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성기 심리전’ 재개?…‘맞대응’ 고민 깊은 軍

입력 2020.06.2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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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후속조치로 철거했던 '대남 확성기'를 2년 만에 다시 설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무장지대 최전방 일대에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 국방부, '상응 원칙' 밝혔지만 고심 중

앞서 국방부는 북한군의 군사행동 예고에 대해 '상응 원칙'을 밝힌 바 있습니다.

국방부는 지난 17일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군사행동 계획이) 실제 행동에 옮겨질 경우 북측은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원칙에 따르면 북한이 확성기 방송에 나설 경우 우리 군도 대응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확성기 재설치에 나서자 어제 국방부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원칙적 입장만 밝힌 상황입니다.

확성기 '맞대응' 문제가 간단치 않아서 그렇습니다.

북한은 노골적으로 판문점 선언을 파기했지만, 우리도 확성기 방송으로 맞대응에 나설 경우 남북합의를 양측이 모두 적극 파기한 모양새가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확성기 철거는 4·27 판문점 선언의 첫 이행 사례이기 때문에 상징성이 있습니다. 현 정부 대북정책의 큰 기조와도 맞물려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입니다.

황해북도 개풍군에 다시 설치된 북한 확성기[KBS 촬영]황해북도 개풍군에 다시 설치된 북한 확성기[KBS 촬영]

■ "확실한 '비대칭 전력'", 대북 확성기

심리전 도구로 쓰이는 확성기는 냉전시대 유산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북한군과 실질적인 효과를 비교해 볼 때 우리 군 입장에서는 확실한 비대칭 전력입니다.

북한의 대남 확성기는 상대적으로 성능이 좋지 않아 남측에서 잘 들리지 않지만, 남한 확성기는 고출력인 데다 북한 관영매체가 보도하지 않는 뉴스와 가요, 날씨 등 실질적 도움이 되는 콘텐츠들을 방송하기 때문입니다. 외부 정보에 갈증을 느끼는 북한군의 심리적 동요에 우리 측 방송이 상대적으로 더 효과적이라는 게 우리 군의 평가입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확성기 심리전'에 우리 측보다 더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군이 확성기 맞대응을 진행할 경우 더 큰 도발의 빌미로 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도 우리 군의 또 하나의 고민거리입니다.

실제 2015년 우리 정부는 목함지뢰 사건을 계기로 대북 확성기를 다시 설치해 방송을 재개했는데, 북한군이 방송 재개 열흘 뒤 DMZ 남방한계선 이남에 고사총 등을 발사하는 도발을 강행하기도 했습니다.

■ "확성기로 똑같이 대응해야" vs "우리는 남북합의 준수해야"

우리 군의 대응 여부를 두고 전문가들의 시각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확성기는 맞대응밖에 답이 없다"고 말합니다. 남 교수는 "북측의 확성기 방송을 밤새 듣는 우리 장병들은 노이로제에 걸린다"면서 "우리도 함께 틀어야 방어할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전략상 맞대응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자제를 주문했습니다. 양 교수는 "상대방이 강하게 나오면 우리도 강하게 하는 건 대결시대 문제 해법"이라면서 "우리라도 남북간 합의를 계속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확성기 방송은 결국 효과는 없이 주민들만 피해를 보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북한의 유치한 행위에 우리가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 남북관계 상황 악화를 방지하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더 높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대규모 대남삐라(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북한이 대규모 대남삐라(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 軍, "대남전단은 살포 수단 따라 대응"

북한이 예고한 대남전단 살포와 관련해서는 군은 "(살포) 수단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어제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이 대남전단을 살포하는 수단과 방법에 따라 군의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군 당국에서는 상황별 대응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실제 실행에 옮길지 여부는 군 통수권자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북한이 만약 대형 풍선을 활용해 전단을 보낸다면 북한군처럼 고사총 등을 발사해서 격추시키는 대응은 사실상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민간인 피해 등이 우려되고 남북한 사이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인기 같은 수단을 동원한다면 명백히 9.19 군사합의 위반에 해당됩니다. 전단 살포를 이유로 북한군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을 넘어온다면 군이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어떻게 대응을 할지는 군 당국도 고민스러운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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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확성기 심리전’ 재개?…‘맞대응’ 고민 깊은 軍
    • 입력 2020-06-23 17:45:18
    취재K
북한이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후속조치로 철거했던 '대남 확성기'를 2년 만에 다시 설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무장지대 최전방 일대에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 국방부, '상응 원칙' 밝혔지만 고심 중

앞서 국방부는 북한군의 군사행동 예고에 대해 '상응 원칙'을 밝힌 바 있습니다.

