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볼턴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무슨 일이? “트럼프가 트럼프했다”

입력 2020.06.2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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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백악관 보좌관의 회고록이 결국 현지시각 23일 공식 출간됩니다.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미 관계 등의 비사(秘事)가 적나라하게 적혀 있습니다.

이 회고록은 한마디로 "트럼프가 트럼프했다."라고 요약될 수 있습니다.

문제의 실질적 해결보다는 거짓말까지 동원해 자신을 돋보이는 데 더 관심이 있고, 세상을 이익과 손해의 틀로 판단하는데 이마저도 국익과 사익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게 볼턴의 주장입니다.


■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 그 일이 일어났을 때 트럼프의 거짓말?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은 이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되돌아왔고, 이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지켜보던 문 대통령이 나와서 남북미 정상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는 데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볼턴 전 보좌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만나자고 요청했고, 문 대통령과 같이 가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에게 말한 것과 상반되는 것이었다"고 볼턴은 말했습니다.

사실은 미국 측이 문 대통령의 동행을 수차례 거절했지만, 문 대통령이 동행 입장을 계속 고수해 관철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할 말이 있다면서 '이 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경호처가 조율한 일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재차 거절했다고 볼턴은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문 대통령에게 서울에서 일단 자신과 헤어지고 판문점 회동이 끝난 뒤 오산 공군기지에서 만나자고 말했다고 볼턴은 전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문 대통령의 주장이 관철됐다는 게 사실과 부합한다는 것입니다.


■ 주한 미군을 보는 트럼프의 눈…결국 돈?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 미군을 보는 시각은 언제나 주둔 비용, 즉 돈의 관점이었습니다.

세 가지 사례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먼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018년 7월 6일 3차 방북 결과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로 보고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왜 한국전에 나가 싸웠는지, 그리고 왜 우리가 여전히 한반도에 그토록 많은 병력을 갖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하고 "우리는 얼간이(chumps)가 되는 것을 끝낼 것"이라고 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썼습니다.

이어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지속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은 보였다고 볼턴은 증언했습니다.

2019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은 "그 워게임(2019년 8월 한미연합훈련)은 큰 실수"라며 "우리가 (주한미군 지원 비용으로) 50억 달러 합의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거기서 나오라"고 말했다고 볼턴은 주장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무역에서 380억 달러 적자를 보고 있는데 거기서 나오자"고 말하며 한미 훈련도 "이틀 안에 끝내라. 하루도 연장 말라"고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특히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는 미군을 협상 카드로 사용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고 볼턴은 전했습니다.

2019년 7월 볼턴은 분담금 협상차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자리에서 "(한국으로부터) 50억 달러를 얻어내는 방식은 모든 미군을 철수한다고 위협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매우 강한 협상 지위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적었습니다.

특히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돈을 요구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볼턴은 적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이 평화롭게 되면 아마도 우리는 떠나게 될 것'이라며 "매우 부자 나라를 그 북쪽 이웃으로부터 지켜주는 데 대한 보상을 원하는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말했다고 볼턴을 전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 2018년 3월에 일어난 일...1차 북미 정상회담 제안은 누가?

2018년 3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만나자는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장을 건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순간적 충동'으로 수용했다고 볼턴은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 초대를 제안한 것은 정 실장이었다고 거의 시인했다고 볼턴은 전했습니다.

정 실장은 평양을 다녀온 뒤 2018년 3월 8일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 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볼턴은 "이 모든 외교적 판당고는 한국의 창조물이있다, 김정은이나 우리(미국) 쪽의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와 관련이 있었던 것"이라고 볼턴은 해석했습니다.

결국 볼턴도 남북미 관계를 실질적으로 '운전'하는 주체는 한국임을 인정한 것입니다.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사진 출처 : AP=연합뉴스]

■ 초강경 매파인 볼턴, 그 시각을 드러낸 대목은?

마지막으로 북한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이란 등 모든 나라와의 관계에서 초강경 자세를 고수했던 볼턴의 생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목을 살펴보겠습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미 정상이 만나면, 김 위원장을 합법화하고 대북제재를 약화할 위험성이 있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어떤 것도 막겠다고 결심을 했다고 적었습니다.

"문 대통령이 이러한 나쁜 아이디어(종전선언 등)들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유하는 것을 우려했다."라고 볼턴은 말했습니다.

또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김정은 위원장이 편지를 보내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즉각 백악관에 초대하려 했는데, 볼턴 자신은 11월 중간선거 전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과도한 양보를 할 수 있다고 보고 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적었습니다.

[사진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사진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 볼턴 "트럼프 국익과 사익 차이 몰라…바이든 찍을 것"

볼턴은 회고록에서 이 밖에도 여러 비화를 털어놨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의 종전을 공식 선언하려고 했으나 일본이 반대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 북한이 2018년 5월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정상회담 취소를 위협하자, 21일, 즉 워싱턴에서 한 한미정상회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 취소 트윗을 올리려고 했었다는 등 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볼턴은 현지시각 21일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공화당의 대의를 대표하지 않는다. 철학적 기반이나 전략이 없다. 미국 국익과 자신의 이익의 차이를 모른다"고 비난하고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을 찍겠다"고 밝혔습니다.

