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고살지마] 아버지 통장에 손댔다가 빚만 떠안았어요

입력 2020.06.24 (16:05) 수정 2020.09.16 (07:3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아들이 숨진 날 사망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들의 통장에서 돈을 인출합니다. 그리고 뺀 돈으로 아들 장례식 비용과 아들 빚을 갚는 데 씁니다. 이 행동은 법적으로 처벌받을 사유가 될까요. 안될까요.

이 문제로 최근 국민참여재판까지 열렸습니다. 결국 국민 배심원 7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유죄의견을 냈고, 유죄 판결이 내려집니다.

어떤 사연이었을까요.


아들 A(42)씨는 2018년 8월 사망합니다. 앞서 두 달 전 즉 2018년 6월에 아들 부부는 이혼을 합니다. 그해 4월에 아내가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요, 이혼 결정이 나기 며칠 전에 아들은 뇌졸중으로 쓰러져 의식 없이 지내다 8월 8일 새벽 숨을 거둔 것입니다. (즉 사망 시점에 아들은 아내와 이혼한 상태였고, 둘 사이에는 초등학생 딸 하나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아들이 사망한 지 몇 시간이 흐른 그 날 아침, 모친(83)은 딸과 함께 경기도의 한 은행을 찾아 아들 명의의 예금을 찾습니다. 그때까지 당연히 사망신고는 안 돼 있었고요, 은행은 이 사실을 몰랐습니다. 모친은 아들 명의의 예금거래 신청서를 위조해 은행 직원에게 제출한 겁니다.

이런 식으로 해서 뺀 돈을 모친은 자신의 딸에게 4억 4000만 원도 정도 이체했고, 같은 달 28일까지 총 6회에 걸쳐 5억 4800만 원 정도를 뺐습니다.

그런데 추후 예금 인출 사실에 격분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A 씨의 전처였죠. A 씨와 전처는 이미 이혼한 상태였지만 둘 사이에는 초등학생 딸이 있습니다. 유언장이 없는 상태에서 숨진 이 경우 민법상 A 씨 재산 상속 1순위는 이 딸입니다.

결국, 모친은 기소됩니다. 재판에서 모친은 억울하다고 호소합니다.


모친의 무죄 주장 근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자신이 얻은 이익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이체한 돈으로 모두 아들의 개인 채무 변제, 장례비 및 병원비, 사업장 인건비와 임대료, 공사 대금 채무 변제, 사업장 전기료 등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자신이 얻은 이익이 없다는 것입니다.

둘째, 아들이 생전에 경제관념이 부족해 사업에 실패했고,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모친인 자신이 재산관리를 해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들이 사망하기 전에 수억 원의 채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재산관리를 맡은 자신이 대신 일 처리를 해준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 측 변호인은 "모친에게는 불법영득의사(본인 또는 제삼자의 이익을 위해 자신이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 소유인 것처럼 처분하는 것)가 없었고, 예금인출이 사회상규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죠.

그럼 재판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오늘 <속고살지마>에서는 아들 죽은 날 아들 통장에서 돈을 인출했다가 기소된 80대 모친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단순히 이 사건에 대한 소개뿐 아니라 현행법상 상속에 관한 깊이 있는 정보, 당신이 꼭 알아야 할 정보들이 소개됩니다. 갑작스럽게 닥친 부모님 상(喪),경황없는 와중에 부모님 예금과 관련해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사항이 담겨 있습니다. 꼭 영상으로 시청해주세요.

(속고살지마 구독하러가기: https://bit.ly/2UGOJIN)

다음은 방송 요약

1. 모친의 예금 인출은 실정법 위반

억울하다는 모친의 주장에 대해 검찰은 숨진 아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서류를 꾸미는 수법으로 은행을 속여 돈을 빼낸 것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맞섰습니다. 사문서위조 및 행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에 해당한다는 것이죠.

설사 목적이 정당하다 해도 행위와 수단이 불법적이면 불법영득의사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물품을 반환받을 권리가 있다고 해도 상대의 승낙 없이 물품을 가지고 가면 절도죄에 해당한다는 판례도 제시됐습니다.

결국, 양측의 주장을 청취한 배심원 7명은 모두 유죄 평결을 냅니다. 이에 따라 재판부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합니다.

재판부는 "숨진 아들의 재산을 관리하는 어머니라 해도 아들의 사망 사실을 숨기고 예금을 인출한 것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윤리, 사회 통념에 비춰 허용되는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2. 망자(亡者)의 예금은 어떻게?

그렇다면 망자, 즉 돌아가신 분의 예금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사람이 죽으면 육신은 한 줌의 흙이 되지만 그의 재산은 남습니다.

