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입시설명회…감염병과 싸워 온 2002년생

입력 2020.06.22 (08:13) 수정 2020.06.2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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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 주차장입니다.

천 대가 넘게 들어가는 주차장에 빈 자리가 없습니다.

왜 이렇게 차가 몰렸나 보니, 바로 한 입시 학원이 주최한 대입 설명회 행사였습니다.

차량 안에서 무언가 자료를 받아들고 집중하는 사람들 보이시죠?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입니다.

원래 이맘때면 입시 학원들이 큰 강당에 사람들 모아놓고 대입 설명회를 열지만요,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학생, 학부모가 운집하는 식의 입시 설명회는 여의치 않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게 바로 자동차 '입시 설명회'.

자료는 드라이브스루로 건네 받고요, 학원 측이 공지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서 무대에서 이뤄지는 입시 설명을 듣습니다.

일종의 자동차극장 영화 상영과 같은 방식입니다.

입시 설명회, 풍경은 달라졌지만 학부모들 열기는 여느 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주차장에 차가 들어차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3시, 30도를 넘는 폭염 속에 그늘이 전혀 없다보니 차 마다 햇빛을 막기 위해 곳곳을 가리는 진풍경이 속출했습니다.

참석자들은 차량 에어컨을 켜고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설명회에 귀를 귀울였는데, 자리를 뜬 차량은 거의 없었습니다.

어제 하루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주최측 추산, 약 2천 대 차량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대입 수능을 치르는 올해 고3 학생들, 유난히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현재 고3인 2002년생은 한일월드컵 4강 신화와 함께 태어났지만, 초·중·고 시절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주요 감염병 사태를 모두 겪은 비운의 세대로 기억됩니다.

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2009년 당시에는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신종플루가 창궐해 전국 학교 500여곳이 휴교에 들어갔습니다.

중학교에 진학한 후인 2015년에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맞닥뜨렸습니다.

전염병의 공포를 떨치고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가장 중요한 시기인 지금 또 다시 감염병과 싸워야 하는 게 이들입니다.

코로나19로 사상 초유의 휴업령이 내려지면서 한 달 이상 개학이 미뤄진 가운데 온라인 개학으로 인터넷 수업을 하다가, 지난달 20일에야 등교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개학 연기로 수능도 2주 연기된 상탭니다.

코로나19 충격뿐 아니라 올해 고3은 바뀐 입시제도의 첫 적용 대상이 되면서 많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이들이 중1 때 처음으로 자유학기제가 도입됐고, 교과과정은 개편됐지만 수능 개편이 1년 미뤄지면서 교과와 수능 형식이 따로 노는 학년입니다.

문·이과 통합 첫 세대이기도 합니다.

"아무 일 없어도 고3은 힘든데, 올해 고3은 시련이 너무 많다."

"코로나19의 가장 큰 피해자는 고3이다."

"올해 고3은 재수를 각오해야 한다" 등등 커뮤니티에는 고3 학부모들의 아우성이 들끓고 있습니다.

예년 같으면 3월 모의고사 성적을 토대로 진로상담을 받고 수시냐 정시냐 갈 길을 선택했겠지만, 3월 모의고사마저 재택으로 치르는 등 우여곡절의 연속입니다.

수시로 진학할 경우 통상 여름방학 때 자기소개서를 준비해야 하는데 방학이 짧아져 이 역시 시간이 빠듯하다보니 재수생에 비해 학생부가 부실해질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고3 학생을 위한 구제책을 만들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등장 하루 만에 2만 명이 동의했고 3만 명 가까이가 참여한 가운데 청원은 마감됐습니다.

정부가 고3 구제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서지만 학생은 물론 학부모, 학교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춰 지난 9일 연세대를 시작으로 10여개 대학이 대입 전형 계획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주로 학생부 종합전형 반영 비율이나 항목을 조정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미뤄진 학사 일정, 입시 전형 등으로 수험생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꼼꼼한 제도적 뒷받침이 뒤따라야할겁니다.

만18세인 고3 학생들은 올해 총선에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기도 했죠?

