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앞에선 “미안합니다”…조사에선 학대 혐의 드러나

입력 2020.06.2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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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5월) 29일 오후. 우리 나이로 11살, 초등학교 4학년 A 양이 경남 창녕군의 한 길거리에서 발견됐습니다. 이웃에 의해 구조된 A 양의 몸은 멍과 상처투성이였습니다. 눈에 멍이 들고 손가락엔 심한 물집이 잡혀 있었습니다. 얼굴과 몸 곳곳에서 학대당한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다수의 골절 흔적도 있었습니다. 신체 여러 곳이 심하게 다치거나 훼손된 상태였습니다.


# 언론 앞에선 "딸에게 미안합니다." 거듭 사과

지난달 13일. A 양의 의붓아버지가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경찰서로 연행되면서 그는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하는지, 딸에게 할 이야기는 없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의붓아버지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밀양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법원으로 이동하면서 만난 언론에 이번엔 입을 열었습니다. 딸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말이었습니다.

모든 게 자신이 가정을 돌보지 못한 잘못이라고, 거듭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한 번도 남의 딸이라고 생각한 적 없고 아직도 딸을 많이 사랑한다고도 말했습니다. 가혹한 학대를 한 적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욕조에 담근 적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A 양의 친어머니도 경찰 조사에서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딸이 계속 말을 안 듣고 집을 나간다고 해서 순간적으로 흥분해 홧김에 학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하면서, 역시 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 경찰 수사 마무리…속속 드러난 학대 정황

부부에 대한 경찰 조사가 마무리됐습니다. 학대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A 양이 진술한 학대 피해 가운데 상당수가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친어머니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지난 12일부터 행정입원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 조사도 미뤄졌습니다. 지난 19일 경찰은 변호사와 주치의 입회 아래 7시간 반에 걸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친어머니는 쇠사슬로 아이의 목을 묶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학대하려는 목적은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현병에 의한 행위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이의 머리와 몸에 멍과 상처가 나도록 손찌검한 혐의도 인정했습니다.

의붓아버지는 학대에 달궈진 프라이팬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욕조에 담근 적은 없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욕실에서 학대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의붓아버지는 가혹한 학대 행위가 없었다고도 주장했지만, 다른 도구를 사용한 혐의도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앞서 부부가 학대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쇠사슬과 쇠막대기, 접착제를 뜨겁게 데우는 용도의 글루건, 효자손, 자물쇠 등을 압수했습니다.

A 양은 수개월 동안 고문 수준의 학대를 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 수사에서는 A 양이 진술한 학대 혐의를 상당 부분 입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아동의 신체에 대한 피해가 심각하고 흉기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도구를 사용했단 이유로, 부부에게 아동학대처벌법상 상습 학대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딸에게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한 부부. 그들이 어떤 학대를 저질렀는지 하나하나 확인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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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메라 앞에선 “미안합니다”…조사에선 학대 혐의 드러나
    • 입력 2020-06-22 20:14:51
    취재K
지난달(5월) 29일 오후. 우리 나이로 11살, 초등학교 4학년 A 양이 경남 창녕군의 한 길거리에서 발견됐습니다. 이웃에 의해 구조된 A 양의 몸은 멍과 상처투성이였습니다. 눈에 멍이 들고 손가락엔 심한 물집이 잡혀 있었습니다. 얼굴과 몸 곳곳에서 학대당한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다수의 골절 흔적도 있었습니다. 신체 여러 곳이 심하게 다치거나 훼손된 상태였습니다.


# 언론 앞에선 "딸에게 미안합니다." 거듭 사과

지난달 13일. A 양의 의붓아버지가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경찰서로 연행되면서 그는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하는지, 딸에게 할 이야기는 없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의붓아버지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밀양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법원으로 이동하면서 만난 언론에 이번엔 입을 열었습니다. 딸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말이었습니다.

모든 게 자신이 가정을 돌보지 못한 잘못이라고, 거듭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한 번도 남의 딸이라고 생각한 적 없고 아직도 딸을 많이 사랑한다고도 말했습니다. 가혹한 학대를 한 적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욕조에 담근 적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A 양의 친어머니도 경찰 조사에서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딸이 계속 말을 안 듣고 집을 나간다고 해서 순간적으로 흥분해 홧김에 학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하면서, 역시 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 경찰 수사 마무리…속속 드러난 학대 정황

부부에 대한 경찰 조사가 마무리됐습니다. 학대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A 양이 진술한 학대 피해 가운데 상당수가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친어머니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지난 12일부터 행정입원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 조사도 미뤄졌습니다. 지난 19일 경찰은 변호사와 주치의 입회 아래 7시간 반에 걸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친어머니는 쇠사슬로 아이의 목을 묶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학대하려는 목적은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현병에 의한 행위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이의 머리와 몸에 멍과 상처가 나도록 손찌검한 혐의도 인정했습니다.

의붓아버지는 학대에 달궈진 프라이팬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욕조에 담근 적은 없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욕실에서 학대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의붓아버지는 가혹한 학대 행위가 없었다고도 주장했지만, 다른 도구를 사용한 혐의도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앞서 부부가 학대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쇠사슬과 쇠막대기, 접착제를 뜨겁게 데우는 용도의 글루건, 효자손, 자물쇠 등을 압수했습니다.

A 양은 수개월 동안 고문 수준의 학대를 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 수사에서는 A 양이 진술한 학대 혐의를 상당 부분 입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아동의 신체에 대한 피해가 심각하고 흉기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도구를 사용했단 이유로, 부부에게 아동학대처벌법상 상습 학대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딸에게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한 부부. 그들이 어떤 학대를 저질렀는지 하나하나 확인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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