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 탄생 찰나의 순간…1천조분의 1초 미지의 영역 포착

입력 2020.06.25 (00:01) 수정 2020.06.25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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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원자들이 결합해 분자가 되는 전 과정에서 원자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포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 이효철 부연구단장(KAIST 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2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화학 결합을 하는 원자들의 실시간 위치와 움직임을 관측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X-선자유전자레이저를 이용한 연구 결과입니다.

물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원자, 이 원자들이 화학적 결합을 한 것을 분자라고 합니다. 잘 알려진 물 분자의 화학식은 H2O, 수소 원자(H) 2개와 산소원자(O) 1개가 결합한 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구는 이 원자들이 언제, 어떻게 움직여서 분자가 되는지를 들여다보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원자가 결합하는 건 1000조 분의 1초인 펨토 초 단위로 찰나의 순간인데다, 결합할 때 움직임 역시 1억 분의 1cm인 옹스트롬 단위로 아주 미세하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2005년에는 분자의 결합이 끊어지는 순간, 2015년에는 분자가 만들어질 때 분자의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관측해 각각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발표한 적 있습니다.

이번에는 세계 최초로 화학 반응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에서 원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연구에 사용된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해 미세한 구조나 세포의 움직임 등을 관찰하는 첨단 대형 연구장비로 '꿈의 현미경'으로도 불립니다.

연구팀의 관찰 대상은 3개의 금 원자가 화학 결합을 한 분자인 금 삼합체(gold trimer)입니다. 지금까진 3개의 금 원자에 대해 2개의 화학결합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지만, 관측 결과는 달랐습니다.

레이저를 쪼이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금 원자 2개가 35펨토 초 만에 먼저 결합하고, 나머지 원자가 360펨토 초 후에 먼저 결합한 2개의 원자에 붙어서 삼합체가 완성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합을 마친 원자들은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고 원자 간 거리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대칭 진동 운동'을 하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단백질과 같은 수천 개의 원자로 이뤄진 복잡한 분자의 반응 구조 등도 상세하게 규명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1 저자인 김종구 선임연구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연구해 반응 중인 분자의 진동과 반응 경로를 직접 추적하는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을 완성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다양한 유·무기 촉매 반응과 체내 생화학적 반응 메커니즘을 밝혀내면 효율이 좋은 촉매와 단백질 반응과 관련 신약 개발 등을 위한 기초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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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자 탄생 찰나의 순간…1천조분의 1초 미지의 영역 포착
    • 입력 2020-06-25 00:01:31
    • 수정2020-06-25 01:31:27
    IT·과학
국내 연구진이 원자들이 결합해 분자가 되는 전 과정에서 원자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포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 이효철 부연구단장(KAIST 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2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화학 결합을 하는 원자들의 실시간 위치와 움직임을 관측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X-선자유전자레이저를 이용한 연구 결과입니다.

물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원자, 이 원자들이 화학적 결합을 한 것을 분자라고 합니다. 잘 알려진 물 분자의 화학식은 H2O, 수소 원자(H) 2개와 산소원자(O) 1개가 결합한 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구는 이 원자들이 언제, 어떻게 움직여서 분자가 되는지를 들여다보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원자가 결합하는 건 1000조 분의 1초인 펨토 초 단위로 찰나의 순간인데다, 결합할 때 움직임 역시 1억 분의 1cm인 옹스트롬 단위로 아주 미세하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2005년에는 분자의 결합이 끊어지는 순간, 2015년에는 분자가 만들어질 때 분자의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관측해 각각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발표한 적 있습니다.

이번에는 세계 최초로 화학 반응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에서 원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연구에 사용된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해 미세한 구조나 세포의 움직임 등을 관찰하는 첨단 대형 연구장비로 '꿈의 현미경'으로도 불립니다.

연구팀의 관찰 대상은 3개의 금 원자가 화학 결합을 한 분자인 금 삼합체(gold trimer)입니다. 지금까진 3개의 금 원자에 대해 2개의 화학결합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지만, 관측 결과는 달랐습니다.

레이저를 쪼이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금 원자 2개가 35펨토 초 만에 먼저 결합하고, 나머지 원자가 360펨토 초 후에 먼저 결합한 2개의 원자에 붙어서 삼합체가 완성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합을 마친 원자들은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고 원자 간 거리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대칭 진동 운동'을 하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단백질과 같은 수천 개의 원자로 이뤄진 복잡한 분자의 반응 구조 등도 상세하게 규명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1 저자인 김종구 선임연구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연구해 반응 중인 분자의 진동과 반응 경로를 직접 추적하는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을 완성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다양한 유·무기 촉매 반응과 체내 생화학적 반응 메커니즘을 밝혀내면 효율이 좋은 촉매와 단백질 반응과 관련 신약 개발 등을 위한 기초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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