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1,902명 직접 고용…인천공항 정규직화 논란 속 마무리

입력 2020.06.22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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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 보안검색원 1천9백여 명 직접 고용 결정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협력업체 소속이던 보안검색원 1,902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바꿔 직접 고용하기로 하면서 정규직화가 마무리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고 공사가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화를 약속한 지 3년여 만입니다.

공사는 오늘(22일) 오후 5시 브리핑을 열고 총 9,785명의 정규직 전환대상자 가운데 공항소방대(211명)와 야생동물통제(30명), 여객보안검색(1,902명) 등 생명․안전과 밀접한 3개 분야 2,143명은 공사가 직접 고용한다고 밝혔습니다. 공항운영(2,423명), 공항시설 및 시스템(3,490명), 보안경비(1,729명) 등 7,642명은 3개 전문 자회사에서 직접 고용할 예정입니다.

법 개정 없이 '특수경비원' 아닌 '청원경찰'로 고용

현재 논란이 되는 건 전환대상자 가운데 가장 인원이 많은 보안검색원 1,902명을 특수경비원에서 청원경찰로 신분을 바꿔 공사가 직접 고용하기로 한 부분입니다.

공사는 당초 특수경비업체인 자회사를 설립해 자회사가 직접 고용하도록 할 방침이었습니다. 특수경비업이란 공항이나 항만, 원자력발전소 등 국가보안 목표 시설을 지키는 경비업으로, 현행법상 특수경비업체가 아닌 인천공항공사는 특수경비업무를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제한 때문에 공사는 일단 보안검색원을 특수경비업체인 자회사 소속으로 임시 전환한 뒤, 공사가 특수경비업무를 할 수 있도록 경비업법과 통합방위법, 항공보안법 등 법 개정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런데 보안검색원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바꿔 직접 고용하면 관련 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보안검색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공사는 "청원경찰은 국가 중요시설·사업장의 경비를 담당하기 위해 배치하는 경찰로서, 필요하면 무기를 소지할 수 있어 방호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현재 수준의 공항 방호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사 "경쟁채용"...노조 "탈락자 구제방안 마련해야"

그렇다면 일부 노조에서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고용승계 문제 때문입니다. 공사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하면서 채용 비리를 방지하기 위해 경쟁채용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근무하는 보안검색원 모두가 별도의 채용절차를 거쳐야 해 탈락하면 고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인천공항공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규직화를 약속한 2017년 5월 12일을 기준으로 그 이전 입사자와 이후 입사자에 대해 채용절차를 차등적으로 적용할 방침입니다. 정규직화 방침 이전 입사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완화된 심사를 하고, 이후 입사자에 대해서는 필기전형 등 더 꼼꼼히 채용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현재 보안검색원 1,902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800명이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입니다. 제2 여객터미널이 2018년 1월 개장하면서 많은 수의 보안검색원을 채용했기 때문입니다. 또 2017년 5월 12일 이전 입사자라 하더라도 탈락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어서 노조는 탈락자 구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비판합니다.

갑자기 빠진 '탈락자 구제책'...공사는 '기한 맞추기' 급급

애초 인천공항공사 노사는 2017년 제1기 노사전문가협의회, 2018년 제2기 협의회에서 직접 고용 시 제한적 경쟁채용 방안에 합의했습니다. 채용절차를 진행하되, 기존에 근무해 온 비정규직의 경력에 대해 가점을 부여하거나 탈락 시 자회사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구제방안을 마련하는 데 합의한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진행된 제3기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탈락자 구제책에 관한 규정이 합의안에서 모두 빠졌다고 노조 측은 말합니다. 노조 측은 "기존에 노사가 합의해 온 탈락자 구제책이 빠진 것은 불합리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규직화 추진이 늦어지는 바람에 2017년 5월 12일 이후에 입사한 보안검색원들도 2년 넘게 근무한 상황에서 탈락자가 다수 생길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공사는 "기본 원칙을 준수하면서 경쟁채용을 하되, 탈락자를 최소화하겠다"면서 "가점 부여 등 여러 가지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고용 불안에 대한 보안검색원들의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이달 말 협력업체와의 용역계약 만료를 앞두고 청원경찰로 고용하기로 갑자기 방침을 바꾼 것에 대해서도 노조 측은 "공사가 애초부터 신분을 바꿔 직접 고용할 수 있었는데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미뤄왔다"고 비판합니다.

공사는 "법 개정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추진해오던 중 내부 검토 결과 위헌 소지가 있어 법 개정 없는 직접 고용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이달 말까지 신속히 추진해야 해서 노조와 충분한 협의를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이제서야 법률검토를 통해 방침을 바꿨다는 공사 측의 설명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기한을 맞추는 데 급급해 고용 안정과 고용의 질 향상이라는 본래 목적에는 충실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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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2 19:59:40
    취재K
인천공항공사, 보안검색원 1천9백여 명 직접 고용 결정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협력업체 소속이던 보안검색원 1,902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바꿔 직접 고용하기로 하면서 정규직화가 마무리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고 공사가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화를 약속한 지 3년여 만입니다.

