 김 씨가 직접 냈던 2학년 사회문화 시험문제도 쟁점이 됐습니다.

■ 시험 전날 답 바뀐 '기말고사 20번'…원래 정답 썼다?

사건의 자초지종은 이렇습니다. 김 씨는 2018년 2학년 1학기 사회문화 과목 기말고사 시험 전날, 원래 출제해뒀던 문제 가운데 세 문항을 수정했습니다. 이후 바뀐 시험지가 새로 인쇄돼 시험날 배부됐죠. 18번, 20번, 22번이 그 문항들인데, 당시 문과반이었던 쌍둥이 언니 현 씨는 이 가운데 18번만 정답과 맞췄고 20번과 22번은 틀렸습니다.

22번 문항에 대해 현 씨는 아예 다른 답을 적어내 틀린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이 문제의 경우, 문제는 바뀌었지만, 정답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변호인은 원래 정답을 외운 거라면 현 씨가 어떻게 틀릴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문제는 20번이었습니다. 원래 정답은 2, 3번이었지만 문제가 바뀌면서 2, 3, 5번이 정답이 됐는데요. 현 씨가 OMR카드에 2, 3번만 정답으로 기재한 겁니다. 검찰은 사전에 문제가 유출됐던 정황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현 씨가 기존 정답을 외웠기 때문에 해당 문항을 틀린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변호인 생각은 달랐습니다. 현 씨 시험지를 보면 2, 3, 5번이 모두 정답으로 표시돼있는데 이걸 답안지에 표시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얘깁니다. 원래는 2, 3, 5번을 제대로 정답으로 찍어놓고, 22번 문제에 표시해둔 5번을 수정테이프로 지우려다가 잘못해서 20번 문제의 5번을 지워버렸다는 거죠. 그야말로 '우연의 일치'로 불필요한 의심을 사게 됐다는 주장입니다.

■ "OMR 리딩이 잘못됐어요"…쌍둥이 언니가 항의한 사연은?

변호인은 그 근거로 현 씨가 시험 성적이 발표된 직후 담임 선생님에게 OMR 리딩이 잘못된 거 같다며 이의 신청을 한 정황을 제시했습니다. 변호인은 "현 씨가 22번 문제의 5번 답안을 지운 걸로 기억했기 때문에 OMR 리딩에 이의를 제기했다"며 "만약 본인이 20번 유출 정답이 2, 3번이라 그냥 놔둔 것을 알았다면, 이렇게 이의를 제기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씨도 이러한 내용을 현 씨 담임 선생님에게 듣고, 문제가 유출된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김 씨는 "사안이 처음 불거졌을 때, 만약 이 아이가 답한 답이 제가 최초로 낸 답하고 똑같다면 저도 그냥 '유출됐구나'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당시 담임 선생님께 물어봤다"고 했습니다. 이어 "그랬더니 담임 선생님이 이 학생이 정답을 적은 OMR 카드가 잘못됐다고 이의 제기한 것을 보여줬다"며 "제가 그걸 보고 '이건 유출된 게 아닐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 "강남 한복판 고등학교도"…'성적 급상승' 사례 줄줄이?

쌍둥이 자매가 '문제 유출' 의혹을 받게 된 건 단기간에 성적이 급격히 올랐기 때문입니다. 1학년 1학기 때 각각 문과 121등, 이과 59등이었던 자매는 2학기엔 문과 5등, 이과 2등으로 올라섰습니다. 이어 2학년 1학기엔 문과와 이과에서 각각 전교 1등을 차지했죠.

이 때문에 변호인은 현 씨 자매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의 경우에도 성적이 많이 오르는 등 변동 폭이 큰 경우가 있다고 항변했습니다. 어제 재판에선 숙명여고뿐 아니라 은광여고, 진선여고 등 인근 고등학교 학생들의 '성적 급상승' 사례까지 줄줄이 열거됐습니다.

김 씨 역시 학생들의 성적 변동 폭이 생각보다 컸다며, 본인도 사실조회 과정에서 이를 조사해보기 전엔 잘 몰랐던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숙명여고만 따져도 2017년 입학생들 가운데 성적이 크게 오른 학생이 5명 발견됐고, 179등에서 4등으로 오르거나 249등에서 4등으로, 144등에서 5등으로 오른 예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증인신문 말미에 이렇게 밝히기도 했습니다. "아까 성적이 많이 오르는 경우를 이전에 본 적이 있는지 신문하셨는데, 거기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다가 이번 기회에 성적이 오른 경우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교사들도 그 자료를 접하지 않은 사람은 그렇게까지 가능성이 있다는 걸 모르는 분이 상당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언론에 나왔듯, '강남 한복판에 있는 학교에서 그런 성적 상승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이 많았기에 교사들이 그런 인식을 가질 수 있고 저도 그런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조회 과정에서 우리 생각과는 다른 성적 상승이 분명히 있기는 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교사 김 씨는 "제가 처음엔 자매를 의심했지만 어쩌면 사실이 아닌 걸로 고초를 겪는, 고초란 표현도 적절하진 않은데, 억울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 "3분만 쉬었다 갑시다"…검찰-변호인 휴정 때도 신경전

