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트럼프에게 北美회담은 홍보행사, 비핵화 무관심”

입력 2020.06.1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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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이 출간도 전에 논란이다. 대부분 내용이 지난해 9월 자신을 경질한 도널드 트럼트 미국 대통령에 대한 폭로다. 주목되는 건 대북정책, 특히 북한 비핵화와 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에 대한 부분이다.

볼턴의 평가는 박하다. 한마디로 제1차 북미정상회담은 트럼프의 치적 '홍보'에 불과했고, 비핵화 협상 과정은 "알맹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난 뒤 남북관계는 악화일로였다.

물론 볼턴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한계가 있다. 볼턴 자체가 북한 선제 타격을 주장하던 대북 강경파인데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실패로 이끈 장본인으로 평가받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다만, 볼턴 입을 빌어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대북관을 엿볼 수 있다는 차원에서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

"트럼프, 회담을 홍보행사로 여겨"


"트럼프 대통령은 내게 알맹이 없는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승리를 선언한 뒤 그 지역을 빠져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가(WP) 현지시각 17일 보도한 볼턴 회고록 내용의 일부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 열린 제1차 북미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단순한 '홍보행사' 정도였다는 혹평이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의 세부사항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도 평가했다.

볼턴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 뒤 몇 달간 폼페이오 장관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가수 엘튼 존의 '로켓맨' CD를 전하려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이라고 공격했던 것이 사실 조롱이 아니라, 애정 어린 표현이었다는 점을 각인시키려 했다는 게 볼턴 주장이다. 볼턴 말에 따르면 김 위원장에게 엘튼 존 CD를 전달하는 행위는 대북 제재 위반이다. 결과적으로 CD는 전달되지 않았다.

"폼페이오, 북미 외교 성공할 확률 '제로'라고 일축"


뉴욕타임스(NYT)는 현지시각 17일 공개한 볼턴 회고록 내용을 인용하며,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때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볼턴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내용의 쪽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쪽지에 "그(트럼프 대통령)는 거짓말쟁이"(He is so full of sh**)이라고 적었다는 게 볼턴 주장이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폼페이오 장관 등 충성파로 불리는 최고 참모들조차 등 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했다고 평가했다.

볼턴은 또 폼페이오 장관이 싱가포르 회담 한 달 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외교를 가리켜 "성공 확률이 '제로'"라며 평가절하했다고도 주장했다.

싱가포르 회담 한 달 뒤면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즈음인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 7월, 이틀 간 방북했던 폼페이오 장관은 성과는커녕 김 위원장과의 면담도 불발돼 '빈손귀환'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볼턴 주장이 사실이라면 폼페이오 장관이 3차 방북 뒤부터 미국이 원하는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확신한 셈이 된다.

"폼페이오, 트럼프 대통령 대화 방식 '심장마비 온다'고 농담"


볼턴이 폭로한 폼페이오 장관의 트럼프 대통령 험담 사례는 또 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싱가포르 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통화를 듣고 난 뒤 자신에게 "심장마비가 온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대화를 이끌어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방식이 심장마비가 올 정도로 답답했다는 취지다.

WP 보도에 양국 정상 간 대화 시점이 적시되지는 않았지만, 북미정상회담 하루 전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에 머무를 때 이뤄진 통화로 추정된다. WP 역시 "볼턴 전 보좌관의 책에는 폼페이오 장관을 비롯한 최측근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등 뒤에서 날카롭게 비판하는 사례가 가득 차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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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돋보기] “트럼프에게 北美회담은 홍보행사, 비핵화 무관심”
    • 입력 2020-06-18 16: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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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이 출간도 전에 논란이다. 대부분 내용이 지난해 9월 자신을 경질한 도널드 트럼트 미국 대통령에 대한 폭로다. 주목되는 건 대북정책, 특히 북한 비핵화와 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에 대한 부분이다.

볼턴의 평가는 박하다. 한마디로 제1차 북미정상회담은 트럼프의 치적 '홍보'에 불과했고, 비핵화 협상 과정은 "알맹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난 뒤 남북관계는 악화일로였다.

물론 볼턴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한계가 있다. 볼턴 자체가 북한 선제 타격을 주장하던 대북 강경파인데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실패로 이끈 장본인으로 평가받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다만, 볼턴 입을 빌어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대북관을 엿볼 수 있다는 차원에서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

"트럼프, 회담을 홍보행사로 여겨"


"트럼프 대통령은 내게 알맹이 없는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승리를 선언한 뒤 그 지역을 빠져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가(WP) 현지시각 17일 보도한 볼턴 회고록 내용의 일부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 열린 제1차 북미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단순한 '홍보행사' 정도였다는 혹평이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의 세부사항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도 평가했다.

볼턴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 뒤 몇 달간 폼페이오 장관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가수 엘튼 존의 '로켓맨' CD를 전하려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이라고 공격했던 것이 사실 조롱이 아니라, 애정 어린 표현이었다는 점을 각인시키려 했다는 게 볼턴 주장이다. 볼턴 말에 따르면 김 위원장에게 엘튼 존 CD를 전달하는 행위는 대북 제재 위반이다. 결과적으로 CD는 전달되지 않았다.

"폼페이오, 북미 외교 성공할 확률 '제로'라고 일축"


뉴욕타임스(NYT)는 현지시각 17일 공개한 볼턴 회고록 내용을 인용하며,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때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볼턴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내용의 쪽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쪽지에 "그(트럼프 대통령)는 거짓말쟁이"(He is so full of sh**)이라고 적었다는 게 볼턴 주장이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폼페이오 장관 등 충성파로 불리는 최고 참모들조차 등 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했다고 평가했다.

볼턴은 또 폼페이오 장관이 싱가포르 회담 한 달 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외교를 가리켜 "성공 확률이 '제로'"라며 평가절하했다고도 주장했다.

싱가포르 회담 한 달 뒤면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즈음인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 7월, 이틀 간 방북했던 폼페이오 장관은 성과는커녕 김 위원장과의 면담도 불발돼 '빈손귀환'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볼턴 주장이 사실이라면 폼페이오 장관이 3차 방북 뒤부터 미국이 원하는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확신한 셈이 된다.

"폼페이오, 트럼프 대통령 대화 방식 '심장마비 온다'고 농담"


볼턴이 폭로한 폼페이오 장관의 트럼프 대통령 험담 사례는 또 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싱가포르 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통화를 듣고 난 뒤 자신에게 "심장마비가 온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대화를 이끌어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방식이 심장마비가 올 정도로 답답했다는 취지다.

WP 보도에 양국 정상 간 대화 시점이 적시되지는 않았지만, 북미정상회담 하루 전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에 머무를 때 이뤄진 통화로 추정된다. WP 역시 "볼턴 전 보좌관의 책에는 폼페이오 장관을 비롯한 최측근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등 뒤에서 날카롭게 비판하는 사례가 가득 차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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