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난 농담 안 해” vs “들은 바 없다”…EU “NO! 미국”

입력 2020.06.24 (11:09) 수정 2020.06.2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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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중지란, 최근 미국의 코로나19 대처에 어울리는 말 같습니다.

한목소리를 내면서 싸워도 모자랄 판에 말입니다.

"검사 속도를 늦추라"는 말을 놓고 진실 게임이 벌어지는 양상입니다.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

현지시각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행한 대선 유세에서 참모에게 이렇게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제발 검사속도를 늦추라고 당부했는데, 그들은 검사하고 또 검사한다"고 말입니다.

이 말에 대한 파문이 확산하자, 백악관 측은 즉각 진화에 나섰습니다.

현지시각 22일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을 지시하지 않았다. 농담으로 한 발언이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단지 많은 사람을 검사하면 더 많은 사례를 발견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말의 파문이 겨우 진정되는 듯했으나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오히려 다시 불을 붙였습니다.

현지시각 23일, 그러니까 바로 하루 뒤, 트럼프 대통령은 '검사를 늦추라고 말한 것이 농담이었나'라는 질문에 "나는 농담하지 않는다"고 백악관의 해명까지 뒤집었습니다.

검사 속도를 늦추기를 바라느냐는 추가 질문에는 "검사는 양날의 검이다."라고 하며 즉답은 피했습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의 사실상 총책을 맡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말은 또 달랐습니다.

현지시각 23일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한 파우치 소장은 "검사 속도를 늦추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사실 우리는 더 많은 검사를 하려고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과 정반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청문회에 함께 출석한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 역시 "앞으로도 시의적절하게 검사에 대한 접근을 늘릴 것을 약속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파우치 소장은 이 자리에서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Disturbing Surge' 즉 '불안한 급증'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며, 코로나19가 통제되지 않고 있는 상태(the virus is not under control)라고 뉴욕타임스가 현지시각 23일 전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신규 환자 수가 2만 명까지 감소했다 다시 3만 명이 됐다며, 앞으로 플로리다와 텍사스, 애리조나 등을 급증 예상지역으로 파우치 소장은 꼽았습니다.


EU, '입국 허용 국가'에서 미국 계속 제외…왜?

유럽연합은 유럽 이외의 국가에서 오는 여행객에 대한 제한 해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르면 7월 1일부터입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보면, 그러나 그 대상에서 미국은 계속 제외될 전망입니다.

앞서 파우치 소장의 지적과 같이 미국의 코로나19 통제 상황이 EU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최근 2주간 인구 10만 명당 코로나19 신규 환자 수가 기준입니다.

유럽보다는 낮아야 한다는 건데, 유럽은 10만 명당 코로나19 신규 환자 수가 16명인데 비해, 미국은 107명이나 됩니다.

이 기준에 따라 미국과 함께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는 브라질과, 줄지 않고 있는 러시아도 계속 입국 금지가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브라질의 경우 현지시각 23일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를 보면 하루 사이에 4만 명가량의 확진자가 새로 나왔습니다.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사진 출처 : AP=연합뉴스]

볼턴,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도 비난

최근 회고록을 출간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도 비난했습니다.

현지시각 23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은 돌발적이고 일관성이 없으며, 산발적이고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식이 내가 품은 일종의 두려움을 정확하게 설명한다"며 "언제든 어떤 결정이든 가능한데, 그것이 끔찍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볼턴의 말로 비추어볼 때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검사 축소 지시' 논란이 생긴 배경도 짐작이 됩니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확진환자는 현지시각 23일 기준 2백40만 명이 넘었고, 사망자도 12만 명을 웃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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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4 11:09:11
    • 수정2020-06-24 11: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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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중지란, 최근 미국의 코로나19 대처에 어울리는 말 같습니다.

한목소리를 내면서 싸워도 모자랄 판에 말입니다.

"검사 속도를 늦추라"는 말을 놓고 진실 게임이 벌어지는 양상입니다.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
현지시각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행한 대선 유세에서 참모에게 이렇게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제발 검사속도를 늦추라고 당부했는데, 그들은 검사하고 또 검사한다"고 말입니다.

이 말에 대한 파문이 확산하자, 백악관 측은 즉각 진화에 나섰습니다.

현지시각 22일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을 지시하지 않았다. 농담으로 한 발언이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단지 많은 사람을 검사하면 더 많은 사례를 발견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말의 파문이 겨우 진정되는 듯했으나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오히려 다시 불을 붙였습니다.

현지시각 23일, 그러니까 바로 하루 뒤, 트럼프 대통령은 '검사를 늦추라고 말한 것이 농담이었나'라는 질문에 "나는 농담하지 않는다"고 백악관의 해명까지 뒤집었습니다.

검사 속도를 늦추기를 바라느냐는 추가 질문에는 "검사는 양날의 검이다."라고 하며 즉답은 피했습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의 사실상 총책을 맡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말은 또 달랐습니다.

현지시각 23일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한 파우치 소장은 "검사 속도를 늦추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사실 우리는 더 많은 검사를 하려고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과 정반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청문회에 함께 출석한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 역시 "앞으로도 시의적절하게 검사에 대한 접근을 늘릴 것을 약속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파우치 소장은 이 자리에서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Disturbing Surge' 즉 '불안한 급증'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며, 코로나19가 통제되지 않고 있는 상태(the virus is not under control)라고 뉴욕타임스가 현지시각 23일 전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신규 환자 수가 2만 명까지 감소했다 다시 3만 명이 됐다며, 앞으로 플로리다와 텍사스, 애리조나 등을 급증 예상지역으로 파우치 소장은 꼽았습니다.


EU, '입국 허용 국가'에서 미국 계속 제외…왜?

유럽연합은 유럽 이외의 국가에서 오는 여행객에 대한 제한 해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르면 7월 1일부터입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보면, 그러나 그 대상에서 미국은 계속 제외될 전망입니다.

앞서 파우치 소장의 지적과 같이 미국의 코로나19 통제 상황이 EU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최근 2주간 인구 10만 명당 코로나19 신규 환자 수가 기준입니다.

유럽보다는 낮아야 한다는 건데, 유럽은 10만 명당 코로나19 신규 환자 수가 16명인데 비해, 미국은 107명이나 됩니다.

이 기준에 따라 미국과 함께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는 브라질과, 줄지 않고 있는 러시아도 계속 입국 금지가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브라질의 경우 현지시각 23일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를 보면 하루 사이에 4만 명가량의 확진자가 새로 나왔습니다.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
볼턴,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도 비난

최근 회고록을 출간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도 비난했습니다.

현지시각 23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은 돌발적이고 일관성이 없으며, 산발적이고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식이 내가 품은 일종의 두려움을 정확하게 설명한다"며 "언제든 어떤 결정이든 가능한데, 그것이 끔찍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볼턴의 말로 비추어볼 때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검사 축소 지시' 논란이 생긴 배경도 짐작이 됩니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확진환자는 현지시각 23일 기준 2백40만 명이 넘었고, 사망자도 12만 명을 웃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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