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UP!] 갈등의 씨앗, 못 믿을 환경영향평가

입력 2020.06.23 (20:44) 수정 2020.06.2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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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가 경남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지역 시민단체와 함께 준비한 경남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두 번째 시간입니다.

첫 시간에는 진주 남강 자전거 도로 추가 건설을 두고 진주시와 환경단체가 갈등을 겪고 있단 소식 전해 드렸었죠.

오늘은 이런 개발사업을 할 때 환경훼손을 최소화 하기 위해 도입한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문제점 짚어보겠습니다.

환경영향평가는 취지는 좋지만 주먹구구식 조사에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KBS와 환경단체가 함께 취재하고 제작한 내용 보시죠.

[리포트]

[정은아/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 "멸종위기 야생동물, 천연기념물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그러한 환경들에 서식지를 파괴하면서까지 자전거 도로를 굳이 건설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강운호/진주시 환경관리과 :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친환경 생태공간을 조성하기 위해서 진주시는 저감 대책을 사업 시행 중에 충실히 수행할 것이고요."]

개발이냐 보존이냐, 팽팽한 의견대립을 보이는 진주시의 남강 자전거 도로 확장.

무분별한 환경훼손을 막기 위해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도입됐지만, 환경단체는 환경영향평가를 믿을 수 없다며, 진주시는 절차대로 진행하기 때문에 문제 없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합리적 판단과 검증의 근거가 아니라 갈등의 원인이 된 환경영향평가를 살펴봅니다.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 1등급 습지로 평가받는 창녕 대봉늪.

주변으로 제방축조 공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장마철마다 주변 논밭은 물론 주택마저 물에 잠기며 주민들은 생계와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선도/창녕 대봉마을 이장 : "2018년 10월에 조금만 비가 왔을 때도 우리 마을회관 앞 농지가 침수가 돼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입니다."]

환경단체도 이런 현실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대책이 필요한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공사가 부실 환경영향평가를 바탕으로 진행된다며 반발합니다.

환경영향평가에서 대봉늪 습지 실제 면적이 축소됐고, 불과 3시간 만에 축구장 22개 면적을 조사했다며 수달과 삵, 맹꽁이 등 법정호보종이 살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성기욱/창녕환경운동연합 활동가 : "생태규모가 밀집되어 있어서 자연교육 현장으로 사용하기는 굉장히 우수한 위치의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방축조를 하게 되면서 생태가 완전히 단절되는 위기에 처해있다 보면 되겠습니다."]

게다가 당시 환경영향평가서는 짜깁기 논란도 일었습니다.

해당 업체의 다른 보고서와 비교한 결과, 곳곳에서 그래프와 사진이 같았고, 심지어 오타마저 똑같았습니다.

그런데도 담당 관청인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애초 보름 만에 보고서를 통과시킨 데 이어 재검증에도 문제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후 계속된 문제 제기에 거짓·부실증거가 드러난 뒤에야 낙동강청은 해당 업체에 업무정지 7.5개월 처분을 내렸습니다.

환경영향평가 부실은 전국적입니다.

수십 년 묵은 삼나무 수백 그루를 잘라내며 추진되는 제주 비자림로 확장 공사.

멸종위기종인 팔색조와 긴꼬리딱새, 붉은해오라기 등 법종보호동물이 살고 있지만, 환경영향평가에서는 빠졌습니다.

조류조사를 식물전문가가 맡아서 10분 만에 끝냈고, 서로 다른 두 지점이지만, 식생 조사표는 똑같았습니다.

[김대호/비자림로 생태 정밀조사단/지난해 8월 : "문제가 많다고 보죠. 생물 쪽 담당자가 당연히 분야별로 돼야 하는 게 맞죠."]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도 마찬가지입니다.

환경단체가 2018년 겨울 하루 최대 3백 마리에 이르는 큰고니를 관측했지만, 환경영향평가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김해평야가 주요 서식지인 청둥오리를 대상으로 월동지와 이동 경로를 분석했습니다.

[박중록/'습지와 새들의 친구' 운영위원장/지난해 9월 : "환경영향평가에서는 다리가 지나가는 지점이 큰고니의 핵심 서식지라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환경파괴를 막고 환경과 조화로운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도입된 환경영향평가제도.

