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프리카 2만km 왕복­…뻐꾸기 이동경로 최초 확인

입력 2020.06.25 (08:02) 수정 2020.06.2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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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 녹음이 우거진 산을 오르면 뻐꾸기 울음소리가 종종 들리죠. 뻐꾸기는 새끼를 스스로 기르지 않고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 기르게 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대표적인 여름철새인 뻐꾸기가 우리나라에서 새끼를 낳아 기른 뒤 어디로 가는지는 지금까지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습니다.


■한국->아프리카 동부->한국, 총 2만 km 이상 왕복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뻐꾸기의 이동경로를 추적했습니다. 지난해 5월~6월 사이 경기도 양평군과 전남 무안군, 제주도 서귀포시 등에서 포획한 뻐꾸기 10마리에 위치추적용 발신기를 부착했습니다.

10마리 중 6마리는 여름을 우리나라에서 보내고 8월 말~9월 초에 서해를 건너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중국 장쑤성, 미얀마, 인도를 거친 후 아라비아해를 횡단해 10월 초 아프리카 동부에 도착했고 탄자니아, 모잠비크, 케냐 등에서 겨울을 보냈습니다.

동아프리카에서 월동한 6마리 중 3마리는 다시 올해 4월 중순에 우리나라로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작년 가을 이동과 유사한 경로를 따라 5월 말 지난해 번식했던 지역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이들의 이동 거리는 왕복 2만km 이상 이었으며,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한 뻐꾸기는 2만 4,012km를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에서 번식한 뻐꾸기가 동아프리카까지 이동하는 경로 (6개체, 2019년 7월 하순~10월 초순) 동아프리카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도 같은 경로 이용한국에서 번식한 뻐꾸기가 동아프리카까지 이동하는 경로 (6개체, 2019년 7월 하순~10월 초순) 동아프리카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도 같은 경로 이용

■번식하러 한국으로 돌아올 때 이동 속도 더 빨라

뻐꾸기가 아프리카로 갈 때와 한국을 찾을 때 이동 속도가 다른 점도 눈에 띕니다. 월동지를 찾을 때 보단 번식지를 찾을 때 더 빨랐습니다. 월동지로 이동하는 가을에는 평균 이동기간이 77일이었습니다. 하루 평균 약 142km를 이동한 셈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로 되돌아 온 봄 이동기간은 평군 51일로, 하루 평균 약 232km를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동경로 밝혀진 철새 20% 안 돼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철새가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해서 아프리카까지 이동한다는 것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기록된 새는 540여 종 정도 되는데, 그 중에 장거리 이동하는 새들의 이동경로가 알려진 종은 20%가 안 됩니다. 연구진은 멸종 위기종, AI와 관련된 새들의 이동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연구를 더 확대할 계획인데,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뻐꾸기처럼 위치추적용 발신기를 부착하면 이동경로를 세세하게 파악할 수 있지만 발신기 무게가 문제입니다. 새 체중의 5%를 넘지 않는 선에서 발신기를 달아야 새가 이동을 할 수 있는데요. 이번에 뻐꾸기에 부착한 5g 짜리 발신기가 현재 개발된 발신기 중에서 가장 작은 편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당분간은 뻐꾸기 정도 이거나 더 큰 중·대형 조류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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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아프리카 2만km 왕복­…뻐꾸기 이동경로 최초 확인
    • 입력 2020-06-25 08:02:01
    • 수정2020-06-25 08:03:52
    취재K
이맘때 녹음이 우거진 산을 오르면 뻐꾸기 울음소리가 종종 들리죠. 뻐꾸기는 새끼를 스스로 기르지 않고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 기르게 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대표적인 여름철새인 뻐꾸기가 우리나라에서 새끼를 낳아 기른 뒤 어디로 가는지는 지금까지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습니다.


■한국->아프리카 동부->한국, 총 2만 km 이상 왕복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뻐꾸기의 이동경로를 추적했습니다. 지난해 5월~6월 사이 경기도 양평군과 전남 무안군, 제주도 서귀포시 등에서 포획한 뻐꾸기 10마리에 위치추적용 발신기를 부착했습니다.

10마리 중 6마리는 여름을 우리나라에서 보내고 8월 말~9월 초에 서해를 건너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중국 장쑤성, 미얀마, 인도를 거친 후 아라비아해를 횡단해 10월 초 아프리카 동부에 도착했고 탄자니아, 모잠비크, 케냐 등에서 겨울을 보냈습니다.

동아프리카에서 월동한 6마리 중 3마리는 다시 올해 4월 중순에 우리나라로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작년 가을 이동과 유사한 경로를 따라 5월 말 지난해 번식했던 지역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이들의 이동 거리는 왕복 2만km 이상 이었으며,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한 뻐꾸기는 2만 4,012km를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에서 번식한 뻐꾸기가 동아프리카까지 이동하는 경로 (6개체, 2019년 7월 하순~10월 초순) 동아프리카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도 같은 경로 이용
■번식하러 한국으로 돌아올 때 이동 속도 더 빨라

뻐꾸기가 아프리카로 갈 때와 한국을 찾을 때 이동 속도가 다른 점도 눈에 띕니다. 월동지를 찾을 때 보단 번식지를 찾을 때 더 빨랐습니다. 월동지로 이동하는 가을에는 평균 이동기간이 77일이었습니다. 하루 평균 약 142km를 이동한 셈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로 되돌아 온 봄 이동기간은 평군 51일로, 하루 평균 약 232km를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동경로 밝혀진 철새 20% 안 돼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철새가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해서 아프리카까지 이동한다는 것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기록된 새는 540여 종 정도 되는데, 그 중에 장거리 이동하는 새들의 이동경로가 알려진 종은 20%가 안 됩니다. 연구진은 멸종 위기종, AI와 관련된 새들의 이동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연구를 더 확대할 계획인데,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뻐꾸기처럼 위치추적용 발신기를 부착하면 이동경로를 세세하게 파악할 수 있지만 발신기 무게가 문제입니다. 새 체중의 5%를 넘지 않는 선에서 발신기를 달아야 새가 이동을 할 수 있는데요. 이번에 뻐꾸기에 부착한 5g 짜리 발신기가 현재 개발된 발신기 중에서 가장 작은 편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당분간은 뻐꾸기 정도 이거나 더 큰 중·대형 조류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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