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보좌진 사상검증?…“당헌·당규 개정 때문”

입력 2020.06.20 (07:01) 수정 2020.06.2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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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보좌진 사상검증'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지난 4월 총선 직후 보좌진 임용에 대한 일종의 지침을 제시한 데 이어, 이번엔 보좌진의 타당(他黨) 경력 파악에 나섰습니다. 민주당 보좌진 내부에서는 "이런 건 처음 본다"며 "사상검증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 "경력(타당 경력 포함)을 표기해주시기 바랍니다"

민주당 조직국은 지난 3일 소속 의원들에게 '당 소속 국회의원 보좌진 등록 현황 회신 요청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습니다. 별첨된 보좌진 등록 현황에는 보좌진의 개인정보 외에 ▲경력(타당 경력 포함), ▲현 당원 여부를 표기하도록 돼 있습니다. 지난 선거 여당의 압승으로 옛 야당 소속 보좌진들이 여당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상황에서 이른바 '주홍글씨'를 새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10년 넘게 민주당 당원으로 보좌진 업무를 해온 한 보좌관은 KBS와의 통화에서 "이런 식으로 보좌관의 경력을 조사한 것은 처음 봤다"며 "막말로 사상검증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국회 보좌진의 인사권은 국회의원에게 있는데, 당에서 의원이 사람 쓰는 것까지 간섭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을 두고 당 보좌진들 사이에서도 '너무 나갔다', '자리 싸움밖에 안 된다'는 말이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21대 국회에서 의원실을 옮긴 정책 비서는 "순수혈통만 따진다는 것이냐"며 "보좌진을 능력이 아닌 출신으로 평가하는 게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신규 보좌진 타당 출신은 철저히 검증하라고 공문이 왔던 적이 있는데 그 후속 조치로 검사를 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습니다.

■ 민주당 "당헌 당규 개정에 따라, 복당 심사 위해"

민주당 관계자는 "사상검증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부터 민주당 보좌진은 당비를 납부하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보좌진들의 입당 여부를 확인하고, 당원이 아닌 보좌진에겐 복당 신청서도 받고 있습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복당자들은 심사를 하게 돼 있다"며 "심사를 하려면 경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취지에서 보낸 것이지 다른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타당 출신 보좌진 임용 시 정밀 검증하라"는 지난 4월 사무총장 명의 공문에 대해서는 "20대 국회 패스트트랙 사태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4월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 제정안의 국회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 야당 보좌진들이 여당 의원들을 고발했는데, 이런 '해당 행위'를 한 보좌진들을 살피라는 의미라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타당 당직 보좌진에 대해 '일제히 뭐 하라'는 말은 없었다"며 논란에 선을 그었습니다.

■ 2006년엔 한나라당이 이중 당적 보좌진 '정리'

정당 차원에서 의원실 보좌진의 이전 당적을 문제 삼은 적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지난 2006년 한나라당은 당시 황우여 사무총장 명의로 소속 보좌진의 당원 가입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의 이중 당적을 가진 보좌진들에 대해, 민노당 당적 탈퇴나 보좌관직 사퇴 가운데 택일하도록 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당시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현 민주당 의원)은 "정당이 비밀결사나 종교집단도 아닌데 민노당원이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는 것이 지탄받을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민주당 한 보좌진은 "이번에는 선거에서 압승해서 이례적인 경우였던 것 같다"며 "당에서는 통합당 보좌진이 대거 들어오는 게 아닌지 조심스러웠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당 정치라는 측면에서 이념이 같은 보좌진 채용을 독려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민주당은 공수처법 처리에 기권했다는 이유로 최근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해 논란이 됐습니다. 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해선 윤미향 의원에 대해 사실상 함구령을 내려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일상적으로 보일 수 있었던 이번 '보좌진 경력 조사'가 '사상검증' 아니냐는 눈초리를 받는 건, 일련의 민주당 조치가 176석 슈퍼여당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았던 탓은 아닐지, 민주당은 스스로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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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 보좌진 사상검증?…“당헌·당규 개정 때문”
    • 입력 2020-06-20 07:01:13
    • 수정2020-06-20 07:01:21
    취재K
더불어민주당의 '보좌진 사상검증'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지난 4월 총선 직후 보좌진 임용에 대한 일종의 지침을 제시한 데 이어, 이번엔 보좌진의 타당(他黨) 경력 파악에 나섰습니다. 민주당 보좌진 내부에서는 "이런 건 처음 본다"며 "사상검증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 "경력(타당 경력 포함)을 표기해주시기 바랍니다"