우리 사회의 큰 변화를 겪으며 성장한 이들이 코로나19 속에서도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어느 때보다 세심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친절한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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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동차’ 입시설명회…감염병과 싸워 온 2002년생
    • 입력 2020-06-22 08:15:22
    • 수정2020-06-22 08:5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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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 주차장입니다.

천 대가 넘게 들어가는 주차장에 빈 자리가 없습니다.

왜 이렇게 차가 몰렸나 보니, 바로 한 입시 학원이 주최한 대입 설명회 행사였습니다.

차량 안에서 무언가 자료를 받아들고 집중하는 사람들 보이시죠?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입니다.

원래 이맘때면 입시 학원들이 큰 강당에 사람들 모아놓고 대입 설명회를 열지만요,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학생, 학부모가 운집하는 식의 입시 설명회는 여의치 않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게 바로 자동차 '입시 설명회'.

자료는 드라이브스루로 건네 받고요, 학원 측이 공지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서 무대에서 이뤄지는 입시 설명을 듣습니다.

일종의 자동차극장 영화 상영과 같은 방식입니다.

입시 설명회, 풍경은 달라졌지만 학부모들 열기는 여느 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주차장에 차가 들어차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3시, 30도를 넘는 폭염 속에 그늘이 전혀 없다보니 차 마다 햇빛을 막기 위해 곳곳을 가리는 진풍경이 속출했습니다.

참석자들은 차량 에어컨을 켜고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설명회에 귀를 귀울였는데, 자리를 뜬 차량은 거의 없었습니다.

어제 하루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주최측 추산, 약 2천 대 차량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대입 수능을 치르는 올해 고3 학생들, 유난히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현재 고3인 2002년생은 한일월드컵 4강 신화와 함께 태어났지만, 초·중·고 시절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주요 감염병 사태를 모두 겪은 비운의 세대로 기억됩니다.

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2009년 당시에는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신종플루가 창궐해 전국 학교 500여곳이 휴교에 들어갔습니다.

중학교에 진학한 후인 2015년에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맞닥뜨렸습니다.

전염병의 공포를 떨치고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가장 중요한 시기인 지금 또 다시 감염병과 싸워야 하는 게 이들입니다.

코로나19로 사상 초유의 휴업령이 내려지면서 한 달 이상 개학이 미뤄진 가운데 온라인 개학으로 인터넷 수업을 하다가, 지난달 20일에야 등교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개학 연기로 수능도 2주 연기된 상탭니다.

코로나19 충격뿐 아니라 올해 고3은 바뀐 입시제도의 첫 적용 대상이 되면서 많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이들이 중1 때 처음으로 자유학기제가 도입됐고, 교과과정은 개편됐지만 수능 개편이 1년 미뤄지면서 교과와 수능 형식이 따로 노는 학년입니다.

문·이과 통합 첫 세대이기도 합니다.

"아무 일 없어도 고3은 힘든데, 올해 고3은 시련이 너무 많다."

"코로나19의 가장 큰 피해자는 고3이다."

"올해 고3은 재수를 각오해야 한다" 등등 커뮤니티에는 고3 학부모들의 아우성이 들끓고 있습니다.

예년 같으면 3월 모의고사 성적을 토대로 진로상담을 받고 수시냐 정시냐 갈 길을 선택했겠지만, 3월 모의고사마저 재택으로 치르는 등 우여곡절의 연속입니다.

수시로 진학할 경우 통상 여름방학 때 자기소개서를 준비해야 하는데 방학이 짧아져 이 역시 시간이 빠듯하다보니 재수생에 비해 학생부가 부실해질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고3 학생을 위한 구제책을 만들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등장 하루 만에 2만 명이 동의했고 3만 명 가까이가 참여한 가운데 청원은 마감됐습니다.

정부가 고3 구제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서지만 학생은 물론 학부모, 학교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춰 지난 9일 연세대를 시작으로 10여개 대학이 대입 전형 계획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주로 학생부 종합전형 반영 비율이나 항목을 조정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미뤄진 학사 일정, 입시 전형 등으로 수험생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꼼꼼한 제도적 뒷받침이 뒤따라야할겁니다.

만18세인 고3 학생들은 올해 총선에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기도 했죠?

우리 사회의 큰 변화를 겪으며 성장한 이들이 코로나19 속에서도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어느 때보다 세심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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