공사는 오늘(22일) 오후 5시 브리핑을 열고 총 9,785명의 정규직 전환대상자 가운데 공항소방대(211명)와 야생동물통제(30명), 여객보안검색(1,902명) 등 생명․안전과 밀접한 3개 분야 2,143명은 공사가 직접 고용한다고 밝혔습니다. 공항운영(2,423명), 공항시설 및 시스템(3,490명), 보안경비(1,729명) 등 7,642명은 3개 전문 자회사에서 직접 고용할 예정입니다.

법 개정 없이 '특수경비원' 아닌 '청원경찰'로 고용

현재 논란이 되는 건 전환대상자 가운데 가장 인원이 많은 보안검색원 1,902명을 특수경비원에서 청원경찰로 신분을 바꿔 공사가 직접 고용하기로 한 부분입니다.

공사는 당초 특수경비업체인 자회사를 설립해 자회사가 직접 고용하도록 할 방침이었습니다. 특수경비업이란 공항이나 항만, 원자력발전소 등 국가보안 목표 시설을 지키는 경비업으로, 현행법상 특수경비업체가 아닌 인천공항공사는 특수경비업무를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제한 때문에 공사는 일단 보안검색원을 특수경비업체인 자회사 소속으로 임시 전환한 뒤, 공사가 특수경비업무를 할 수 있도록 경비업법과 통합방위법, 항공보안법 등 법 개정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런데 보안검색원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바꿔 직접 고용하면 관련 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보안검색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공사는 "청원경찰은 국가 중요시설·사업장의 경비를 담당하기 위해 배치하는 경찰로서, 필요하면 무기를 소지할 수 있어 방호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현재 수준의 공항 방호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사 "경쟁채용"...노조 "탈락자 구제방안 마련해야"

그렇다면 일부 노조에서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고용승계 문제 때문입니다. 공사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하면서 채용 비리를 방지하기 위해 경쟁채용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근무하는 보안검색원 모두가 별도의 채용절차를 거쳐야 해 탈락하면 고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인천공항공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규직화를 약속한 2017년 5월 12일을 기준으로 그 이전 입사자와 이후 입사자에 대해 채용절차를 차등적으로 적용할 방침입니다. 정규직화 방침 이전 입사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완화된 심사를 하고, 이후 입사자에 대해서는 필기전형 등 더 꼼꼼히 채용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현재 보안검색원 1,902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800명이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입니다. 제2 여객터미널이 2018년 1월 개장하면서 많은 수의 보안검색원을 채용했기 때문입니다. 또 2017년 5월 12일 이전 입사자라 하더라도 탈락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어서 노조는 탈락자 구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비판합니다.

갑자기 빠진 '탈락자 구제책'...공사는 '기한 맞추기' 급급

애초 인천공항공사 노사는 2017년 제1기 노사전문가협의회, 2018년 제2기 협의회에서 직접 고용 시 제한적 경쟁채용 방안에 합의했습니다. 채용절차를 진행하되, 기존에 근무해 온 비정규직의 경력에 대해 가점을 부여하거나 탈락 시 자회사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구제방안을 마련하는 데 합의한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진행된 제3기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탈락자 구제책에 관한 규정이 합의안에서 모두 빠졌다고 노조 측은 말합니다. 노조 측은 "기존에 노사가 합의해 온 탈락자 구제책이 빠진 것은 불합리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규직화 추진이 늦어지는 바람에 2017년 5월 12일 이후에 입사한 보안검색원들도 2년 넘게 근무한 상황에서 탈락자가 다수 생길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공사는 "기본 원칙을 준수하면서 경쟁채용을 하되, 탈락자를 최소화하겠다"면서 "가점 부여 등 여러 가지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고용 불안에 대한 보안검색원들의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이달 말 협력업체와의 용역계약 만료를 앞두고 청원경찰로 고용하기로 갑자기 방침을 바꾼 것에 대해서도 노조 측은 "공사가 애초부터 신분을 바꿔 직접 고용할 수 있었는데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미뤄왔다"고 비판합니다.

공사는 "법 개정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추진해오던 중 내부 검토 결과 위헌 소지가 있어 법 개정 없는 직접 고용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이달 말까지 신속히 추진해야 해서 노조와 충분한 협의를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이제서야 법률검토를 통해 방침을 바꿨다는 공사 측의 설명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기한을 맞추는 데 급급해 고용 안정과 고용의 질 향상이라는 본래 목적에는 충실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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