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가져가라 상임위’…국회 개점휴업 언제까지?

입력 2020.06.2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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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과반 정당인 민주당이 전 상임위원장을 갖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맞다."
(지난달 27일,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

여야 원구성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달 27일, 민주당은 18개 상임위 위원장을 전부 가져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과거에는 압도적 과반 정당이 없었기 때문에 상임위를 나눠 가졌던 것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상임위원장 배분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당시 통합당은 격하게 반발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차라리 국회를 없애라."
(지난달 27일, 통합당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한 달 만에, 여야 입장은 정 반대로 바뀌었습니다.


■주호영 "상임위 한두 개 가져온들 무슨 소용?…쇠종 들이받는 까치될 것"

지난 15일 이후 전국 사찰을 돌며 칩거하던 주 원내대표는 어제(21일) 국회 복귀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이런 선언을 했습니다.

"모든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에 넘기겠다. 원 구성 협상은 없다."

주 원내대표는 오늘(22일) KBS와의 통화에서 "상임위 한두 개 가져온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면서, "민주당이 총선 결과에 따라 뭐든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주장하면서 나라를 거덜내고 있는데 막을 방법이 없다는 무력감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에 법제사법위원장 양보를 요구했느냐는 질문에도 "(민주당이) 법사위를 쉽게 내놓겠느냐"면서 "무슨 상임위를 가져올지, 이런 차원은 이미 넘어섰다"고 답했습니다. 어차피 법사위를 못 가져올 바에야, 모든 상임위원장을 넘기며 민주당의 독선적 국회 운영을 부각하고 2022년 대선까지 국정 책임을 도맡기는 전략으로 가겠다는 입장입니다.

주 원내대표는 "쇠 종에 머리를 들이받는 까치가 되겠다"면서, 강경한 의지를 내보였습니다.

당내 기류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3선 의원은 "이미 3선 의원들은 상임위원장을 다 내놓겠다고 선언한 바 있고, 초선 의원들도 상임위원장 몇 개에 집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 강하더라"라고 전했습니다. 법사위원장을 여야가 2년씩 돌아가면서 하거나, 법사위를 법제위원회와 사법위원회로 분리하고 여야가 위원장을 나눠 갖자는 제안도 여전히 거론되지만, 현실성이 거의 없다는 평가입니다.


■공 넘겨받은 민주당…"무겁게 고민해야"

민주당은 당장 "본심이 아닐 것"이라며, 오는 주말까지 원 구성을 끝내자고 받아쳤습니다. 다음달 4일 끝나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3차 추경안을 처리하려면, 이번주에는 상임위원장 선출과 위원 배정까지 마쳐야 한다는 계산입니다.

내부에선,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늘 오전 협상 파트너인 통합당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를 찾아갔지만 별다른 소득을 거두진 못했습니다. 민주당 강훈식 대변인은 "지켜보겠다. 다 가져가라는 것 같지는 않던데…."라면서도, "진심으로 다 가져가라고 하는 거면, 나라의 미래를 무겁게 고민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18개 상임위 위원장을 여당이 전부 차지하는 건 정치적 부담이 상당합니다. 국회의 조직과 운영을 규정한 국회법의 정신이 '여야 합의'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기 때문입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여야가 의석수대로 위원장을 나눠 가졌던 관행을 깨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시간을 두고 통합당의 의도를 파악한 후, 어떻게든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서로가 만나야 정확한 의중을 알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통합당은 응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김 수석부대표가 서울에서 280km 떨어진 경북 울진 불영사까지 직접 차를 몰고 찾아갔지만, 주 원내대표가 다른 사찰로 이동한 뒤여서 엇갈렸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김태년 원내대표의 전화도 받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김 수석부대표는 오늘 국회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서울에) 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통합당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협상의 시간이 아니라, 결단의 시간이다. 우리는 이미 민주당에 선택지를 줬다"면서 추가 협상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국회 정상화는 언제쯤…국회 묶인 '코로나 대응 35조 추경안'

어제까지는 주 원내대표가 이번 주 안에 복귀해 국회 정상화 물꼬를 틀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그 시기는 더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오늘 KBS에 자신은 국회 복귀를 확정지은 바 없다면서, 그 시점 역시 '이번 주'가 아닌, '다음 주'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당 상황을 지켜보고, 최종 판단을 하겠다는 겁니다.

아울러 통합당은 민주당이 법사위를 내 주든, 18개 상임위를 전부 가져가든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상임위원 배정 명단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달리 말하면, 통합당의 상임위 불참이 길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사실 상임위원장 배분이라던가, 상임위원 배정은 정치인들에게만 중요한 '그들만의 싸움'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임위가 꾸려지지 않으면, 코로나 19에 대응할 35조 3천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없고, 따라서 집행될 수도 없습니다. 그만큼 민생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통합당은 타협은 불가하다며 배수진을 치고 민주당은 일단 협상 참여부터 요구하는 상황, 여야가 물밑 협상은 이어가는 가운데 당장은 출구 없는 교착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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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가 가져가라 상임위’…국회 개점휴업 언제까지?
    • 입력 2020-06-22 18:18:51
    취재K
"절대 과반 정당인 민주당이 전 상임위원장을 갖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맞다."
(지난달 27일,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

여야 원구성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달 27일, 민주당은 18개 상임위 위원장을 전부 가져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과거에는 압도적 과반 정당이 없었기 때문에 상임위를 나눠 가졌던 것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상임위원장 배분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당시 통합당은 격하게 반발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차라리 국회를 없애라."
(지난달 27일, 통합당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한 달 만에, 여야 입장은 정 반대로 바뀌었습니다.


