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K] “내 땅을 내가 판다는데…왜?” 토지거래허가제 따져보니

입력 2020.06.1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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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왔습니다. 이 가운데 서울 송파구 잠실과 강남구 청담·대치동의 주택을 매매하려던 시민들에게 눈에 띄는 대책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해당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것인데요.

강남에서도 어떤 지역이기에 '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걸까요. 먼저 어떤 지역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잠실~삼성동 일대 '호재'에 투자 과열


정부가 '국제교류복합지구'를 조성 중인 잠실~코엑스 일대(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동), 그리고 영동대로 복합개발 사업 영향권(청담동·대치동)까지 14.4㎢가 대상입니다. 오는 23일부터 내년 6월 22일까지 1년간 지정된 건데요.

잠실 스포츠·MICE 민간투자사업 예정지(자료: 서울시)잠실 스포츠·MICE 민간투자사업 예정지(자료: 서울시)

삼성동 코엑스에서 옛 한국전력 부지인 '현대차 GBC', 그리고 잠실종합운동장으로 이어지는 166만㎡에 국제업무와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와 전시, 한강과 탄천을 연계한 마이스(MICE) 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입니다.

기업회의(Meeting)·인센티브 관광 (Incentives)·국제회의(Convention)·전시(Exhibition)가 이뤄지는 구역을 조성한다는 겁니다. 개발 호재가 복합 작용하면 인근 지역의 매수 심리가 커지고 과열될 수 있다는 것이 국토부의 판단입니다.

허가 없이 거래, 2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형…"내 땅 사고파는데 왜?"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허가 없이 토지 거래 계약을 맺으면 어떻게 될까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26조 등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 가격의 30%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해당 구역에서의 개인의 재산을 처분할 때 허가를 받지 않으면 징역형까지도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내 재산을 사고파는데 국가의 허가를 받는 게 말이 되느냐?" "위헌 소지가 있다"는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국민들의 재산 처분,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주장입니다.

헌법 23조 1항 재산권 보장…122조 국토의 효율적·균형 이용, 개발위해 제한 가능

헌법 23조 1항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뒤이어 2항과 3항은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도록 해야 하고,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122조에는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돼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위와 같은 재산권 보장 원리에 기초한 토지공개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1978년 국토이용관리법 개정으로 도입됐습니다. 토지 소유의 편중, 투기로 인한 비합리적 지가 형성을 방지하는 목적인데요. 전국적인 땅값 상승과 투기를 막고자 도입한 당시 국토이용관리법 제21조의3 제1항은 규제 구역 내 토지 거래 계약시 허가를 규정했고, 31조의2 제1호는 허가 없이 계약을 맺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습니다. 국토이용관리법은 현재 폐지되고 부동산 거래법으로 대체됐습니다.

해당 법들을 두고 재산 소유주들은 꾸준히 불만을 제기해왔습니다. 실제로 위헌 논란이 많았는데 이미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린 적이 있었습니다. 헌재의 결정은 어땠을까요.

헌재 팽팽한 의견 끝에 "투기 억제를 위한 제한은 합헌"

1988년 3월부터 5월까지 강 모 씨는 충남 당진군 지역에 자신 소유 임야를 도지사의 허가 없이 되팔아 2275만 원 차익을 취득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해당 지역이 규제구역으로 지정됐었기 때문입니다. 강 씨는 징역 1년을 구형받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습니다.

1989년 헌법재판소는 토지거래허가제를 다룬 이 사건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에 대해서는 9명 재판관 중 5명이 합헌으로 판단했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사유 재산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며,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이나 보충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헌재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사유재산제도의 부정이라 보기는 어렵고 다만 그 제한의 한 형태라고 봐야 한다"면서 "토지에 대하여 처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이를 제한할 수밖에 없음은 부득이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토지거래허가제는 헌법이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는 재산권의 제한의 한 형태로서 재산권의 본질적인 침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위헌'으로 본 재판관들은 토지거래허가제와 관련해 헌법이 요구하는 재산권의 보장과 정당한 보상의 원리에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다만, 토지거래허가제 규정 가운데 벌칙 규정에 대해선 위헌 의견이 9명 중 5명으로 과반이었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법 23조 2항 1호에 따라 위헌결정은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기에 결국 '합헌'으로 결정됐습니다. 이후 1997년에도 헌법재판소는 토지거래허가제와 관련한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해당 제도가 합헌이라는 결정을 유지했습니다.

