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서’ 인증까지 등장…대학가서 번지는 등록금 반환 요구

입력 2020.06.19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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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시험 요구에 이어 등록금 반환 요구까지, 현재 대학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모두 이전에는 겪은 적 없는 비대면 일상을 지내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직장도,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어려운 지금의 20대, '코로나세대'의 불안은 더욱 큽니다. 겨우 개강은 했지만, 이전과 너무도 다른 대학 생활을 해야 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결국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 시작은 대학들의 대면 시험 지침이었습니다. 이달 초 한양대 학생들이 기말시험을 비대면으로 치를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계속되는 코로나19의 소규모 유행에 이어 경기도의 한 대학에서는 시험을 보기 위해 학교를 방문했던 학생들이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한양대는 대면 시험의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특히 지난 5일에는 한 교수가 비대면 시험을 요구하는 학생들에게 '혈서를 받아오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사과를 하면서도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킬 테니 방침에 따라달라는 서신을 공개했습니다. 학생들의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지난 17일에는 한 커뮤니티에 대면시험을 요구하는 한양대 학생의 '혈서'까지 올라오는 데에 이르렀습니다.

시험 방식을 둘러싼 학교와 학생의 대립은 등록금을 두고 더욱 첨예해지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등록금 반환 요구 게시글은 20개가 넘습니다.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를 듣고는 있지만, 오프라인 강의와는 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한 한양대 학생은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며 "(등록금이) 누군가에겐 노동하는 아버지, 어머니의 희생이자, 누군가에겐 자기 스스로의 젊은 시간을 판 돈이자, 누군가에게는 미래를 담보로 맡긴 소중한 돈"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어제(18일) 연세대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있었습니다. 연세대 학생들은 학교 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강의가 계속되면서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됐다며 대학 측이 등록금을 일부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잦은 학사 변동과 대학 측의 소통 부족도 꼬집었습니다. 앞서 연세대 관계자가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학생들에게 "학교의 주인이 되려면 돈을 내야 하는데 등록금 깎아달라 하면 되나. 학생들이 10만 원씩 더 내자는 말은 왜 못하나"라고 발언해 비난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한양대와 연세대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각 대학의 총학생회에서 비슷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곳이 서울 내에서도 10곳 가까이 됩니다. 가장 문제는 대학 측의 소통 부족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학생들이 특정 시간대에 동일한 검색어를 입력해 실시간 검색어창에 노출되도록 하는 검색어 '총공'까지 벌이고 있는 이유입니다. 한 웹사이트 검색창에서는 대학 이름만 쳐도 '소통하라'는 문구가 뜰 정도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길어지고 있습니다. 가장은 정년퇴직의 압박에 시달리고 자녀들 사이에서는 실직이나 구직 포기의 두려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불안정한 상황에 취직의 기회조차 얻지 못해 별다른 사회안전망조차 없는 청년들에게 코로나 시대는 더 가혹합니다.


한 학기에 3~400만 원, 1년이면 천만 원에 가까운 돈입니다. 결국, 건국대는 등록금 반환을 결정했습니다. 2학기 등록금을 일부 면제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이 낸 등록금을 돌려주겠다는 겁니다. 학생들의 요청에 대학이 재량으로 내린 결정입니다.

다른 대학들은 강화된 방역으로 인한 비용과 형평성 등의 문제로 난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학과 학생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혈서'까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교육부는 시험 방식에 대해서도, 등록금 반환에 대해서도 대학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부처 차원의 지원은 없다고 선을 그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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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혈서’ 인증까지 등장…대학가서 번지는 등록금 반환 요구
    • 입력 2020-06-19 07:04:19
    취재K
비대면 시험 요구에 이어 등록금 반환 요구까지, 현재 대학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모두 이전에는 겪은 적 없는 비대면 일상을 지내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직장도,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어려운 지금의 20대, '코로나세대'의 불안은 더욱 큽니다. 겨우 개강은 했지만, 이전과 너무도 다른 대학 생활을 해야 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결국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 시작은 대학들의 대면 시험 지침이었습니다. 이달 초 한양대 학생들이 기말시험을 비대면으로 치를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계속되는 코로나19의 소규모 유행에 이어 경기도의 한 대학에서는 시험을 보기 위해 학교를 방문했던 학생들이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한양대는 대면 시험의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특히 지난 5일에는 한 교수가 비대면 시험을 요구하는 학생들에게 '혈서를 받아오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사과를 하면서도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킬 테니 방침에 따라달라는 서신을 공개했습니다. 학생들의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지난 17일에는 한 커뮤니티에 대면시험을 요구하는 한양대 학생의 '혈서'까지 올라오는 데에 이르렀습니다.

시험 방식을 둘러싼 학교와 학생의 대립은 등록금을 두고 더욱 첨예해지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등록금 반환 요구 게시글은 20개가 넘습니다.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를 듣고는 있지만, 오프라인 강의와는 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한 한양대 학생은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며 "(등록금이) 누군가에겐 노동하는 아버지, 어머니의 희생이자, 누군가에겐 자기 스스로의 젊은 시간을 판 돈이자, 누군가에게는 미래를 담보로 맡긴 소중한 돈"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어제(18일) 연세대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있었습니다. 연세대 학생들은 학교 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강의가 계속되면서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됐다며 대학 측이 등록금을 일부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잦은 학사 변동과 대학 측의 소통 부족도 꼬집었습니다. 앞서 연세대 관계자가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학생들에게 "학교의 주인이 되려면 돈을 내야 하는데 등록금 깎아달라 하면 되나. 학생들이 10만 원씩 더 내자는 말은 왜 못하나"라고 발언해 비난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한양대와 연세대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각 대학의 총학생회에서 비슷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곳이 서울 내에서도 10곳 가까이 됩니다. 가장 문제는 대학 측의 소통 부족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학생들이 특정 시간대에 동일한 검색어를 입력해 실시간 검색어창에 노출되도록 하는 검색어 '총공'까지 벌이고 있는 이유입니다. 한 웹사이트 검색창에서는 대학 이름만 쳐도 '소통하라'는 문구가 뜰 정도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길어지고 있습니다. 가장은 정년퇴직의 압박에 시달리고 자녀들 사이에서는 실직이나 구직 포기의 두려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불안정한 상황에 취직의 기회조차 얻지 못해 별다른 사회안전망조차 없는 청년들에게 코로나 시대는 더 가혹합니다.


한 학기에 3~400만 원, 1년이면 천만 원에 가까운 돈입니다. 결국, 건국대는 등록금 반환을 결정했습니다. 2학기 등록금을 일부 면제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이 낸 등록금을 돌려주겠다는 겁니다. 학생들의 요청에 대학이 재량으로 내린 결정입니다.

다른 대학들은 강화된 방역으로 인한 비용과 형평성 등의 문제로 난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학과 학생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혈서'까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교육부는 시험 방식에 대해서도, 등록금 반환에 대해서도 대학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부처 차원의 지원은 없다고 선을 그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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