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라운드는 배달 앱…이재명 vs 박원순의 경쟁

입력 2020.06.2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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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이어 서울시가 오늘(25일) 배달 앱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배달 중개수수료를 끌어올린 원인인 배달 플랫폼 회사의 마케팅과 투자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서울시가 제로페이를 활용해 지원하는 게 핵심입니다.

서울시의 모바일 간편결제서비스인 제로페이(서울사랑상품권) 가맹점은 25만 곳, 회원은 120만 명에 이릅니다. 코로나19 비상경제대책의 하나로 올해 초 15% 할인 판매를 하자 1,180억 원이 조기 완판될 정도로 최근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제로페이로 배달서비스를 이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르면 9월부터 소비자들은 배달 앱의 결제수단으로 제로페이를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또, 플랫폼 회사들이 가맹점 확보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도록, 서울시는 제로페이 가맹점을 대상으로 배달 플랫폼 가입을 안내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플랫폼 회사들은 가맹점이 내야 하는 배달 중개수수료를 2%로 낮춰주기로 했습니다. 가맹점이 부담하는 요율이 시장에서 6~12%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으로 낮췄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입니다.


이 정책의 공식 명칭은 '제로배달 유니온'입니다. 처음부터 함께 참여할 배달 플랫폼 회사는 ▲엔에이치엔페이코(페이코) ▲리치빔(멸치배달) ▲만나플래닛(만나플래닛) ▲먹깨비(먹깨비) ▲스폰지(배달독립0815) ▲위주(놀장) ▲질경이(로마켓) ▲특별한우리동네(주피드) ▲허니비즈(띵동) ▲KIS정보(스마트오더2.0) 등 10개 회사입니다.

■ "공공배달앱과 차별화"… 경기도에 각 세운 서울시

그런데 오늘(25일) 서울시 발표는 평소와는 좀 다른 대목이 눈에 띕니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공공배달앱과 서울시의 제로배달 유니온을 비교표로 만들어 보도자료에 붙임자료로 제공했습니다.


이례적으로 다른 지자체의 유사 정책에 대한 평가도 담았습니다.

"특히, 시의 이번 대책은 새로운 배달앱을 만들거나 공공재원으로 수수료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동안 타 지자체에서 추진해온‘공공배달앱’과는 차별화된다. 공공이 민간시장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민간업체끼리 경쟁할 수 있는 운동장을 제공해 지속가능성을 담보한다는 취지다. 기존 배달앱에 결제방식만 새롭게 추가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쓰던 앱 그대로‘서울사랑상품권’(제로페이)만 선택해 결제하면 된다."라고 말이죠.

경기도가 공공배달앱 개발에 착수하자, 지방정부가 시장에서 민간 업체와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이 제기됐던 사실을 다시 상기시켰습니다. 공교롭게도 오늘(25일)은 경기도 공공배달앱 사업을 담당하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사업자 모집 접수를 마감하는 날입니다.

경기도의 공공배달앱은 사업자가 플랫폼 개발과 시스템 운영, 음식 배달 가맹점 모집, 결제시스템 구축, 고객 응대와 마케팅 등을 3년간 대행하는 방식인데요, 주요 기업을 포함해 8개 이상의 업체가 입찰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경기도는 심사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플랫폼 개발과 서비스 출시 일정 등을 협의할 예정입니다. 최대한 빨리 진행한다는 입장이어서, 9월로 예고한 서울시와 속도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입니다.

페이스북에 먼저 올린 이재명, 국회 소통관으로 간 박원순


배달 앱을 둘러싼 두 지방정부의 경쟁은 비슷한 점도 있습니다. 이례적인 발표 방식입니다. 지방정부의 정책은 대개 청사에서 해당 지자체를 담당하는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진행합니다. 지자체장의 발표는 대개 해당기관에서 온라인으로 생중계하기 때문에, 폐쇄적인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경기도와 서울시의 배달 앱 발표는 모두 청사 밖에서 진행됐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4월 5일 일요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플랫폼기업 횡포 해결방안 고민할 때, 경기도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다음날 대응 방침을 정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늘(25일) 시청 브리핑룸 대신 국회 소통관에서 '제로배달 유니온' 협약식을 맺고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명분은 있습니다. 지역화폐를 배달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일반적인 정책 발표를 벗어난 형식은, 배달 앱 정책이 지방 정책의 하나 이상이라는 의미입니다. 정치부 기자들이 있는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업무협약식을 맺고 기자회견을 하는 이유는 좀 더 특별한 정치적 의미를 더 부여하고 싶은 취지가 아닐까 합니다.