민주당 조직국은 지난 3일 소속 의원들에게 '당 소속 국회의원 보좌진 등록 현황 회신 요청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습니다. 별첨된 보좌진 등록 현황에는 보좌진의 개인정보 외에 ▲경력(타당 경력 포함), ▲현 당원 여부를 표기하도록 돼 있습니다. 지난 선거 여당의 압승으로 옛 야당 소속 보좌진들이 여당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상황에서 이른바 '주홍글씨'를 새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10년 넘게 민주당 당원으로 보좌진 업무를 해온 한 보좌관은 KBS와의 통화에서 "이런 식으로 보좌관의 경력을 조사한 것은 처음 봤다"며 "막말로 사상검증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국회 보좌진의 인사권은 국회의원에게 있는데, 당에서 의원이 사람 쓰는 것까지 간섭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을 두고 당 보좌진들 사이에서도 '너무 나갔다', '자리 싸움밖에 안 된다'는 말이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21대 국회에서 의원실을 옮긴 정책 비서는 "순수혈통만 따진다는 것이냐"며 "보좌진을 능력이 아닌 출신으로 평가하는 게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신규 보좌진 타당 출신은 철저히 검증하라고 공문이 왔던 적이 있는데 그 후속 조치로 검사를 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습니다.

■ 민주당 "당헌 당규 개정에 따라, 복당 심사 위해"

민주당 관계자는 "사상검증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부터 민주당 보좌진은 당비를 납부하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보좌진들의 입당 여부를 확인하고, 당원이 아닌 보좌진에겐 복당 신청서도 받고 있습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복당자들은 심사를 하게 돼 있다"며 "심사를 하려면 경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취지에서 보낸 것이지 다른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타당 출신 보좌진 임용 시 정밀 검증하라"는 지난 4월 사무총장 명의 공문에 대해서는 "20대 국회 패스트트랙 사태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4월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 제정안의 국회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 야당 보좌진들이 여당 의원들을 고발했는데, 이런 '해당 행위'를 한 보좌진들을 살피라는 의미라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타당 당직 보좌진에 대해 '일제히 뭐 하라'는 말은 없었다"며 논란에 선을 그었습니다.

■ 2006년엔 한나라당이 이중 당적 보좌진 '정리'

정당 차원에서 의원실 보좌진의 이전 당적을 문제 삼은 적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지난 2006년 한나라당은 당시 황우여 사무총장 명의로 소속 보좌진의 당원 가입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의 이중 당적을 가진 보좌진들에 대해, 민노당 당적 탈퇴나 보좌관직 사퇴 가운데 택일하도록 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당시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현 민주당 의원)은 "정당이 비밀결사나 종교집단도 아닌데 민노당원이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는 것이 지탄받을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민주당 한 보좌진은 "이번에는 선거에서 압승해서 이례적인 경우였던 것 같다"며 "당에서는 통합당 보좌진이 대거 들어오는 게 아닌지 조심스러웠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당 정치라는 측면에서 이념이 같은 보좌진 채용을 독려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민주당은 공수처법 처리에 기권했다는 이유로 최근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해 논란이 됐습니다. 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해선 윤미향 의원에 대해 사실상 함구령을 내려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일상적으로 보일 수 있었던 이번 '보좌진 경력 조사'가 '사상검증' 아니냐는 눈초리를 받는 건, 일련의 민주당 조치가 176석 슈퍼여당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았던 탓은 아닐지, 민주당은 스스로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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