망자가 남긴 재산은 사망하는 시점에 상속권자에게 가게 됩니다. 이 경우 A 씨는 이미 이혼을 했기 때문에 상속권자는 초등학생 딸이 됩니다.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따라서 모친의 예금 인출은 초등학생 딸에게 가야 할 재산을 가로챈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사기 피해자는 은행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입니다. 은행의 경우, 만일 초등학생 딸이 예금 지급을 청구할 경우 이중지급 해야 할 위험 부담을 갖게 됩니다. 결국, 모친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통해서 받아 내야 하는 데 이미 썼을 경우 돈을 받아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위험 때문에 사망신고 이후에는 망자의 예금 인출에 대해 은행은 특별한 절차를 거쳐 예금을 인출해줍니다. 통상 상속인들 전원의 직접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현행법상 사망신고는 한 달 이내에만 하면 되는데 그전에 예금을 찾아 문제가 생기곤 합니다. 이 경우 한 명이 예금을 찾는 것은 공동 상속인들의 몫을 혼자서 챙기는 것이 되기 때문에 분쟁 소지가 있습니다.

3. 망자의 빚은 어떻게?

흔히들 오해하시는 게 부모님이 빚을 남기고 돌아가셨다면 무조건 다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상속인이 망자(피상속인)의 재산과 부채를 모두 승계하는 것을 단순승인이라고 하는데요, 반명 한정승인을 할 경우 재산 범위 내에서만 빚을 갚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사업체를 운영하셨는데, 빚도 많고 반면 건물과 공장도 있을 경우 상속을 포기할지 아니면 받을지 고민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한정승인을 할 경우 재산 범위 내에서만 빚을 갚을 수 있죠. 즉 내 돈을 써서까지 아버지 빚을 갚을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이것저것 골치 아프면 아예 상속을 포기할 수도 있죠.

4. 망자의 예금 건드렸다 낭패 볼 수도

그런데 위에서 설명해 드린 한정승인이나 상속 포기는 모두 법원에 신청하는 겁니다. 그리고 법원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한 달 넘게 걸려요.

여기서 조심하셔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법원 결정이 나기 전에 아버지 장례 비용 혹은 다른 이유로 아버지 재산을 처분했다가는 그 순간에 법정 단순 승인이 돼 버립니다. 즉 아버지의 자산과 채무를 모두 인수하게 단순승인으로 간주한다는 겁니다. 다행히 자산이 더 많다면 문제는 없지만, 빚이 더 많다면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일상 속 사기와 속임수를 파헤치고 해법도 제시합니다.
(유튜브 채널 https://bit.ly/2UGOJIN)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속고살지마] 아버지 통장에 손댔다가 빚만 떠안았어요
    • 입력 2020-06-24 16:05:49
    • 수정2020-09-16 07:37:25
    속고살지마
아들이 숨진 날 사망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들의 통장에서 돈을 인출합니다. 그리고 뺀 돈으로 아들 장례식 비용과 아들 빚을 갚는 데 씁니다. 이 행동은 법적으로 처벌받을 사유가 될까요. 안될까요.

이 문제로 최근 국민참여재판까지 열렸습니다. 결국 국민 배심원 7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유죄의견을 냈고, 유죄 판결이 내려집니다.

어떤 사연이었을까요.


아들 A(42)씨는 2018년 8월 사망합니다. 앞서 두 달 전 즉 2018년 6월에 아들 부부는 이혼을 합니다. 그해 4월에 아내가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요, 이혼 결정이 나기 며칠 전에 아들은 뇌졸중으로 쓰러져 의식 없이 지내다 8월 8일 새벽 숨을 거둔 것입니다. (즉 사망 시점에 아들은 아내와 이혼한 상태였고, 둘 사이에는 초등학생 딸 하나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아들이 사망한 지 몇 시간이 흐른 그 날 아침, 모친(83)은 딸과 함께 경기도의 한 은행을 찾아 아들 명의의 예금을 찾습니다. 그때까지 당연히 사망신고는 안 돼 있었고요, 은행은 이 사실을 몰랐습니다. 모친은 아들 명의의 예금거래 신청서를 위조해 은행 직원에게 제출한 겁니다.

이런 식으로 해서 뺀 돈을 모친은 자신의 딸에게 4억 4000만 원도 정도 이체했고, 같은 달 28일까지 총 6회에 걸쳐 5억 4800만 원 정도를 뺐습니다.

그런데 추후 예금 인출 사실에 격분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A 씨의 전처였죠. A 씨와 전처는 이미 이혼한 상태였지만 둘 사이에는 초등학생 딸이 있습니다. 유언장이 없는 상태에서 숨진 이 경우 민법상 A 씨 재산 상속 1순위는 이 딸입니다.

결국, 모친은 기소됩니다. 재판에서 모친은 억울하다고 호소합니다.


모친의 무죄 주장 근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자신이 얻은 이익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이체한 돈으로 모두 아들의 개인 채무 변제, 장례비 및 병원비, 사업장 인건비와 임대료, 공사 대금 채무 변제, 사업장 전기료 등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자신이 얻은 이익이 없다는 것입니다.