하지만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개발을 위한 요식절차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환경단체부터 설득하지 못하는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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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 UP!] 갈등의 씨앗, 못 믿을 환경영향평가
    • 입력 2020-06-23 20:44:46
    • 수정2020-06-23 20:53:03
    뉴스7(창원)
[앵커] KBS가 경남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지역 시민단체와 함께 준비한 경남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두 번째 시간입니다. 첫 시간에는 진주 남강 자전거 도로 추가 건설을 두고 진주시와 환경단체가 갈등을 겪고 있단 소식 전해 드렸었죠. 오늘은 이런 개발사업을 할 때 환경훼손을 최소화 하기 위해 도입한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문제점 짚어보겠습니다. 환경영향평가는 취지는 좋지만 주먹구구식 조사에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KBS와 환경단체가 함께 취재하고 제작한 내용 보시죠. [리포트] [정은아/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 "멸종위기 야생동물, 천연기념물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그러한 환경들에 서식지를 파괴하면서까지 자전거 도로를 굳이 건설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강운호/진주시 환경관리과 :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친환경 생태공간을 조성하기 위해서 진주시는 저감 대책을 사업 시행 중에 충실히 수행할 것이고요."] 개발이냐 보존이냐, 팽팽한 의견대립을 보이는 진주시의 남강 자전거 도로 확장. 무분별한 환경훼손을 막기 위해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도입됐지만, 환경단체는 환경영향평가를 믿을 수 없다며, 진주시는 절차대로 진행하기 때문에 문제 없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합리적 판단과 검증의 근거가 아니라 갈등의 원인이 된 환경영향평가를 살펴봅니다.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 1등급 습지로 평가받는 창녕 대봉늪. 주변으로 제방축조 공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장마철마다 주변 논밭은 물론 주택마저 물에 잠기며 주민들은 생계와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선도/창녕 대봉마을 이장 : "2018년 10월에 조금만 비가 왔을 때도 우리 마을회관 앞 농지가 침수가 돼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입니다."] 환경단체도 이런 현실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대책이 필요한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공사가 부실 환경영향평가를 바탕으로 진행된다며 반발합니다. 환경영향평가에서 대봉늪 습지 실제 면적이 축소됐고, 불과 3시간 만에 축구장 22개 면적을 조사했다며 수달과 삵, 맹꽁이 등 법정호보종이 살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성기욱/창녕환경운동연합 활동가 : "생태규모가 밀집되어 있어서 자연교육 현장으로 사용하기는 굉장히 우수한 위치의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방축조를 하게 되면서 생태가 완전히 단절되는 위기에 처해있다 보면 되겠습니다."] 게다가 당시 환경영향평가서는 짜깁기 논란도 일었습니다. 해당 업체의 다른 보고서와 비교한 결과, 곳곳에서 그래프와 사진이 같았고, 심지어 오타마저 똑같았습니다. 그런데도 담당 관청인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애초 보름 만에 보고서를 통과시킨 데 이어 재검증에도 문제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후 계속된 문제 제기에 거짓·부실증거가 드러난 뒤에야 낙동강청은 해당 업체에 업무정지 7.5개월 처분을 내렸습니다. 환경영향평가 부실은 전국적입니다. 수십 년 묵은 삼나무 수백 그루를 잘라내며 추진되는 제주 비자림로 확장 공사. 멸종위기종인 팔색조와 긴꼬리딱새, 붉은해오라기 등 법종보호동물이 살고 있지만, 환경영향평가에서는 빠졌습니다. 조류조사를 식물전문가가 맡아서 10분 만에 끝냈고, 서로 다른 두 지점이지만, 식생 조사표는 똑같았습니다. [김대호/비자림로 생태 정밀조사단/지난해 8월 : "문제가 많다고 보죠. 생물 쪽 담당자가 당연히 분야별로 돼야 하는 게 맞죠."]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도 마찬가지입니다. 환경단체가 2018년 겨울 하루 최대 3백 마리에 이르는 큰고니를 관측했지만, 환경영향평가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김해평야가 주요 서식지인 청둥오리를 대상으로 월동지와 이동 경로를 분석했습니다. [박중록/'습지와 새들의 친구' 운영위원장/지난해 9월 : "환경영향평가에서는 다리가 지나가는 지점이 큰고니의 핵심 서식지라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환경파괴를 막고 환경과 조화로운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도입된 환경영향평가제도. 하지만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개발을 위한 요식절차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환경단체부터 설득하지 못하는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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