증인신문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격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변호인 주신문 과정에서 검찰이 "증인이 경험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만 묻고, 이런 부분은 변호인이 의견으로 제시하면 된다", "유도신문을 하고 있다"며 이의 신청을 했는데요. 변호인은 증인이 자료를 처음 보는 만큼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설명을 하는 거라며 맞섰습니다.

그런데도 양측이 신문 과정에서 번번이 부딪히자, 변호인은 "검사가 변호인 의견 진술 중에 말하는 걸 제지해달라"며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재판부는 급기야 '3분 휴정'을 선언하고, 감정을 가라앉히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판사가 자리를 떠난 뒤 휴정 시간에도 양측의 공방은 계속됐습니다. 변호인이 증인에게 뭔가를 물어보려 하자 검사가 '뭘 하는 거냐'며 반발했고 변호인은 "쓸데없이 문제로 삼는다", "왜 끼어드냐"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다시 돌아온 재판부는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조금 불편한 일이 있었던 거 같다"며 "상대방 질문에 대해서 예의를 갖춰달라"고 재차 요청했습니다.

쌍둥이 자매에 대한 다음 재판은 7월 3일 오전 10시에 열립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강남 한복판서도 성적 급상승 하더라”…숙명여고 쌍둥이는?
    • 입력 2020-06-18 09:09:34
    • 수정2020-06-18 09:10:08
    취재K
서울 숙명여고 교무부장이던 아버지와 공모해 학교 정기고사 시험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쌍둥이 자매, 기억하실 겁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어제(17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현 씨 자매의 여섯 번째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어제 재판에는 숙명여고에서 2004년부터 사회문화 과목을 가르쳤던 교사 김모 씨가 피고인 측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김 씨는 쌍둥이들이 2학년이던 2018년에 문과반 담임을 맡았고, 2학년 인문계 사회문화 시험을 직접 출제했던 인물입니다.

김 씨는 지난해부터 성적 평가 업무를 맡아, 앞서 현 씨 자매의 아버지 재판에서 증언을 하고 숙명여고 학생들의 성적 분포와 석차 등을 정리한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는데요. 지난 1일 현 씨 자매 재판부에 제출된 숙명여고의 사실조회 회신에도 직접 관여했다고 밝혔습니다.

어제 재판에서도 일반적으로 고등학생들의 성적이 얼마나 변동되곤 하는지, 내신 성적과 모의고사 성적이 차이가 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변호인과 검찰의 질문이 이어졌는데요. 김 씨가 직접 냈던 2학년 사회문화 시험문제도 쟁점이 됐습니다.

■ 시험 전날 답 바뀐 '기말고사 20번'…원래 정답 썼다?

사건의 자초지종은 이렇습니다. 김 씨는 2018년 2학년 1학기 사회문화 과목 기말고사 시험 전날, 원래 출제해뒀던 문제 가운데 세 문항을 수정했습니다. 이후 바뀐 시험지가 새로 인쇄돼 시험날 배부됐죠. 18번, 20번, 22번이 그 문항들인데, 당시 문과반이었던 쌍둥이 언니 현 씨는 이 가운데 18번만 정답과 맞췄고 20번과 22번은 틀렸습니다.

22번 문항에 대해 현 씨는 아예 다른 답을 적어내 틀린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이 문제의 경우, 문제는 바뀌었지만, 정답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변호인은 원래 정답을 외운 거라면 현 씨가 어떻게 틀릴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문제는 20번이었습니다. 원래 정답은 2, 3번이었지만 문제가 바뀌면서 2, 3, 5번이 정답이 됐는데요. 현 씨가 OMR카드에 2, 3번만 정답으로 기재한 겁니다. 검찰은 사전에 문제가 유출됐던 정황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현 씨가 기존 정답을 외웠기 때문에 해당 문항을 틀린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변호인 생각은 달랐습니다. 현 씨 시험지를 보면 2, 3, 5번이 모두 정답으로 표시돼있는데 이걸 답안지에 표시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얘깁니다. 원래는 2, 3, 5번을 제대로 정답으로 찍어놓고, 22번 문제에 표시해둔 5번을 수정테이프로 지우려다가 잘못해서 20번 문제의 5번을 지워버렸다는 거죠. 그야말로 '우연의 일치'로 불필요한 의심을 사게 됐다는 주장입니다.