둘째, 아들이 생전에 경제관념이 부족해 사업에 실패했고,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모친인 자신이 재산관리를 해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들이 사망하기 전에 수억 원의 채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재산관리를 맡은 자신이 대신 일 처리를 해준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 측 변호인은 "모친에게는 불법영득의사(본인 또는 제삼자의 이익을 위해 자신이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 소유인 것처럼 처분하는 것)가 없었고, 예금인출이 사회상규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죠.

그럼 재판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오늘 <속고살지마>에서는 아들 죽은 날 아들 통장에서 돈을 인출했다가 기소된 80대 모친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단순히 이 사건에 대한 소개뿐 아니라 현행법상 상속에 관한 깊이 있는 정보, 당신이 꼭 알아야 할 정보들이 소개됩니다. 갑작스럽게 닥친 부모님 상(喪),경황없는 와중에 부모님 예금과 관련해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사항이 담겨 있습니다. 꼭 영상으로 시청해주세요.

(속고살지마 구독하러가기: https://bit.ly/2UGOJIN)

다음은 방송 요약

1. 모친의 예금 인출은 실정법 위반

억울하다는 모친의 주장에 대해 검찰은 숨진 아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서류를 꾸미는 수법으로 은행을 속여 돈을 빼낸 것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맞섰습니다. 사문서위조 및 행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에 해당한다는 것이죠.

설사 목적이 정당하다 해도 행위와 수단이 불법적이면 불법영득의사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물품을 반환받을 권리가 있다고 해도 상대의 승낙 없이 물품을 가지고 가면 절도죄에 해당한다는 판례도 제시됐습니다.

결국, 양측의 주장을 청취한 배심원 7명은 모두 유죄 평결을 냅니다. 이에 따라 재판부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합니다.

재판부는 "숨진 아들의 재산을 관리하는 어머니라 해도 아들의 사망 사실을 숨기고 예금을 인출한 것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윤리, 사회 통념에 비춰 허용되는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2. 망자(亡者)의 예금은 어떻게?

그렇다면 망자, 즉 돌아가신 분의 예금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사람이 죽으면 육신은 한 줌의 흙이 되지만 그의 재산은 남습니다.

망자가 남긴 재산은 사망하는 시점에 상속권자에게 가게 됩니다. 이 경우 A 씨는 이미 이혼을 했기 때문에 상속권자는 초등학생 딸이 됩니다.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따라서 모친의 예금 인출은 초등학생 딸에게 가야 할 재산을 가로챈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사기 피해자는 은행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입니다. 은행의 경우, 만일 초등학생 딸이 예금 지급을 청구할 경우 이중지급 해야 할 위험 부담을 갖게 됩니다. 결국, 모친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통해서 받아 내야 하는 데 이미 썼을 경우 돈을 받아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위험 때문에 사망신고 이후에는 망자의 예금 인출에 대해 은행은 특별한 절차를 거쳐 예금을 인출해줍니다. 통상 상속인들 전원의 직접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현행법상 사망신고는 한 달 이내에만 하면 되는데 그전에 예금을 찾아 문제가 생기곤 합니다. 이 경우 한 명이 예금을 찾는 것은 공동 상속인들의 몫을 혼자서 챙기는 것이 되기 때문에 분쟁 소지가 있습니다.

3. 망자의 빚은 어떻게?

흔히들 오해하시는 게 부모님이 빚을 남기고 돌아가셨다면 무조건 다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상속인이 망자(피상속인)의 재산과 부채를 모두 승계하는 것을 단순승인이라고 하는데요, 반명 한정승인을 할 경우 재산 범위 내에서만 빚을 갚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사업체를 운영하셨는데, 빚도 많고 반면 건물과 공장도 있을 경우 상속을 포기할지 아니면 받을지 고민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한정승인을 할 경우 재산 범위 내에서만 빚을 갚을 수 있죠. 즉 내 돈을 써서까지 아버지 빚을 갚을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이것저것 골치 아프면 아예 상속을 포기할 수도 있죠.

4. 망자의 예금 건드렸다 낭패 볼 수도

그런데 위에서 설명해 드린 한정승인이나 상속 포기는 모두 법원에 신청하는 겁니다. 그리고 법원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한 달 넘게 걸려요.

여기서 조심하셔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법원 결정이 나기 전에 아버지 장례 비용 혹은 다른 이유로 아버지 재산을 처분했다가는 그 순간에 법정 단순 승인이 돼 버립니다. 즉 아버지의 자산과 채무를 모두 인수하게 단순승인으로 간주한다는 겁니다. 다행히 자산이 더 많다면 문제는 없지만, 빚이 더 많다면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일상 속 사기와 속임수를 파헤치고 해법도 제시합니다.
(유튜브 채널 https://bit.ly/2UGOJIN)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