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큰’ 중학생, 훔친 티켓·신분증으로 비행기 탑승

입력 2020.06.2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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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공항에서 주운 신분증과 항공기 티켓으로 김포로 가는 항공기에 탑승한 중학생이 경찰에 붙잡히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10대 학생이 내민 신분증은 자신과 무려 20살 가까이 차이 나는 성인 남성의 것이었지만, 출발장 입구와 공항 검색대를 지나 비행기에 오르기까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항 보안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주운 신분증과 항공권으로 항공기에 탑승한 혐의(항공보안법 위반·점유이탈물횡령·업무방해 등)로 14살 A 군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오늘(23일) 밝혔습니다.

의자에 놓여 있던 지갑 '슬쩍'…출발장 통과까지 단 '5분'

제주지방경찰청 공항경찰대에 따르면 A 군은 어제(22일) 오후 1시 45분쯤, 다른 사람의 신분증과 항공권을 이용해 제주공항 국내선 출발 검색대를 통과했습니다.

제주국제공항 출발장 입구제주국제공항 출발장 입구

당시 A군이 내민 항공권과 신분증은 약 5분 전, 국내선 터미널 3층 대한항공 라운지 인근 의자에 33살 B씨가 흘리고 간 지갑 속에 있던 것으로, 에어부산 항공편 티켓 등이 들어있었습니다.

A 군은 이 지갑을 훔쳐, 국내선 출발장 입구에서 B 씨의 항공권과 신분증을 내밀었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보안요원의 제지 없이 출발장에 들어서는 데 성공한 A 군은 보안 검색대를 지난 데 이어 탑승 게이트에서도 항공사의 바코드 검사까지 무사히 받았고, 기내에 들어갔습니다.

같은 시각, 지갑을 통째로 잃어버린 B 씨는 무인민원발급기에서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고, 항공권도 재발급받아 항공기에 올랐습니다. 여권 없이 국제선 항공기에 오를 수 없듯, 국내선 항공기도 신분증이 없으면 탑승할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A 군과 B 씨, 두 사람의 탑승 시간은 불과 1분여 차이였습니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당시 중복 탑승 벨 울렸지만 '단순 오류'로 착오?

에어부산에 따르면 탑승 게이트에서 A 군에 이어 B씨가 항공권 바코드를 체크할 때, 중복 탑승을 알리는 벨이 울렸습니다. 항공사 측은 "당시 직원이 바코드 단순 오류로 착오를 일으킨 것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먼저 기내에 오른 A 군은 티켓에 적힌 좌석에 앉지 않고, 화장실에 우선 몸을 숨겼습니다. 출발장을 떠난 항공기가 활주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승무원들은 이륙 전 기내 점검을 벌이던 중 화장실에 숨어있던 A 군을 발견하면서 '중복 탑승'이 뒤늦게 탄로 났습니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결국, 이 비행기는 활주로에 진입하기 전, 탑승장으로 항공기를 돌리는 '램프리턴'을 해야만 했습니다. 오후 3시에 승객 195명을 싣고 김포로 떠날 예정이었던 이 비행기는 예정보다 1시간 반 가까이 늦은 오후 4시 25분쯤 제주공항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항공사로부터 A 군을 인계받은 경찰은 항공보안법 위반과 점유이탈물 횡령,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A 군을 입건하고, 해당 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등을 상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A 군은 만 14세 미만으로, 소년범 적용을 받습니다.

A 군은 가출 청소년으로, 이날 아침 집을 나와 공항을 서성이다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경찰은 A 군을 부모에게 인계했다고 밝혔습니다.

제주국제공항 활주로제주국제공항 활주로

잊을 만하면 '뻥'…제주국제공항 허술 보안 '도마 위'