■ "OMR 리딩이 잘못됐어요"…쌍둥이 언니가 항의한 사연은?

변호인은 그 근거로 현 씨가 시험 성적이 발표된 직후 담임 선생님에게 OMR 리딩이 잘못된 거 같다며 이의 신청을 한 정황을 제시했습니다. 변호인은 "현 씨가 22번 문제의 5번 답안을 지운 걸로 기억했기 때문에 OMR 리딩에 이의를 제기했다"며 "만약 본인이 20번 유출 정답이 2, 3번이라 그냥 놔둔 것을 알았다면, 이렇게 이의를 제기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씨도 이러한 내용을 현 씨 담임 선생님에게 듣고, 문제가 유출된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김 씨는 "사안이 처음 불거졌을 때, 만약 이 아이가 답한 답이 제가 최초로 낸 답하고 똑같다면 저도 그냥 '유출됐구나'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당시 담임 선생님께 물어봤다"고 했습니다. 이어 "그랬더니 담임 선생님이 이 학생이 정답을 적은 OMR 카드가 잘못됐다고 이의 제기한 것을 보여줬다"며 "제가 그걸 보고 '이건 유출된 게 아닐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 "강남 한복판 고등학교도"…'성적 급상승' 사례 줄줄이?

쌍둥이 자매가 '문제 유출' 의혹을 받게 된 건 단기간에 성적이 급격히 올랐기 때문입니다. 1학년 1학기 때 각각 문과 121등, 이과 59등이었던 자매는 2학기엔 문과 5등, 이과 2등으로 올라섰습니다. 이어 2학년 1학기엔 문과와 이과에서 각각 전교 1등을 차지했죠.

이 때문에 변호인은 현 씨 자매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의 경우에도 성적이 많이 오르는 등 변동 폭이 큰 경우가 있다고 항변했습니다. 어제 재판에선 숙명여고뿐 아니라 은광여고, 진선여고 등 인근 고등학교 학생들의 '성적 급상승' 사례까지 줄줄이 열거됐습니다.

김 씨 역시 학생들의 성적 변동 폭이 생각보다 컸다며, 본인도 사실조회 과정에서 이를 조사해보기 전엔 잘 몰랐던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숙명여고만 따져도 2017년 입학생들 가운데 성적이 크게 오른 학생이 5명 발견됐고, 179등에서 4등으로 오르거나 249등에서 4등으로, 144등에서 5등으로 오른 예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증인신문 말미에 이렇게 밝히기도 했습니다. "아까 성적이 많이 오르는 경우를 이전에 본 적이 있는지 신문하셨는데, 거기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다가 이번 기회에 성적이 오른 경우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교사들도 그 자료를 접하지 않은 사람은 그렇게까지 가능성이 있다는 걸 모르는 분이 상당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언론에 나왔듯, '강남 한복판에 있는 학교에서 그런 성적 상승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이 많았기에 교사들이 그런 인식을 가질 수 있고 저도 그런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조회 과정에서 우리 생각과는 다른 성적 상승이 분명히 있기는 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교사 김 씨는 "제가 처음엔 자매를 의심했지만 어쩌면 사실이 아닌 걸로 고초를 겪는, 고초란 표현도 적절하진 않은데, 억울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 "3분만 쉬었다 갑시다"…검찰-변호인 휴정 때도 신경전

증인신문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격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변호인 주신문 과정에서 검찰이 "증인이 경험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만 묻고, 이런 부분은 변호인이 의견으로 제시하면 된다", "유도신문을 하고 있다"며 이의 신청을 했는데요. 변호인은 증인이 자료를 처음 보는 만큼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설명을 하는 거라며 맞섰습니다.

그런데도 양측이 신문 과정에서 번번이 부딪히자, 변호인은 "검사가 변호인 의견 진술 중에 말하는 걸 제지해달라"며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재판부는 급기야 '3분 휴정'을 선언하고, 감정을 가라앉히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판사가 자리를 떠난 뒤 휴정 시간에도 양측의 공방은 계속됐습니다. 변호인이 증인에게 뭔가를 물어보려 하자 검사가 '뭘 하는 거냐'며 반발했고 변호인은 "쓸데없이 문제로 삼는다", "왜 끼어드냐"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다시 돌아온 재판부는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조금 불편한 일이 있었던 거 같다"며 "상대방 질문에 대해서 예의를 갖춰달라"고 재차 요청했습니다.

쌍둥이 자매에 대한 다음 재판은 7월 3일 오전 10시에 열립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