참고자료
노한장(2019) 토지거래허가제의 문제점과 입법적 개선방안 연구(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법학논고』 64집)
헌법재판소 주요판례 '토지거래허가제 사건'(사건번호 88헌가13·92헌바5)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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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19 16:18:08
    팩트체크K
문재인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왔습니다. 이 가운데 서울 송파구 잠실과 강남구 청담·대치동의 주택을 매매하려던 시민들에게 눈에 띄는 대책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해당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것인데요.

강남에서도 어떤 지역이기에 '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걸까요. 먼저 어떤 지역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잠실~삼성동 일대 '호재'에 투자 과열


정부가 '국제교류복합지구'를 조성 중인 잠실~코엑스 일대(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동), 그리고 영동대로 복합개발 사업 영향권(청담동·대치동)까지 14.4㎢가 대상입니다. 오는 23일부터 내년 6월 22일까지 1년간 지정된 건데요.

잠실 스포츠·MICE 민간투자사업 예정지(자료: 서울시)
삼성동 코엑스에서 옛 한국전력 부지인 '현대차 GBC', 그리고 잠실종합운동장으로 이어지는 166만㎡에 국제업무와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와 전시, 한강과 탄천을 연계한 마이스(MICE) 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입니다.

기업회의(Meeting)·인센티브 관광 (Incentives)·국제회의(Convention)·전시(Exhibition)가 이뤄지는 구역을 조성한다는 겁니다. 개발 호재가 복합 작용하면 인근 지역의 매수 심리가 커지고 과열될 수 있다는 것이 국토부의 판단입니다.

허가 없이 거래, 2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형…"내 땅 사고파는데 왜?"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허가 없이 토지 거래 계약을 맺으면 어떻게 될까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26조 등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 가격의 30%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해당 구역에서의 개인의 재산을 처분할 때 허가를 받지 않으면 징역형까지도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내 재산을 사고파는데 국가의 허가를 받는 게 말이 되느냐?" "위헌 소지가 있다"는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국민들의 재산 처분,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주장입니다.

헌법 23조 1항 재산권 보장…122조 국토의 효율적·균형 이용, 개발위해 제한 가능

헌법 23조 1항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뒤이어 2항과 3항은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도록 해야 하고,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122조에는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돼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위와 같은 재산권 보장 원리에 기초한 토지공개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1978년 국토이용관리법 개정으로 도입됐습니다. 토지 소유의 편중, 투기로 인한 비합리적 지가 형성을 방지하는 목적인데요. 전국적인 땅값 상승과 투기를 막고자 도입한 당시 국토이용관리법 제21조의3 제1항은 규제 구역 내 토지 거래 계약시 허가를 규정했고, 31조의2 제1호는 허가 없이 계약을 맺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습니다. 국토이용관리법은 현재 폐지되고 부동산 거래법으로 대체됐습니다.

해당 법들을 두고 재산 소유주들은 꾸준히 불만을 제기해왔습니다. 실제로 위헌 논란이 많았는데 이미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린 적이 있었습니다. 헌재의 결정은 어땠을까요.

헌재 팽팽한 의견 끝에 "투기 억제를 위한 제한은 합헌"

1988년 3월부터 5월까지 강 모 씨는 충남 당진군 지역에 자신 소유 임야를 도지사의 허가 없이 되팔아 2275만 원 차익을 취득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해당 지역이 규제구역으로 지정됐었기 때문입니다. 강 씨는 징역 1년을 구형받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습니다.

1989년 헌법재판소는 토지거래허가제를 다룬 이 사건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에 대해서는 9명 재판관 중 5명이 합헌으로 판단했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사유 재산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며,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이나 보충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헌재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사유재산제도의 부정이라 보기는 어렵고 다만 그 제한의 한 형태라고 봐야 한다"면서 "토지에 대하여 처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이를 제한할 수밖에 없음은 부득이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토지거래허가제는 헌법이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는 재산권의 제한의 한 형태로서 재산권의 본질적인 침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위헌'으로 본 재판관들은 토지거래허가제와 관련해 헌법이 요구하는 재산권의 보장과 정당한 보상의 원리에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다만, 토지거래허가제 규정 가운데 벌칙 규정에 대해선 위헌 의견이 9명 중 5명으로 과반이었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법 23조 2항 1호에 따라 위헌결정은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기에 결국 '합헌'으로 결정됐습니다. 이후 1997년에도 헌법재판소는 토지거래허가제와 관련한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해당 제도가 합헌이라는 결정을 유지했습니다.

참고자료
노한장(2019) 토지거래허가제의 문제점과 입법적 개선방안 연구(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법학논고』 64집)
헌법재판소 주요판례 '토지거래허가제 사건'(사건번호 88헌가13·92헌바5)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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