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물산, 국가에 100억 원 사기치고 부실공사”…1년 만에 드러난 혐의

입력 2020.06.25 (11:02) 수정 2020.06.2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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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해양경찰청 "삼성물산, 국가 상대 100억 원 사기"
KBS 보도 이후 1년 동안 수사…'국가 예산 빼돌리기'
하도급업체 압박해 '방파제 공사비 견적서 부풀리기'
"부실시공도 드러나"…섬 주민들 "태풍 올 때마다 조마조마"

1년 동안의 수사였다. 지난해 4월 KBS 보도가 나간 직후 해양경찰청이 수사에 착수했고 1년이 지난 지금 수사는 일단락됐다. 국내 건설업계 1위이자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이기도 한 삼성물산이 국가를 상대로 100억 원의 사기를 저질렀다는 혐의가 드러났다.

전남 신안군 가거도전남 신안군 가거도

■ 지난해 KBS 보도 '삼성물산의 국가 예산 100억 원 빼돌리기'

대한민국 최서남단 전남 신안군 가거도에서는 태풍 피해를 막기 위한 방파제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13년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았고 지금도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KBS 보도의 핵심 내용은 이렇다. 삼성물산이 △힘이 약한 하도급업체를 압박해서 공사비 견적서를 허위로 부풀리도록 했고 △부풀린 자료를 이용해 이미 배정받은 국가 예산을 몽땅 다 쓴 것처럼 보이게 했으며 △그 결과 국민 세금 백억 원 이상을 부당하게 챙겼다는 의혹이다.

KBS는 △견적서 부풀리기에 참여한 하도급업체 관계자의 실명 폭로와 △삼성물산과 설계업체 사이 오간 각종 서류와 이메일 등을 토대로 '예산 탈취' 의혹을 심층 보도했다.

[시사기획 창]삼성물산 뒷거래와 사라진 100억(2019년 4월 30일)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191549


하도급업체가 삼성물산에 제출한 견적서하도급업체가 삼성물산에 제출한 견적서

■ 해경 수사 착수…1년 만에 드러난 삼성물산의 '사기 혐의'

보도 직후 해양경찰청이 수사에 착수했다. 1년 동안이나 수사가 진행된 것은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최서남단 가거도 현장을 여러 번 방문해야 했던 현실적 어려움, 그리고 삼성물산 측의 비협조 등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 결과 KBS 보도대로 견적서 부풀리기와 이를 통한 국가를 상대로 한 사기 혐의가 확인됐다. 삼성물산이 부당하게 챙긴 이득은 100억 원 이상으로 포착됐다. 모두 국민 혈세다. 해경은 공사를 지휘했던 당시 삼성물산 상무를 포함한 삼성 측 2명과 설계업체 직원 3명 등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다.

삼성물산은 취재진 질의에 별도의 입장문을 내놓진 않겠다고 밝히고, 앞으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상세히 소명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전했다. 이번 사안은 이달 중으로 서울남부지검으로 송치될 예정이다.

지난해 태풍 ‘링링’으로 파손된 가거도 방파제지난해 태풍 ‘링링’으로 파손된 가거도 방파제

■ 가거도 주민들 "해마다 여름이면 조마조마"

이번 수사에서 새롭게 드러난 혐의가 있다. 부실시공이다.

가거도는 태풍이 한반도에 들이닥칠 때마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지리적 위치에 있다. 지난해에도 태풍 '링링'으로 삼성물산이 공사 중이던 방파제 일부분이 파손된 바 있다.

가거도는 주민 수가 5백 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섬이지만, 워낙 태풍에 직격탄을 자주 맞는 곳이다 보니 국가가 주민 안전을 위해 거액의 예산을 들여 오래가고 튼튼한 이른바 '슈퍼방파제'를 건설하고 있는 것이다.

KBS 취재진이 가거도 현장을 찾아 주민들을 만났을 때 그들이 했던 공통된 이야기는 '이번에는 별 탈 없이 여름을 넘길 수 있을지' 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생활한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가거도 현장을 찾은 KBS 취재진지난해 가거도 현장을 찾은 KBS 취재진

■ 비용 절감 위해 '부실시공'...건설업계 1위 기업의 실태

해경 수사 결과 삼성물산은 시공 과정에서도 비용 절감을 위해 부실 공사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약지반 공사'가 문제였다. 방파제를 세우기 위해선 그것을 받치는 땅이 단단해야 하는데, 약한 땅을 단단하게 만드는 게 바로 연약지반 공사다.

삼성물산은 2016년 연약지반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시멘트가 잘 주입됐는지, 그래서 땅이 단단해졌는지 제대로 점검하지도 않은 채 공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해경 수사 결과 확인됐다. 일례로 시험 시공을 하고 나서 한 달 뒤 확인 작업을 거쳐야만 본 공사에 들어갈 수 있는데 그것을 다 생략했다는 것이다.