■ 대권 잠룡의 정책 경쟁, 시민에게 이로울까

두 지자체장은 코로나 이후 사회안전망 강화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해법에 대해서는 대립각을 세워왔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청와대의 기조에 맞춰 전국민 고용보험을 역설하는 반면,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를 분명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오늘(25일) 서울시의 발표는 두 지자체장의 2라운드 경쟁 주제가 배달 앱이 될 거라고 예고하는 듯합니다.

더 나은 사회를 모색하기 위한 정책 경쟁은 우리 사회에서 낯설고도 반가운 풍경입니다. 정치권에서 정책 논의는 쉽게 정쟁화되어버려 본래의 취지가 실종되어 버리는 반면, 지자체의 정책 경쟁은 종종 실행으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다만 최근 코로나19 상황을 둘러싼 두 지자체장의 인식 차는 다소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지난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도권 방역대책회의에서 두 지자체장은 상황 인식에 차이를 드러냈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현재 상황을 중대 고비로 보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갈 필요성을 언급한 반면, 이재명 지사는 경각심을 갖는 건 좋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면서 나중에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온도 차를 드러냈습니다.

그런데 많은 확진자 동선이 보여주는 것은, 서울과 경기도는 한 생활권이라는 사실입니다. 경기도민과 서울시민은 종종 같은 지하철을 타고 같은 직장에서 근무합니다. 방역지침이나 생활수칙이 다르면 혼선이 가중될 뿐 방역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자체장들의 경쟁이 시민에게 이로울 때도 있지만, 때로는 경쟁이 협력을 넘어서면 그 피해 역시 시민에게 돌아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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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라운드는 배달 앱…이재명 vs 박원순의 경쟁
    • 입력 2020-06-25 17:36:03
    취재K
경기도에 이어 서울시가 오늘(25일) 배달 앱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배달 중개수수료를 끌어올린 원인인 배달 플랫폼 회사의 마케팅과 투자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서울시가 제로페이를 활용해 지원하는 게 핵심입니다.

서울시의 모바일 간편결제서비스인 제로페이(서울사랑상품권) 가맹점은 25만 곳, 회원은 120만 명에 이릅니다. 코로나19 비상경제대책의 하나로 올해 초 15% 할인 판매를 하자 1,180억 원이 조기 완판될 정도로 최근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제로페이로 배달서비스를 이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르면 9월부터 소비자들은 배달 앱의 결제수단으로 제로페이를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또, 플랫폼 회사들이 가맹점 확보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도록, 서울시는 제로페이 가맹점을 대상으로 배달 플랫폼 가입을 안내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플랫폼 회사들은 가맹점이 내야 하는 배달 중개수수료를 2%로 낮춰주기로 했습니다. 가맹점이 부담하는 요율이 시장에서 6~12%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으로 낮췄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입니다.


이 정책의 공식 명칭은 '제로배달 유니온'입니다. 처음부터 함께 참여할 배달 플랫폼 회사는 ▲엔에이치엔페이코(페이코) ▲리치빔(멸치배달) ▲만나플래닛(만나플래닛) ▲먹깨비(먹깨비) ▲스폰지(배달독립0815) ▲위주(놀장) ▲질경이(로마켓) ▲특별한우리동네(주피드) ▲허니비즈(띵동) ▲KIS정보(스마트오더2.0) 등 10개 회사입니다.

■ "공공배달앱과 차별화"… 경기도에 각 세운 서울시

그런데 오늘(25일) 서울시 발표는 평소와는 좀 다른 대목이 눈에 띕니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공공배달앱과 서울시의 제로배달 유니온을 비교표로 만들어 보도자료에 붙임자료로 제공했습니다.


이례적으로 다른 지자체의 유사 정책에 대한 평가도 담았습니다.

