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의 ‘치고 빠지기’…北 태도 변화 왜?

입력 2020.06.25 (08:07) 수정 2020.06.2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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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태도를 바꾼 건 우리 정부 입장에선 일단 다행스런 일입니다.

하지만 불과 이틀 전 스무대가 넘는 확성기를 설치했던 북한이 갑자기 이렇게 나온 이유는 꼼꼼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는데요.

친절한 뉴스 이윤희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이 기자, 그렇게 엄포를 놓더니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모든 도발을 '보류'하라는 메시지를 들고 등장했습니다.

북한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건 왜 그런 걸까요?

[기자]

갑작스런 결정이 놀랍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새삼스럽지만은 않습니다.

위협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가 갑자기 한발 물러서는 것, 북한의 전형적인 강온 양면 전술이니까요.

북한은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한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때문에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우선 북한이 이쯤에서, 얻을 건 얻었다 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입니다.

가장 큰 건 우선, 내부 결속을 다졌다는 겁니다.

아시는대로 지금 북한은 대북제재와 코로나 사태 등으로 경제가 굉장히 힘든 상황이죠.

일단 3주에 걸친 대남 파상공세로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려놓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판단해 잠시 멈춰섰을 가능성입니다.

대외적으로도 얻은 게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잊혀져가던 북한의 존재를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는 것입니다.

때마침 미국에서는 북한을 향한 대화의 신호도 나왔습니다.

국무부 당국자는 "외교의 문이 열려있다"며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마크 내퍼/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 "우리는 진심으로 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6월로 돌아가고 싶다는데 대해 한국과 관점이 일치돼 있습니다."]

다시금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내비친건데, 이렇게 변화시킨 점, 북한이 얻은 성과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앵커]

그렇다고 해도 북한 입장에서는 사실 더 얻으려면 더 갔을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왜 지금 갑자기 멈춰섰을까요?

[기자]

더 나가면 얻는 것보다 잃을 게 더 많다고 판단하지 않았을까요.

북한의 도발 이후 미국 움직임 보시죠.

폭격기와 핵항모를 띄우고 일본과 손을 잡고 처음으로 엘리펀트 워크, '코끼리 걸음’이라는 훈련까지 진행했습니다.

엘리펀트 워크 짧게 설명드리면, 코끼리는 무리지어 생활하지 않습니까.

폭격기들이 출격에 앞서 대열을 지어 활주로로 이동하는 것을 보고 이런 이름이 지어졌다는데요.

그러니까 엘리펀트 워크, 미일 양국 최신 전투기 등 군용기들이 대거 참여하는 연합 훈련을 뜻하는데 이걸 미국 일본이 같이 했다는 게 이례적입니다.

이런 식으로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감이 계속 높아지면서 북한 역시 다음 도발로 넘어가는데 부담감을 느꼈을 겁니다.

또 우리 정부로부터 뭔가 더 얻어내려면 어느 정도 여지와 시간을 줘야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든, 일단 드러난 것만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김여정의 지시에 제동을 건 모양새잖아요?

이 역시 남매의 역할 분담이라고 봐야하는 겁니까?

[기자]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돌아왔습니다.

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의 지시로 착착 진행되던 각종 군사적 도발 갑자기 그만하라며 제동을 걸었고요.

앞서 보신 것처럼 실제 김 위원장 지시 이후 도발 움직임들 멈추거나 사라지고 있습니다.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를 정점으로 지금까지 20여일 동안 그야말로 폭풍같이 몰아친 김여정 제1부부장인데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뒤집었습니다.

이건 또 무슨 일일까.

일단 대남도발 선봉에 김여정을 내세워 존재감은 각인시켰으니, 일정한 수준에서 끊어줘야 하겠다는 생각을 김 위원장이 했을 수도 있겠고요.

아니면, 이 역시 남매의 계획된 각본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입니다.

지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이던 김종대 전 의원은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폭탄이 한 바퀴 삥 돌고, 김 부부장의 독주를 김 위원장이 다 정리해버리는, 말하자면 '굿 캅-배드 캅'식 역할 분담이 된 것"이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간 김여정 부부장의 지시로 대남 공세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 메시지는 한 마디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김 위원장, 어제 당 중앙군사위 예비회의에 갑자기 등판해 '대적 행동'을 진정하는 역할에 나섰습니다.

김정은-김여정 남매는 지난 3월에도 이런 구도를 보인 적이 있습니다.

당시 김여정 제1부부장이 우리 정부를 향해 강도 높은 비난 담화를 냈는데, 이튿날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정은-김여정의 역할이 애초에 분담돼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앵커]

어쨌거나 북한이 잠시 도발을 그친 건 우리로서는 일단 다행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보류가 철회는 아니잖아요.

앞으로 언제든 재개할 수 있다는 뜻도 되지 않습니까?

[기자]

우리가 주목해야 할 단어, 바로 ‘보류’라는 겁니다.

보류, 사전적 뜻을 보면 “어떤 일을 당장 처리하지 않고 나중으로 미루어 둔다”는 건데요.

중단한 게 아닙니다.

미뤄둔 겁니다.

때문에 북한이 대남 강경기조를 거둬들인 것으로 속단할 수는 없습니다.

한·미의 대응과 북한 내부 상황에 따라 언제든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습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김 위원장 지휘 하에 언제든지 다시 열릴 수 있습니다.

이미 북한은 여러 차례 치고 빠지기식 전술로 대남·대미 협상력 제고를 꾀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대화와 도발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을 요구하고 나올 수도 있습니다.

