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등장한 ‘셀로판지 레드 카드’…“불법촬영 잡는다”

입력 2020.06.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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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빨갛게 보이는 화면에 선명하게 찍힌 흰색 점이 보입니다. 흰색 점의 정체, 다름 아닌 초소형 불법 카메라 렌즈입니다. 워낙 작아서 맨눈으로 볼 땐 알아채지 못했을 불법 카메라를 빨간색 셀로판지로 만들어진 '감지카드'로 잡아낸 겁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이 감지카드를 대량으로 구입해 관내에 비치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지하철역과 병원 등 불법촬영 신고가 잇따르자 시민들의 불안을 줄여주고자 고안한 방법입니다.

■카드 들이대니 빛 번쩍…이용 쉽고 간편

빨간색 셀로판지로 제작된 감지카드는 가로 86㎜ 세로 54㎜ 크기로, 일반 신용카드 크기와 비슷합니다. 이 카드를 휴대전화 후면 카메라에 대고, 플래시를 켠 채 주변을 촬영하면 불법으로 설치된 카메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의 플래시에서 나온 빛이 불법촬영 카메라 렌즈에 반사돼 화면에 하얀 점으로 보이게 되는 원리입니다.

국내 신생기업인 '몰가드'가 크라우드 펀딩으로 시민의 지원금을 모아 제작한 상품인데, 가격은 2천 원입니다. 구청을 비롯한 지자체에서 대여하는 탐지 장비가 수백만 원대를 호가하는 것에 비해 훨씬 저렴합니다. 크기도 작고 가벼워 이용자들이 사용하기도 편해서 호응이 좋은 편입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 비치된 불법 촬영 카메라 감지카드서울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 비치된 불법 촬영 카메라 감지카드

이미 2주 전 성신여자대학교 돈암 캠퍼스 수정관에는 화장실과 샤워실에 이 카드가 비치됐습니다. 감지카드를 이용해본 학생들 중심으로 다른 건물에도 모든 건물에 비치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전다현 성신여대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직접 본인이 불법 카메라 검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안심하고 있다"라면서 "감지카드를 모든 화장실에 비치를 해주면 좋을 거 같다고 경찰에 전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루 만에 사라진 카드…"시민 협조 당부"

한계도 있습니다. 크기가 작고 휴대하기 편한 장점 덕에, 몰래 가지고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1일, 서울 지하철 6호선 고려대역 화장실 내에 비치된 카드는 하루 만에 모두 사라졌습니다. 김수진 성북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은 "감지카드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다시 비치해놨다"면서 "사용 후 제자리에 비치하여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성숙한 시민의식을 당부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존의 탐지 장비와 비교하면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렌즈가 작은 초소형 카메라의 경우, 셀로판지에 빛이 잘 반사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김수진 계장은 "이 감지카드만으로 모든 종류의 불법 카메라를 완벽하게 잡아내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카드에 쓴 경고문으로 범죄 충동 억제 효과가 더해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3개월간 이용자들의 반응을 살핀 뒤, 보완점을 파악해가며 감지카드 운영을 확대해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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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장실에 등장한 ‘셀로판지 레드 카드’…“불법촬영 잡는다”
    • 입력 2020-06-20 12:01:10
    취재K
온통 빨갛게 보이는 화면에 선명하게 찍힌 흰색 점이 보입니다. 흰색 점의 정체, 다름 아닌 초소형 불법 카메라 렌즈입니다. 워낙 작아서 맨눈으로 볼 땐 알아채지 못했을 불법 카메라를 빨간색 셀로판지로 만들어진 '감지카드'로 잡아낸 겁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이 감지카드를 대량으로 구입해 관내에 비치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지하철역과 병원 등 불법촬영 신고가 잇따르자 시민들의 불안을 줄여주고자 고안한 방법입니다.

■카드 들이대니 빛 번쩍…이용 쉽고 간편

빨간색 셀로판지로 제작된 감지카드는 가로 86㎜ 세로 54㎜ 크기로, 일반 신용카드 크기와 비슷합니다. 이 카드를 휴대전화 후면 카메라에 대고, 플래시를 켠 채 주변을 촬영하면 불법으로 설치된 카메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의 플래시에서 나온 빛이 불법촬영 카메라 렌즈에 반사돼 화면에 하얀 점으로 보이게 되는 원리입니다.

국내 신생기업인 '몰가드'가 크라우드 펀딩으로 시민의 지원금을 모아 제작한 상품인데, 가격은 2천 원입니다. 구청을 비롯한 지자체에서 대여하는 탐지 장비가 수백만 원대를 호가하는 것에 비해 훨씬 저렴합니다. 크기도 작고 가벼워 이용자들이 사용하기도 편해서 호응이 좋은 편입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 비치된 불법 촬영 카메라 감지카드
이미 2주 전 성신여자대학교 돈암 캠퍼스 수정관에는 화장실과 샤워실에 이 카드가 비치됐습니다. 감지카드를 이용해본 학생들 중심으로 다른 건물에도 모든 건물에 비치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전다현 성신여대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직접 본인이 불법 카메라 검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안심하고 있다"라면서 "감지카드를 모든 화장실에 비치를 해주면 좋을 거 같다고 경찰에 전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루 만에 사라진 카드…"시민 협조 당부"

한계도 있습니다. 크기가 작고 휴대하기 편한 장점 덕에, 몰래 가지고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1일, 서울 지하철 6호선 고려대역 화장실 내에 비치된 카드는 하루 만에 모두 사라졌습니다. 김수진 성북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은 "감지카드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다시 비치해놨다"면서 "사용 후 제자리에 비치하여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성숙한 시민의식을 당부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존의 탐지 장비와 비교하면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렌즈가 작은 초소형 카메라의 경우, 셀로판지에 빛이 잘 반사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김수진 계장은 "이 감지카드만으로 모든 종류의 불법 카메라를 완벽하게 잡아내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카드에 쓴 경고문으로 범죄 충동 억제 효과가 더해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3개월간 이용자들의 반응을 살핀 뒤, 보완점을 파악해가며 감지카드 운영을 확대해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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