"특히, 시의 이번 대책은 새로운 배달앱을 만들거나 공공재원으로 수수료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동안 타 지자체에서 추진해온‘공공배달앱’과는 차별화된다. 공공이 민간시장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민간업체끼리 경쟁할 수 있는 운동장을 제공해 지속가능성을 담보한다는 취지다. 기존 배달앱에 결제방식만 새롭게 추가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쓰던 앱 그대로‘서울사랑상품권’(제로페이)만 선택해 결제하면 된다."라고 말이죠.

경기도가 공공배달앱 개발에 착수하자, 지방정부가 시장에서 민간 업체와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이 제기됐던 사실을 다시 상기시켰습니다. 공교롭게도 오늘(25일)은 경기도 공공배달앱 사업을 담당하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사업자 모집 접수를 마감하는 날입니다.

경기도의 공공배달앱은 사업자가 플랫폼 개발과 시스템 운영, 음식 배달 가맹점 모집, 결제시스템 구축, 고객 응대와 마케팅 등을 3년간 대행하는 방식인데요, 주요 기업을 포함해 8개 이상의 업체가 입찰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경기도는 심사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플랫폼 개발과 서비스 출시 일정 등을 협의할 예정입니다. 최대한 빨리 진행한다는 입장이어서, 9월로 예고한 서울시와 속도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입니다.

페이스북에 먼저 올린 이재명, 국회 소통관으로 간 박원순


배달 앱을 둘러싼 두 지방정부의 경쟁은 비슷한 점도 있습니다. 이례적인 발표 방식입니다. 지방정부의 정책은 대개 청사에서 해당 지자체를 담당하는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진행합니다. 지자체장의 발표는 대개 해당기관에서 온라인으로 생중계하기 때문에, 폐쇄적인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경기도와 서울시의 배달 앱 발표는 모두 청사 밖에서 진행됐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4월 5일 일요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플랫폼기업 횡포 해결방안 고민할 때, 경기도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다음날 대응 방침을 정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늘(25일) 시청 브리핑룸 대신 국회 소통관에서 '제로배달 유니온' 협약식을 맺고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명분은 있습니다. 지역화폐를 배달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일반적인 정책 발표를 벗어난 형식은, 배달 앱 정책이 지방 정책의 하나 이상이라는 의미입니다. 정치부 기자들이 있는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업무협약식을 맺고 기자회견을 하는 이유는 좀 더 특별한 정치적 의미를 더 부여하고 싶은 취지가 아닐까 합니다.

■ 대권 잠룡의 정책 경쟁, 시민에게 이로울까

두 지자체장은 코로나 이후 사회안전망 강화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해법에 대해서는 대립각을 세워왔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청와대의 기조에 맞춰 전국민 고용보험을 역설하는 반면,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를 분명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오늘(25일) 서울시의 발표는 두 지자체장의 2라운드 경쟁 주제가 배달 앱이 될 거라고 예고하는 듯합니다.

더 나은 사회를 모색하기 위한 정책 경쟁은 우리 사회에서 낯설고도 반가운 풍경입니다. 정치권에서 정책 논의는 쉽게 정쟁화되어버려 본래의 취지가 실종되어 버리는 반면, 지자체의 정책 경쟁은 종종 실행으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다만 최근 코로나19 상황을 둘러싼 두 지자체장의 인식 차는 다소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지난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도권 방역대책회의에서 두 지자체장은 상황 인식에 차이를 드러냈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현재 상황을 중대 고비로 보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갈 필요성을 언급한 반면, 이재명 지사는 경각심을 갖는 건 좋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면서 나중에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온도 차를 드러냈습니다.

그런데 많은 확진자 동선이 보여주는 것은, 서울과 경기도는 한 생활권이라는 사실입니다. 경기도민과 서울시민은 종종 같은 지하철을 타고 같은 직장에서 근무합니다. 방역지침이나 생활수칙이 다르면 혼선이 가중될 뿐 방역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자체장들의 경쟁이 시민에게 이로울 때도 있지만, 때로는 경쟁이 협력을 넘어서면 그 피해 역시 시민에게 돌아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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