6.25 전쟁의 비극이 발생한 지 70년이나 지났지만 한반도 정세는 이렇게, 여전히 불안정합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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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매의 ‘치고 빠지기’…北 태도 변화 왜?
    • 입력 2020-06-25 08:10:10
    • 수정2020-06-25 09: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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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태도를 바꾼 건 우리 정부 입장에선 일단 다행스런 일입니다.

하지만 불과 이틀 전 스무대가 넘는 확성기를 설치했던 북한이 갑자기 이렇게 나온 이유는 꼼꼼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는데요.

친절한 뉴스 이윤희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이 기자, 그렇게 엄포를 놓더니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모든 도발을 '보류'하라는 메시지를 들고 등장했습니다.

북한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건 왜 그런 걸까요?

[기자]

갑작스런 결정이 놀랍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새삼스럽지만은 않습니다.

위협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가 갑자기 한발 물러서는 것, 북한의 전형적인 강온 양면 전술이니까요.

북한은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한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때문에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우선 북한이 이쯤에서, 얻을 건 얻었다 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입니다.

가장 큰 건 우선, 내부 결속을 다졌다는 겁니다.

아시는대로 지금 북한은 대북제재와 코로나 사태 등으로 경제가 굉장히 힘든 상황이죠.

일단 3주에 걸친 대남 파상공세로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려놓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판단해 잠시 멈춰섰을 가능성입니다.

대외적으로도 얻은 게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잊혀져가던 북한의 존재를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는 것입니다.

때마침 미국에서는 북한을 향한 대화의 신호도 나왔습니다.

국무부 당국자는 "외교의 문이 열려있다"며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마크 내퍼/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 "우리는 진심으로 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6월로 돌아가고 싶다는데 대해 한국과 관점이 일치돼 있습니다."]

다시금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내비친건데, 이렇게 변화시킨 점, 북한이 얻은 성과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앵커]

그렇다고 해도 북한 입장에서는 사실 더 얻으려면 더 갔을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왜 지금 갑자기 멈춰섰을까요?

[기자]

더 나가면 얻는 것보다 잃을 게 더 많다고 판단하지 않았을까요.

북한의 도발 이후 미국 움직임 보시죠.

폭격기와 핵항모를 띄우고 일본과 손을 잡고 처음으로 엘리펀트 워크, '코끼리 걸음’이라는 훈련까지 진행했습니다.

엘리펀트 워크 짧게 설명드리면, 코끼리는 무리지어 생활하지 않습니까.

폭격기들이 출격에 앞서 대열을 지어 활주로로 이동하는 것을 보고 이런 이름이 지어졌다는데요.

그러니까 엘리펀트 워크, 미일 양국 최신 전투기 등 군용기들이 대거 참여하는 연합 훈련을 뜻하는데 이걸 미국 일본이 같이 했다는 게 이례적입니다.

이런 식으로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감이 계속 높아지면서 북한 역시 다음 도발로 넘어가는데 부담감을 느꼈을 겁니다.

또 우리 정부로부터 뭔가 더 얻어내려면 어느 정도 여지와 시간을 줘야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든, 일단 드러난 것만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김여정의 지시에 제동을 건 모양새잖아요?

이 역시 남매의 역할 분담이라고 봐야하는 겁니까?

[기자]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돌아왔습니다.

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의 지시로 착착 진행되던 각종 군사적 도발 갑자기 그만하라며 제동을 걸었고요.

앞서 보신 것처럼 실제 김 위원장 지시 이후 도발 움직임들 멈추거나 사라지고 있습니다.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를 정점으로 지금까지 20여일 동안 그야말로 폭풍같이 몰아친 김여정 제1부부장인데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뒤집었습니다.

이건 또 무슨 일일까.

일단 대남도발 선봉에 김여정을 내세워 존재감은 각인시켰으니, 일정한 수준에서 끊어줘야 하겠다는 생각을 김 위원장이 했을 수도 있겠고요.

아니면, 이 역시 남매의 계획된 각본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입니다.

지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이던 김종대 전 의원은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폭탄이 한 바퀴 삥 돌고, 김 부부장의 독주를 김 위원장이 다 정리해버리는, 말하자면 '굿 캅-배드 캅'식 역할 분담이 된 것"이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간 김여정 부부장의 지시로 대남 공세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 메시지는 한 마디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김 위원장, 어제 당 중앙군사위 예비회의에 갑자기 등판해 '대적 행동'을 진정하는 역할에 나섰습니다.

김정은-김여정 남매는 지난 3월에도 이런 구도를 보인 적이 있습니다.

당시 김여정 제1부부장이 우리 정부를 향해 강도 높은 비난 담화를 냈는데, 이튿날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정은-김여정의 역할이 애초에 분담돼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앵커]

어쨌거나 북한이 잠시 도발을 그친 건 우리로서는 일단 다행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보류가 철회는 아니잖아요.

앞으로 언제든 재개할 수 있다는 뜻도 되지 않습니까?

[기자]

우리가 주목해야 할 단어, 바로 ‘보류’라는 겁니다.

보류, 사전적 뜻을 보면 “어떤 일을 당장 처리하지 않고 나중으로 미루어 둔다”는 건데요.

중단한 게 아닙니다.

미뤄둔 겁니다.

때문에 북한이 대남 강경기조를 거둬들인 것으로 속단할 수는 없습니다.

한·미의 대응과 북한 내부 상황에 따라 언제든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습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김 위원장 지휘 하에 언제든지 다시 열릴 수 있습니다.

이미 북한은 여러 차례 치고 빠지기식 전술로 대남·대미 협상력 제고를 꾀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대화와 도발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을 요구하고 나올 수도 있습니다.

6.25 전쟁의 비극이 발생한 지 70년이나 지났지만 한반도 정세는 이렇게, 여전히 불안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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