제주공항 보안이 뚫린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8년 2월, 제주에 주소를 둔 30대 남성이 다른 사람의 신분증으로 제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육지를 오가며 절도행위를 벌이다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그해 5월에는 40대 중국인이 출국심사를 마친 뒤 항공기에 탑승하지 않고, 상주 직원이 이용하는 통로를 이용해 공항을 빠져나갔는데, 이 과정에서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공항 보안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이보다 앞선 2016년 10월에도 34살 중국인이 활주로에 착륙한 비행기에서 내린 뒤 숨어 있다가 공항 담을 넘어 밀입국해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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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 큰’ 중학생, 훔친 티켓·신분증으로 비행기 탑승
    • 입력 2020-06-23 16:02:31
    취재K
제주국제공항에서 주운 신분증과 항공기 티켓으로 김포로 가는 항공기에 탑승한 중학생이 경찰에 붙잡히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10대 학생이 내민 신분증은 자신과 무려 20살 가까이 차이 나는 성인 남성의 것이었지만, 출발장 입구와 공항 검색대를 지나 비행기에 오르기까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항 보안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주운 신분증과 항공권으로 항공기에 탑승한 혐의(항공보안법 위반·점유이탈물횡령·업무방해 등)로 14살 A 군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오늘(23일) 밝혔습니다.

의자에 놓여 있던 지갑 '슬쩍'…출발장 통과까지 단 '5분'

제주지방경찰청 공항경찰대에 따르면 A 군은 어제(22일) 오후 1시 45분쯤, 다른 사람의 신분증과 항공권을 이용해 제주공항 국내선 출발 검색대를 통과했습니다.

제주국제공항 출발장 입구
당시 A군이 내민 항공권과 신분증은 약 5분 전, 국내선 터미널 3층 대한항공 라운지 인근 의자에 33살 B씨가 흘리고 간 지갑 속에 있던 것으로, 에어부산 항공편 티켓 등이 들어있었습니다.

A 군은 이 지갑을 훔쳐, 국내선 출발장 입구에서 B 씨의 항공권과 신분증을 내밀었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보안요원의 제지 없이 출발장에 들어서는 데 성공한 A 군은 보안 검색대를 지난 데 이어 탑승 게이트에서도 항공사의 바코드 검사까지 무사히 받았고, 기내에 들어갔습니다.

같은 시각, 지갑을 통째로 잃어버린 B 씨는 무인민원발급기에서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고, 항공권도 재발급받아 항공기에 올랐습니다. 여권 없이 국제선 항공기에 오를 수 없듯, 국내선 항공기도 신분증이 없으면 탑승할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A 군과 B 씨, 두 사람의 탑승 시간은 불과 1분여 차이였습니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당시 중복 탑승 벨 울렸지만 '단순 오류'로 착오?

에어부산에 따르면 탑승 게이트에서 A 군에 이어 B씨가 항공권 바코드를 체크할 때, 중복 탑승을 알리는 벨이 울렸습니다. 항공사 측은 "당시 직원이 바코드 단순 오류로 착오를 일으킨 것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먼저 기내에 오른 A 군은 티켓에 적힌 좌석에 앉지 않고, 화장실에 우선 몸을 숨겼습니다. 출발장을 떠난 항공기가 활주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승무원들은 이륙 전 기내 점검을 벌이던 중 화장실에 숨어있던 A 군을 발견하면서 '중복 탑승'이 뒤늦게 탄로 났습니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결국, 이 비행기는 활주로에 진입하기 전, 탑승장으로 항공기를 돌리는 '램프리턴'을 해야만 했습니다. 오후 3시에 승객 195명을 싣고 김포로 떠날 예정이었던 이 비행기는 예정보다 1시간 반 가까이 늦은 오후 4시 25분쯤 제주공항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항공사로부터 A 군을 인계받은 경찰은 항공보안법 위반과 점유이탈물 횡령,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A 군을 입건하고, 해당 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등을 상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A 군은 만 14세 미만으로, 소년범 적용을 받습니다.

A 군은 가출 청소년으로, 이날 아침 집을 나와 공항을 서성이다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경찰은 A 군을 부모에게 인계했다고 밝혔습니다.

제주국제공항 활주로
잊을 만하면 '뻥'…제주국제공항 허술 보안 '도마 위'

제주공항 보안이 뚫린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8년 2월, 제주에 주소를 둔 30대 남성이 다른 사람의 신분증으로 제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육지를 오가며 절도행위를 벌이다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그해 5월에는 40대 중국인이 출국심사를 마친 뒤 항공기에 탑승하지 않고, 상주 직원이 이용하는 통로를 이용해 공항을 빠져나갔는데, 이 과정에서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공항 보안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이보다 앞선 2016년 10월에도 34살 중국인이 활주로에 착륙한 비행기에서 내린 뒤 숨어 있다가 공항 담을 넘어 밀입국해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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