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남 군사행동 보류…김정은-김여정 ‘굿 캅-배드 캅’ 각본인가?

입력 2020.06.2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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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외용 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어제(23일) 화상으로 주재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에서 북한군 총참모부가 제기했던 대남 군사행동 계획들이 보류됐다고 전했습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필두로 당 통일전선부와 군 총참모부 등이 나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감행하는 등 남북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던 상황에서 나온 결정입니다. 최근 갈등 국면에서 침묵으로 일관해온 김정은 위원장이 극적인 '조정자'로 등장한 셈입니다.

김종대 전 의원은 오늘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폭탄이 한 바퀴 삥 돌고, 김 부부장의 독주를 김 위원장이 다 정리해버리는, 말하자면 '굿 캅-배드 캅' 이렇게 역할 분담이 된 것"이라며 현 상황을 규정했습니다.

■ '굿캅' '배드 캅'…남매 역할분담론 왜 나왔나

김여정 제1부부장의 도발에 김정은 위원장이 제동을 걸면서 나온 '역할 분담론' 왜 나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악역' 수행 모습은 이달 4일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날 김여정 제1부부장은 '스스로 화를 청하지 말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담화를 내고, 대북전단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남북관계를 단절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후 당 통일전선부와 군 총참모부 등 관련 부서 기관들이 일사불란하게 나서 김여정의 지시를 언급했고,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에는 매일 북한 간부와 주민들의 대남비난전이 펼쳐졌습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 적대전을 진두지휘하는 '배드 캅'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보여준 셈입니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7일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평양 시민의 생활보장' 문제 등 내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여정 제1부부장 지시로 대남 강경투쟁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 메시지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다 김정은 위원장, 어제 당 중앙군사위 예비회의에 갑자기 등판해 '대적 행동'을 진정하는 역할에 나선 것입니다.

지난 3월에도 김정은-김여정 남매가 이런 구도를 보인 적이 있습니다. 지난 3월 3일, 김여정 제1부부장이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유감 표명에 대해 비난 담화를 냈는데, 이튿날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정은-김여정의 역할이 애초에 분담돼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역할분담, 애초에 짜여진 각본이었을까?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역할 분담, 애초부터 '압박'과 '대화'라는 두 가지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사하기 위한 큰 그림일까요?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처음부터 정해진 역할이 있었다기보단 상황이 변한 데 따른 자연스러운 조치들이었다는 겁니다.

일단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 적대기조를 형성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까지 감행한 이후 이뤄진 국제사회 조치들로 김정은 위원장이 예고된 군사도발을 승인 보류했다는 분석입니다. 즉, 최근 북한의 도발이 국제사회의 평화 관리 조치를 유도했을 가능성입니다.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근 북한의 도발과 분노가 국제사회의 대북 '무시 상황'을 '관여 상황'으로 바꾸는 계기로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사회에 코로나19와 대북전단이라는 예상치 못했던 돌발변수가 생기면서 김여정을 필두로 한 '압박' 기조가 형성됐고, 이후 북한이 남측 대응을 예의주시하며 상황관리를 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즉 돌발변수 관리에 김여정 제1부부장이 일시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코로나19와 북한 최고존엄을 훼손하는 대북전단 문제가 발생하다보니 김여정 제1부부장이 나설 수밖에 없게 됐고, 이 부분을 최종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정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 입장이 오락가락한다기보다는 예상치 못했던 돌발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입장에서 달라진 입장을 보이는 상황들이 계속 연출되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북전단 문제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설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김여정이 등판할 수밖에 없었다고 봤습니다.

양 교수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라는 최고존엄을 공격하는 대북전단 관련해서는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김여정이 나섰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애초에 '굿캅'은 없었다는 데 무게를 실었습니다. 김 교수는 "어쩌면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등장과 보류 결정은 김정은의 '착한 역할'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이 우리에게 마지막 진정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 김정은 위원장 '굿 캅' 아니라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처음부터 정해진 '착한 역할'이 아니라면 향후 남북관계 전망은 조금 더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 회의에서 군사행동 '철회'가 아닌 '보류'를 결정한 것, ▲당 중앙군사위 회의가 '예비회의'라는 형식으로 열린 점 등은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예비회의'가 아닌 '정식회의'가 열려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다시 비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입니다.