국방부는 지난 17일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군사행동 계획이) 실제 행동에 옮겨질 경우 북측은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원칙에 따르면 북한이 확성기 방송에 나설 경우 우리 군도 대응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확성기 재설치에 나서자 어제 국방부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원칙적 입장만 밝힌 상황입니다.

확성기 '맞대응' 문제가 간단치 않아서 그렇습니다.

북한은 노골적으로 판문점 선언을 파기했지만, 우리도 확성기 방송으로 맞대응에 나설 경우 남북합의를 양측이 모두 적극 파기한 모양새가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확성기 철거는 4·27 판문점 선언의 첫 이행 사례이기 때문에 상징성이 있습니다. 현 정부 대북정책의 큰 기조와도 맞물려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입니다.

황해북도 개풍군에 다시 설치된 북한 확성기[KBS 촬영]
■ "확실한 '비대칭 전력'", 대북 확성기

심리전 도구로 쓰이는 확성기는 냉전시대 유산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북한군과 실질적인 효과를 비교해 볼 때 우리 군 입장에서는 확실한 비대칭 전력입니다.

북한의 대남 확성기는 상대적으로 성능이 좋지 않아 남측에서 잘 들리지 않지만, 남한 확성기는 고출력인 데다 북한 관영매체가 보도하지 않는 뉴스와 가요, 날씨 등 실질적 도움이 되는 콘텐츠들을 방송하기 때문입니다. 외부 정보에 갈증을 느끼는 북한군의 심리적 동요에 우리 측 방송이 상대적으로 더 효과적이라는 게 우리 군의 평가입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확성기 심리전'에 우리 측보다 더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군이 확성기 맞대응을 진행할 경우 더 큰 도발의 빌미로 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도 우리 군의 또 하나의 고민거리입니다.

실제 2015년 우리 정부는 목함지뢰 사건을 계기로 대북 확성기를 다시 설치해 방송을 재개했는데, 북한군이 방송 재개 열흘 뒤 DMZ 남방한계선 이남에 고사총 등을 발사하는 도발을 강행하기도 했습니다.

■ "확성기로 똑같이 대응해야" vs "우리는 남북합의 준수해야"

우리 군의 대응 여부를 두고 전문가들의 시각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확성기는 맞대응밖에 답이 없다"고 말합니다. 남 교수는 "북측의 확성기 방송을 밤새 듣는 우리 장병들은 노이로제에 걸린다"면서 "우리도 함께 틀어야 방어할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전략상 맞대응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자제를 주문했습니다. 양 교수는 "상대방이 강하게 나오면 우리도 강하게 하는 건 대결시대 문제 해법"이라면서 "우리라도 남북간 합의를 계속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확성기 방송은 결국 효과는 없이 주민들만 피해를 보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북한의 유치한 행위에 우리가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 남북관계 상황 악화를 방지하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더 높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대규모 대남삐라(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 軍, "대남전단은 살포 수단 따라 대응"

북한이 예고한 대남전단 살포와 관련해서는 군은 "(살포) 수단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어제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이 대남전단을 살포하는 수단과 방법에 따라 군의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군 당국에서는 상황별 대응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실제 실행에 옮길지 여부는 군 통수권자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북한이 만약 대형 풍선을 활용해 전단을 보낸다면 북한군처럼 고사총 등을 발사해서 격추시키는 대응은 사실상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민간인 피해 등이 우려되고 남북한 사이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인기 같은 수단을 동원한다면 명백히 9.19 군사합의 위반에 해당됩니다. 전단 살포를 이유로 북한군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을 넘어온다면 군이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어떻게 대응을 할지는 군 당국도 고민스러운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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