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코로나19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한다

입력 2020.06.18 (16:48) 수정 2020.06.1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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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방역과 임시 폐쇄 조치를 완료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장소가 새롭게 등장할 때마다 서울시 브리핑에서 늘 등장하는 표현입니다. 역학조사 결과 감염 위험성이 없다고 완전히 파악되기까지 해당 장소는 대개 몇 시간이라도 임시 폐쇄됩니다.

그런데 지난 15일 서울 시청역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안전관리원이 확진됐는데도 임시 폐쇄 조치는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밤 8시 40분 관련 사실을 통보받고도 공사를 중단하고 방역을 했을 뿐, 확진자가 발생한 공간을 임시 폐쇄하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사실조차 서울교통공사는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이틀 뒤, 동료 안전관리원 2명이 추가로 더 양성 판정을 받은 다음에 뒤늦게 공개했습니다.

그 사이 서울 시청역 공사현장 집단 감염자는 오늘(18일) 5명으로 늘었습니다. 동료 안전관리원 1명과 첫 확진자의 배우자까지 확진됐습니다.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공사업체 관계자 3명과 안전관리원 10명 등 13명 중 3명의 검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감염 추정 장소는 서울 시청역 지하 2층 휴게실승객 통행구역


코로나19에 걸린 안전관리원들이 일한 곳은 서울 시청역 8~12번 출구 방향 지하 2층입니다. 노후한 천장판과 덕트, 배관 등을 교체하고 내진 보강하는 공사가 진행 중인데 안전관리원들은 승객들이 공사현장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안내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즉,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통행하는 장소입니다.

김정일 서울시 질병관리과장은 오늘(18일) 브리핑에서 안전관리원들이 함께 사용한 휴게실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휴게실 역시 서울 시청역 지하 2층에 있습니다. 간판이나 안내문이 없기 때문에 승객들은 감염 추정 장소를 피해서 갈 수도 없습니다.

나흘이 되도록 파악 못 한 서울시 "타 시도 거주 확진자라…"

그런데도 서울시는 감염 위험 장소가 승객들이 통행 가능한 곳이라는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가 확진자 근무 장소가 일반인이 통행 가능한 곳이라고 인정했는데도, 서울시 측은 "공사 구간이 시민들과 옆에 있는 공간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환기가 어려운 지하 2층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는데도 "오픈된 장소지만 공간이 꽤 넓기 때문에 전파될 수 있는 환경은 아닌 것으로 파악한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내놨습니다.


확진자 가운데 2명은 이미 9일과 10일부터 의심 증상을 보였습니다. 각 지자체가 밝힌 동선에 따르면, 이들은 지하철을 이용해 시청역까지 출퇴근했습니다. 지하철 이용 당시 마스크 착용 여부에 대해 서울시는 "대중교통까지는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서울 시청역은 말 그대로 시청과 연결되어 있는 지하철 역사이고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시 산하 기관입니다. 출입기자를 포함해 많은 시청 공무원들이 출퇴근을 하면서 이용하고, 걸어가 현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흘째가 되도록 파악이 늦은 이유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들은 "타 시도에 거주하는 확진자여서 그렇다"고 궁색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시청 역이 폐쇄 안 된 이유 "확진자가 직원이 아니라서"

이번 집단 감염 사례는 지하철 역사 내 첫 코로나19 감염사례입니다. 서울 시청역 1, 2호선은 각각 매일 평균 4만 7천여 명이 승하차(2018년 6월 기준)합니다. 공공시설이자 다중이용시설인 지하철 역사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는데도 임시 폐쇄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서울교통공사에 물어봤습니다.

코로나19 대응 관련 매뉴얼에 역사를 폐쇄해야 하는 경우가 이렇게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① 직원이 감염됐을 경우
② 역학조사 결과 폐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확진자들은 모두 공사업체에서 임시 채용한 직원이어서,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아닙니다. "이분들은 직원이 아니라서 폐쇄가 안 된 건가요?" 라는 질문에 "네"라는 짧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누구나 알듯이, 코로나19는 직원과 임시직을 가리지 않고 걸립니다. 지하철역을 통행하는 승객들은 직원들만 접촉하는 것도 아닙니다.

공사 측은 확진자가 발생한 다음 날, 방역 당국이 공사도 중단할 필요가 없는 상태라고 했지만 선제적으로 공사를 중단시켰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전파 확산을 막기 위해 동선을 신속하게 공개하는 등 선제적이고 투명한 방역 행정을 강조해 온 서울시의 입장이 비정규직을 구분하는 매뉴얼 앞에 무색해졌습니다.