■주호영 "상임위 한두 개 가져온들 무슨 소용?…쇠종 들이받는 까치될 것"

지난 15일 이후 전국 사찰을 돌며 칩거하던 주 원내대표는 어제(21일) 국회 복귀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이런 선언을 했습니다.

"모든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에 넘기겠다. 원 구성 협상은 없다."

주 원내대표는 오늘(22일) KBS와의 통화에서 "상임위 한두 개 가져온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면서, "민주당이 총선 결과에 따라 뭐든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주장하면서 나라를 거덜내고 있는데 막을 방법이 없다는 무력감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에 법제사법위원장 양보를 요구했느냐는 질문에도 "(민주당이) 법사위를 쉽게 내놓겠느냐"면서 "무슨 상임위를 가져올지, 이런 차원은 이미 넘어섰다"고 답했습니다. 어차피 법사위를 못 가져올 바에야, 모든 상임위원장을 넘기며 민주당의 독선적 국회 운영을 부각하고 2022년 대선까지 국정 책임을 도맡기는 전략으로 가겠다는 입장입니다.

주 원내대표는 "쇠 종에 머리를 들이받는 까치가 되겠다"면서, 강경한 의지를 내보였습니다.

당내 기류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3선 의원은 "이미 3선 의원들은 상임위원장을 다 내놓겠다고 선언한 바 있고, 초선 의원들도 상임위원장 몇 개에 집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 강하더라"라고 전했습니다. 법사위원장을 여야가 2년씩 돌아가면서 하거나, 법사위를 법제위원회와 사법위원회로 분리하고 여야가 위원장을 나눠 갖자는 제안도 여전히 거론되지만, 현실성이 거의 없다는 평가입니다.


■공 넘겨받은 민주당…"무겁게 고민해야"

민주당은 당장 "본심이 아닐 것"이라며, 오는 주말까지 원 구성을 끝내자고 받아쳤습니다. 다음달 4일 끝나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3차 추경안을 처리하려면, 이번주에는 상임위원장 선출과 위원 배정까지 마쳐야 한다는 계산입니다.

내부에선,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늘 오전 협상 파트너인 통합당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를 찾아갔지만 별다른 소득을 거두진 못했습니다. 민주당 강훈식 대변인은 "지켜보겠다. 다 가져가라는 것 같지는 않던데…."라면서도, "진심으로 다 가져가라고 하는 거면, 나라의 미래를 무겁게 고민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18개 상임위 위원장을 여당이 전부 차지하는 건 정치적 부담이 상당합니다. 국회의 조직과 운영을 규정한 국회법의 정신이 '여야 합의'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기 때문입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여야가 의석수대로 위원장을 나눠 가졌던 관행을 깨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시간을 두고 통합당의 의도를 파악한 후, 어떻게든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서로가 만나야 정확한 의중을 알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통합당은 응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김 수석부대표가 서울에서 280km 떨어진 경북 울진 불영사까지 직접 차를 몰고 찾아갔지만, 주 원내대표가 다른 사찰로 이동한 뒤여서 엇갈렸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김태년 원내대표의 전화도 받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김 수석부대표는 오늘 국회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서울에) 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통합당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협상의 시간이 아니라, 결단의 시간이다. 우리는 이미 민주당에 선택지를 줬다"면서 추가 협상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국회 정상화는 언제쯤…국회 묶인 '코로나 대응 35조 추경안'

어제까지는 주 원내대표가 이번 주 안에 복귀해 국회 정상화 물꼬를 틀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그 시기는 더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오늘 KBS에 자신은 국회 복귀를 확정지은 바 없다면서, 그 시점 역시 '이번 주'가 아닌, '다음 주'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당 상황을 지켜보고, 최종 판단을 하겠다는 겁니다.

아울러 통합당은 민주당이 법사위를 내 주든, 18개 상임위를 전부 가져가든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상임위원 배정 명단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달리 말하면, 통합당의 상임위 불참이 길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사실 상임위원장 배분이라던가, 상임위원 배정은 정치인들에게만 중요한 '그들만의 싸움'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임위가 꾸려지지 않으면, 코로나 19에 대응할 35조 3천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없고, 따라서 집행될 수도 없습니다. 그만큼 민생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통합당은 타협은 불가하다며 배수진을 치고 민주당은 일단 협상 참여부터 요구하는 상황, 여야가 물밑 협상은 이어가는 가운데 당장은 출구 없는 교착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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