'그것이 일어난 방'의 집필 배경에 대해 "고위직에 있다면 진실을 말할 의무가 있다"며 "정부에서 17개월을 보낸 후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필요한 능력이 없다는 점이 우려됐고, 미국인들이 이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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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2 10: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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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백악관 보좌관의 회고록이 결국 현지시각 23일 공식 출간됩니다.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미 관계 등의 비사(秘事)가 적나라하게 적혀 있습니다.

이 회고록은 한마디로 "트럼프가 트럼프했다."라고 요약될 수 있습니다.

문제의 실질적 해결보다는 거짓말까지 동원해 자신을 돋보이는 데 더 관심이 있고, 세상을 이익과 손해의 틀로 판단하는데 이마저도 국익과 사익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게 볼턴의 주장입니다.


■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 그 일이 일어났을 때 트럼프의 거짓말?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은 이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되돌아왔고, 이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지켜보던 문 대통령이 나와서 남북미 정상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는 데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볼턴 전 보좌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만나자고 요청했고, 문 대통령과 같이 가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에게 말한 것과 상반되는 것이었다"고 볼턴은 말했습니다.

사실은 미국 측이 문 대통령의 동행을 수차례 거절했지만, 문 대통령이 동행 입장을 계속 고수해 관철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할 말이 있다면서 '이 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경호처가 조율한 일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재차 거절했다고 볼턴은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문 대통령에게 서울에서 일단 자신과 헤어지고 판문점 회동이 끝난 뒤 오산 공군기지에서 만나자고 말했다고 볼턴은 전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문 대통령의 주장이 관철됐다는 게 사실과 부합한다는 것입니다.


■ 주한 미군을 보는 트럼프의 눈…결국 돈?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 미군을 보는 시각은 언제나 주둔 비용, 즉 돈의 관점이었습니다.

세 가지 사례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먼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018년 7월 6일 3차 방북 결과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로 보고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왜 한국전에 나가 싸웠는지, 그리고 왜 우리가 여전히 한반도에 그토록 많은 병력을 갖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하고 "우리는 얼간이(chumps)가 되는 것을 끝낼 것"이라고 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썼습니다.

이어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지속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은 보였다고 볼턴은 증언했습니다.

2019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은 "그 워게임(2019년 8월 한미연합훈련)은 큰 실수"라며 "우리가 (주한미군 지원 비용으로) 50억 달러 합의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거기서 나오라"고 말했다고 볼턴은 주장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무역에서 380억 달러 적자를 보고 있는데 거기서 나오자"고 말하며 한미 훈련도 "이틀 안에 끝내라. 하루도 연장 말라"고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특히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는 미군을 협상 카드로 사용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고 볼턴은 전했습니다.

2019년 7월 볼턴은 분담금 협상차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자리에서 "(한국으로부터) 50억 달러를 얻어내는 방식은 모든 미군을 철수한다고 위협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매우 강한 협상 지위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적었습니다.

특히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돈을 요구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볼턴은 적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이 평화롭게 되면 아마도 우리는 떠나게 될 것'이라며 "매우 부자 나라를 그 북쪽 이웃으로부터 지켜주는 데 대한 보상을 원하는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말했다고 볼턴을 전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2018년 3월에 일어난 일...1차 북미 정상회담 제안은 누가?

2018년 3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만나자는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장을 건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순간적 충동'으로 수용했다고 볼턴은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 초대를 제안한 것은 정 실장이었다고 거의 시인했다고 볼턴은 전했습니다.

정 실장은 평양을 다녀온 뒤 2018년 3월 8일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 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볼턴은 "이 모든 외교적 판당고는 한국의 창조물이있다, 김정은이나 우리(미국) 쪽의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와 관련이 있었던 것"이라고 볼턴은 해석했습니다.

결국 볼턴도 남북미 관계를 실질적으로 '운전'하는 주체는 한국임을 인정한 것입니다.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
■ 초강경 매파인 볼턴, 그 시각을 드러낸 대목은?

마지막으로 북한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이란 등 모든 나라와의 관계에서 초강경 자세를 고수했던 볼턴의 생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목을 살펴보겠습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미 정상이 만나면, 김 위원장을 합법화하고 대북제재를 약화할 위험성이 있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어떤 것도 막겠다고 결심을 했다고 적었습니다.

"문 대통령이 이러한 나쁜 아이디어(종전선언 등)들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유하는 것을 우려했다."라고 볼턴은 말했습니다.

또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김정은 위원장이 편지를 보내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즉각 백악관에 초대하려 했는데, 볼턴 자신은 11월 중간선거 전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과도한 양보를 할 수 있다고 보고 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적었습니다.

[사진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 볼턴 "트럼프 국익과 사익 차이 몰라…바이든 찍을 것"

볼턴은 회고록에서 이 밖에도 여러 비화를 털어놨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의 종전을 공식 선언하려고 했으나 일본이 반대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 북한이 2018년 5월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정상회담 취소를 위협하자, 21일, 즉 워싱턴에서 한 한미정상회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 취소 트윗을 올리려고 했었다는 등 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볼턴은 현지시각 21일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공화당의 대의를 대표하지 않는다. 철학적 기반이나 전략이 없다. 미국 국익과 자신의 이익의 차이를 모른다"고 비난하고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을 찍겠다"고 밝혔습니다.

'그것이 일어난 방'의 집필 배경에 대해 "고위직에 있다면 진실을 말할 의무가 있다"며 "정부에서 17개월을 보낸 후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필요한 능력이 없다는 점이 우려됐고, 미국인들이 이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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