▶ ‘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Issue.html?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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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지하철 코로나19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한다
    • 입력 2020-06-18 16:48:48
    • 수정2020-06-18 16:50:37
    취재K
"긴급 방역과 임시 폐쇄 조치를 완료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장소가 새롭게 등장할 때마다 서울시 브리핑에서 늘 등장하는 표현입니다. 역학조사 결과 감염 위험성이 없다고 완전히 파악되기까지 해당 장소는 대개 몇 시간이라도 임시 폐쇄됩니다.

그런데 지난 15일 서울 시청역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안전관리원이 확진됐는데도 임시 폐쇄 조치는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밤 8시 40분 관련 사실을 통보받고도 공사를 중단하고 방역을 했을 뿐, 확진자가 발생한 공간을 임시 폐쇄하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사실조차 서울교통공사는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이틀 뒤, 동료 안전관리원 2명이 추가로 더 양성 판정을 받은 다음에 뒤늦게 공개했습니다.

그 사이 서울 시청역 공사현장 집단 감염자는 오늘(18일) 5명으로 늘었습니다. 동료 안전관리원 1명과 첫 확진자의 배우자까지 확진됐습니다.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공사업체 관계자 3명과 안전관리원 10명 등 13명 중 3명의 검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감염 추정 장소는 서울 시청역 지하 2층 휴게실승객 통행구역


코로나19에 걸린 안전관리원들이 일한 곳은 서울 시청역 8~12번 출구 방향 지하 2층입니다. 노후한 천장판과 덕트, 배관 등을 교체하고 내진 보강하는 공사가 진행 중인데 안전관리원들은 승객들이 공사현장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안내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즉,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통행하는 장소입니다.

김정일 서울시 질병관리과장은 오늘(18일) 브리핑에서 안전관리원들이 함께 사용한 휴게실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휴게실 역시 서울 시청역 지하 2층에 있습니다. 간판이나 안내문이 없기 때문에 승객들은 감염 추정 장소를 피해서 갈 수도 없습니다.

나흘이 되도록 파악 못 한 서울시 "타 시도 거주 확진자라…"

그런데도 서울시는 감염 위험 장소가 승객들이 통행 가능한 곳이라는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가 확진자 근무 장소가 일반인이 통행 가능한 곳이라고 인정했는데도, 서울시 측은 "공사 구간이 시민들과 옆에 있는 공간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환기가 어려운 지하 2층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는데도 "오픈된 장소지만 공간이 꽤 넓기 때문에 전파될 수 있는 환경은 아닌 것으로 파악한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내놨습니다.


확진자 가운데 2명은 이미 9일과 10일부터 의심 증상을 보였습니다. 각 지자체가 밝힌 동선에 따르면, 이들은 지하철을 이용해 시청역까지 출퇴근했습니다. 지하철 이용 당시 마스크 착용 여부에 대해 서울시는 "대중교통까지는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서울 시청역은 말 그대로 시청과 연결되어 있는 지하철 역사이고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시 산하 기관입니다. 출입기자를 포함해 많은 시청 공무원들이 출퇴근을 하면서 이용하고, 걸어가 현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흘째가 되도록 파악이 늦은 이유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들은 "타 시도에 거주하는 확진자여서 그렇다"고 궁색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시청 역이 폐쇄 안 된 이유 "확진자가 직원이 아니라서"

이번 집단 감염 사례는 지하철 역사 내 첫 코로나19 감염사례입니다. 서울 시청역 1, 2호선은 각각 매일 평균 4만 7천여 명이 승하차(2018년 6월 기준)합니다. 공공시설이자 다중이용시설인 지하철 역사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는데도 임시 폐쇄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서울교통공사에 물어봤습니다.

코로나19 대응 관련 매뉴얼에 역사를 폐쇄해야 하는 경우가 이렇게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① 직원이 감염됐을 경우
② 역학조사 결과 폐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확진자들은 모두 공사업체에서 임시 채용한 직원이어서,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아닙니다. "이분들은 직원이 아니라서 폐쇄가 안 된 건가요?" 라는 질문에 "네"라는 짧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누구나 알듯이, 코로나19는 직원과 임시직을 가리지 않고 걸립니다. 지하철역을 통행하는 승객들은 직원들만 접촉하는 것도 아닙니다.

공사 측은 확진자가 발생한 다음 날, 방역 당국이 공사도 중단할 필요가 없는 상태라고 했지만 선제적으로 공사를 중단시켰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전파 확산을 막기 위해 동선을 신속하게 공개하는 등 선제적이고 투명한 방역 행정을 강조해 온 서울시의 입장이 비정규직을 구분하는 매뉴얼 앞에 무색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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