인물 역할론에 매몰되기보다 북한이 강경모드를 급선회한 상황 변화를 면밀히 조사한 뒤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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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대남 군사행동 보류…김정은-김여정 ‘굿 캅-배드 캅’ 각본인가?
    • 입력 2020-06-24 17:52:00
    취재K
북한 대외용 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어제(23일) 화상으로 주재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에서 북한군 총참모부가 제기했던 대남 군사행동 계획들이 보류됐다고 전했습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필두로 당 통일전선부와 군 총참모부 등이 나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감행하는 등 남북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던 상황에서 나온 결정입니다. 최근 갈등 국면에서 침묵으로 일관해온 김정은 위원장이 극적인 '조정자'로 등장한 셈입니다.

김종대 전 의원은 오늘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폭탄이 한 바퀴 삥 돌고, 김 부부장의 독주를 김 위원장이 다 정리해버리는, 말하자면 '굿 캅-배드 캅' 이렇게 역할 분담이 된 것"이라며 현 상황을 규정했습니다.

■ '굿캅' '배드 캅'…남매 역할분담론 왜 나왔나

김여정 제1부부장의 도발에 김정은 위원장이 제동을 걸면서 나온 '역할 분담론' 왜 나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악역' 수행 모습은 이달 4일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날 김여정 제1부부장은 '스스로 화를 청하지 말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담화를 내고, 대북전단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남북관계를 단절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후 당 통일전선부와 군 총참모부 등 관련 부서 기관들이 일사불란하게 나서 김여정의 지시를 언급했고,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에는 매일 북한 간부와 주민들의 대남비난전이 펼쳐졌습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 적대전을 진두지휘하는 '배드 캅'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보여준 셈입니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7일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평양 시민의 생활보장' 문제 등 내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여정 제1부부장 지시로 대남 강경투쟁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 메시지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다 김정은 위원장, 어제 당 중앙군사위 예비회의에 갑자기 등판해 '대적 행동'을 진정하는 역할에 나선 것입니다.

지난 3월에도 김정은-김여정 남매가 이런 구도를 보인 적이 있습니다. 지난 3월 3일, 김여정 제1부부장이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유감 표명에 대해 비난 담화를 냈는데, 이튿날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정은-김여정의 역할이 애초에 분담돼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역할분담, 애초에 짜여진 각본이었을까?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역할 분담, 애초부터 '압박'과 '대화'라는 두 가지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사하기 위한 큰 그림일까요?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처음부터 정해진 역할이 있었다기보단 상황이 변한 데 따른 자연스러운 조치들이었다는 겁니다.

일단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 적대기조를 형성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까지 감행한 이후 이뤄진 국제사회 조치들로 김정은 위원장이 예고된 군사도발을 승인 보류했다는 분석입니다. 즉, 최근 북한의 도발이 국제사회의 평화 관리 조치를 유도했을 가능성입니다.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근 북한의 도발과 분노가 국제사회의 대북 '무시 상황'을 '관여 상황'으로 바꾸는 계기로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사회에 코로나19와 대북전단이라는 예상치 못했던 돌발변수가 생기면서 김여정을 필두로 한 '압박' 기조가 형성됐고, 이후 북한이 남측 대응을 예의주시하며 상황관리를 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즉 돌발변수 관리에 김여정 제1부부장이 일시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코로나19와 북한 최고존엄을 훼손하는 대북전단 문제가 발생하다보니 김여정 제1부부장이 나설 수밖에 없게 됐고, 이 부분을 최종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정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 입장이 오락가락한다기보다는 예상치 못했던 돌발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입장에서 달라진 입장을 보이는 상황들이 계속 연출되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북전단 문제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설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김여정이 등판할 수밖에 없었다고 봤습니다.

양 교수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라는 최고존엄을 공격하는 대북전단 관련해서는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김여정이 나섰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애초에 '굿캅'은 없었다는 데 무게를 실었습니다. 김 교수는 "어쩌면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등장과 보류 결정은 김정은의 '착한 역할'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이 우리에게 마지막 진정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 김정은 위원장 '굿 캅' 아니라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처음부터 정해진 '착한 역할'이 아니라면 향후 남북관계 전망은 조금 더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 회의에서 군사행동 '철회'가 아닌 '보류'를 결정한 것, ▲당 중앙군사위 회의가 '예비회의'라는 형식으로 열린 점 등은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예비회의'가 아닌 '정식회의'가 열려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다시 비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입니다.

인물 역할론에 매몰되기보다 북한이 강경모드를 급선회한 상황 변화를 면밀히 조사한 뒤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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