대규모 공사일수록 '시간이 돈'이다. 인건비와 장비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비용 절감 목적으로 이 같은 불법적 부실시공이 이뤄진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건설기술진흥법 위반 혐의로 삼성물산 직원 2명이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건설업계 1위 기업의 실태이며, 오래도록 튼튼하다는 '슈퍼방파제'의 속살이다. 가거도 주민들은 올해도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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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삼성물산, 국가에 100억 원 사기치고 부실공사”…1년 만에 드러난 혐의
    • 입력 2020-06-25 11:02:27
    • 수정2020-06-25 11:06:13
    취재K
해양경찰청 "삼성물산, 국가 상대 100억 원 사기"<br />KBS 보도 이후 1년 동안 수사…'국가 예산 빼돌리기'<br />하도급업체 압박해 '방파제 공사비 견적서 부풀리기'<br />"부실시공도 드러나"…섬 주민들 "태풍 올 때마다 조마조마"
1년 동안의 수사였다. 지난해 4월 KBS 보도가 나간 직후 해양경찰청이 수사에 착수했고 1년이 지난 지금 수사는 일단락됐다. 국내 건설업계 1위이자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이기도 한 삼성물산이 국가를 상대로 100억 원의 사기를 저질렀다는 혐의가 드러났다.

전남 신안군 가거도
■ 지난해 KBS 보도 '삼성물산의 국가 예산 100억 원 빼돌리기'

대한민국 최서남단 전남 신안군 가거도에서는 태풍 피해를 막기 위한 방파제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13년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았고 지금도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KBS 보도의 핵심 내용은 이렇다. 삼성물산이 △힘이 약한 하도급업체를 압박해서 공사비 견적서를 허위로 부풀리도록 했고 △부풀린 자료를 이용해 이미 배정받은 국가 예산을 몽땅 다 쓴 것처럼 보이게 했으며 △그 결과 국민 세금 백억 원 이상을 부당하게 챙겼다는 의혹이다.

KBS는 △견적서 부풀리기에 참여한 하도급업체 관계자의 실명 폭로와 △삼성물산과 설계업체 사이 오간 각종 서류와 이메일 등을 토대로 '예산 탈취' 의혹을 심층 보도했다.

[시사기획 창]삼성물산 뒷거래와 사라진 100억(2019년 4월 30일)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191549


하도급업체가 삼성물산에 제출한 견적서
■ 해경 수사 착수…1년 만에 드러난 삼성물산의 '사기 혐의'

보도 직후 해양경찰청이 수사에 착수했다. 1년 동안이나 수사가 진행된 것은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최서남단 가거도 현장을 여러 번 방문해야 했던 현실적 어려움, 그리고 삼성물산 측의 비협조 등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 결과 KBS 보도대로 견적서 부풀리기와 이를 통한 국가를 상대로 한 사기 혐의가 확인됐다. 삼성물산이 부당하게 챙긴 이득은 100억 원 이상으로 포착됐다. 모두 국민 혈세다. 해경은 공사를 지휘했던 당시 삼성물산 상무를 포함한 삼성 측 2명과 설계업체 직원 3명 등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다.

삼성물산은 취재진 질의에 별도의 입장문을 내놓진 않겠다고 밝히고, 앞으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상세히 소명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전했다. 이번 사안은 이달 중으로 서울남부지검으로 송치될 예정이다.

지난해 태풍 ‘링링’으로 파손된 가거도 방파제
■ 가거도 주민들 "해마다 여름이면 조마조마"

이번 수사에서 새롭게 드러난 혐의가 있다. 부실시공이다.

가거도는 태풍이 한반도에 들이닥칠 때마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지리적 위치에 있다. 지난해에도 태풍 '링링'으로 삼성물산이 공사 중이던 방파제 일부분이 파손된 바 있다.

가거도는 주민 수가 5백 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섬이지만, 워낙 태풍에 직격탄을 자주 맞는 곳이다 보니 국가가 주민 안전을 위해 거액의 예산을 들여 오래가고 튼튼한 이른바 '슈퍼방파제'를 건설하고 있는 것이다.

KBS 취재진이 가거도 현장을 찾아 주민들을 만났을 때 그들이 했던 공통된 이야기는 '이번에는 별 탈 없이 여름을 넘길 수 있을지' 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생활한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가거도 현장을 찾은 KBS 취재진
■ 비용 절감 위해 '부실시공'...건설업계 1위 기업의 실태

해경 수사 결과 삼성물산은 시공 과정에서도 비용 절감을 위해 부실 공사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약지반 공사'가 문제였다. 방파제를 세우기 위해선 그것을 받치는 땅이 단단해야 하는데, 약한 땅을 단단하게 만드는 게 바로 연약지반 공사다.

삼성물산은 2016년 연약지반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시멘트가 잘 주입됐는지, 그래서 땅이 단단해졌는지 제대로 점검하지도 않은 채 공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해경 수사 결과 확인됐다. 일례로 시험 시공을 하고 나서 한 달 뒤 확인 작업을 거쳐야만 본 공사에 들어갈 수 있는데 그것을 다 생략했다는 것이다.

대규모 공사일수록 '시간이 돈'이다. 인건비와 장비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비용 절감 목적으로 이 같은 불법적 부실시공이 이뤄진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건설기술진흥법 위반 혐의로 삼성물산 직원 2명이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건설업계 1위 기업의 실태이며, 오래도록 튼튼하다는 '슈퍼방파제'의 속살이다. 가거도 주민들은 올해도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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